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명의 게스트들과 20회의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

<땡큐> 마지막 회, 갑작스럽게 폐지 통보를 받은 것인지, 그간 <땡큐>를 이끌어오던 mc 차인표의 마지막 인사 한 마디를 육성으로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제작진은 처음 <땡큐>를 시작하던날, 첫 게스트 박찬호를 만나기 위해 바삐 걸어오던 그의 모습과  <땡큐>의 정체성을 묻는 박찬호의 질문에,  그 자신도 다큐인지, 예능인지 헷갈려 하는 초짜 mc 차인표의 진지한 어눌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까지, 피디 자신도 어쩌면 여전히 다큐와 예능의 경계선에 서있음을 고백한 마지막까지 어정쩡했던 <땡큐>가 사라졌다. 

8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놀러와>가 자막 하나로 사라진 이래, 더 이상 어떤 프로그램의 생존 여부나, 아름다운 마무리 따위가 회자되지 않는다. 그 보다 더 오랜 시간을 우리 아이들의 아침 시간을 달래주던 <뽀뽀뽀>가 사라져도. 이제는 모든 것이 그저, 그러려니, '효용' 가치가 사라지면 무참히 버려지려니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6% 의 시청률을 턱걸이하는 <땡큐>의 존속을 바라는 건 언감생심일 수도 있겠다. 

2013년 3월에 시작해서 이제 8월, 반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20회의 여행을 다니며, 99명의 게스트를 모신 <땡큐>는 어쩌면 애초에 힐링을 주는 게스트의 섭외가 그렇게 지속적으로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에 비하면 오래한 것일 지도 모른다. 


첫 출연자가 당대 최고의 힐링 멘토 혜민 스님과 이제 막 은퇴한 야구선수 박찬호 였던 것에 비해 마지막회의 출연자가 영화 <숨바꼭질>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손현주, 문정희에 연기자로서의 새 출발을 알리러 나온 보아인 것을 보면, 힐링 다큐에 방점을 찍다가, 결국은 집단 예능 토크쇼가 되어간 <땡큐>의 한계가 그대로 보여진 것일 수도 있다. 

첫 회 <땡큐>는 스님에게조차 첫사랑의 아픔을 물어볼 정도로, 그 사람의 직위나 존재에 압도당하지 않은 채 조심스레 사람과 사람으로 인연을 만들어 가던,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는, 출연자들이 함께 한강 다리에, 혹시나 좌절하여 그곳을 찾을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담은 글귀를 남기었던 실천적 멘토링을 했었다.  
이제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는 딱 보기에도 손현주를 비롯한 그 자리에 모인 유해진, 무술 감독 박정률, 야구 해설가 이병훈 등에 비해 삶의 연륜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분명한 오죽하면 보아 자신이 민망했던 듯 엔딩에서 많이 배우고 간다라는 감상을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아시아의 별'로 치켜세우며 너도 나도 보아라면 무조건 좋다라는 식의 오글거릴 정도의 예능 특유의 호들갑에서 벗어나지 못한 진행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해피 투게더>랑 무에 그리 다를 게 있을까 싶게. 
물론 짧은 시간에 그렇게 변해 온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다큐인지, 예능인지 모를 정체성조차 불분명한 <땡큐>가 '힐링'이 대세인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가서 좋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자는 소박한 취지는, 상대 방송국 프로그램의 상대적으로 높은 시청률로 인해, 2회에 걸쳐 느그하게 누렸던 여행의 호흡을 바트게 1회 안에 꾸려 넣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을 것이고, 생각 외로 존경받을 만한 사회적 멘토들이 많지 않은, 그리고 그들의 tv출연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출연자들이 '홍보'를 목적으로 한 연예인들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주 특별했던 <땡큐>는 어느 틈에, 그저 그런 연예인들의 또 다른 집단 토크쇼가 되어버려가는 게 불가피하다, 이정도면 많이 버텼다 자평했을 수도 있겠다.

(사진; tv리포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땡큐>의 종영은 아쉽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밤을 새며 자신의 경계를 풀고 나누던 이야기의 추억은, 본래의 색깔이 바래졌어도 그 미덕은 여전히 유효하다. 제 아무리, 출연자 누군가를 오글거릴 정도로 치켜세워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행간에서 찾아지는 진심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유해진과 류승룡이 한 달간 비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시간을 즐겼던 거지 라고 말할 수 있는 손현주의 느긋한 품성을 <땡큐>가 아니라면 찾아내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많이 평범해 졌지만, 여전히 '힐링'의 여지가 있는 프로그램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 꿰어차는 것이 실험용 파일럿 프로그램들인 한에서, 그것도 타 방송의 아류 프로그램들인 한에서, 그냥, <땡큐>나 보게 놔둬요~!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공공 부문과 사적 기업의 차이는 흔히, 가치와 효용의 차이로 나뉘어진다. 공공 부문은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하지만, 결코 공공성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사적 기업은 보다 이익을 중심으로 효율성을 우위에 놓고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은 '효율'과 '생존'이라는 명목 하에, 효용 가치가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방송은, 이 둘 중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공중파는 말 그대로 공중의 기기이면서도, 그 활용 논리는 지극히 사적이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전가보도처럼 씌여진다. 금요일 밤의 늦은 시간일랑, 쫌 놔두면 안될까. 그 시간까지, 굳이, 케이블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따라잡을  또 다른 서바이벌에 시청자들을 몰아세우는게 공중파의 바른 자세일까? 공중파는 꼭 흥행 위주의 케이블보다 높은 시청률을 유지해야 할까? 

