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화신>에는 지드래곤, 대성, 김경호, 가희, 노사연 등이 출연하여, 남녀대첩이란 주제로 만남과 이별에 있어서의 출연자 각자의 노하우(?) 혹은 사연을 나눴다. 그런데, 이날 출연한 출연자들중 노사연을 제외하고, 전세계 솔로 투어를 앞둔 지드래곤, 일본 투어를 앞둔 대성, 솔로 앨범을 낸 김경호와 가희 등 모든 출연자가 자신의 개인 스케줄과 관련된 홍보 일정이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에 따로 시간을 내서(물론 '이 봄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명목하에) 이들의 개인 홍보 시간까지 주어질 정도로. 이제 와 새삼스레 홍보를 목적으로 한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상황이지만, 과연 <화신>이란 프로에 지드래곤과 대성의 출연이 시의적절했는가, 혹은 곧 결혼할 약혼자가 있는 김경호의 출연이 적절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지드래곤은 최초로 솔로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부쩍 요즘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잦다. 3월15일과 22일에는 <땡큐>의 게스트로 나왔고, 26일에는 <화신>에 출연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드래곤 자신으 예상하지 못했을 지 모르겠지만 두 프로그램을 다 시청한 팬이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지드래곤이란 사람에 대해 이미지 분열을 일으킬 만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땡큐>에서의 지드래곤 모습이 새삼 감동적이었던 것은, 자신 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 앞에서 손을 떨며 음식을 하는 수즙은 젊은이의 모습, 그리고 한때 양현석 사장이 '악의 근원'이라 지칭했다고 하는 빅뱅의 많은 사건 사고의 꽤많은 지분을 차지했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오만과 만용이라 반성하면서 젊은 나이임에도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자신을 반추할 줄 아는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무이다. 그래서 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지드래곤이란 사람을 음악을 사랑하는, 무대에서 완벽하지 않을 때 거침없이 그곳을 떠날 '뮤지션'의 모습으로 그를 되새김할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런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마음을 지배하는 자'란 미명 하에 노골적으로 남녀 관계를 도마 위에 올리고, 19금은 아니지만, 거의 노골적으로 19금을 지향하는, <화신>에 나온 지드래곤의 모습은 지난 주 그에게 새로 품었던 '순수한' 지드래곤 이란 이미지를 확 깨게 만들었다. 그 나이의 남정네가 연애 고수인 것 쯤이 무슨 문제이겠는가마는 타 프로에 나가 자신의 지난 날을 참회하던 사람 혹은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던 사람에게, 연애 고수인 양 자신의 연애 스킬을 다종다양하게 설파하는 이 프로그램은 물의를 일으켰던 지드래곤을 떠올리게 해 애써 돌려논 기억의 시계는 과거로 다시 향해지는 듯 했다.

더구나, 물론 법적으로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드래곤이나, 대성이나 대중들에게 심리적 사면을 받은 게 애매한 상황에서 (아직도 그들을 보면 어떤 사건이 떠오르는) 과연 <화신>이란 프로에 나와 예전처럼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를 '웃고 까발리는' 상황이 적절했을까? 물론 많은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일정을 홍보하는게 연예인들에겐 중요한 일이지만, 그가 지향하고자 혹은 개선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프로그램의 성격이 맞는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필요를 지드래곤 편 <화신>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김경호는 <화신>에 나와 결혼까지 생각하는 약혼녀가 있음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화신>은 그의 지나간 연애 경험을 들춘다. 그런 프로그램에 취지에 맞춰 김경호는 8번의 연애 경험과, 양다리를 걸쳤던 사실, 심지어 돈을 뜯기기도 했던 과거의 연애사를 풀어 놓게 되고. 한번은 지금 결혼할 사람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더니, 다음엔 지난간 연인에게 영상 편지를 쓰고, 웃자고 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술 먹는 사석에서도 하지 않을 '연애의 상도덕'을 <화신>은 마구 넘나든다. 출연자의 이미지따위는 상관없이.

 

<화신>을 보다 보면 몇 년 전 <야심만만>을 보는 듯한 기시감에 빠져드는 건 누구나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아니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종영까지 <놀러와>에서도 남녀의 심리 탐구 이런 걸 했었다. 거기에 상황극을 더 얹는다고 해서 '탱자'가 '귤'이 되지 않듯이, <화신>은 그저 어디선가 보던 프로그램이다. 단지 신동엽, 윤종신이라는 조금 더 성인용 토크를 통해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가져가려는 MC와 그 화사함으로 프로그램을 덮으려는 김희선에, <야심만만>에서 이미 한번 쯤은 본, 하지만 <야심만만>보다도 신선하지 않은 토크 주제에, <강심장>보다 적은 출연자로 인해 속속들이 까발려지지만 이상하게도 지루한 시간까지, 굳이 <강심장>을 없애면서까지, 아니 굳이 이 시간에 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장황하게 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게 자꾸 떠올려지는 시간이다. 그러느니 <김국진의 현장 박치기>를 보던가, <엄지의 제왕>이 낫단 생각이 들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3. 3. 27.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