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불후의 명곡>이 방영되는 시간 이후로 검색어에 '핫젝갓알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혹시 아시는가? '핫젝갓알지'가 무얼 의미하는지?

이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 저 멀리 에돌아, 일본의 대표적 만화 중 하나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만화 <20세기 소년>은 30대가 된 친구들이 다시 만나 그들이 소년이었던 60년대와 현재를 오고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SF 추리물이다.

케이블 QTV에서는 '삼십대가 된 친구들이 다시 만난다는' 만화의 상징성을 따와, 이제는 삼십대 중반이 된, 1세대 아이돌들을 모아놓은 이른바 '기억의 예능' 리얼리티 쇼를 만들고, 그 명칭을 <20세기 미소년>이라고 붙였다. 프로그램의 멤버로는 H.O.T의 문희준, 토니안, 젝스키스의 은지원, 지오디의 데니 안, NRG의 천명훈이 모였다.

이른바 아지트 리얼리티를 지향한 이 프로그램은 한 집에 이들을 모아놓고 같은 시절에 활동을 했지만 사실은 서로 서먹서먹한 면면들을 익혀가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알아가던 멤버들은 어느새 의기 투합하여, 90년대의 자신이 하던 것들을 다시 되새겨 보다, H.O.T, 젝스키스, 지오디, NRG 의 이름을 합친 '핫젝갓알지'라는 기기묘묘한 그룹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고, 그 결실로 <불후의 명곡> 무대까지 서게 된 것이다.

 

 

조만간 슈스케3의 정준영도 등장한다고 하고, 이제 <불후의 명곡> 무대에 허각과 같은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수가 서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던 가수들에게 <불후의 명곡>이란 그 어느 무대보다도 그들의 장기를 뽐내기에 이물감이 없는 곳일테니까. 하지만, '핫젝갓알지'란 이 기묘한 이름의 그룹은 성격이 다르다.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의기투합하여 그룹을 만들자고 하며 '핫젝갓알지'라고, 그들이 속했더 그룹 명을 모아 만들 때만 해도, '장난해?' 라며 넘겨버렸는데, 농담이 진담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오디션도 아니고, 일종의 프로그램의 기획인 프로젝트 그룹인데, 그 그룹이 공중파 무대에 서다니! 기획은 케이블이 하고, 그 과실은 공중파가 따먹는 모양새다. 물론 그 과실 덕분에, 핫젝갓알지가 출연한 <20세기 미소년>은 어부지리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홍보한 셈이다.

 

공중파의 화제가 된 인물들이 케이블 등에 불려다니며 토크쇼에 출연하고, 각종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인기를 번식시키는 것이 그간 당연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만들어 지면서, 이젠 슬슬 그 과정이 역류되는 조짐이 보이는 중이다.

20일 <해피투케더>에는 케이블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스터 쉐프 코리아>의 강레오 쉐프와 <올리브 쇼>를 비롯한 각종 요리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레이먼 킴과 그와 함께 <두 남자의 캠핑 쿡>에 출연하고 있는 JK김동욱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해피 투게더>가 케이블의 인기 출연자들을 모신 것이 이때만이 아니다. 이미, <2013 테이스티 로드>의 박수진, 김성은이 출연자로 등장해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찬 야간 매점을 꾸려낸 경험이 이미 있었다.

 

(사진; 스포츠 월드)

 

<해피 투겓더>만이 아니다. <우리 동네 예체능> 역시 그룹 신화를 초빙해, 우리 동네 예체능 멤버들과 볼링 대결을 벌였다. 여기서 그룹 신화는 그저 장수 아이돌 신화라기보다는, 이미 몇 년에 걸쳐 JTBC에서 <신화 방송>을 이끌었던 예능 고수 신화 버전이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라디오 스타>를 통해서도 당신 누구요? 했던 케이블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이젠 당당하게 공중파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프로그램을 꾸려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화요일, 수요일에 걸쳐 <화신>, <라디오 스타> 등 토크 프로그램의 MC로 복귀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것 같은 김구라의 귀환도 사실, JTBC의 <썰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MBC의 <진짜 사나이>나, KBS2의 <가족의 탄생>, <맘마미아> 역시 TVN의 <푸른 거탑>이나, <동치미>, <황금알>과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케이블의 약진, 그리고 저변을 넓혀가는 종편, 공중파는 그저 시청률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면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케이블과 종편의 프로그램에게 이미 한 수 접고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른 설레발을 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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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6.23 09:48

<불후의 명곡2>가 100회를 맞이했다.

