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드라마 콘텐츠 지수(cj와 닐슨 코리아 공동 조사에서 케이블 드라마로 당당히 2위를 차지한 <미생>이 화제 속에 종영했다. 19,20회에 가면서 원작과의 괴리, 필요 이상의 캐릭터 구현으로 아쉬운 점을 남기긴 했지만, 고달픈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에서 길어낸 위로를 보낸 모처럼 따스한 드라마 한 편이었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미생>을 2014년 후반기 대표작으로 만든 곳엔, 김원석이란 pd가 있다. 작품 앞에, 누구의 작품인가가 들어가는 스타 pd의 시대이다. 특히, tvn의 적극적 후원 아래, 이적한 신원호, 나영석 등이, 각각, '응답하라' 시리즈와,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장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생>을 통해, 김원석이란 이름 또한 그 대열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이미, 2010년, <성균관 스캔들>이란 청춘 신드롬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김원석이기 때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잘금(지나가기만 해도 여자들이 맥을 못출 정도로 잘 생긴 꽃미남)4인방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원석은 예상과 달리 이 작품 이후  kbs를 퇴사하고 cj계열로 들어간다. 하지만, 김원석의 길이 바로 탄탄대로로 열린 것은 아니다. 아직 tvn이 채 정비되지 않고, m.net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cj미디어에서, <성균관 스캔들>과 같은 작품을 기대했던 그가 만든 후속작이래봐야, 슈스케 참가자들을 데리고 만든, 슈스케 뮤직 드라마 정도였다. 비록 이제는 스타가 된 김예림, 버스커 버스커, 그리고 고인이 된 울라라 세션의 임윤택 등이 함께 했던 드라마는 <슈퍼스타 시즌3>의 막간극으로 잠시 등장했지만, 여전히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김윤석 감독의 정서가 잘 반영된 뮤직 드라마였다. 

슈퍼스타k 특집극이나 만들던 김원석 감독이, 드디어 2013년 5월 그의 작품을 들고 등장했다. 바로 tvn과 m.net을 통해 동시에 방영되었던 <몬스타>가 그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김원석 감독은, <미생>에서도 함께 할 정윤정 작가를 만나게 된다. 정윤정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만족감이 컸'으며, 케이블로서는 시청률도 잘 나왔다' 자부심과 달리, 제2의 박유천이 될 것인가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남자 주인공 역의 비스트의 용준형은 결국 부족한 연기력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음악을 통해 청춘을 논하고자 했던 드라마는 어설픈 시도로 평가 받게 되었다. 

<성균관 스캔들>, <몬스타> 그리고 <미생>까지, 비록 뒤의 두 작품과 <성균관 스캔들>은 작가는 달랐지만, 거기에 구현되 '청춘'의 정신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김원석 월드의 주제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한. <미생>이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마무리 된 이 시점, 세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는 김원석이 구현하고자 하는 '청춘'의 실체를 찾아보자. 

우선, <성균관 스캔들>, <몬스타>, 그리고 <미생>까지, 주인공들은 당대의 녹슬지 않은 파릇파릇한 청춘들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은 이제 막 새로이 학기가 시작된 성균관의 신례과 선진들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건, 이선준의 아버지 '노론'으로 대표되는 기성권력이요, 그들에 합류한 성균관 장이와 그 수하들의 대리 권력들이다. 노론이지만, 노론으로서의 특권보다는 그가 책을 통해 채득한 원칙을 깐깐히 지키고자 하는 이선준과, 정권에서 소외당한 남인, 서인, 그리고 반쪽 자리 양반인 김윤희, 문재신, 구용하의 우정과 반항이, 정조의 개혁 정책과 맞물려 역사 속 이야기 이상의 불의한 시대에 맞선 청춘상을 구현해 낸다. 

<성균관 스캔들>이 노론의 시대에 맞선 청춘들이라면, <몬스타>에서 청춘을 가로막는 것은, 기성 교육 제도이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재단하는 교육 체계, 공부만을 강요하는 학교, 집안과 성적에 따라 베풀어 지는 특혜, 이런 기성 교육 제도에 대해, 아이돌 출신의 윤설찬(용준형 분), 뉴질랜드에서 양치다 온 4차원 소녀 민세이(하연수 분) 등이 자신들만의 무기인, '음악'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렇게, 역사 속, 그리고 교육 제도 속 기득권은, 이제 <미생>으로 오면, 대기업으로 대변되는, 우리 시대의 조직화된 경쟁 사회가 기득권 세력으로 등장한다. 자격증과 학력이 조선시대의 '노론'처럼 보증서가 되는 세계에서, 그 무엇도 가지지 못했던 남장 여자 남인 출신의 김윤희처럼, 대학조차도 나오지 못하고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장그래가 대기업 원인터내셔널에 던져진다. 그리고, 역시나 잘금 4인방처럼, 그의 곁엔, 때론 그의 적이 되고, 동지가 되고, 결국엔 우정이 될, 안영이(강소라 분), 장백기(강하늘 분), 한석률(변요한 분)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지닌 듯하지만, 때론 문재신같이, 때론 이선준같이, 그리고 때론 구용하처럼, 각자 자신의 사연을 가지고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장그래와 우정을 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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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김원석 월드를 통해 구현된, 정조 시대, 기성 교육 제도, 그리고 이제 대기업 중심의 조직 사회에 던져진 청춘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것이 역사 속 사실이든, 현실에서 길어진 사연이든, 당대 청춘들의 고민과 열정을 대변함으로써 그것을 시청하는 '청춘'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다. 특히나, <미생>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 같다'는 소감을 잊지 않는다. <몬스타>의 경우, 시대적 공감을 얻기에 시기를 놓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유지하고 있는 문제 의식에서는 큰 궤리가 없다. 심지어, <성균관 스캔들>의 경우, 그것이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케이블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고, 드라마 속 대사가, 곧, 내 청춘의 고민의 그것으로 대변될 만큼, 타협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될 드라마가 되었다. 

그렇게 청춘들의 이야기를 대변한 드라마였기에, 이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곧 청춘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이, 드라마상 주인공들로는 전무후무하게, 이제는 모두 당대의 대표적인 스타로 성장하게 되었듯이, 상대적으로 화제에 못미친 <몬스타>조차도 하연수라는 신성을 배출하고, <미생>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장그래 역의 임시완을 비롯하여, 주인공 4인방 모두가 주목받는 미래의 재목이 되었다. 

