17일 방영된 <삼시 세끼> 정선편 10회는 평균 12.4%, 최고 15.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닐슨 코리아 케이블, 위성, iptv 시청률 기준) 거기에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걸쳐 동시간대 1위를 하며 전 연령대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호사다마'일까? 뜨거운 시청률만큼, <삼시세끼>를 둘러싼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러한 논란이 유명세일까? 시청률 고공 행진의 <삼시 세끼>에 그 '구설수'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밍키, 패밀리일까? 촬영용 소품일까?
17일 방송에 시청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 중 하나는 다름아닌 밍키의 출산이었다. 이미 그 전회 예고에서 보여진바 있듯이 <삼시 세끼>의 귀염둥이 밍키가 임신을 하고, 10회 드디어 출산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일찌기 이서진이 시인한 바 있듯이 방송 초반 <삼시 세끼> 인기의 견인차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서진도 옥택연도 아닌 바로 강아지 밍키였다. 그저 동네 강아지였지만 아련한 그 눈빛에, 누굴 보더라도 꼬리를 흔들며 쫓아다니는 서글서글한 성격에, 텃밭을 뛰노는 자유분방함까지,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들여놓은 강아지 밍키가 뜻밖에도 '밍키를 보기 위해 삼시세끼를 본다는' 팬덤까지 만들 정도로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오죽하며 만재도라는 외딴 섬에 어울리지도 않는 장모종 치와와 산체를 들이밀 정도로 <삼시 세끼>와 강아지의 어울림은 절묘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뿐이었다. 몇 달이면 성장해버리는 더더구나 가정에서 기르는 애완용 개와 달리, 부쩍 성숙해져 버리는 동네 개 밍키는 <삼시 세끼> 제작진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서 밍키를 보기 위해 <삼시 세끼>를 본다는 밍키 팬들은 자유롭게 떠돌던 밍키가 줄에 묶여 한 쪽 구석에 '쭈구려져' 있는 모습을 보며, <삼시 세끼> 보이코트를 운운해야만 했다.

그러던 밍키가 다시 <삼시 세끼> 카메라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밥도 먹지 않은 채 마루 밑에 들어가 웅크려 있던 밍키가 알고보니 임신을 했던 것이다. 부랴부랴 이미 배가 부를 대로 부른 밍키를 데리고 동물 병원에 간다, 집을 지어준다 하며 <삼시 세끼> 패밀리는 밍키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더불어 시청자들도 아직 어린(?) 밍키를 임신시킨 나쁜 놈을 수배하는 등 부화뇌동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17일 방송에서 밍키는 오랜 산통을 이기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거쳐 '사피와 에디'라는 '바둑이' 두 마리를 출산했다. 

그런데 가슴을 졸이며 밍키의 출산 장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눈을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다름아닌 출산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밍키를 옭죄는 굵은 체인의 '개줄'이었다. 심지어 그 개줄은 두 마리의 새끼를 낳은 후에도 밍키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새끼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이서진과 옥택연이 밍키를 위한 큼지막한 나무 울타리를 한 집을 지어주었는데도 밍키의 몸에선 개줄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물 농장>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동물 농장>에선 볼 수 없었던 개줄이 줄곧 밍키의 몸을 얽매이자 불편해 했다. 

불편한 건 그뿐이 아니다. 말이 <삼시 세끼> 패밀리지 자신의 집이 있고 촬영 때만 출연하는 밍키는 강아지 티를 벗은 이후 부쩍 카메라와 <삼시 세끼> 패밀리를 낯설어 하고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강아지를 낳고 난 후 편하게 몸을 풀고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도 눈치를 보는 모습에서, 동물 예능의 훈훈함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말이 밍키는 우리 가족이요, 자막은 한껏 밍키의 출산을 칭송하고, 그 기쁨을 만끽하는데, 시청자들은 어쩐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게 불편한 것이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시골 풍경 속 '유기농 리얼 라이프"의 환타지에서 퍼뜩 깨어나는 자각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유명세라기엔 어쩐지 불편한 <삼시 세끼>의 시선
물론 이러한 시청자들의 불편함은 인기의 상승 곡선과 함께 늘어나는 <삼시 세끼>에 대한 과도한 애정 표현이라고, 혹은 유명세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시 세끼>와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사이의 시선의 차이랄까, 그런 것들이 비번해지면서, 그저 유명세라기엔 짚어볼만한 지점들이 생겨난다. 

7월 3일 방영된 <삼시 세끼>의 게스트는 김하늘이었다. 방영 이전 일찌감치 각종 뉴스를 통해 김하늘의 삼시 세끼 하우스 방문을 알렸고, 그 어느때보다도 훈훈한 분위기였음을 예고했다. 하지만 막상 김하늘을 출연한 8회를 본 시청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결국은 김하늘의 별명이 되고만 '옹심이'를 야심차게 준비해 온 김하늘, 하지만 칼질조차도 서투른 그녀에겐 버거운 요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사회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대번에 느껴지는 가장 함께 하고 싶지 않은 태도, 함께 하는 사람들 의견 무시하기, 잘 하지도 못하면서 부득부득 우기기, 그러다 결국 망치기 등등을 김하늘이 8회 내내 보여주었다. 결국 시청자들은 그런 김하늘에 대한 호불호로 의견이 갈렸고, 그로 인한 논란으로 각종 게시판은 뜨거워졌다. 

