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kbs2 새 월화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가 첫 선을 보였다.

제목에서부터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본 사람이라면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듯이, <내일도 칸타빌레>는 2009년에 방영된 우에노 주리와 타마키 히로시가 출연했던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두 주인공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만화적 상상력이 넘쳐 흘렀던 <노다메 칸타빌레>였기에, 이 작품을 리메이크 한다고 했을 때 일본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십중 팔구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었었다. 심지어 여주인공으로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다, 우에노 주리가 열연했던 노다 메구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한 발 물러서는 해프닝까지 발생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심은경이 노다메구미 역으로 낙점되고,<수상한 그녀>를 통해 검증받았던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로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에 대한 우려도 불식되는 듯 싶었다.

그리고 10월 13일 첫 방송을 선보인 <내일도 칸타빌레>, 불행히도, <수상한 그녀>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였던 심은경이 무색하게,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 했던 한국 드라마들이 노정했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리메이크 된 일본 드라마를 떠올려 보자. <직장의 신>을 비롯하여,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까지가 기억에 남는 대표적 작품들이다. 그 중 <직장의 신>은 파견직 사원의 애환을 다루었던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우리 실정에 맞는 비정규직 사원의 애환을 '미스김'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빗대어 재탄생시켜 리메이크의 성공적 사례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그에 반해 <여왕의 교실>은 교육의 현실을 드러낸 좋은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 마여진(고현정 분)을 비롯하여, 상황 설정등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그 본래의 취지마저 펴폄하된 케이스이다. 마지막 <수상한 가정부>의 평가는 더 열악하다. 마치 복사기로 찍어내듯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베끼듯 만들었지만, <가정부 미타>가 제시하고자 했던 가정의 행복에 대한 의미 마저도 희석시킨 어설픈 흉내내기란 평가만을 받은 채 조용히 퇴장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섣부르지만 첫 선을 보인, <내일도 칸다빌레>가 차지한 좌표는 저 세 드라마 중 어디에 가까울까? 안타깝게도, <내일도 칸다빌레>는 대사부터 일본 드라마를 마치 그대로 베껴온 듯 <노다메 칸타빌레>와 흡사했지만, 역설적으로 <노다메 칸타빌레>와 가장 다른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내일도 칸타빌레>의 첫 회 드라마 속 모든 설정들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그것도 거의 똑같다. 비행기 공포증을 가져서 은혜하는 선생님이 계신 유럽으로 유학을 갈 수 없는,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자신이 속한 대학이 추구하는 콩쿨 경력 따기 위주의 교육에는 반발하는 남자 주인공. 쓰레기 더미에서 살며 악보를 보지 못하고, 박자마저 제대로 맞출 수 없지만 천부적 연주 실력을 가진 4차원의 여주인공, 그들이 우연히 술 취한 남자 주인공으로 인해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계속 만나게 되는 해프닝은 이미 일본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것들이다. 주원이 연기한 차유진은 타마키 히로시처럼 뭇 여성들의 찬사를 받는 자뻑 캐릭터이고, 심은경이 연기하는  설내일은 우에노 주리처럼 명랑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존재감을 보인다. 심지어 그들이 매번 마주치는 상황은 해프닝의 연속이며, 대사마저도 만화적이다.

 

물론 일본 원작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역시 첫 회부터 손발이 오그라드는 정서를 견뎌내야 드라마의 재미로 다가갈 수 있는 만화적 정서로 가득하다. 그리고 <내일도 칸타빌레> 역시 이 드라마의 촛점이 바로 그런 만화적 설정과 캐릭터에 있다고 판단 한 듯, 원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옮기려 노력한다.

그런데, 비록 첫 회지만, 보고 있다보면 자꾸 드는 생각은, <노다메 칸타빌레>가 그랬었나? 타마키 히로시가 그랬었나? 우에노 주리가 그랬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상황도 설정도 일본 원작과 비슷하고, 주원은 타마키 히로시처럼 자존감이 넘치다 못해 자뻑이 된 대학생을 연기하고, 심은경은 그녀 자신의 세계에 갇힌 4차원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충실한데, 그 맛이 전혀 다르다. 리메이크니, 맛이 달라야 하는 건 맞는 말인데, 그 다른 맛이 그저 열심히 흉내를 내는데, 전해 다른 맛을 준달까? 마치 <수상한 가정부>나, <여왕의 교실>에서 최지우나, 고현정이 일본 드라마의 여주인공의 말투와 행동거지까지 똑같이 하는데도, 어색했던 그 느낌을 <내일도 칸다빌레>가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노다메 칸다빌레>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스런 여주인공의 우스꽝스런 4차원 연기, 잘 생긴 남주인공의 도를 넘친 자뻑 캐릭터, 만화적 해프닝들? 그런 만화적 설정 뒤에 숨겨진 것은, 대학에 가서도 여전히 경력을 따기 위해 경쟁적으로 콩쿨이나 나가는 학습을 하고 있는 대학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 면에서 <노다메 칸다빌레>는 그런 현실에서 튕겨져 나온 이단아들, 괴짜들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우화이자, 대안인 것이다. 과연 그런 숨겨진 고민들을 <내일도 칸타빌레>가 담고 있을까? 그러기에는, 첫 회를 선보인 <내일도 칸다빌레>가 보여준 모습은, 그런 현실을 고민한 캐릭터라기 보다는, 타마키 히로시를, 우에노 주리를 고민한 두 주인공이 앞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으로 들어온 일본 드라마가, 일본의 정서에 맞게 각색된 만화적 상상력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재창조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내일도 칸타빌레>는 아직 아쉬워 보인다.

 

또한 <노다메 칸타빌레>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매개로 한 드라마이다. 그렇다면 <내일도 칸타빌레>는 어떨까? 이미 <베토벤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최근 <밀회>까지, 음악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드라마들이 있었기에, <내일도 칸타빌레>에 대한 평가는 더 냉정해 질 수 밖에 없다. 드라마 내내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듣기 좋았지만, 드라마로서 클래식에는 의문 부호가 붙여진다. 피아노 연주자로 나오는 두 주인공의 연주 모양새와 음악의 부조화는 옥의 티라기엔, 음악 드라마로서 아쉬움을 남기고, 클래식 레슨에 등장한 정체 불명의 음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차유진의 경쟁자로 나오는 지휘자의 연주는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내내 클래식이 만연하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요 ost에 이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아직 첫 방을 선보인 <내일도 칸타빌레>가 가야할 여정은 길다. 부디 우에노 주리를 흉내낸 <노다케 칸다빌레>의 어설픈 짝퉁이 아니라, 설내일의 <내일도 칸타빌레>가 되기를 바란다. 심은경의 내공과 주원의 성실성이라면, 불가능한 도전이 아닐꺼라 믿어본다.  

 

by meditator 2014. 10.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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