하지만 김원석이 만든 드라마에는 '청춘'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그의 드라마에는, 그 당시 청춘들이 공감할 '멘토'상이 등장한다. 어쩌면, 진짜 김원석 표 드라마의 매력은, 열망하는 청춘이라기 보다는, 그런 청춘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하는 그 시대에 어울리는 '멘토'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그런 역할을 정약용 역의 안내상과, 정조 역의 조성하가 해내었다. 안내상이 갈등하면서도 김윤희를 보담고,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는 스승의 역할을 해내었다면, 정조는 불의한 시대에 타협하지 않는 정치적 스승으로 본보기가 되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멘토'였던 안내상은 이어 <몬스타>에서도 한때 인기 작곡가였지만 이제는 실의에 빠진 과거의 스타로 등장,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표현하고했던 '몬스타'들의 '멘토'로 등장한다. 그리고 <미생>에서는 심지어 주된 '러브라인'이라 칭해지는 오차장 이성민이 장그래 뿐만 아니라, 자기 보신에 급급한 이 시대에, '사람'을 책임지는 제대로 된 어른의 대명사가 된다. 
이런 멋진 멘토들의 존재 덕분에, 사람들은, 청춘들의 고민에 동조하면서, 멘토들이 제시하는 길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어 더욱 드라마에 매료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김원석 드라마에는 멋진 주인공들과, 그들을 꿈으로 인도하는 멘토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주변에서 드라마를 풍성하게 이끌어 주는, 화려한 조연진의 군단이 존재한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잘금 4인방에 대적할 장이 하인수(전태수 분)와 그 수하들은 물론, 노론의 거두 이정무(김갑수 분)를 비롯한 쟁쟁한 권신들의 배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또한 젊음이 넘치는 대학가를 연상케 하는 성균관의 다양한 캐릭터 들 또한 이 드라마의 빠질 수 없는 묘미였다. 
<몬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윤설찬, 하연수만이 아니라, 정선우(강하늘 분), 심은하(김은영 분), 차도남(박규선 분), 박규동(강의식 분) 등의 몬스타 멤버들이 보인 열연이 더 화려했다. 심지어 <몬스타>를 통해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박규동 역의 강의식의 애절한 노래요, 차도남의 랩이었다. 
<미생>에 이르면 말하기가 입이 아플 정도이다. 영업 3팀은 물론, 실제 보다도 더 실제같은 대리 군단이라고 칭해질 원인터내셔널 각 부서의 대리들이, 젊은 신입 사원들과 치고 받으며, 드라마의 재미를 만들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리군단 뿐인가, 과장, 부장, 간부사원까지, 너무도 실감나는 인물 하나하나가 만들어가는 '미생'의 이야기에, 드라마가 대변하는 현실의 이야기는 깊어져 갔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군상들의 합주로 오캐스트레이션되는 김원석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묘하게도 '브로맨스'이다. 
물론, 그의 드라마에 '멜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중심 줄거리 중 하나는 이선준과 남장 여자 김윤희의 사랑이요, <몬스타> 역시 하연수를 둘러싼 윤설찬과 정선우의 삼각 관계가 주된 이야기였다. <미생>도 주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원작에 비해 여성적 캐릭터로 등장한 안영이와 장백기, 그리고 장그래와 유치원 선생님의 풋풋한 로맨스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성균관 스캔들>부터, 이미 다른 드라마들이 그런 시도를 하기 전에 김원석 감독은, 이른바 '남남 캐미'에 주목한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심지어 이선준과 김윤희의 로맨스의 미혹된 지점은, 김윤희가 남자인 줄 알면서도 거기에 끌리는 이선준의 갈등에 있다. 또한,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을 정도였던, 구용하와 문재신의 캐미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다. 
<몬스타> 역시, 이런 브로맨스를 빼놓지 않았다. 윤설찬과 정선우, 그리고 차도남과 박규동의, 친구인듯, 친구 이상인듯 사연있는 우정은, 실제 여주인공 하연수와의 멜로 라인보다 더 애절하게 드라마를 이끌었다. 
<미생>은 심지어, 19회에 이르면 최전무가 장그래의 정규직을 놓고 오차장과 딜을 할 만큼, 장그래는 극중 여주인공이 해야 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오차장은, 그저 후배 부하 직원을 아끼는 수준을 넘어서 장그래의 정규직에 자신의 직장 생활을 걸고 딜을 할 만큼, <미생>의 오차장과 장그래는, 명목상은 멘토와 멘티지만, 실제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은,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하는 역할을 맡게 한다. 어디 오차장 뿐인가. 원작과 달리, 한석률 역시 일관되게 장그래에 엉겨붙는 일편단심 캐릭터로 설정한다. 장백기와 강대리의 미묘한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Mnet·tvN ‘몬스타’ 포스터

'브로맨스'가 등장하기 전에 '브로맨스'에 주목하고, '멘토' 열풍이 불기도 전에 '멘토'에 주목하였으며, 다른 드라마들이 환타지적 사랑 놀음에 매달릴 때 '현실'의 이야기를 불어오며, 김원석 표 드라마들은, 당대의 대표작들이 되었다. 
그러나, 늘 그의 드라마들에 장점만이 있는 건 아니다. 원작이 없었던 <몬스타>가 시대를 늦게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듯이, 원작이 없는 김원석표 드라마는 상상하기 힘들다. <성균관 스캔들> 역시 정조 사후의 살벌한 노론 치하의 세도 정치로 들어선 것과 달리, 드라마는 알콩달콩한 이선준과 김윤희의 결혼 생활과 환타지 같은 구용하와 문재신의 후기로 역사에 천착했던 애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였다. <미생>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에서, 원작을 비껴간 순간, 언제나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 '현실'의 정신에서 미끄러져 갔다. 심지어, 오차장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사건에서의 장그래의 역할의 민폐적 설정,  그리고 20회 장황한 요르담 로케를 하면서까지 강조한 오차장과 장그래의 '완생'담은, 위로는 커녕, 지금까지 무엇을 보았나 싶은 헛헛한 회의까지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과연, 지금까지 김원석이 구현한, <성균관 스캔들>과 <미생>의 젊은 군상들의 이야기가, 원작빨인지, 드라마빨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것이 김원석 월드의 남겨진 과제이리라. 

사족; 언제나 좋은 드라마에, 좋은 음악이 빠질 수 없듯이, 김원석 표 드라마에 좋은 음악들 역시 놓칠 수 없는 약방의 감초다. <성균관 스캔들> 당시 방송을 통해서는 만날 수 없었던 이선준 역의 박유천이 있는 그룹 jyj의 절창이 빼어났던 '찾았다'를 비롯하여, 아직도 각종 프로그램의 시그널로 등장하는 ost들이 두고두고 회자된다. <몬스타> 역시 허술한 스토리와 달리, 그 스토리를 메꾸어 주던, 마치 '응답하라'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 시절의 음악들이, <몬스타>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생>에 이승열의 '날아'와, 장미여관의 '로망', 볼빨간 사춘기의 '가리워진 길'이 없었다면, 그 정서가 제대로 살아났을 리 없었을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2. 21. 17:15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 몰라요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젠 그대를 몰라요~'
<몬스타> 마지막 회, '니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들려달라던 나나(다희 분)에게 선우(강하늘 분)가 들려준 노래이다. 세이를 아직 정리하지 못하는 선우의 마음을 담은 노래이자, 선우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나나에 대한 선우의 마음을 담은 노래로, 그냥 그 노래를 선우가 부른 순간, 나나가 울음을 터트리며 가버렸듯 모든 것을 노래 가사로 다 설명해 줄 수 있는 노래였다. 


그런데 노래가 나오는 동시에 함께 자연스레 함께 읊조리는 엄마와 달리, 현직 고등학생인 아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저 노래가 뭐지? 하면서.
그도 그럴 것이, 이영훈 작사, 작곡, 이문세 노래의 <사랑이 지나가면>이 첫 발매된 것이 1987년이다. 무려 26년 전 노래를 2013년의 고등학생이 사랑의 슬픔을 대변하는 곡으로 부르고 있다. 엄밀하게 이건 넌센스다. 하지만, <몬스타>를 시청했던 그 누구도 그 장면에서 선우가 부른 그 노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비단 <몬스타>에 그치지 않는다. 굳이 시작을 따지자면 영화 <건축학 개론>을 들어야 하나, 아니면 좀 더 본격적인 계기라면 <응답하라 1997>을 들어야 하나, 하지만, <건축학 개론>이나, <응답하라 1997>의 OST들은 90년대라는 특정 시점을 상징적으로 담보해 내기 위한 의도적인 도구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청춘 드라마의 OST 들은 굳이 특정한 시대적 배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세기의, 혹은 20세기적인 곡들인 경우가 많다. 