물론 그저 그런 연예인 토크쇼로 전락해 버린 <땡큐>의 책임도 크다. 지리산 산골만 뒤져도 이원규에, 박남준에, 정말 세속에 찌든 사람들을 '힐링' 시켜줄 무소요의 삶을 실천하는 '멘토'들이 널렸다. 그런 분들을 모신 진짜 힐링 <땡큐>의 존속을 기대하는 건, 시청률 경쟁만이 난무하는 공중파에선 이젠 무리일까. 시청률 상관없이, 그저 이런 프로 하나쯤은 좀 놔두면 안될까. 시효가 지난 맥빠진 질문만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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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8.10 10:27

구자철, 윤도현, 오현경

이 세 사람은 6월 28일 <땡큐>의 게스트들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당신 머리에 어떤 공통점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그렇기 보다는, 왜 저렇게 모아놨대? 라는 생뚱맞다는 반응이 먼저가 아닐까?

그리고 그 반응처럼, 28일의 <땡큐>는 어색함으로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화면에 등장한 것은 오현경이었다. 여자를 기다리게 하다니!란 그녀의 푸념도 무색하게 함께 할 차인표를 비롯한 세 남자들은 아직이었다.

제법 시간이 흐른 후 나타난 윤도현은 오현경의 공치사도 무색하게, 이미 촬영 장비가 셋팅도 되기 전에 왔다고 선수를 친다. 하지만, 그런 오고가는 인사 치례 그뿐, 두 사람 사이엔 곧 머쓱한 정적이 흐른다. '개똥이' 시절 윤도현을 좋아했다는 오현경의 팬심이 그나마 두 사람 사이의 서먹함을 조금 풀어주었달까.

막내라고 가서 애교를 부려야지 다짐을 했던 구자철의 등장 이후에도 서먹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러니, 대한민국 누구나가 그렇듯이 민증까고 서열 정하기 부터 시작한다. 도대체 공감대를 찾을 수 없는 저 세 사람들을 데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사진; tv 리포트)

 

그 의문은 차인표의 등장과 함께 자연스레 풀려 나갔다.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딸을 둔 두 아빠, 차인표와 윤도현의, 하지만 전혀 다른 교육 참여 방식으로 인해, 물꼬가 틔였다. 비록 싱글맘이지만 역시나 딸을 키우고 있는 오현경 역시 쉽게 이야기에 동화되어 갔다. 마치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 어디 나왔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가듯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또 누구나 아이 이야기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구자철 자신이 5분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불평을 했듯이, 이제 막 결혼을 앞둔 구자철이 낄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틑 이야기는, 곧 결혼 생활 대처하는 차인표, 윤도현 두 사람의 자세, 즉, 20여년과 12년의 숙성된 경험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이제 결혼을 앞둔 구자철의 이야기로, 결혼에 대처하는 새 신랑의 자세와, 윤도현 결혼식에서의 박노해 신인 주례사까지, 선배들의 경험이 실린 멘토링으로 풀어져 나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풀어져 나간,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오현경의 삶으로 까지 이어진다. 남들이 보기엔 번듯한 여배우인 오현경으로 하여금, 오래된 차 한 번 바꾸기나, 보험 하나 들기조차 버겁게 만드는 절박함의 속내조차 들여다 보도록 했다.

이렇게 결혼이란 제도의 서로 다른 지점을 살아가는 세 사람은 차인표란 매개체를 통해 결혼을 대처하는 세 가지 자세를 공유했다. 아마도 조만간 또 다른 결혼을 앞둔 '김조광수 커플'이 등장했다면, 더더욱 금상첨화이겠지만, 갓 결혼을 앞둔 구자철과, 싱글맘 오현경의 조합만으로도 구도는 신선해 보였다.

 

(사진; 노컷 뉴스)

 

물론, 28일 <땡큐>는 아슬아슬했다.

차인표와 윤도현이 같은 학부형으로 공감대를 나누고, 거기에 오현경이 동조하면, 구자철은 들어주어야 하고, 이제 막 결혼을 앞둔 구자철의 설레이는 사랑 이야기나, 오현경의 싱긍맘 생활 역시, 또 다른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땡큐>는 그러저러한 서로 다른 결혼의 지점들을 '사연팔이'가 아니라, 게스트가 이야기 하면 무릎을 끓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차인표의 자세처럼, '진지한 공감'의 자세로 접근한다. 사실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가장 <땡큐>가 잘 하는 것은, 이질적인 게스트의 조합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 해주게 되는 그 정감있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땡큐>란 프로그램에서 자주 마주치는 것은, 이야기 하는 누군가 만큼,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끄덕이며 들어주는 누군가이다.
그래서 처음엔 어거지같던 게스트의 조합들이, '자,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의 사연은 무엇입니까' 식의 토크쇼 방식이 아니라,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무언가를 먹어가며 자연스레 쌓이는 속정처럼 채워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함께 갯벌에 나가 몸싸움을 하고, 하늘을 보고 갯벌에 드러눕고 , 노래를 하는 것이 하나도 어색해 지지 않을 만큼.