다음 주 8회의 논란을 알았다는 듯이 <삼시 세끼>는 서투른 김하늘을 '옹심이'라고 놀리며 그것을 웃음의 포인트로 잡아가며, 그런 김하늘을 '만만하고 친숙한'이미지의 인물로 그려냈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김하늘이란 이름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였다. 그렇게 친숙한 이미지로 그려낼 양이었으면 왜 애초에 8회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8회에 그려진 김하늘의 모습은 9회에 달리 포장을 하지 않은, 혹은 포장의 포인트를 달리 잡은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삼시 세끼>의 총괄 피디 나영석의 인터뷰가 잦아진다. 보아의 출연 이후도, 김하늘의 출연 이후도 나영석은 <삼시 세끼>라는 프로그램 대신 인터뷰를 통해 해명했다. 인터뷰는 인터뷰일 뿐이다. 결국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의미는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피디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삼시 세끼의 공감은 유명세라기엔, 구설이 잦다. '공감'의 시선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5. 7. 18. 17:32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의 합류로 화제가 된 <프로듀사>, kbs의 작품답게, 프로그램의 시작은 야무지게 kbs의 <다큐3일>로 시작된다. 신입 피디들의 첫 출근 72시간을 다룬 <다큐 3일>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그 카메라 안으로 신입 피디 김수현 아니 백승찬이 들어온다. kbs 예능국의 신입 피디로서의 첫 출근이다. 그리고 이후의 상황은, 그가 예능국를 선택하게된 사연, 그리고 신입 피디로서의 OJT를 받는 과정이, 실제 KBS방송 프로그램 <1박2일>, <뮤직 뱅크>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물론, 실제 방송 프로그램은 <1박2일>이지만 그 피디는 차태현이 분하는 라준모요, <뮤뱅>의 피디 역시 공효진이 분한 탁예진이다. 이렇게 다큐의 시선으로 시작된 <프로듀사>는 현실이 아닌 배우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피디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그간 보여지지 않았던 신선한 영역에 대한 도전장을 내민다. 



<삼시세끼>의 방어전은 스테디 셀러인 생명의 탄생

그런데 그 시각, 또 하나의 도전장이 들이밀어진다. <프로듀사>의 도전에 '프로듀사는 어벤져스급'이라며 상당히 쫄아있고, 부딛치면 망한다고 엄살을 부리던 나영석이 던진 새로운 도전장은 뜻밖에도 새로운 생명이다. 김수현이 신입 피디로서 문자 수신조차 받지 못한 채 쩔쩔 매는 그 시각, 정선의 옥순봉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탄생되었다. 서진바라기였던 잭슨이 몸을 풀어, 하얀, 그리고 까만 염소를 두 마리나 나았던 것이다. 이 별거 아닌 염소의 탄생, 하지만, 그저 아이들만 나오면 시청률이 오르는 최근 예능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삼시세끼>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낳자 마자 엄마 젖을 향대 달려드는 막무가내 염소 새끼들이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염소 새끼들로 시작된 별 것도 없는 옥순봉의 뻔한 일상이 여전히 또 재밌다는 것이다. 여전히 우직한 옥택연이나, 여전히 툴툴 거리는 이서진, 그리고 다짜고짜 '좀 누워있을게'라는 대놓고 민폐 신참 김광규까지, 진짜 별거 없는데, 그저 보는 재미가 또 생긴다. 심지어, 역변한 밍키가 보여주는 야생발랄함까지. 달라지지 않아서 재밌고, 새로운 식구가 등장해서 재밌고, 그 귀엽던 아이가 '너구리'가 된 상황이 재밌다. <삼시세끼>가 그래왔듯, 그저 하릴없이 삼시 세끼 밥만 줄창 해먹고, 그 밥을 위해 재료를 마련하고, 준비하느라 아웅다웅하고, 심지어 이서진이 <밍키와 잭슨네 집>이라 제목을 바꾸자고 하듯, 인간들보다도 동물들 노는 거 보는 재미가 더한 '심심한' 프로그램인데도, 그게 또 봄을 맞이하여 기지개를 켜니 재밌는 것이다. 심지어, 김수현보다도. 