'처음엔 미처 몰랐어. 눈부신 사랑에 빠질 줄은
멀리서 전학온 이상한 아이가 너란걸 누군가 얘기했을 뿐
그러던 어느날인가 조금씩 내눈에 띠더라구'
이것은 2013년에 발매된 불독 맨션의 스타걸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2013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불독 맨션이 처음 활동하던 당시에 발표했던 노래다. 드라마 스페셜 <사춘기 메들리>에 등장한 이 노래는, <사춘기 메들리>의 내용을 그대로 축약해 놓은 듯해 화제가 되었다. 또 제이레빗의 목소리에 실린 또 다른 OST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고 김광석이 1996년에 발표한 곡이었고, 극중 고등학생인 정우(곽정연 분)이 전국 노래자랑에 나가 부른 곡은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였다. 그뿐이 아니다. 제목은 <사춘기 메들리>였지만, 드라마는 <20세기 메들리>인 것처럼, 불독 맨션을 비롯해, 젝스키스까지, 그리고 커피소년처럼, 20세기의 정서와, 그들이 정서의 계보를 잇는 아티스트들의 노래로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 내었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빈 풍경이 불어온다
.......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몬스타>란 드라마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을까? 그것은 아마도 
1회 '라디오'란 별명으로 왕따를 당하는 박규동(강의식 분)이 눈물젖은 목소리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아니었을까? 이 노래 역시 1990년 이소라의 6집 <눈썹달>에 실린 곡이다. 뿐만이 아니다. <몬스타>는 유재하의 <지난 날>로 시작하여, 신승훈의 <날 울리지마>,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루시드 폴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이승철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그리고 들국화의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까지, 20세기 뮤지션의 향연이었다. 물론 그들만은 아니다. 커피 소년, 제이레빗,  M.O.T 등 역시나 20세기적 정서를 유지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이 풍성하게 담겼고, 이런 음악들은, 스토리만큼이나 극으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음악이 ost화 되어 가고 있다는 자탄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블로그의 배경음악으로, 핸드폰의 벨소리로 음악을 소비하기 시작했고, 드라마의 ost가 되어야 귀를 기울여 듣고 찾아듣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ost 공해라고 할 만큼 드라마에서 음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고 깔리는 곡의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응답하라 1997>을 기점으로, 이제 음악은 드라마의 배경을 장식하는 수준을 벗어나, 당당하게 극의 주인공으로 한 자리를 꿰어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최근 제작된 <몬스타>나, <사춘기 메들리>의 경우는 음악이 없이는 드라마 자체가 완성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거기에 사용된 음악들이, 2013년의 청춘들이 즐겨듣는 곡들이 아니라, 때로는 그들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곡들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편의적으로는, 그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청춘을 상징하던 시점이 바로 그 20세기 였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거기다 <응답하라 1997>의 성공 사례처럼, 2013년의 청춘도 잡고, 20세기의 어른의 관심도 끌어보자는 양수겹장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껏 위축되었던 80년대를 지나, 이른바 x세대로 상징되는 자유로운 청춘의 문화가 만개된 90년대야 말로 평론가들이 르네상스라 지칭하듯, 다양한 장르의 풍성한 음악들이 창조되었고, 지금 우리가 드라마에서 조우하듯 예전 노래라는 시대적 한계에 가둬두기에는 매우 아름다운 명곡들이 많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름이 뭐예요? 전화 번호 뭐예요?'
'다같이 원/ 빠빠빠빠빠빠'
위의 두곡은 2013년 8월까지 가장 이슈가 된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와 크레용 팝의 <빠빠빠>의 가사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후크송'이라며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단순한 가사의 곡들이 화제가 되더니, 올해 들어서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사랄 것도 없는 단순한 어구들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노래들이 유행 중이다. 그런데 제 아무리 이런 노래가 화제가 되기로 서니, 설레이는 첫사랑의 섬세한 감정에 '이름이 뭐예요?'라고 어겨다 붙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어쩌면 최근 청춘 드라마의 노래들이 그 예전 노래를 자꾸 가져다 쓰는 것은 가장 직접적으로는 요즘 노래 중에 풋풋한 청춘의 정서를 대변할 노래가 없어서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당연히 기승전결의 개연성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시적으로 맛깔나게 풀어준 노래들을 찾게 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거슬러 올라가 20세기까지 에돌아 가게 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3. 8. 4. 10:36

화면 위쪽에 <최종회>라는 자막이 선명하게 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타>12회를 보는 내내 과연 이 드라마가 마지막 회 맞어? 라는 의문을 숨길 수 없었다. 심지어, 11시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내가 제작진도 아닌데 초조해지기 까지 한다. 도대체 남은 시간은 20분도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지? 

결국 마지막회 <몬스타>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11시 반을 넘어 엔딩 크레딧을 올려야만 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호, 혹시, <몬스타 시즌2>를 만들려고 하나? 라는 의구심까지 든다. 뭔가 12회에 마무리를 짓기 위해, 허겁지겁 꾸겨넣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이다. 

물론 마무리는 지어졌다. 하지만 찬찬히 되돌아 보면, 이걸 마무리라고 해야 하나? 그저 '봉합'이라고 해야 하나?  휴지없이 화장실 다녀온 듯 어딘가 찝찝하다. 


음악 드라마니, 성장 스토리니 해도, 결국 <몬스타>를 이끌어 갔던 기본 줄기는 설찬(용준형 분)과 세이(하연수 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이다.  거기에 얹힌 그들의 가족사까지. 

그런데 두 사람은 이미 일찌기 키스까지 해버렸다. 마지막 회, 몰래 한지웅(안내상 분)에게 기타를 배운 설찬이 세이에게 노래를 들려 주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성숙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설찬과 세이의 관계는, 사귀기 전에는 자신의 맘을 몰라서, 사귀고 난 다음에는 혹시나 세이가 자신보다 선우와 더 가깝게 지낼까 찌질하게 앙탈을 부리는 설찬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찬은 가끔 멋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돌답게 음악을 창작하는 능력이 뛰어나, 칼라바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거나, 키스씬처럼 임팩트있게 여주인공에게 들이댈 때는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런 설찬의 모습은 아주 가끔 등장할 뿐이고, 늘 주인공 설찬은 마치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칭칭거리는 아이처럼, 보챈다. 그런 모습을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는 남자 아이의 사랑의 방식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 가는 매력은 반감된다. 12회가 마무리 되어도 설찬은 여전히 처음의 설찬 그대로인 느낌이다. 자신의 그룹 일을 포기하면서 칼라바의 일원으로 무대에 서도. 그의 선택이 그리 빛나지 않아보인다. 