잘 들어주는 예능 <땡큐>를 보노라면,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고독한 이유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반성이 된다. 갓 결혼할 새 신랑이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든, 제 아무리 서로가 달라도, 귀를 여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공감할 꺼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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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6.29 09:50

변함없이 금요일 밤 찾아드는 <땡큐>의 6월14일 방송 예고는 심상치 않았다.

배우 김성령, 방송인 김성경 자매, 2년 만에 만나다!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누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배우 김성령과 그녀의 여동생으로 알려진, 한때 sbs뉴스 앵커까지 했던 방송인 김성경이 싸웠었나? 낚시였든 아니든 예고를 본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들의 가족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요즘, 연예인들의 시끌벅적한 가족사로 인해 연일 기사가 올라오는 시점이라 이건 또 뭐지? 라는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고.

 

2년만에 아니 정확하게 세자면 1년 7개월 만에 강원도 산골짜기 외나무 다리, 아니 외징검다리에서 만난 자매의, 아니 언니의 첫 마디는 다분히 감정이 실린 '야!" 였다. 하지만 그런 언니가 무섭다는 동생도 얼굴 표정으로만 보면, 그다지 잘못한 것도 없다며 버팅기는 거 같았다.

 

mc차인표가 자리를 피해주며 두 사람이 '결자해지' 하라는 사연인 즉 그렇다.

동생 김성경이 mbc<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는데, 애초에 나갈 때는 전혀 언급할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언니와의 불화, 2년간 연락 두절을 <라디오 스타>mc들의 낚시에 의해 까발리게 된 사연이다.

이 사건(?)에 대해 동생은 오늘 만나서 이야기 하려고 했다. 본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일로 오히려 자신에 대해 사람들은 소탈하고 솔직하다고 이야기해 주더라 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하지만 언니의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너랑 나랑 사이가 안좋아도 그렇지, 방송에서 할 이야기가 있고, 하지 않아야 할 이야기가 있지, 언니라면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불쾌한 건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무려 4개월 동안 그에 대해 해명 한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조곤조곤 따진다.

이런 사연을 보다보면,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자기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일이 일어난 양, 감 놔라, 배 놔라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에이그, 그저 내리 사랑이라고 동생들은 지 생각 밖에 안해' '언니란 사람 저 꽁한 것 좀 봐, 섭섭했으면 먼저 전화해서 풀면 되지, 이날 이때껏 저러고 있냐?'라는 식으로.

 

(사진; osen)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생활의 일부분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방송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이고, 다시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방송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공인'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숙명같은 것이다.

<땡큐>에서 보여준 <라디오 스타>의 자료 화면은, 김성경이 자신도 모르게 확 내뱉은 언니와 사이가 안좋다, 안만난다 라는 말에 환호작약하며 드디어 한 껀 했다라며 좋아하는 mc들이었다. 그리고, <땡큐>에 섭외가 들어왔을 때 김성령이 동생 김성경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던 것은 세상에 까발려진 자매의 불화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역시나 방송이라는 '동네방네 확성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텔레비젼이 우리 거실 가운데를 따악 차지하고 들어앉은 시점부터, 그리고 이제 내 손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 폰 덕분에 더더욱, 사람들은 내 친구나 내 이웃의 속내 보다 연예인들의 속사정에 더 빤하게 됐다.

아침 방송만 틀면 한다하는 연예인들이 번갈아 나와 그들의 자서전을 줄줄이 읊고, 밤늦은 시간 예능에선 기사로만 보았던, 혹은 풍문으로 들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해명된다. 그래서 친구랑 만나 할 얘기가 끊어져 서먹한 시간을 채워주는 풍성한 이야깃 거리를 제공,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친구를 만나, 그의 안부 대신 모 연예인의 사연을 줏어담기에 바쁘게 되었다. 방송들은 발빠르게 출연한 연예인이 실수로 흘렸건 그 사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건 말건 상관없이 새로운 소식 하나라도 건져 프로그램의 낚시밥으로 시청자들에게 던져주기에 바쁘고, 그걸 해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방송 프로그램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화요일 밤 <화신>에는 결혼을 앞둔 장윤정이 출연했다. 제 아무리 결혼을 앞둔 신부라지만, 그녀의 불편한 가족사를 훤히 아는 시청자가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기엔 불편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 말미에,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자신은 싫어한다. 하지만 이거 밖에 할 이야기가 없다라며, 다른 이야기에는 그저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라는 언급에, 어쩌면 장윤정이 <화신>에 출연한 이유는 바로 저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동생과의 불화가 먼저 기사화되고, 그걸 해명하기 위해 <힐링캠프>에 출연하고, 그걸 본 어머니와 동생이 종편 프로그램에서 그걸 반박하고, 다시 그걸 마무리하기 위해 장윤정은 <화신>에 출연하고.

 

연예인 한 사람의 개인사를 해명하고 반박하는데, '공적'인 방송 매체가 이용이 되고, 우리는 그에 대해 그 어떤 불쾌감 없이, 마치 알 권리를 누린다는 듯 그걸 소비한다.