별거 아닌 <삼시 세끼>가 여전히 재밌는데 반해, 신선한 시도로 야심차게 '어벤져스'급 출연진으로 출발한 <프로듀사>는 뜻밖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다큐 3일>이라는 다큐적 시선으로 풀어가서 그런 것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다큐 3일> 얕볼 거 아니다. 평균 시청률 5%를 넘나드는 '다큐계의 스테디 셀러'가 바로 <다큐 3일>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친근한 소재로 공감을 얻어가는 <다큐 3일>인데, 문득, 첫 방 <프로듀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다큐 3일>이라면 저렇게 찍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차라리 <다큐 3일>이 진짜 카메라를 들이댄 신참 피디들의 진짜 모습이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신선하려 했지만 진부해져버린 <프로듀사>

무엇보다 <다큐 3일>이라는 설정을 도입하면서 <프로듀사>의 첫 회를 시작한 이유는, 프로듀서라는 직업 세계을 엿보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려내겠다는 야심찬 포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첫 회에서 보여준 <프로듀사> 내 피디들의 모습이 전혀 신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 명의 김태호(박혁권 분)피디를 등장시켜 풀어낸 시청률표에 연연하는 예능국 피디의 모습, 음악만 들을 거 같지만 사실은 게임에 열중하는 예상 외의 음악 프로그램 피디의 모습, 거기에 방송 심의위원회를 들락거리고, 시청률이 낮아서 피디를 제외한 출연진들이 물갈이 되는 파리 목숨보다 못한 프로그램의 운명, 무엇보다, 첫 회의 관전 포인트였던 유명 여가수 신디(아이유 분)와 탁예진 피디의 힘겨루기는 이미 <그들이 사는 세상>, <온에어> 등의 드라마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익숙한 상황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탁예진이 후배 신입 피디들 앞에서 한껏 '가오'를 잡을 때, 이미 이후의 상황이 그려진다. 이미 각종 미디어의 정보를 통해 가수들의 소속사의 권한이 늘어나고, 더 이상 피디들이 '갑'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정보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프로듀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양 선보인 첫 회의 각종 설정들이 '리얼'하게도 신선하게도 느껴지지 않는다는데 무엇보다 첫 선을 보인 프로듀사의 안타까운 점이다. 오히려, 첫 회의 익숙한 장치들보다, 마지막 장면, 따로 들어와 한 식탁에 앉아 버린 라준모와 탁예진의 조우에서, 드라마 <프로듀사>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시작된다. 


거기에 대해 핸드폰 문자 하나 확인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순간 찍히고 마는 신참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는 김수현의 백승찬에게선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새로운 직장, 신참, 바로 얼마전 케이블에서 화재를 불러 일으킨 <미생>의 장그래의 모습이 그것이다. 고졸 출신에 낙하산으로 무역회사에 이질적으로 섞여들어가지 못해 쩔절매던 장그래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을'의 전형을 읽어내며 열광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이 시작하는 <프로듀사>에서 김수현은 프로듀서가 되었지만, 그저 학교 선배가 좋아 프로듀서가 된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또 한 사람의 미생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끌고자 한다. 


하지만 방송 말미 에필로그에서 보여지듯이, 백승찬의 아버지는 프로듀서를 프로듀사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이 틀린 게 아닌게 현직 프로듀서의 시험은 이른바 sky 출신들만이 붙는다는, 언론 고시라 지칭된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선 그런 직업의 현실적 환경은 배제된 채 막연한 학교 선배가 좋아서 프로듀서가 되었다는 '낭만적인' 설정만이 등장한다. 바로 이 지점이, 정작 '프로듀사'라고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환타지적인 설정으로 첫 발을 뗀 이 지점이, 바로 <프로듀사>를 공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이, <프로듀사>가 <미생>의 아류가 아닌 그저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서의 <프로듀사>의 차별성을 만들어 가는 지점일 도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5. 16. 09:51

평균 시청률 13.3%(닐슨), 동시간대 공중파, 케이블, 종편을 통털어 1위, 바로 신드롬급의 인기를 매주 이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차줌마'차승원이 해내고 있는 음식들이 화제가 되고, 차승원, 유해진누리고 있는 <삼시세끼>어촌편이 이뤄내고 있는 기록들이다.

, 그리고 새로이 합류한 손호준등이 보이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에 대한 극찬이 이어진다.

 


 