100회를 맞이한 <불후의 명곡2>는 전설로 '들국화 형님'들을 모시고, 2회에 걸쳐 하동균, 김동욱, 박재범, 유미 등이 출연해 그들의 노래를 헌정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처음 <불후의 명곡>이 시작되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첫 방송을 하던 2011년 6월은 mbc의 <나는 가수다>의 인기가 여전하던 때였다. 그러니 당연하게 말이 선배 가수를 모셔다 놓고 그들의 노래로 경연을 벌인다고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자신의 노래가 아닌 걸로 경연하는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이 달라보이지 않았었다. 그게 그건데 선배 가수를 앞에 모셔다 놓은 것이 오히려 어줍잖은 꼼수처럼 보이기 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20113년 5월,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키며 이 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나는 가수다>는 온데간데 없고, 아빠와 아이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짝퉁이라 욕먹으며 시작하던 <불후의 명곡>은 시즌 1은 걸쳐, 시즌2로 넘어왔고, 프로그램을 맛깔나게 이끌어 가던 mc중 한 명인 김구라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구성으로 폭발적 인기는 아니지만 토요일 저녁의 고정 시청자층을 가진 터줏대감이 되어가는 중이다.

 

(사진은 헤럴드 경제에서)

 

100 특집 대기실에서 가수들은 오늘 '출연자 면면을 보니 오늘은 '나가수'대 '불우의 명곡' 같다며 우스개 소리를 해댄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때 <나가수>를 통해 인기를 누렸던 '더 원', '김동욱', '바비킴'등이 이젠 자연스레 <불후의 명곡>에서 사랑받는 가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가수>출신이 그들이 <불후의 명곡>에 나오는 것이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분명 처음 <불후의 명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융성에 발맞춰 또 하나의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도입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관객 판정단의 점수에 따른 승과 패가 가려지기도 하고. <나는 가수다>는 이제는 대중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난 기존 가수들이 탈락이라는 벼랑에 몰려 절박함을 노래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져 사회적 이슈를 끌었고, 역설적으로 그 '서바이벌'의 비장함이 출연진의 고갈과, 승리를 위한 천편일률적인 편곡으로 대중들의 싫증을 불러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장수를 누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얼핏 짝퉁처럼 시작된 <불후의 명곡>은 프로그램을 거듭하면서 <불후의 명곡>만의 색깔로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켜 나갔다. <불후의 명곡>에서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벌이는 경연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경연 후 mc 신동엽의 야릇한 코멘트를 곁들인 선배 가수의 후일담과, 후배 가수와의 교감도 프로그램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100회 특집에서 출연한 가수 들이 또 하나 <나가수>와의 다른 점이라고 꼽았던 것처럼, <불후의 명곡>은 대기실에서의 가수들끼리의 즐거운 어울림이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한때 <나가수>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이것이 바로 <나가수>와의 차이점이구나라며 무릎을 쳤듯이, <불후의 명곡> 대기실은 서바이벌에 나서는 절박함 대신 동료 가수들이 어울려 무대 위와는 또 다른 한판 예능의 잔치가 벌어진다.

처음 나오는 가수의 긴장감도, 실제로 친구 사이인 전혀 다른 장르의 가수들도, 혹은 때로는 핑크빛 연서를 전해질 것같은 로맨스까지, <불후의 명곡> 대기실은 바로 예능으로서 이 프로그램의 색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연히 자신의 실력을 자부하는 가수로써 무대 위에 나간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서 1승 이상을 노리지만, 무대 위에서 내려온 그 순간, 긴장을 풀고 빵을 앞에 둔 채 모창에 뒷담화까지 하면서 마지막까지 함께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이다. 시작은 서바이벌의 모방이었지만, 이제 <불후의 명곡>은 마치 명절날 어른들 모셔 놓고 대청 마루에선 정중하게 절을 드리고 뒷방에 모여선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동기들끼리 히히덕 거리던 우리네 잔치 분위기를 고스란히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100회 특집 들국화의 전설을 노래하는 시간, 첫 출연자는 5년 만에 텔레비젼에 나온 하동균이었다. 그런가 하면, 그 전주에는 더 포지션의 임재욱도 오랜만에 화면에 얼굴을 비췄다. 뿐만 아니라 숨겨진 재야의 고수로 요즘 화제가 되었던 r&b의 귀재 문명진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도 바로 <불후의 명곡>이다. 처음엔 <나가수>와 차별성을 가지려고 기존 가수와 아이돌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을 이슈로 내밀었던 <불후의 명곡>이 회를 거듭하면서, 진짜 노래 잘하는 좋은 가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저 춤 잘추는 아이였던 박재범이 이젠 등장하기만 해도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 매력덩어리로 재탄생한 것도, 알리라는 이름이 가창력의 보증수표가 된 것도 바로 이 <불후의 명곡>이란 무대에서 이다. 실력만 있다면 대중들의 환호와 사랑을 받을 가능성을 언제든 열어 놓은 것이다.

또한 기존 가수와 아이돌만이 아니라, 정성화 등 처럼 당대 최고의 뮤지컬 가수들의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1승 2승이 중요한 것이 아닌, 언제든 나와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낸 <불후의 명곡>만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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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5.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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