하지만, 그런 시시콜콜한 누군가의 속사정에 우리의 귀와 눈이 기울여져 있는 동안, 마치 어떤 정치적 사건을 덮기 위해 누군가의 가십을 풀었다는 음모론처럼, 미래의 내 일이 될 지도모를, 누군가의 가슴 아픈 속사정들이 덮어 질지도 모른다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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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6.15 09:48

'Bad Girl'로 돌아온 이효리가 예능을 순회 중이다.

이미 관계자들과 이야기가 된 것이라 하면서 음악 방송 출연은 2주차로 접었던 것과 달리, <라디오 스타>, <맨발의 예체능>, <해피투게더>를 시작으로 <화신>, <안녕하세요>, 그리고 케이블의 <스토리 우먼쇼>까지 줄줄이 출연할 혹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물론 담당 피디의 오랜 읍소에도 불구하고 이효리의 출연이 고사해 가는 프로그램의 생명 연장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까 싶은 <맨발의 예체능>같은 프로그램도 있지만, <해피투게더>와 <라디오 스타>처럼 이효리의 출연 만으로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예능 대세 이효리를 진가를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이른바 예능인으로서의 이효리가 가진 Bad Girl'로써의 이미지를 일괄적으로 충실히 소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효리가 이번에 들고 나온 앨범의 컨셉이 똑같다 보니, 이효리는 이전보다 한껏 더 거침없고, 더 직설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Bad Girl'로써의 이번 앨범은 1위를 단번에 했든 그렇지 않든과 상관없이 이효리다운 아우라를 충분히 발산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수가 늘어나면서 도대체 사적인 자리인지, 방송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하나 둘 등장하기도 하고, 그녀의 도발적 발언과 행동들에 대한 호불호가 연일 인터넷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자면 꽤나 성공한 컨셉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편에선 다시 예능으로 돌아올 이효리를 기대하고 있지만,출연을 거듭하면 할 수록, 제 아무리 기가 센 Bad Girl'로써의 컨셉도 그저 소비될 뿐, 오랜 예능 경험에도 여전히 길들여 지지 않은 혹은 때로는 통제되지 않은 듯한 이효리는 '뜨거운 감자'로, 그저 '해프닝 용'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그런 가운데 유독 예능인으로 Bad Girl 효리를 소모하지 않는 예능이 바로 <땡큐>이다.

지난 주에 이어 2회에 걸쳐 방영된 <땡큐>는 마흔 셋 한때는 가수였으나 이제는 잘 나가는 쉐프가 된 이지연에,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돌아온 이효리, 그리고 원더걸스 였으나 연기자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예은 등 이른바 한때 우리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 '디바'들의 시간이었다.

기센 언니 효리도 한때는 이지연의 팬이었고, 그리고 다시 이효리보다 10년이 어린 원더걸스가 있듯이 흘러가는 디바의 시간은 <땡큐>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가수가 아닌 쉐프라도, 3년만에 다시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앨범을 들고 돌아와도, 세월이 흘러 '거울 앞에서 은은한 미소나 짓는 우리 누나'가 아니라 여전히 강풍기 앞에서 뒤질세라 앞자리를 탐내는 '기센 언니'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백하게 전해주었다.

 

누가 누가 더 기가 세나 자랑만 한 것도 아니었다.

100명의 미스코리아들을 모아놓고, 지나간 자신의 시간 동안 그 누구도 자신에게 '지금의 너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효리의 눈물어린 고백과, 처음 쉐프가 된 후 맡겨진 양파 튀김을 최고로 해내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던 한때 최고의 가수 이지연의 솔직한 속내는 '기가 센' 여자들로 살아가기 위해 감내해 왔던 시간의 뒤안길을 슬며시 엿보며 애틋해지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오해도 풀었다.

이효리가 이상순을 만나 채식도 하고 소셜테이너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상순이 이효리를 통해 달라졌다는 사실을 전해들으며 그간 우리가 얼마나 이효리를 얕잡아 보고 있었는가 뜨금하기도 했다. 이효리의 멘토가 없으면 안쓰는 그저 주어진 것에 행복해 하는 '윤영배'라는 사실에 달라진 이효리를 체감하게도 되었다. 한때는 '국민 나쁜년' 이었던 이지연의 노래를 하고도 할 수 없었던 , 혹은 낯선 땅에서 가진 것 없이 막막하기만 했던 수렁같은 시간을 통해 마흔 셋의 이지연을 용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효리의 눈물 어린 고백에, 지금 그 자체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환호하는 100명의 여성들의 박수는 그저 스타를 향한 우러름이 아니라, 진솔한 공감과 소통이었다.

소비하기 편한 이미지로 재단되어 있는 이효리와 그렇게 한때 소비되고 버려졌던 이지연을 통해 '디바'로 살아가는 삶의 속내를넘어,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여성의 삶을 느낄 수 있어 진짜 모처럼 '땡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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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6.08 09:51

'좋은 소리도 한 두번이지'

아마도 이 속담만큼 <땡큐>의 고민을 잘 보여준 표현도 없을 것같다.