그러기에, <몬스타>는 마지막 회에 이르기까지, 이미 11회 세이가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혀  확연해진 삼각 관계임에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어색한 명목 하에, 서브남인 선우의 캐릭터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늘 설찬이라는 캐릭터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태클에 대해 도발하는 캐릭터이기에, 그를 도발시켜 주는 누군가가 끝까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에 <몬스타>의 캐릭터 설정을 보았을 때, 소녀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우상처럼 좋아하는 아이돌 설찬이 학교로 돌아와, 학교 안의 평범한 소녀를 사랑한다는 스토리는, 설찬의 아이돌이란 존재와의 충돌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12회에 이르러, 가장 본질적인 그 갈등은, 소녀 떼들 사이에서 세이의 손을 잡으려는 설찬의 노력 정도로, 그리고  그 마저도 해프닝으로 만든 채 어물어물 넘어가 버린다. 아이돌의 사랑 만들기가 아니라, 아이돌이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극복하는 설찬의 성장통은 설찬의 찌질한 캐릭터에 빛을 잃었다. 


뿐만 아니다. 이 드라마의 대표적인 두 남자 캐릭터 설찬과 선우는 어린 시절 한 때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으며, 어린 시절의 오해로 인해, 이제는 철천지 원수처럼 으르렁대는(물론 그 마저도 설찬의 일방적인 감정인 경우가 많지만) 사이이다. 아마도 <몬스타>가 풀어내야 할 과제 중 순번을 매긴다면 결코 다섯 손가락의 바깥으로 넘어가지 않을 갈등이었다. 그런데 12회로 마무리된 <몬스타>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의 오해로 미워하는 사이였지만, 칼라바로 뭉쳐서 음악을 할 정도인 사이? 여전히 세이를 사이에 두고 견원지간 같은 사이?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남자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어물어물 넘어가 버렸다. 늘 너는 하지 말아야 될 오지랖을 부린다며 막말을 하던 설찬과 그런 설찬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선우의 관계는, 설찬이 선우가 좋아하는 세이를 좋아하는 걸로 퉁친 게 되는 건가? 

차도남과 박규동의 오랜 해원을 멋들어 지게 풀어낸 것에 비해, 정작 두 주인공의 오해와 갈등은 해결이 되었다는 건지, 그저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는 식인건지, 12회가 끝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의 발목을 잡던 가족사도 마찬가지다. 

세이가 쥐방구리 드나들듯 하던 집의 주인 한지웅이 사실은 부모님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이자, 엄마를 첫사랑으로 못잊어 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몬스타>의 12회를 끌고오던 주요 갈등 요인 중 하나였다. 거기에 보태 세이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사람을 좋아해 아빠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오해를 하는 것이고. 

설찬의 경우는, 입양과 파양을 거듭하면서 엄마를 늘 어머니라 깍득하게 부르고, 폐를 끼지고 싶지 않다고 말할 만큼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처지이다. 

즉 두 사람 모두, 어른들의 일, 잘못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캐릭터인 것이다. 


그런데, 그 상처에 대한 해결을 <몬스타>는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가장 조마조마하게 시청자들을 만들던 엄마와 한지웅이 잘 알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엄마가 그 모든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으로 넘어가 버린다. 시청자들은 저게 터지면 어떻게 될까 이러고 있는데, 됐어, 세이는 더 이상 상처받으면 안돼 라며 꿀떡 삼켜버린다. 12회 설찬의 방송 출연이 어려워지자, 칼라바의 사연 팔이를 통해 이슈를 만들려던 피디가 올포원의 리더 말 한 마디에 아이템을 꿀꺽 삼켜버린 것보다 더 우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아빠의 죽음은 알고 봤더니, 어린 세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서라는 예상 밖의 스포를 12회 마지막이 되어서야 터트려 버린다. 이런 것도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시청자들은 극의 흐름을 이쪽에서 예상하고 지켜보며, 과연 저걸 어떻게 주인공들이 지헤롭게 극복해 내어 성장을 하게 될까 이러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책임을 지우며, 그리고 그 조차도 극복을 한 것인지, 그냥 울고 만 것인지도 분명치 않게 마무리지어 버렸다. 엄마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엄마를 보지 않겠다고, 호주에서 혼자 한국으로 날아온 세이가, 정작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 과연 울면서 노래 한 번 부른다고 해결 될 수 있을까? <몬스타>를 지켜본 시청자라면 그런 의구심은 당연히 드는 것이다. 

설찬과 엄마의 관계도 그렇다. 설찬이 그렇게 엄마에게 냉랭하게 대했던 이유가, 엄마의 파양 때문이었다는 걸, 마지막 회에 가서야 밝히고 그저 엄마의 사과 한 마디로 넘어가 버린 이 모자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러니, 혹시 시즌2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몬스나>는 정작 가장 명확하게 해결하고, 혹은 해명하고 넘어가야 할 갈등들은 두루뭉수리하게 혹은 마지막 회에 가서야 어거지로 마무리를 지은 반면에 차도남과 박규동, 심은하, 김나나 등 조연들의 이야기는 현실감과 개연성, 그 어느 것에서도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잘 그려내었다. 그리고 이것이 12회라는 회차의 한계라기엔 그간 2회를 끌고오면서 그저 별 극적인 사건 없이 주인공들을 투닥거리다 끝낸 회차가 꽤 됐었다. 12회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12회라는 회차의 분량 조절이라는 평가가 더 적절할 듯하다. 또한 청소년의 성장통에 대한 고민이 주인공 커플과 선우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성장이란 그저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고 넘어간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왕의 교실> 아이들이 선생님과의 전쟁과도 같은 성장통을 겪으며 선생님과의 이별 조차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 지듯이, 속되지만,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몬스타>의 성장통은 무엇이었나 12회가 끝난 지금도 묘연하다. 



by meditator 2013. 8. 3. 10:16

늘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다고 홍보를 하는 <몬스타>의 시청률은 좀 낯부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cj 계열사 중 가장 대중적 접근도가 높은 m.net과 tvn이 동시 방영을 하는데다, 거의 채널을 틀 때마다 재방송에, m.net의 여러가지 음악 방송에서 꼭 등장하는 음악이 <몬스타>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자랑하고픈 신드롬급쯤이 되고프면, 지난 해 단 하나의 채널에서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97>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하여튼, 만들어지는 신드롬이라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특히 고등학생이라면<몬스타> 한번 정도는 보아 주어야 화제에 낄 정도는 되고 있다면 나름 성공한 것이리라.

 

(칼라바의 공연)

 

 

10회, 체육 시간 커플 축구를 하는데, 첫 키스를 하고 이제 막 연인 모드에 들어간 세이(하연수 분)와 설찬(용준형 분)의 파트너가 다르다. 공교롭게도 세이의 파트너는 역시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 선우(강하늘 분)요, 설찬의 파트너는 선우를 좋아하는 나나(다희 분)이다. 누군가는 버겁게, 누군가는 신이 나서 달리던 축구 경기 도중, 늘 세이를 못마땅해 하던 재록(윤산호 분)이 모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세이에게 공을 날린다.

 

감독의 전작 <성균관 스캔들>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등장하게 될 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공이 날라오는 걸 발견한 선우가 몸을 날렸지만, 그보다 먼저 몸을 날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윤설찬, 당연히 마루에 몸과 머리를 쳐박은 윤설찬은 정신을 잃는다.