<삼시 세끼> 어촌 편의 매력

<삼시 세끼> 어촌편은 <삼시 세끼> 농촌 편에 이어 말 그대로 삼시 세끼를 해먹는 프로그램이다. 농촌으로 간 이서진과 옥택연이 그들이 함께 했던 드라마에서처럼 형제애를 보이며 매주 방문하는 게스트들과 함께 정선 텃밭에서 거둬낸 자연 먹거리로 '삼시 세끼를 해먹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어, 만재도로 간 어촌편은, 텃밭 대신, 보다 광활한 바다라는 '텃밭'을 이용하여 삼시 세끼를 꾸려나가야만 했다. 처음 출연자로 정해졌던 장근석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자진 하차하면서 과연 차승원, 유해진, 두 사람만의 조합으로 프로그램이 제대로 풀려 나갈 수 있을까란 우려가 무색하게 어촌편은 '농촌'편을 뛰어넘는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어촌으로 간 두 남자 차승원과 유해진은 '브로맨스'를 넘어 아예 대놓고 '차줌마'에, '참바다씨'라며 부부 코스프레를 한다. 거뭇한 콧수염에 몸에 착 달라붙은 스키니한 올 블랙 의상에도 무색하게 손이 마를 사이 없이 끼니를 챙기는 차승원에게 이제 더 이상 '차줌마'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다. 그런가 하면 벌써 고기를 못잡은 지 여러 날 되건만, 매번 허탕을 치면서도 바다를 향하는 '참바다'씨 유해진은 능력없지만 사람 하나는 좋은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 딱 그대로 이다. 그들은 분명 남자와 남자지만, 프로그램에서의 캐릭터는 우리네 엄마 아빠보다도 더 엄마 아빠같다. 이제 거기에 말 잘 듣는 착한 아들 손호준까지 가세하고, 애완견 산체와 애완 고양이 벌이까지 합세하니, 금상첨화다.

 

이렇게 가족이 된 <삼시 세끼>의 세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마치 그들이 우리의 가족이나 친지라도 되는 것처럼 정겹게 다가온다. 더구나 만재도라는 육지에서 6시간이나 떨어진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바다에서 나는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어 내는 갖가지 먹거리는 물론, 화덕을 만들어서 까지 구워낸 빵에, 도시에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토마토 케첩까지 만들어 내는 삼시 세끼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의 정성들이 느껴져서 더더욱 그들이 남같지 않다. 까짓 도시에서는 그냥 때우면 그만인 끼니에 온갖 정성을 들여 섬이라는 조건을 뛰어넘어 가족을 위한 만찬을 차려내는데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가족애'를 새삼 느끼게 되어 뭉클해진다.

 

 


 

 

쓰레기가 되어버린 정우

이렇게 사람들이 어느덧 차줌마와 참바다씨, 그리고 착한 아들 손호준을 '우리'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삼시 세끼에 위로를 받으면서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들의 진정어린 삼시 세끼에 어울리지 않는 혹은 거스릴는 것들, 혹은 인물에 대해, 마치 우리 가족을 모욕하는 것과 같은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양'이 된 것은 바로 지난 주와 이번 주에 걸쳐 출연한 정우였다.

 

아마도 차줌마네 가족에 대해 그렇게 '애착'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면 '정우'가 보인 행동들이 경상도 남자의 투박한 행동으로 치부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재도와, 거기에 깃들인 차줌마네 가족, 그리고 거기서 묘기에 가까운 음식들을 만들어 내는 차줌마에 대해 '감탄'을 넘어, '감동'을 느끼고 있는 즈음, 그런 배경 지식이 없이 단 하루 동안 만재도를 방문한 정우의 무심한 행동들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우의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배를 타고 온 속에 제 아무리 손호준이 설명을 곁들였어도 그 '빵'을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냥 '빵'이 아니라, 장발장의 눈물겨운 빵 못지 않은 히스토리를 가진 차줌마의 빵이었기에 그런 정우의 거부가 불쾌함을 불러 일으켰다. 그저 선배의 동정이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에, 아마도 <응답하라 1884>가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그 즈음이라면 '쓰레기'처럼 눈치없는 정우라며 예능에 서투르다고 넘겨 주었을 지도 모를 질문 하나에도 사람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더구나, 그가 출연했던 영화가 구설수에 얹혀 관객들의 반응조차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결국은 '홍보차' 방문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 가족'인데 우리 가족을 자기 홍보에 이용하고자 오면서, 태도마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엄마가 잔뜩 고생해서 손님을 대접하려고 하는데, 나이도 어린 손님이 집에 와서 어른 대접도 안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비춰졌던 것이다.

 

그런 논란이 부담이 된 듯 27일 방영분에서는 어떻게든 미운 털이 박힌 정우를 보다듬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다음 날 바로 차승원과 함께 떠나야만 하는 정우에게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설겆이를 해도, 이제야 분위기를 알아챈 듯 차승원 말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손호준에게 아쉬움을 문자로 전해도, 이미 그 전회에 박힌, 지난 한 주 동안 그의 행동으로 인해 숱한 게시판을 달구었던 그 논란이 잊혀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언제나 나영석 피디가 해왔던 방식으로, 이서진이나 이승기, 그리고 윤상이 그랬듯이, 논란을 일으키고 반전 매력으로 그것을 뒤짚는 식으로 정우를 그려내보고자 했지만 그러기엔 지난 한 주를 달구었던 '정우'논란을 뒤엎기에 27일 정우의 분량을 너무도 미비했다.

 

오히려 27일 방영분은  '엄마없는 하늘 아래, 휴일을 만끽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유있는 하루'에 방점이 찍혔다. 정우는 일찌감치 사라져 버리고, 정우의 존재를 넘어, 하루를 비우면서도 노심초사하는 엄마 차승원과, 그런 엄마의 우려는 아랑곳없이, 엄마없는 여유에 한없이 자유로운 아버지와 아들의 한가로움이 시선을 잡는다. 결국 정우는 홍보하러 왔다가, 홍보는 커녕, '쓰레기'로 쌓은 이미지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고 돌아가 버린 셈이다.