2013년 3월 혜민 스님과 박찬호, 그리고 차인표가 여행을 떠나 길동무가 되어 하룻밤을 보내며 속내를 풀어놓기 시작한 <땡큐>는 어느덧 대표적인 힐링 프로그램이 되어 있었다.

 

만화가 이현세, 사진작가 김중만, 발레리나 강수진 등 사회저명인사에서 김지수, 하지원, 장서희 등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만나기 힘든 연예인에, mbc방송국을 그만두고 첫 방송을 시작하는 오상진 아나운서에, 야구를 그만두고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한 박찬호, 오랜 자숙 기간을 거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지드래곤까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까지, 겨우 12회 남짓 기간 동안 <땡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속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인 건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에 나온 누구라도 그간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 상관없이 그 시간을 함께 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사 하나를 심어놓은 건 따논 당상이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게스트를 모셔놓고 그에 관해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무르팍 도사>나 <힐링 캠프>같은 프로그램들도 게스트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한 회에 사회 각 분야에 나름 인지도 있는 인사를 모셔야 하는 <땡큐>는 10회를 넘어선 즈음 이미 다녀갈 사람은 꽤 다녀간 느낌을 준다. (그만큼 텔레비젼 오락 프로에 나와서 허심탄회하게 속을 내보일 저명인사가 희박하단 의미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매회 '아버지' 등 주제를 가지고 접근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10 여회 내내 <땡큐>의 이야기들은 '동어반복'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처음 말했던 '좋은 소리도 한 두번이지'라는 그 느낌 때문이 아니었을까. 학습 계획서에 맞추어 또박또박 공부하는 범생이처럼 꼭 '힐링'을 하고야 말테야 하는 의욕이 앞선 듯이 보일 때도 있었달까.

 

 

처음 <땡큐>를 시작할 때만 해도 꼭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곤 하였다.

처음 만나서 새로운 곳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그리고 다음 날 다함께 그곳의 풍광을 즐기고. 그런데 그 내용을 다 담으려고 하다보니, 늘 한 팀의 게스트로 만들어낸 분량이 애매했었다. 2회는 너무 늘어지고, 1회 반? 이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흐름이 끊어지고.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땡큐>의 여행은 여행지의 멀고 가까움과 상관없이 '긴~'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덕분에 한 팀의 게스트로 한 회라는 쌈박한 분량이 정해지고. 하지만, 여행이란 게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1박2일을 보내면서 친해지고 나누는 이야기랑, 그저 하루를 함께 지내는 거랑 깊이가 다르듯이, <땡큐>가 전해주는 이야기의 깊이도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서로 즐겁게 지내면 그게 '힐링'이지 '힐링'이 뭐 별건가? 싶게.

 

12회 <땡큐>는 '기혼자들'이라는 주제로 배우 염정아, mc 지석진, 쉐프 강레오가 차인표와 함께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아마도 초창기의 <땡큐> 였다면 차인표가 춘천으로 가는 길에 게스트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거나, 게스트끼리의 만남을 이뤄가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한 팀의 게스트에 할애된 분량이 적어지면서 프로그램은 대뜸 춘천 닭갈비의 먹방으로 왁자하게 시작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목소리 큰 사람이, 말많은 사람이 초반의 기세를 잡아갈 수 밖에 없었고, 지석진, 염정아 중심의 프로그램은 내내 마지막 까지 그 흐름을 이어갔다. 심지어 가끔은 지석진이 mc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만큼.

짧은 여행의 <땡큐>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답게 '먹방'과 함께 '즐길거리'에 치중한다. 그래서 '기혼자들' 팀은 함께 닭갈비를 먹고, 검술 대련을 하고, 장을 보고, 각자 먹거리를 만들고 먹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기혼자들인 만큼 대부분이 부부들이 사는 이야기,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가 오고 갔고. 오늘 하루 검색어에 오를 만큼 지석진의 이상한 부부 생활이 줄곧 문제가 되었다. 결혼 8년차 염정아와 이제 막 신혼인 강레오, 그리고 십여년이 넘어도 한결 같은 차인표는 본인은 '노멀'하다고 주장하지만, 지극히 부부 중심의 생활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그 자리에선 전혀 '노멀'하지 않은 지석진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고, 결국 그의 부부의 '사랑해'를 나누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했다.

 

 

가수 김창완이 예전에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부에 대해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김창완네 부부는 서로의 동선을 알아서, 가급적이면 서로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피해다니며 생활한다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꼭 부부가 함께 지내는게 능사가 아니라고. 부딪쳐서 소리가 나기 보다는 지혜롭게 서로의 영역을 지켜줄 필요도 있다고.

아마도 <땡큐>의 그 자리에서 김창완이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다들 뒤로 넘어갔을 것이다. 김창완이 옳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예전의 <땡큐>같으면, 그래 그렇게 살 수도 있지 하고 바라볼 여유를, 짧아진 여행만큼 <땡큐>가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해서 하는 말인 것이다. 어거지로 '사랑해'를 입에 담는다고 더 사랑이 깊어진 것도 아니고, 꼭 지석진 부부가 잘못살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조급한 여행은 그럴 듯한 엔딩을 향해 '사랑해' 한 마디를 재촉하는 듯 했다.