<성균관 스캔들>의 애청자였던 엄마는 거품을 물고, 저건 '자기 복제'야, 말도 안돼! 라고 흥분을 하는데, 옆에서 함께 열시청하던 아들이 지그시 한 마디 던진다. 엄마, 그건, 자기 복제가 아니라, 순정 만화의 클리셰야, 라고.

그렇다. 순정만화를 많이 보지 못한 엄마도,(어라, 그러는 이 녀석은 어디서 순정만화를 그렇게 많이 봤다고 ?)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하여튼, <몬스타>의 기본 줄거리는, 순정 만화에서 많이 보던 그 이야기이다. 외계에서 온듯이, 호주에서 양을 키우다 전학 온 엉뚱한 아이 세이, 그녀를 오래 전부터 짝사랑 해온 모범생 선우,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그녀 앞에서 툭 던져진 스타 윤설찬, 그리고 언제나 모든 순정 만화가 그러하듯, 두 남자 아이들은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고군분투하고, 사랑을 얻는 것은 정석같은 남자가 아니라, 찌질하지만 언뜻언뜻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석.

 

 

그런데, <몬스타>를 보는 재미는 이런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에 기사로 썼듯이, <몬스타>의 또 다른 구성 요소, 음악이 주는 재미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쏠쏠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음악의 변주가 이루어질까?가 스토리의 진전보다 더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 또 <몬스타>를 들여다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아니 이제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옥상에 선 규동)

 

 

설찬, 선우, 세이가 어쩌다 보니 엮여서 함께 음악 협연을 하게 된 그룹 이름이 '칼라바'였다. 이름처럼 거기에 속한 아이들의 면면이 아롱이 다롱이이다.

지난 회차, 어린 시절 함께 나갔던 슈퍼스타k 오디션에서 친구 도남(박규선 분)을 배신하고, 그로 인한 사고로 도남이가 평생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죄책감에 시달리는 규동(강의식 분)의 사연이 등장했었다. 또 그 이전 회차에는 조폭의 애인이라 소문이 났던, 친구들조차 강제로 룸싸롱에서 일한다고 오해를 했지만 사실은 조폭 두목과 룸싸롱 마담의 딸인 나나의 속사정도 드러났었다. 그리고 10회, 드디어 '칼라바'의 마지막 멤버, 심은하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설찬에게 하늘의 별이 되라고 당부했던, 하지만 설찬의 팬픽을 쓸만큼 그에게 빠져있어, 그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도 일찌기 감지했던, 심은하가 설찬과 세이의 사랑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님도 알고, 저도 알고 있었던 그 이유 때문이예요.'

규동이 며칠간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은 그 이유를 알아오라고 반장 선우에게 다그친다. 그러자, 이제는 그저 범생이에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선우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존재를 알지만 모른다.

'규동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항상 생각해, 나랑 규동이 둘 중 누가 더 보이지 않을까'라고 심은하는 말한다. 이름은 가장 이쁜 심은하지만, 누구보다 신이 나서 준비했던 칼라바의 공연에서 은하를 알아봐 주는 아이들은 없다. 심지어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하고 다닌다고 은하를 때렸다.

팬이 변하면 안티가 된다고, 그간 세이와 설찬의 만남을 팬픽으로 썼던 은하는 그걸 누군가가 볼 수 있도록 벤치에 던져 버리는 복수(?)를 감행하려고 한다. 설찬에게 냉랭해지고, 세이에게 화를 내는 은하의 행동은 얼토당토 않지만,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그래서 자기 만의 환타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행복했던 은하에겐 그 세계가 깨져나가는 아픔인 것이다.

 

(은하)

 

 

<몬스타>는 정석처럼,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아이들의 아픔을, 누군가 보아줌으로써 치유해준다. 옥상 위에 섰던 규동을 구해주는 나나, 그런 규동을 눈빛으로 응원하는 세이, 그리고 비록 나나가 원하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나나를 알아봐 주기 시작한 선우, 미워하고 싶은데 자꾸만 은하에게 다가오는 세이.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좌절하던 아이들은 무언가를 시작한다. 규동이는 어릴 적에 그마 둔 피아노를 배우고, 은하는 글을 잘 쓴다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설찬의 피처링을 하고, 나나는 옷을 만든다.

 

 

'사람들은 꿈이 없다면 루저 취급을 하지.'

디자이너가 될 꺼냐는 선우의 질문에 나나는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꼭 꿈이 있어야 하는 거냐고. 하다가 잘 하면 그걸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일찌기 무언가를 결정하고 매진해야만 대접받는 요즘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냉혹한 정의이자, <몬스타>가 제대로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순정만화 환타지를 걷어내고 들여다본 <몬스타>의 또 다른 이야기는 꿈이 없는 요즘 아이들의 리얼리티이자, 환타지이다. 그리고 그 환타지는 묘한 울림이 있다. 팬의 자리에서 내려와, 설찬이와, 세이와 친구가 되는, 설찬의 노래에 피처링을 하며, 지금의 나라도 괜찮다는 가사에 눈물을 흘리는 은하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좋다. 이것이 <몬스타>의 숨겨진 매력이다.

by meditator 2013. 7. 20. 09:59

김석윤 피디는 7월15일부터 jtbc에서 <시트콩 로얄 빌라>를 시작하였다. 시트콩? 말 그대로 시트콤과 콩트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래콘서트>의 달인팀 김병만, 노우진, 류담을 비롯한 개그맨 이병진과 신봉선을 비롯해, 안내상, 우현 등의 연기자 등이 출연해 로얄 빌라의 각 집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미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시트콤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미 2011년 jtbc에서 <청담동 살아요>란 시트콤으로 jtbc를 궤도에 올리는데 공헌한 바 있던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나온 것은 보다 실험적인 장르, 시트콩이다.

김석윤 피디만이 아니다. 이미 <1박2일>을 통해 그 이름을 보장받은 나영석 pd 역시 안주하지 않고, 할아버지들의 여행 리얼리티라는 <꽃보다 할배>를 들고 나왔고, <성균관 스캔들>이후 와신상담의 길을 걷던 김원석 피디가 들고 나온 것 역시 이른바 뮤직 드라마 <몬스타>이다.

 

 

대세를 거스르다; 나영석

흔히들 예능의 유재석, 강호동의 2강 체제니, 거기에 덧붙여 신동엽, 김구라의 4강 체제니 하는 말들을 한다. 강호동의 복귀 후 낮은 시청률로 인해 프로그램 이름조차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강호동만이 고고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강'이라 이름 붙여진, 스타 mc의 존재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영석 피디는 그 강호동과 함께 오랜 시간 <1박2일>을 이끌며 이 프로그램을 이른바 '국민 예능'으로 올려놓은 장본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kbs를 퇴사하고 tvn에 들어가 내놓은 첫 작품이 <꽃보다 할배>이다.