 

 


 

<삼시 세끼> 가족주의의 함정

실제 정우가 어떤 사람일 지는 모른다. <삼시 세끼>의 정우는 지극히 제작진에 의해 편의적으로 편집된 화면에 의해 조장된 이미지이다. 그의 진심과, 진면모와 상관없이, 우리가 된 차줌마네 가족과는 어울리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다, 가족에게 민폐만 끼치고 떠난, 객식구 노릇만 하고 사라진 것이다. <삼시세끼> 농촌 편이 이서진과 옥택연이라는 상대적으로 젊은 주인에, 그보다 나이가 많았던 대부분의 게스트들로 서열이 역순이었다면, <삼시 세끼> 어촌편은 이제는 방조차 각 방을 쓰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지긋한 나이의 어르신 두 분을 모시고 하는 수직적 가족 관계의 예능인 것이다. 정우의 문제라면 그런 분위기와, 그런 분위기에 대한 시청자의 열광적 반응에 대한 사전 준비없이, 6시간 걸려 고생하며 배를 타고 하룻밤을 머물다 간 것이다.

 

여기서 지난 한 주 내내 달궜던 논란이 어쩌면 그저 정우란 사람이 '다른' 것인데, 그것을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데, 제작진이 강조한 '가족주의'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또한, 그 이면에 흐르는 선후배간의 엄격한 서열 또한 무시하지 못할 노릇이다. '가족주의'든 '선후배 문화'든 결국은 그 본질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철저한 '우리'라는 높은 울타리이다. 조금이라도 '우리'와 다를 것 같으면 밀어내어 버리는 철벽같은 '우리'말이다. <삼시 세끼>어촌편은 농촌편에 이어, 퍽퍽하고 여유없는 우리 삶에 제대로 쉼표를 찍어주는 휴식같은 예능이다. 또한 '먹기 위해 사는' 삶의 본질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우리가 잃어버린 것, 우리가 애착을 가진 것들에 대한 복귀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또 다른 '우리'에대한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되돌아 볼 일이다.

 

by meditator 2015. 2. 28. 06:53

이른바 불타는 금요일, 외로운 맘을 달래기 위해 tv를 켜면, kbs2tv <용감한 가족>을 제외하고는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게 아니라, tv 속에서 쏟아져 나온다. 쏟아져 나올 뿐만 마치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아마조네스의 남성판이라도 되듯, 남자들끼리 먹고 마시고, 심지어 가족을 이루고, 마음을 나눈다. 그들은 외롭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은 그들 자체로 충만하다.



 

남자, 요리하다

매주 과연 차줌마 차승원이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삼시세끼>에서 변함없이 차승원은 갖가지 요리를 선보인다. 그저 바닷가에 붙어 있던 장식과도 같았던 거북손이 그의 손을 거치면 밥상의 반찬에서 부터 술안주, 심지어 죽으로 갖가지 변신을 거듭한다. 어디 그뿐인가, 갖가지 김치는 당연지사요, 동거인 참바다씨 유해진이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아니, 보통의 주부라도, 그저 마트에서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어묵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할 정도니, 웬만한 주부라도 그의 앞에선 명함도 못내밀 정도다. 거기에 요리를 하기 위해 그가 동원한 중국팬에서 부터, 매실 액기스 등에서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가 음식을 해내는 과정 자체가 흥겹다. 요리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느낄 것이다. 그저 어떤 음식이던지, 주저하지 않고 뚝딱 만들어 내는 그의 모양새가 마치 고수가 칼을 가리지 않듯, 그저 요리를 잘 하는 것을 넘어 요리 자체에 어떤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tvn의 <삼시 세끼>에 차줌마가 있다면 <나 혼자 산다>의 이태곤의 먹방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좋아하는 옷에 음식 냄새가 밸까봐 집에서 음식을 해먹지 않는 이규한과 달리, 이태곤은 혼자만의 브런치를 즐긴다. 이태곤이 만들어 낸 요리래 봐야, 그저 고추 참치에 날 계란, 김과 깨를 곁들인 것이지만, 생선 맑은 국에 곁들여 초간단 자신만의 브런치를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는 이태곤의 모습에,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나도 한번 저렇게 해서 먹어봐야지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남자, 여유를 즐기다.