 

또 예전 같으면 그리도 강레오가 궁금했다는 염정아가 강레오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궁금하다던 강레오의 말은 몇 마디 듣지도 않고 주구장창 지석진과 부부 관계를 둔 수다만이 넘쳐났던 <땡큐>는 어쩐지 동네 아줌마들이랑 잔뜩 먹고, 수다를 떨고 돌아온 뒤, 어쩐지 허탈한 그 심정같달까. 말은 넘쳐나고,음식은 충만했으나, 염정아네 오글거리는 '이번트'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도 내 마음에 두고픈 것은 없는 허탈한 힐링이다. 아니 오히려 남들은 저렇게 사이좋게 사는데 그러며서 부부싸움나기 십상일 트러블 메이컬일 수도.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는 세상, 다른 채널에서 여섯 남자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즐기며 먹어대는 분위기를 <땡큐>의 느린 호흡으론 따라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희희락락한 여행을 모색해 보았을 수도 있다.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해서 조금은 지루했던 <땡큐>가 두터운 겨울 옷을 벗어던지듯 가벼워졌는데, 웃고 즐기는 그 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어쩐지 허전한 건, 무슨 아이러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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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5.25 10:08

금요일 밤 광화문 네 거리를 가보면 딴 세상에 온 거 같다. 불야성의 도시에, 술집마다 사람들로 넘쳐나고,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거리는 이상한 열기에 휘감겨 있다. 토, 일요일이 휴무가 된 시점부터 사람들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을 '불타는 금요일'이라 지칭하며 한 주간의 피로를 날릴 '껀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맨다. 하지만 오히려 늦은 밤 찾아든 두 예능, <땡큐>와 <나 혼자 산다>는 그 열기에 휩싸이기 보다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남자의 자격>의 대체재? <나 혼자 산다>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던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좋은 반응을 얻자 정규로 편성되어 돌아왔다. 물론 남자가 혼자 사는 모습을 리얼리티로 담아낸 그 착상 자체가 기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돌파구를 연 신선한 기획이지만, 그런 설정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러기 아빠, 독신자 가정 등 1인 가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격세지감이다.

노홍철의 나레이션을 얹은 김태원, 이성재, 서인국, 데프콘, 김광규의 일상은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세간의 풍습과는 거기가 멀다. 항상 켜져있는 텔레비젼, 심지어 곰인형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 기껏해야 단체 채팅으로(그조차도 누군가는 따라가기에 버벅거리는) 금요일 밤의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은 '혼자'라는 모습을 역설적으로 각인시킨다.

하지만 '혼자'가 곧 '고독'은 아니다. 누군가는 잠자리에 든 다른 사람에게 끝까지 문자를보내며 '자냐?'며 붙들거나, 늦은 밤 매니저에게 생뚱맞게 우동 한 그릇을 먹자며 전화를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의 삶에 익숙하게 스며들어 간다. 심지어 일요일에 급격하게 이루어진 '번개' 모임이 번거러워 버둥거릴 정도로.

<나 혼자 산다>는 말 그대로 혼자 사는 남자들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단체 채팅이나, 번개에 '~님'이라는 호칭까지, 이 시대의 사람들이 관계을 맺어가는 방식까지 철저히 답습해 낸다. 그래서 어느 프로그램보다도 '동시대적'이다. 마치 시대를 거스르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아저씨 예능 <남자의 자격>이 2013년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된 듯하다.

하지만 이미 첫 회인데도, <나 혼자 산다>는 묘한 익숙함 혹은 진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노홍철 특유의 설레발이나 그의 사는 스타일은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었고, 국민할매라는 호칭까지 안겨준 <남자의 자격>에서의 김태원의 홀로 사는 모습 역시 익숙하다 못해 진부할 지경이니까. 노홍철이나 김태원의 합류는 프로그램을 친숙하게는 만들면서 동시에 새롭지 않게 보이게도 하고 있다.

또 하나, 최근 프로그램들이 '힐링' 등 분명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론칭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모습 이상의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도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지속할 수 있는가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번개에서 토로된 다양한 혼자 사는 남자들의 고민은 이 프로그램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 <나 혼자 산다>의 발전을 예상해 보기는 쉽지 않다.

 

 

 

여행을 떠난 <힐링 캠프>? <땡큐>

금요일 밤 늦은 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여유롭게 한 시간여를 보내는 듯한 <땡큐>는 동시간대 <나 혼자 산다>라는 경쟁 프로가 등장함으로써, 또한 이제 서너 번의 출연진을 거듭해 가면서 예능으로서의 자신의 성격과 특징을 분명히 해야 할 과제를 떠앉게 되었다.

<땡큐>의 가장 큰 장점은 시너지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서로 다른 연배의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관계가 집을 떠나온 그 분위기로 인해 응집하고 그를 통해 그들 한 사람이 가지는 속내 이상의 승화된 사연들이 시간을 흐르며 더 진하게 풀어내어지는는 마력, 그것이 바로 <땡큐>이다.

여행을 오면서 어른들과 어떻게 어울리나 걱정을 했던 지드래곤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를 외칠 수 있게 되었듯이 주제를 가지고 흐르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고민이었음을 알아가게 되는시간은 끄덕임과 심지어 눈시울을 적시는 공감에 이르게 만드는 시간을 마련한다.

