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4 다니던 낙원 상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영애씨, 시장에서 밥까지 나르던 영애씨는 큰 뜻을 품고, 동료와 함께 자신의 사업체를 차린다. 오피스텔 하나를 빌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업체, 하지만 그녀에게 닥친 현실은 냉혹하다. 생활고에 쫓긴 동료는 배신을 하고 떠나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사업안들을 하나씩 부도수표가 되고 만다. 결국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식당 알바까지 내몰리게 된 영애씨. 이렇게 '자영업'에 나선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현실은 대한민국 300만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도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을 여전히 사랑하는 옛 남친이 등장하여 그녀에게 구원의 두레박을 던져주지만, 그 누구하나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는 대다수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자영업자의 현실을 1171회 <추적 60분>이 총제적으로 다루었다. 




망하거나, 쫓겨나거나, 빚지거나
2013년 기준 유통, 운수, 숙박 등 자영업자의 비중은 전체 인구 중 42%, OECD(경제 협력 개발 기구)  평균 15.8%에 2.6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그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5%에 달한다. 그리고 그들의 월 평균 수입은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태반이다. 도저히 한 가구의 생활을 영유할 수 없는 돈을 벌면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가장들, 이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디로 부터 유래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추적 60분>의 진단은 IMF이다. IMF는 대한민국에 6.25에 버금가는 상흔을 남겼다. 정권은 금 모으기를 하면 IMF를 무난히 넘겼다며 정권의 치세로 자부하는 와중에, IMF를 통해 정리 해고되어 거리로 내몰린 많은 직장인들은 2015년 자영업이라는 굴레 속에서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정리 해고되어 쫓겨난 사람들, 사회와 국가는 그들을 방치하고, 그들은 '각자도생'의 길목에서 '자영업'이라는 대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장미빛같던 대안은 거리 곳곳에 나붙은 폐업 표지판, 끝없는 경기 침체, 과도한 경쟁 속에서 막다른 길로 그들을 다시 내몰고 있다. 



9월 9일 방영된 <추적 60분>의 시작은 고용노동부 전주 지청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한 한 자영업자의 고통에서 시작된다. 한 때는 줄을 서서 손님이 끓던 식당의 주인이었던 그는 이제 분신 자살의 상흔을 안은 채 죽지 못해 살아있는 처지가 되었다. 2015년 정부는 한때 400만 명을 육박하던 자영업자의 수가 300만 명 남짓으로 줄었다며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안정세의 이면에는 1년새 10만 7000명의 폐업이라는 비극이 숨겨져 있다. 더 이상 자영업자가 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수의 자영업자가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수가 줄은 것이다. 퇴직금을 쏟아부어, 그리고 남의 돈까지 빌려 자신의 가게를 열었던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해 동안 문을 닫았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은, 전주 지청의 분신 자살 자영업자와 같은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고 문을 닫지 않으면 살만한 것도 아니다. IMF로 거리로 내몰린 가장들 그들의 대다수가 자영업을 선택했다.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퇴직'은 빠르지만, '재취업'은 요원한 나라 대한민국, 그 나라에서 한 가정을 이끌기 위한 선택에, '자영업'은 불가피했다고,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대기업 명예 퇴직자였던 가장은 이제 친구네 방앗간 한 켠에서 떡집을 새벽부터 밤까지 운영하지만, 하루에 5만원 벌이도 힘들다. 아내까지 나와서, 몸을 돌보지 않고 '노동'을 하지만, 퇴직금은 켜녕, 대출금 갚기도 요원하며, 그저 대안이 없어 하루하루를 버티는 신세이기 십상이다. IMF이후 계속되는 경제 불화, 그리고 특히 세월호 사태, 메르스 등 각종 사회적 현안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망'하지만 않았을 뿐 '망'한 것이나 진배없는 사업을 이끌고 살아간다. 

그래도 버티면 다행이랄까? 2015년 1월 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되었고, 7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법의 외곽 지대에서 신음을 한다. 대부분 자신의 돈만으론 안되서 빚을 얻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 그들이 그래도 사업적 이들을 보기 위해선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대업자의 '갑질'은 그들의 이익을 보전해 주지 않는다. 현행 임대차법 상 2년, 길어야 3년을 주기로 갱신되는 계약은, 자영업자들이 이익을 갱신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장사가 좀 되려나 싶으면, 집주인이 나가달라고 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활성화시킨 상권은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까지 지칭한다.)의 희생양이 되어,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만든다. 골목 상권을 침범해 오는 대기업의 진공 청소기같은 상권 확장은 또 다른 복병이다. 대한민국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자영업자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보호 장치는 없다. 



그간 다수의 다큐가 '자영업자'의 위기에 대해 분석을 해왔다. 그런 가운데, 9월 9일 방영된 <추적 60분>은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의 현실을 총제적으로 분석해 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되는 자영업으로의 유입, 그로 인한 과당 경쟁, 끝이 안보이는 경제 불화, 그리고, 어떤 사회적, 법적 보호 장치는 커녕, 대기업, 임대업자 등 '갑'으로 부터 끊임없이 수탈당해야 하는 처지, 그 속에서 오로지 자영업자 개인으로 그것을 맞서야 하는 '개인'으로서의 위기, 현재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벼랑 끝 현실을 <추적 60분>을 낱낱이 고발한다. 고통은 개인에게 귀결되지만, 그 시작은 '사회'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by meditator 2015. 9. 10.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