자신만의 싱글 라이프를 소개하기 위해 <나 혼자 산다>에 나온 이규한은, 자신의 하루를 '패션 피플'의 그것으로 정의내린다. '멋'이라는 것이 여성만의 전유물의 영역을 잊은지 오래된 이제, tv  속 남자 배우는 서슴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패션'이라 말할 수 있다. 혼자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나서려고 옷을 몇 차례나 갈아입는 그의 모습이 당당하게 화면 속으로 펼쳐진다. 배우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벗겨내고 돈벌이가 없어 어려운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신이 쟁여둔 옷을 팔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중고 거래가 이젠 친한 친구가 광주에서 옷을 사기 위해 그의 집을 들를 만큼 부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안입는 옷을 쌓아놓을 이유가 없다고 쿨하게 말하던 그지만, 옷이 팔리자 마자 비싼 가격에 세일을 기다리던 청바지를 사겠다고 전화를 넣는다. 심지어 그가 출연했던 분량의 마지막은 함께 했던 <나 혼자 산다>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옷을 천연덕스럽게 강매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패션을 즐기는 싱글 라이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여행에 성공했던 김광규는 새해를 맞이하여 역시나 중국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면서 용감하게 홀로 백두산 여행에 도전한다. 그런가 하면 <마녀 사냥>의 네 mc는 데이트 코스의 선 경험을 핑계로 홍콩 행을 감행한다. 남자들만의 여행, 그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들 자신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심지어 연인인 양 둘씩 짝을 지어 각자 해보고 싶었던 곳을 거닐고, 회전 관람차까지 탄다. 


남자, 사랑하다.

tv 속 남자들이 사랑을 나눈다. 게이물이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등장했던 '브로맨스'가 이젠 예능 속에서 조차 그 지분을 확장해 나간다. 


<마녀 사냥>속 허지웅과 성시경은 서로 두 사람을 두고 사람들이 연상하는 '연인'모드에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도, 애틋한 속마음을 표출하는데 여념이 없다. 참 '고맙다'는 속마음을 진솔하게 표출하는 허지웅과, 그런 허지웅을 이해 넘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회전 관람차 속의 두 남자를 두고, 그저 '친구'라는 수식어로만 표현하기엔 어째 간질간질하다. 유세윤과 

이렇게 '브로맨스'로 시작된 남남 캐미들은, <삼시세끼>로 오면 아예 대놓고 '부부'가 되어버린다. 집안 일이며, 음식하기를 즐겨하는 차승원은 차줌마이더니, 아예 '안사람'이 되어버리고, 그런 '안사람'을 꼬드겨 등산을 하고, 바닷 낚시를 즐기는 이름마저 '참바다'인 유해진은 '바깥 사람'이 되어 버린다. '안사람'은 불철주야 '바깥 사람'을 위한 음식을 하느라 분주하고, 그런 '안사람'을 위해 원하는 만큼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바깥 사람'은 흡사 밥벌이를 제대로 못하는 '남편'처럼 면목없어 한다. 

어디 차승원, 유해진뿐인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눌러앉을 기세인 손호준까지 가세하면 아예 한 가족이다. 심지어, 이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강아지 산체조차도 <삼시 세끼> 농촌 편에서와 달리, 남자다. 시커먼 남자들로 유사 가족을 이뤄 시끌복작한데, 웬걸 제대로 가족 코스프레를 하는 <용감한 가족>보다 훨씬 가족같다. 




tv 속 예능에서 남자들이 득시글거리기 시작한 건, tv 리모컨의 향배가 여성 시청자층에게 있다는 것이 증명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그래서 이제 남자들은 시커멓게 토크쇼에서 부터 시작하여 리얼리티까지 그 존재감을 뽐낸다. 

그 속에서 그들은, 이른바 우리 사회가 '남성적'이라고 규정지어 놓은 영역을 자연스레 파괴해 나간다. 스스로 음식을 하고, 혼자 음식점을 찾아가서 먹고, 옷을 즐겨하고, 홀로 혹은 함께 여행을 하고, 남자들만의 가족을 만든다. 아마도 예전 같으면 남자가 음식 냄새가 밸까봐 집에서 음식도 안하고, 외출하는데 옷을 서너번 씩이나 갈아입는 걸, '남자답지'못하다고 할 상황이지만, 이젠 '패션 피플'이라는 명칭으로 자연스레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차승원이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갈까봐 머리 수건을 하고 종종 걸음으로 식재료를 썰고 무치고 볶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한 것이 되지 않았다. 야곰야곰 영역 파괴를 시작한 연예인들에게 더 이상 배우나 가수란 명칭이 무색해졌다. <나 혼자 산다>에서 가장 인기있는 mc 중 한 사람은 평론가 허지웅이요, <삼시세끼를 이끄는 세 남자는 온전히 다 배우들이다. 예능적이지 않은 예능인들이 만들어 가는 '남자들의 신선한 삶'에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긴다. 


물론 이런 tv 속 남자들의 속내도 만만치 않다. 10년이 넘도록 오르지 않는 원고료가 평론가 허지웅으로 하여금 방송 출연이라는 영역 파괴를 실천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드라마가 이규한으로 하여금 예능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윤종신이 특수한 경우가 아닌 가수들에게 예능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장이 되었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자신을 한껏 희화화시켜주는 <라디오 스타>의 갑질(?)에 이제 예능의 기회가 열렸다며 감사하기까지 한다. '밥벌이'의 고달픔은,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예능 늦둥이들의 '러쉬'로 제공된다. 