하지만, <힐링 캠프>와 마찬가지로 <땡큐> 역시 시청자들은 함께 여행을 떠난 옆 자리의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줄 수 밖에 없듯이, 그리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 보니 그 이야기들이 여행지의 들뜬 분위기에 한껏 업된 자기 감상이었음을 깨닫고 씁쓸해 지듯이,<땡큐> 역시 출연진의 자기 속내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는데서 오는 아쉬움이 있다. 지드래곤이란 뮤지션의 고민은 진솔했지만, 그가 우리 사회에 끼친 파장의 여운이 아직 다 가셔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토로가 때론 해명이나 변명 혹은 포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더구나, 그 다음을 이어가는 오상진 아나운서와 은지원의 출연은 더더욱 <땡큐>라는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배가시킨다. 인터뷰이의 자기 해석과 객관적 진실 사이의 줄타기, 이것이 이제 초반을 넘어서고 있는 <땡큐>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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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3.23 09:17

강수진, 김미화, 지드래곤, 그리고 차인표, 거의 일면식이 없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최고, 혹은 제법, 그리고 한때 이름을 날린 네 사람이 제주도에 모였다. 이 이질적인 조합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48시간 '땡큐'가 될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 함께 하는 시간

동네에선 옆집 사람이랑도 인사 한 번 제대로 나누지 않던 사람도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괜히 말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 낯선 산장에서 이름 모르는 이들이 얼콰하게 어울려 너니내니 하면서 형제처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마력이리라.

15일자, <땡큐>는 발레를 시작하고 제대로 된 여행을 거의 해보지 못했다는, 신혼 여행조차 가본 적이 없었다며 아이처럼 설레여하는 현존하는 최고령의, 그리고 최고의 발레리나 강수진으로 문을 열었다. <땡큐>는 바로 이렇게 여행의 설레임에 들뜬, 새로운 이들을 만나는 긴장감에 달뜬 그 감정을 함께 공유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함께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땡큐>란 프로그램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좁은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는 토크 프로그램이었다면, 아마도 첫 방부터 진부하다, 뻔하다는 평가가 나왔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였다 해도, 물론 예능 프로에는 생소한 인물들이지만, 사람 사는게 거기서 거기인 이상 뭐 그닥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기 십상이니까. '지드래곤'이 과거의 잘못을 자숙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오만했었음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과연 제주도 푸른 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나이많은 누님과 형을 위해 손을 떨며 요리를 한 다음이 아니었다면, 진실한 '공명'이 느껴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제주도'의 푸르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짙은 먹빛의 바다와, 한없이 펼쳐지는 하늘, 그리고 대화의 배경이 되는 거대한 아쿠아리움에, 오붓한 저녁 식사를 나눌 수 있는 외딴 집의 부엌들은 보는 사람조차 긴장의 끈을 늦추고, 여행지에서 정든 낯선 이의 사연에 귀 기울이듯 출연자의 토로에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게 만든다.

 

 

 

 

 

주제가 있는 힐링

지금까지 파일럿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3회를 거쳐 온 <땡큐>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식상하지 않은 출연자의 조합을 들 수 있겠다. 첫 회 이 시대 대표적인 멘토 '혜민스님'을 비롯하여, 두번 째, 사진작가 김중만과 만화가 이현세에, 이제 세번 째, 강수진에 지드래곤, 김미화까지, 그 한 사람만으로도 '힐링 캠프' 2회분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 출연진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과 진지함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땡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저 중구난방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통 분모를 찾아내어, 하나의 주제로 프로그램을 끌고 간다. 아직 프로그램의 성격을 찾아가는 시기의 첫 회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땡큐>의 지향점을 찾는 시간이었다면, 늙수그레한 이현세와 김중만을 위해서는 '아버지'라는 주제를 끌어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그리운 아버지와, 아버지가 되어가는 자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풍부하고 깊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세번 째, 과연 강수진, 김미화, 지드래곤 이라는 이질적 조합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증을 자아냈던 <땡큐>는 그 주제로 '당신의 인생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제시했다.

한때 개그우먼임에도 불구하고 시사 프로까지 진행하는 저력을 내보이던 하지만 단 한 번에 그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일터에서 밀려나 3년의 시간을 보낸 김미화, 타의에 의한 김미화와는 다르지만 역시 단 한번의 실수로 무대에서 떠나 있어야 했던 지드래곤, 현존하는 최고의 발레리나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오랜 시련의 시간을 거쳐야 했던 세 사람에게서 <땡큐>는 시련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본 이야기를 꺼내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전혀 달랐던 세 사람이 그 이야기를 하게 되니, 활동 영역의 차이, 나이의 많고 적음의 유무와 상관없이 공감대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끌려 들었고, 더불여 시청자들도 그들의 사연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돋보인 것은 MC격인 차인표였다. 최고의 배우는 되지 못했을 지 몰라도, 차인표로서 성실하게 살아낸 그의 삶이, 종교가 다르든, 나이가 많던 적던, 그 누구를 만나도 대화가 되고, 어우러질 수 있는 넉넉한 품새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땡큐>라는 프로그램을 여유롭게 이끌어 가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15일 방송에서도 보여지듯이, 강수진이라는 발레리나를 만나기 위해 실제로 주변 지인에게 부탁해 발레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이 어떤가 알아보고, 강수진과 지드래곤의 책까지 읽어가며 만남을 준비해온 철저함이, <땡큐>라는 프로그램을 그저그런 토크쇼에서 출연자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결정적 견인차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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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3.16 09:20