<꽃보다 할배>는 여러보로 파격적이다. 이른바 예능에서 강호동, 유재석을 차치했다 하더라도, 예능이라고 하면 아이돌 몇 명 쯤은 끼워넣어야 하는게 요즘 예능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아이돌이 아이더라도 그저 젊은 사람들이 땀 흘리고 부대끼는 와중에 빚어지는 다양한 상황이 곧 예능이 진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예능의 '정석'을 나영석 피디는 보기 좋게 깬다. 할배들이 그 주인공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할배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단다. 그것도 배낭 여행. 그런데, 이미 예고편에서 할배들은 나피디가 하자고 하는 번지 점프 같은 건 가볍게 묵살해 버린다. 물병에 술을 담아 파리 한 가운데 까페에서 여유롭게 건배를 즐긴다. 삼겹살에 된장 찌개를 먹자며 앙탈을 부리는가 하며, 아픈 무릎 때문에 번번히 걷는 게 곤욕이 된다. 나이먹음으로 인한 딜레마와 나이에서 오는 자유로움 혹은 뻔뻔함이 고스란히 <꽃보다 할배>의 색깔이 된다.

시작 전부터 과연 할아버지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프로그램이 될까란 의미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가, 이젠 마치 네 할배들을 정말 '꽃' 처럼 각자 취향에 맞춰' 호불호를 가리며 좋아하는 붐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의 성공으로 '나영석'이란 이름은 ' 대세가 나와서 성공한 예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성공한 예능이 된다'는 새로운 신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본말을 전도시키다; 김원석

m.net, tvn, 올리브 tv등 cj 그룹 계열의 케이블 tv를 통해 금요일 밤 11시 광범위하게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몬스타>는 묘한 드라마이다. 용준형, 하연수, 강하늘 등 이른바 청춘 남녀 배우들이 등장해, 청춘의 고통어린 성장담과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열심히 이 드라마를 '닥본사'하다 보면, 이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이 어쩌면 이 드라마가 내걸고 있는 '뮤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몬스타>의 주인공들은 음악을 매개로 조우하게 되고, 음악으로 인해 오해가 풀리고, 음악으로 인해 성장하게 된다. 심지어 여주인공의 부모 세대의 상처를 상징하고, 풀어내는 것조차 음악이다. 음악을 거둬내고 보면, 순정만화에서 흔히 보던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그것들이 음악을 만나는 순간, 그 어울림은 그저 더하기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왕따 박규동(강의식)의 사연이 절절해지는 건,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불리워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때문이고, 김나나의 외사랑이 공감이 가는 건, 그녀의 어설픈 대사가 아니라, 토해내듯 부른 '사람, 사랑'때문이었다.

<몬스타>의 성공은 그저 또 하나의 청춘 드라마의 성공과는 다르다. 음악과 드라마라는 장르의 조합, 어찌보면, 거기서 더 결정적 요건이 된 음악의 존재감, 바로 새로운 실험의 성공이고, 거기에는 김원식 피디가 있다.

 

 

 

시트콤의 변주; 김석윤

시트콤의 존재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된다.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일정한 공간을 활용하여, 보다 큰 재미를 낳을 수 있는 장르. 하지만 언제나 김병욱의 시트콤이 과연 시트콤인가 아닌가 라는 출생의 비밀(?)을 묻는 질문에 시달리는 것처럼, 시트콤은 코미디 콩트와 드라마 사이에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며 그 존재를 증명해 왔다. 하지만, mbc, sbs에 이은 kbs2의 잇다른 시트콤 폐지처럼, 시트콤의 존재는 이젠 증명 조차도 힘들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김석윤 피디의 전작 <청담동 살아요> 역시 초반에 시작 초기의 종편임에도 불구하고, <청담동 살아요>를 보기 위해 jtbc를 본다고 할 만큼 마니아들을 생성하기도 했지만, 방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늘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피로도로 말미암아 '창대한 '끝으로 마무리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공중파에서도 한 물 갔다고 치부하는 콩트와 시트콤의 결합이다. 로얄 빌라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귀신과 산다', '무덤덤 패밀리', '신세계', '형사 23시', '시티 헌터 리턴즈', '행복한 올드 보이' 등의 코너가 진행된다.

김석윤 피디의 작품은 '허무 개그'와도 같다. 현실에 기반한 상황들, 그리고 거기에 느리게게 혹은 엇나가게 반응하는 각종 군상들의 반응에서 오는 '썩소'가 바로 김석윤 피디만의 맛이다. <시트콩 로얄 빌라>의 각 코너들은, 귀신을 보지만, 그 여자 귀신이 바로 이상형이라든가, 집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내일 이혼하려 가자면서도 느긋하게 과일을 까먹고 영화를 보러가는 부부라던가, 행복하다 하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존재감없는 50대 가장의 모습에서 가장 잘 김석윤 표 인물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시트콩 로얄 빌라>는 김석윤 표다운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만큼, 보다보면 중독성이 강하지만, 언제나 중독이 그렇듯,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그 코드에 맞춰져야 공감을 얻게 되는 마니아적인 한계 또한 가지고 있다. 이병진, 우현, 안내상 등, 김석윤의 정서를 제대로 잘 표현해낼 개그맨들과 연기자들의 조합으로 기대와 함께, 어쩌면 한 템포 그 느린 호흡이나 페이소스를 대중적 정서로 공감받을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방영되는 곳이 아직은 시청률 사각지대로 인 jtbc라는 역설이다.

 

 

나영석, 김석윤, 김원석 피디들의 새로운 그리고 신선한 출발은, 안주하지 않는 아이디어 뱅크들의 힘찬 도약이기에 반갑다. 그리고 한편에선, 이들의 새로운 실험의 장소가 케이블이나 종편이라는 점에서, 섣부르게 '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제국' 공중파의 '지는 해'를 점쳐보게도 된다.

by meditator 2013. 7. 16. 10:19

브로맨스란?

BROTHER와 ROMANCE가 합해진 말로, 작품에 등장한 남성들 사이의 애정 모드를 말한다. 그렇다고 이게 노골적인 동성애 코드냐 하면 그건 아니다, 마치 '안되요, 되요, 되요'라는 듯이, 겉으로는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도, 미묘한 정서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것이, 요즘 자주 화면을 통해 조우하게 되는 브로맨스의 실체이다.

 

(사진; 뉴스 핌,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 중)

 

알고보니, 니가 진짜 사랑이야!

6월 19일 방영된 드라마 스페셜 2013 단막극 시리즈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는 전형적인 브로맨스 스토리의 구조를 띤다. 불치병에 걸린 친구 경숙(이기광 분)이 등장하고,(여기서 경숙은 남자 고등학생이다) 그의 죽기 전 소원인 첫사랑을 구해주기 위한 친구 치현(이주승 분)의 고군분투가 중심 스토리이다.

치현은 경숙이 한눈에 반한 여고생 국화(전수진 분)에게 경숙을 대신해 사랑의 메신전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는 치현 역시 경숙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6개월 만에 죽을 거라던 친구가 죽지 않고, 그래서 함께 하던 또 다른 친구마저 손을 놓는 상황에서도 지고지순하게 경숙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치현이 국화라는 여자의 등장으로, 친구 경숙을 미워하고 외면하기에 이르는데....... 하지만, 자신의 마음조차 숨기고 죽을 지도 모를 친구의 첫사랑을 이어주고자 했지만, 그 보람도 없이 친구 경숙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자신이 첫사랑과 함께 하고자 했던 모든 것들은 다 너와 함께 했었다고, 니가 나의 첫사랑이라는 쪽팔리는 고백과 함께.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경숙이 마련해 놓은 정장을 입고 첫 소개팅 자리에 나간 치현, 왜 여자 친구가 없냐는 질문에, 배시시 미소를 띠고 대답한다. '첫사랑을 아직 잊지 못해서요'라고.