또한 여성 시청자의 취향을 넘어서, 짝을 이루지 않은 남자들만의 스토리에는 더 이상 결혼이 최선이 아닌 현실의 묘한 모사가 담겨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이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혹은 잠정적으로 혹은 여타의 이유로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남자들은 혼자만의 삶을 즐기기에 노력한다. 그리고 tv 속 예능은 발빠르게 그런 남자들의 현실을 '예능'으로 승화(?)시킨다. 그런 남자들만으로 넘치는 예능을 보다, 문득, 남자건 여자건 저렇게 굳이 이성과 함께가 아니라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삶도 괜찮겠다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알량한 예능만의 영역일 수도 있다. <삼시 세끼>를 보며 차줌마와 바깥 사람의 정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현실의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에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까 말이다. 


 

 

 

by meditator 2015. 2. 14. 10:05

3.1%, 3.9%, 2.3% 이건 종편이나 케이블의 시청률이 아니다. 주중 공중파 예능의 시청률이다. <룸메이트> 11회 3.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13회 3.9%(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헬로 이방인> 9회 2.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이 그 현실이다. 이 중 주말을 책임지던 <룸메이트>가 평균 7%의 시청률을 보이다 주중으로 보면서 3%대로 폭락했고,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역시 그나마 5,4%대가 나오던 시청률이 주중으로 오면서 3%대가 되었다. <헬로 이방인>의 경우, 어느 시간대를 가던지 3%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 이른바 요즘 트렌드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예능들이다. 외국인에, 전원 생활의 세컨드 라이프에, 셰어하우스까지. 자연을 벗삼아, 혹은 아름다운 집에서 아름다운 선남선녀 혹은 외국인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생활한다. 굳이 <삼시세끼>랑 다를게 뭐 있겠는가 싶다. 그런데 케이블인 <삼시세끼>가 8%대를 넘으며 놀라운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는 것과 달리,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이들 예능들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왜 kbs를 떠나 오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나영석 피디는 끝도 없이 계속 되어야 하는 공중파 예능을 든다. 자신에게서 퍼낼 아이디어가 다 고갈되고, 체력마저 방전되어도, 담주 방영분을 찍고 또 찍어야 하는, 끝없는 순환선같은 공중파 예능이, 예능 피디로서 자신을 지치게 만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한때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것도 잠시 결국은 대중들의 외면 속에 쓸쓸히 사라지는 예능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그의 소망이, 공중파를 떠나오게 하였고, 그의 소원대로, 그는, tvn에서 짤막한 시즌제의 예능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날이 치솟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삼시 세끼> 이번 시즌은 겨우 11부작, 이제 겨우 3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런 나영석 피디의 예언을 가장 잘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나영석 피디가 런칭한 <인간의 조건>이다. 토요일 밤, 아날로스적인 삶을 예능에 도입해 화제가 되었던 <인간의 조건>이지만, 89회를 맞이한 지금, 소재 고갈로 화제성은 커녕, 존립에 위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헬로 이방인>의 경우,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되었을 때만 해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본방이 되자, 사람들의 관심을 차갑게 식어갔다. 요즘 인기를 끈다는 강남이 들어와도, 에네스 카야가 인기가 있자, 그와 같은 나라 사람인 핫산을 등장시켜도, 열일곱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젊은 시절을 닮은 꽃띠 소년을 등장시켜도 시청률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파일럿을 넘어설 기획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셈이 되고만다. 이국주 등 요즘 인기가 있는 화려한 멤버로 의욕적으로 시작된 룸메이트 시즌2의 화제성도 몇 회를 넘기지 못했다. 연예인들이 모여 스스로 집을 짓겠다는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역시 화제의 인물 장동민이 있어도 어쩌지를 못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삼시 세끼>도 11부작을 하는 마당에,  결국, 애초에, 이들 프로그램이 장기 프로그램으로 기획되기엔 무리가 아니었을까란 뒤늦은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것이다. 