새로운 예능들이 등장하고 있다. <땡큐>, <행진>, <인간의 조건>까지, 과연 이걸 예능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싶게 다큐인지, 토크쇼인지, 아니면 그저 여행 프로그램인지, 애매모호한 정체성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저 목마를 땐 뭐니뭐니 해도 시원한 냉수 한 사발이 제격이듯, 맹숭맹숭한 이 프로그램들이 주는 위안, 재미가 은근 만만치 않다.

 

저물녁의 리얼 버라이어티

잠자리를 두고 복불복 게임을 한다거나, 게임에 지면 입수를 해야 한다거나, 우리나라도 아닌 해외 야생에 맨몸으로 던져져 사서 고생을 해야 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묘미였다. 물론 여전히 주말이면 아이들은 '런닝맨'을 보고, 어른들은 습관처럼 '1박2일'에 채널을 돌리는 집들도 있지만 새롭게 등장한 '아빠, 어디가?'의 도전으로 그 조차도 녹록치 않게 되었다.

'1박2일'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교체되어 살아남았지만 '남자의 자격'은 '박수칠 때 떠나게' 되었고, 새로운 돌파구였던 '정글의 법칙'은 논란의 도가니에서 '진정성' 확보에 고심 중이다. 물론 강호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가 만들어 진다고 하지만, 예전처럼 강호동이라는 이름만으로 그 프로그램의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신자본주의; 무한 경쟁주의'의 대한민국에서 그간 가장 잘 어울리는 예능이었다. 설사 상대방을 속이는 무리수를 써서라도 승부의 레이스에서 살아남는 것, 게임에서 졌을 때 한겨울이라도 찬물 속에 들어가는 혹독한 벌칙을 수행하는 것, 그리고 맨땅에 헤딩하듯 야생에서 살아남는 것은, 한동안 '~에서 살아남기'가 아이들의 베스트 셀러였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삶의 리듬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오락 프로였던 것이다.

그런데, '무한 경쟁주의'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이 이제 지쳤다. 어찌어찌 어찌어찌 IMF는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러도 세상은 여전히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직장인의 삶은 맨날 백척간두요, 명퇴 후에 차린 사업들은 3년을 넘기기 힘들었으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찬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심지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조차도 시들어 버렸다. 그렇게 삶에서 지치고 나동그라진 사람들이 다시 텔레비젼을 통해 삶의 리듬을 복습하는 것은 버겁다. 그래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힐링'이요, 아이들 재롱 잔치다.

 

 

 

맹물같은 예능

일주일의 피로가 몰린 금요일 늦은 밤, 뭘 해도 '땡큐'라는 심심한 <땡큐>를 보노라면 어느새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존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건 없다. 누군가 뒤로 꿍친 꼼수도 없으며, 복잡하게 꼬인 복선은 더더욱 없다. 그저 집을 떠난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곳을 둘러보고, 맛난 것도 먹고, 신기한 것도 체험하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낯선 곳의 정취에 홀려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스님이 자신의 첫사랑을 이야기 하고, 30여년을 숨긴 자신의 학력에 대한 거짓말의 댓가를 토로하고, 서로 다른 세 자녀를 준 여인들에 대해 덤덤히 회고한다.

그리고 비록 촉박한 일정으로 서둘러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내 놓아야 했지만, 국민 요정 손연재가 아닌, 20살의 삶이 버거운 새내기와 현역 최고령의 프리마돈나의,그리고 자신의 길을 살아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고단함도 접하게 된다.

색다르지도 않고, 마구 엔돌핀을 발산하는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닌데, 그 분위기에 젖어들다 보면, 언젠가 선배와 친구들과 함께 갔던 여행지의 밤에 타오르는 촛불 앞에서 눈물을 적시며 털어놓았던 내 속내와 닮아 친근하다.

형식도 오묘하다. 그저 여행지를 걷는가 하면 제법 예능처럼 함께 체조도 하고, 찬물 입수나 행글라이딩 같은 도전도 한다. 또 그러다 함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 또 영락없이 토크쇼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다. 물론 '아버지'처럼 주제는 정해졌지만, 각자의 삶에서 우러난 것들이 함께 어우러지니, 요즘 문제가 되는 '정해진 각본'의 걱정도 없다. 심지어 하나의 주제가 끝나고 나면, <땡큐 버스>처럼 손에 잡히는 구체적 결과물을 남기니,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에 동참한 거 같은 우쭐함은 옵션이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땡큐>에 적셨다 일어나면 '나도 아버지께 전화라도 드려야겠다'며 엉킨 마음이 풀어지는 듯하다. 죽을 용기가 없어서 다시 살기로 했다는 강수진의 말이 위로가 되어 오늘을 다시 살아낼 힘을 얻기도 한다. '하하호호' 배을 잡고 뒹구는 웃음 대신, 미적지근한 미소로 대신했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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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3.0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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