 

애타게 첫사랑을 구했는데, 정작 알고보니 내 옆에서 한결같이 나를 지켜주던 네가 바로 나의 사랑이었다. 단지 그 네가, 남자였을뿐! 이것이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의 요지인 것이다. 이걸 동성애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아직 이성과의 사랑이 성숙되지 않은 시점의 사랑과 우정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랄까.

사춘기 청소년들의 경우, 분명 2차 성징까지 분명하게 나타난 상황임에도, 정서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혹은 사회적으로 조성되지 않은 이성과의 관계로 인해, 동성에 대해 친숙한 감정 혹은 관계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학교 2013>에서 고남순(이종석)과 박흥수(김우빈)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드라마 내에서, 자신때무에 꿈을 접어버린 흥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 고남순의 박흥수 해바라기는, 브로맨스의 또 다른 전형이다.

또 다른 유형도 있다. <몬스타>의 설찬(용준형 분)과 선우(강하늘 분)의 경우이다. 세이(하연수 분)가 애증이라 오해를 할 정도로 두 사람은 심하게 사사건건 대립한다. 성격도, 환경도, 지금의 위치도 다른 두 사람은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하염없이 세이를 기다리던 선우와 함께 했던, 그리고 나란히 피아노를 연주하던 친구 사이였다. 드라마는 세이에 대한 설찬의 마음을, 세이가 오해한 것으로 에피소드를 엮었지만, 분명, 설찬과 선우의 깊은 해원을 미묘한 감정으로 양념치듯 가져가려고 한 의도가 없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이렇게 성장물에서 이성간의 사랑과 함께 혹은 최근에 들어서는 그 보다도 훨씬 더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것이 '브로맨스'이다.

 

(사진; 미디어스, <학교 2013> 중)

 

<몬스타>에서 팬픽을 열심히 쓰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심은하(김민영 분)가 브로맨스의 존재 이유를 설파한다. 아이돌 팬픽에서 브로맨스 물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오빠'들이 다른 이성과 사귀는 것은 차마 용납할 수 없고, 하지만 뭔가 로맨스는 만들고 싶을 때, 그 대체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브로맨스'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았을 때, 채널권과, 시청률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여성들을 위해 등장하는 브로맨스라는 결론이 무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한때,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후회하지 않아>와 같은 게이 애정물에 여성들이 열렬하게 호응했던 반향으로 보건대 최근 빈번하게 등장하는 '브로맨스'의 설정의 노림수가 번지수가 아예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조폭 영화 <신세계>의 관객 중 상당수가 여성이었고, 그 영화를 보고 나온 상당수가 폭력을 둘러싼 암투보다도, 정청(황정민 분)과 이자성(이정재 분)의 미묘한 관계를 더 많이 언급한다는 점이나, <신세계>의 텔레비젼 버전 <무정 도시>에서 역시나 박사 아들이라는 김현수(윤현민 분)과 정시현(정경호 분)의 미묘한 감정들이 남녀 주인공의 애정 관계 보다 더 회자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노골적 게이물은 아니지만, 사랑인 듯, 우정인 듯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브로맨스 설정이 어느덧 중요한 흥행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노정하지 않은 사랑과 우정 사이의 미묘한 브로맨스 물이란, 다른 한편에선 아직 감정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청소년기의 상태를 그대로 이어가는 미성숙한 청소년기를 이어가는 오늘날의 키덜트들의 감정의 반향일 수도 있고, 취업과 생존의 틈바구니에서 사랑 따윈 귀찮아 라고 하는 88만원 세대의 생존적 번거로움의 도피처일 지도 모르겠다. 주변 환경에 따라 암수가 구분되는 파충류들이 환경 오염으로 인해 수컷만이 잔뜩 생성된다는 오늘날의 변칙적 생태계처럼 말이다.

by meditator 2013. 6. 22. 09:44

텔레비젼에 나오는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물론 이 말이 맞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텔레비젼에 등장하는 많은 사랑이 첫사랑에 기대어 있는 건 사실이다. 1996년 최수종과 이승연의 <첫사랑>이 시청률 60%를 넘겨 전국민 드라마가 되어 사랑을 받던 그때도, 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텔레비젼은 첫사랑의 홍역을 앓고 있다.

<상어>는 치명적 복수의 서막을 간절한 첫사랑의 떨림으로 장식함으로써 가족사의 비극에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얹는 치명적 운명을 완성시킨다. 하다못해 새로운 버전의 <장옥정, 사랑에 살다> 조차 알고보니 어린 시절의 인연이 있었다. <구가의서>는 또 어떤가? 강치의 잃어버린 첫사랑에 얼룩진 관계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인이다. 그러다 보니, 늘 그렇듯 사람들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듯하다.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헤드폰을 낀 상대방에게 소심한 고백 한 마디를 남긴 채 쿨하게 상대방을 보내주는 방식이나, 쫌 징징거리다 어쩔 수 없어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자기도 모르게 끌려가고 있는 방식은 안먹히기가 십상일 터이다. 삶은 뻘밭에 굴러도 마음만은 홀쭉~ 아니, 순수하고 싶은 딜레마랄까. 컴플렉스랄까.

어디 우리나라뿐인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일군 거대한 저택도 알고보면, 첫사랑의 쟁취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여기서, 첫사랑에 임하는 남자들의 자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듯 하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 단편 소설 <소나기>의 남자 아이 유형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냇가를 가로 막고 앉아서 당돌하게 말을 건네는 하얀 도회지 아이에게 첫 눈에 반해, 그 소녀가 하자는 건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는 지고지순한 유형.

또 하나는 역시나 단편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남자 아이처럼 자기가 누굴 좋아하는지 어쩌는지 자신의 감정도 모르는 채 우격다짐 주먹질까지 해대고 마는 찌질한 유형.

'바운스, 바운스'하고 울리는 심장 박동 앞에 쿨함 따위는 도저히 지켜낼 수 없어, 드라마건, 영화건, 대부분의 남자 주인공들은 이 두 유형 중 어느 것인가의 길에 들어서고 만다.

음악 드라마<몬스타>도 다르지 않다.

'나 스타야!'를 연발하는 윤설찬(용준형 분)은 <동백꽃> 스타일이다. 자기 앞에 있는 사람들을 '양'이라고 생각한다는 민세이(하연수 분)의 속내 따위는 아랑곳없이, 오직 그녀가 자신을 인지해주지 않는 사실에 씩씩거리느라 늘 헛발질을 해댄다. 그리고 <동백꽃>에서 소년과 소녀의 육박전이 묘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듯이, 대부분 윤설찬의 도발로 인한 투닥거림은 결국 윤설찬의 숨길 수 없는 감정의 축적으로 마무리된다.

반면, 정선우(강하늘 분)는 안어울리게 전학생(민세이)를 챙긴다 했더니, 어린 시절 첫사랑이란다. 반에서 아버지와 함께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던 민세이에게 반했고, 전학생으로 다시 한 반이 된 지금, 정선우는 '키다리아저씨'처럼 호시탐탐 그녀를 돕느라 전전긍긍한다.

 

<몬스타>의 이야기나 전개는 다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것들이다.