'룸메이트' 잭슨이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흥분했다. ⓒ SBS 방송화면

<삼시세끼>가 수수를 벤다면, <룸메이트>엔 여섯 포대의 콩 폭탄이 터졌다. 삼시세끼가 텃밭의 농작물만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면,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는 아예 텃밭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삼시세끼>가 강원도 산골에 떨어진 고립된 생활을 다루었다면, <헬로 이방인>은 서해안 삽시도의 섬마을에 외국인들을 떨어 뜨려 놓았다.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 막상 보면 이들 프로그램은 천지 차이다.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먹는 것이 미션의 전부인 <삼시 세끼>는 '슬로우 라이프'를 처음 도입한 예능답게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간다. 일주일에 하루 방영하는 하루분의 방영 시간 동안, 출연자들이 오고 장을 봐다 밥을 해먹다 보면, 금세 하루 해가 지나간다. 기껏해야, 고깃값으로 수수 좀 베다 말뿐이다. 게스트라 봐야, 하룻 저녁 거나하게 지내고 아침녁에 부리나케 줄도망치기 태반이다. 
그에 반해, 다른 프로그램들은 왁자지껄하다. 출연자들부터, 누가누구인지 다 익히기에 한 회차가 모자를 때가 있고, 그들이 모여 늘 무언가를 번다하게 한다. 끊임없이 미션이 주어지고, 출연자들은 그것을 해내느라 분주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초창기 버전을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이 하는 미션이 새롭지 않다. <룸메이트>는 폭탄으로 맞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두부를 만드는데 필요한 맷돌과 가마솥을 사기 위해 황학동 만물 시장을 갔다. 황학동 만물 시장, 이곳은 마치 예능의 필수코스인 것처럼, <무한도전><나혼자 산다>를 비롯하여 모든 예능이 한번씩 거쳐간 곳이다. <룸메이트>도 어김없이, 그리고 변함없이 '추억'을 되새기며 새롭지 않게 그곳을 다녀온다. 
<헬로 이방인>이 다녀온 삽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삽시도라는 섬은 새로울 지 몰라도, 거기서 이방인들이 하는 갯벌체험은 이제 예능에선 올드한 아이템이다. 
공교롭게도 10일 방영분,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와 <라디오 스타>에는 걸스데이 혜리가 동시에 출연했는데,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에 혜리가 출연한 사실은 화제가 되지 않았다. 걸스데이 전 그룹이 출동하여, 머리가 산발이 되도록 일을 했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한 주가 이제 막 시동을 거는 화요일 밤, 늦은 시간, 텔레비젼 속 연예인들이 함께 모여 멋들어진 셰어하우스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은, '휴식'이라기보다는, 어쩐지 '위화감'에 가깝다. 그들의 셰어 하우스는 너무 그림같고, 그들이 하는 '셰어'하는 삶은 여전히 작위적이다. 그저 연예인들의 함께 살기 코스프레란 감상을 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김병만을 비롯한 멤버들이 제 아무리 진정성있게 열심히 일을 해도, 세컨드 라이프의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의 정서 역시, <룸메이트>를 넘지 못한다. 수요일 역시 그런 연예인들의 왁자지껄한 놀이를 보고 즐기기엔 버거운 시간이다. 전주에, 폐광촌 모운동 마을에, 삽시도 까지 이방인들이 전국 방방 곡곡을 돌아다녀도, 어쩐지 1박2일 짝퉁같기만 하다. 무엇보다, <룸메이트>건,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건 다 거기서 거기다. 셰어 하우스의 특징도, 세컨드 라이프의 신선함도 회를 거듭할 수록 희박해 진다. 외국인들이 등장해도 별 다르지 않다. 사람만 다르고, 배경만 다를 뿐 '동어반복'의 지루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한 주가 시작되는 화요일부터, 왁자지껄 미션이 범벅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어쩐지 버겁다. 

사실 <삼시세끼>는 꽃보다 시리즈의 스핀 오프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이미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이미지가 구축된 도회적인 이서진이란 인물을 전혀 다른 환경인 강원도 정선에 풀어 놓음으로써 빚어지는 이질적 분위기와, '삼시세끼'라는 단촐한 슬로우 라이프의 정서가 프로그램을 지배한다. 거기에,그와 함께 하는 옥택연을 비롯하여,  이서진을 찾아오는 게스트들도 시청자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제 아무리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았다 하더라도, <참 좋은 시절>이라는 드라마로 그와 함께 가족을 이루었던 연예인들이, 가족처럼 그를 찾아들기 시작한다. 연예인인데, 어쩐지 그들이 가족같다. 손호준도, 고아라도 이서진과 일면식이 없지만, 이미 낯설지 않다. 심지어, <꽃보다 청춘>의 손호준보다, <삼시세끼>의 손호준이 더 '해태'같다. 그래서, 이미 친숙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삼시세끼>를 보면서, 새롭게 출연자와 게스트들에게 적응하기 위해 시청자들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 출연자도, 미션도, 편안하다. 별 거 안하는데, 그 익숙함에, 느긋함에 미소를 지으면서 보고 있다. 
'미생'과 같은 전투를 치르고 난 한 주, 머리를 식히기에 딱 알맞은 정서의 프로그램이다. 

<삼시 세끼>를 비롯하여, <룸메이트>,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 그리고 <헬로 이방인>까지를 보고 있노라면, 뭐 그다지 다를 것도 없는 것 같다. 놀고, 먹고, 즐기고, 미션이랍시고 힘 좀 쓰고,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과 정서의 차이가. 이들 프로그램의 생사를 가른다. 누군가의 명언처럼, '문제는 '디테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한 끗차이의 디테일이 공중파 예능을 무덤으로 보내고 있다. 


by meditator 2014. 12. 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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