윤설찬의 찌질함도, 정선우의 세이바라기도 새롭지 않다. 과연 정말 아이돌 스타들이 저렇게 안하무인이요, 세상 물정에 어두울까 란 의문 하나 남기지 않고, 윤설찬은 전형적으로 스타이다. 반면 사실 그간 싸가지 없기론 윤설찬 못지 않았던 정선우가 세이의 등장 만으로 저렇게 지고지순하게 변한다는 아이러니도 그렇다. <몬스타>는 일찌기 <꽃보다 남자> 이래로 순정만화 클리셰를 답습했던 모든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개연성이나 타당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때? 이런 스타일이 너네들한테 먹히지?'라며 납작한 캐릭터들을 들이댄다. 심지어, 윤설찬은 알고보니 가정적으로 고독하고, 민세이에게는 아버지라는 말만으로도 눈물을 흘릴만한 사연까지 아주 셋트메뉴로 그럴 듯한 것 투성이다.

 

뿐만 아니라, 번번히 신체적 접촉(?)을 통한 야릇한 분위기 형성을 빼놓지 않는다. 일찌기 감독의 전작 <성균관 스캔들>에서 선준(박유천 분)과 윤희(박민영 분)의 의도치 않은 신체적 접촉이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큰 몫을 해냈다는 걸 복기라도 하듯이, <몬스타>의 주인공들은 노골적으로 한 회에 한번은 의도치 않게 신체적 접촉을 한다.

단지 3회 차에 불과한데, 벌써 윤설찬의 '나 스타야'라는 자기 확인이 지루하듯이, 이런 게 있어야 청춘 드라마지 라고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신체적 접촉은 어색하다. 심지어, 낚으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 불쾌하기 까지 하다.

 

 

그런데도, <몬스타>는 신선하다.

스토리는 뻔하고, 캐릭터는 진부한데도, 그 진부함 사이를 메꿔주는 음악이 이 드라마의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민세이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한 윤설찬의 피아노 버전의 '무명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어린 시절의 뻔한 첫사랑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며 아파트 계단에 앉아 부르는 정선우의 기억 속의 노래는 그 시절 그 감정에 흠씬 빠져들게 만든다. 첫 회 박규동(강의식 분)의 '바람이 분다' 이래로, 매회, 뻔한 클리셰의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하는 뜻밖의 음악들이 <몬스타>를 구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뮤직 드라마인가 보다.

by meditator 2013. 6. 1. 10:06

<더 바이러스>의 후속 드라마는 예상 외로 청소년 드라마 <몬스타>이다.

음악 드라마임을 내걸은 첫 회 예고편, 유재하의 <지난 날>이 흘러나온다. 90년대의 음악들과 90년대 청춘들의 성장사가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한편의 아름다운 후일담을 완성했던 <응답하라 1997>이 연상되면서, 음악의 힘을 빌어 또 한편의 청춘의 감성을 전해줄 드라마가 탄생될까? 기대를 해보게 된다.

 

하지만, 뮤직드라마 <몬스타>는 빈번하게 음악이 흐르고, 주인공들이 공연을 하고, 노래를 부르지만, 마지막 장면 눈물의 듀엣,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외에는 음악이 들어오진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은 입술에서 시작되었다'는 노골적으로 로맨스를 상징하는 소제목처럼 드라마는 십대 청소년 일부가 인터넷에서 즐겨 찾아보는 로맨스 소설의 품새에 더 가까웠다. 2004년 개봉된 귀여니의 소설 <늑대의 유혹> 예고편, 여주인공의 우산 안으로 스윽 들어와 싱긋 미소를 짓던 미소년 강동원처럼, <몬스타>의 주인공 윤설찬(용준형분)은 1회 엔딩, 다짜고짜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여주인공 민세이(하연수 분)에게 '내 짝 해라'는 뜬금없는 대사를 날리고 드라마는 다음 회를 기약한다. <직장의 신>의 장규직의 '내 정규직 해라'라는 대사는 오글거려도 십 여회를 통해 다져온 밑밥이라도 있지. <몬스타>는 예고편 내내 교실로 다짜고짜 들어가 앉아있는 여학생에게 입술을 들이대는 윤설찬의 키스씬으로 낚더니, 이번에는 뜬금없는 '내 짝 해라' 라니!

 

 

그런데 1회를 통해 <몬스타>가 보여준 윤설찬과 윤세이, 그리고 거기에 얽혀드는 정선우(강하늘)의 러브 스토리 서사는 인터넷 소설을 좀 찾아보거나, '팬픽' 좀 봤다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환타지들이다.

잘 나가는 남자가 보잘 것 없는 여자에게 성큼 다가오는 환타지는 할리퀸 로맨스의 전형 '프리티 우먼'에서 일본판 로맨스의 절정 '꽃보다 남자'에서 익히 써먹어 왔던 스토리들이다.

단지 이번엔 음악을 매개로 하기 위해 아이돌 스타 윤설찬이 자신이 다니던 학교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거기에는 '라디오'라 칭해지며 대놓고 왕따를 당하는 박규동(강의식)과 그 누구도 규동의 눈물어린 노래에 반응하지 않았을 때 그와 함께 눈물을 흘려가며 노래를 해준 전학생 윤세이가 있다. 아마도 이들은 윤설찬과 함께 음악을 통해 조우하고, 성장하고, 사랑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 편엔 우등생 정선우가 속해있는 오케스트라 동아리 '올포원'이 있다. 어라, 이런 음악적 대립 구도는 <드림하이>에서 이미 한번 경험해 봤는데?

이렇게 <몬스타>의 구도는 어디선가 봤던 거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답습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십대들의 로맨스 환타지를 건드리며 이 드라마에 대한 접근성을 쉽게 만드는 <몬스타>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정적 트라우마까지, 청소년 성장 드라마의 뻔한 클리셰가 되어 단점으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

1회 낯선 배우들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으며 신선한 첫 만남을 이루어 가는데도 어쩐지 70여 분이 길게 느껴지는 것은 <몬스타>의 1회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진 측면이 강하단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청소년 드라마라 하더라도 <응답하라 1997>처럼 첫 주연임에도 연기력의 논란없이 윤재같았고, 시원이 같았던 서인국과 정은지의 연기를 경험했던 시청자들이, <학교 2013>을 통해 이종석과 김우빈의 외모적 훈훈함을 경험했던 시청자들이 과연 아직은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몬스타>에 열광해 줄런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1회 뻔한 클리셰의 남발 속에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죽음을 고민하던 왕따 박규동이 반 아이들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눈물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토해내듯 부르다, 윤세이가 함께 한 순간, 치유의 미소를 지을 때, 그리고 이 둘이 함께 남은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부를 때 그저그런 청소년 환타지 로맨스같았던 <몬스타>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의 또 다른 지점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발군의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하지만 그 이후 그의 연출을 슈퍼스타k 에피소드 드라마에서나 만나게 돼 안타까웠던 김원석 피디가 그의 저력을 제대로 펼쳐 줄 지 기대를 해본다.

<별순검> 시리즈를 통해 매니아들의 환호를 받다, <아랑사또전>으로 그 명예를 잃고 만 정윤정 작가의 절치부심도 또한 기대가 되기도 한다.

십대의 환타지 로맨스 드라마를 만든다면, 십대들은 고정 시청자층으로 먹고 들어갈 것이란 안일함을 넘어, '상처받은 10대 청소년들을 음악으로 치유하겠다는' 제작의도를 잘 살려줄 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3. 5. 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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