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1일밤 12시 15분 또 한 편의 새로운 예능이 조용히 등장했다. mbc의 <정의 본색>이 그것이다. 

김구라, 김보성, 윤형빈, 그리고 아이돌 틴탑의 니엘, 요즘 주목받고 있는 분야인 모델 출신의 강철웅, 또한 빠지지 않고 외국인mc 샘 해밍턴과 샘오취리까지 구색을 맞춘 mc군단이, 서울시 고충해결 상담소에 의뢰된 실제 사례들을 해결하고자 나선다. 이른바 방송을 통한 '정의 사회 구현'이다
4회 예정의 이 파일럿 프로그램은 애초에 mbc에브리원, mbc드라마넷, mbc뮤직, mbc퀸을 통해 매주 목요일 9시에 방송되고 있는 중으로, 그 공익적 가치를 높이 사 일요일 밤 공중파 mbc에서도 방영되게 되었다. 

<정의 본색>의 첫 번째 고충 해결 사안으로 등장한 것은 길거리 간접 흡연이다. 
아이를 데리고 가다, 길거리에서 흡연을 하던 사람이 피우던 담뱃불에 아이의 손을 덴 주부가 직접 아이와 함께 나와 길거리 흡연의 피해 사례를 전한다. 그에 이어, 서울 각 지역에 설치된 cctv를 이용하여, 거리 흡연이 빈번한, 그래서 계도하기에 적절한 장소를 선정한다. 

그렇게 길거리 흡연자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찾다 제작진의 '매의 눈'에 걸린 곳은 '건대 전철역 2번 출구 옆'이었다. 
그곳 휴지통 옆에서 담배를 피고, 꽁초를 마구 버리는 길거리 흡연자들을 설득하고자, mc진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등장한다. 모델 출신의 연기자 지망생 강철웅은 묘령의 여배우와 함께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남친에게 '이별'선고까지 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윤형빈은 거리의 청소부로 변장하고, 흡연으로 망가진 폐 모양 재털이를 마련하고,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끌 것을 요구한다. 김보성은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가면을 쓰고 야심차게 흡연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한다. 니엘은 아이돌답게 여학생들을 찾아가 금연송을 만들고자 한다. 


아직 금연 미션이 완료되지 않은 1회에서 mc진은 저마다, 흡연자들의 금연을 위해 갖가지 방안을 내놓는다. 그것을 보다보면, 과연,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공익인 '길거리 흡연 방지'인지, 길거리 흡연을 매개로 한 '예능'인지 모호해진다. '공익'과 '예능'의 결합이라지만,  길거리 막장극이며, 청소부 코스프레가 정말 길거리 흡연 방지에 적절한 대안이라고 생각한 건지 의심스럽다. 그저, 여러 출연진이 저마다 돌아가며, 출연 분량을 만들면서, 예능으로 구색을 맞추려고 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번다한 미션들은, 그곳에, 흡연 박스를 놓는 것으로 귀결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비흡연자들의 권리도 보호하고, 흡연권마저 인정해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키 위한, 긴 여정이라기엔, 어쩐지 어디선가 본듯한 뻔한 설정의 나열이 아닐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한 '공익 예능'이라며 대뜸 길거리 흡연을 들고 나온 것부터이다. 
물론, 길거리 흡연이 불법이며, 거리에서 마구 담배를 피는 사람들 덕에,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이 원치 않는 간접 흡연을 하게 되는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그램에서도 보여지듯이, 그들이 버리고 간, 즐비한 담배 꽁초의 불쾌함 역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의'를 내세우며 장황하게 '정의'에 대한 '정의'로 오프닝을 장식한 '공익'을 내세운 '예능'이 하필이면 첫 회에 내세운 것이 길거리 흡연인가 말이다.
이건 마치, 정부의 세금이 부족한데, 정작 세금도 잘 안내고, 돈이 많은 사람들한테는 말 하기 어려우니, 만만한 흡연자들의 담뱃값을 올려 세금을 충당하겠다는, 정부의 최근 행보와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거창하게 '정의 본색'이라 내세운 프로그램인데, 정말 우리 사회가, 사람들이 '길거리 흡연'을 마구 해서, '정의 사회'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인지? 정말 사회 '정의'가 뭔지는 알고나, 프로그램 제목을 붙인 것인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이런 공익 예능적 시도가 처음도 아니다. 지난 10월2일에는 과거 공익 예능의 대명사 이경규를 앞세워 <국민 고충해결단-부탁해요>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내보내고, 거리의 신호 지키기 란 공익 과제를 내세우더니, 이번엔 <정의 본색>이라며, 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을 다잡겠단다. 

두 프로그램의 과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공익'이란 명목으로,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해주겠다면서, 결국은, '시민'에게 무엇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이 차선을 지키는 것이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지 말라는 것이든, 그 대상이 시민이다. 시민이 잘못했으니,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우리 사회가 고충을 겪고,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 게, 시민들이 제대로 된 시민 의식을 가지지 못해서라는건가? 전형적인 뭐 묻은 뭐가 뭐 나무라는 식이다. 

진짜 우리 사회 시민들이 고충을 겪고, 정의가 외면받는 현장은 제쳐두고, 만만하니, 돈없고, 빽없는 시민들을 상대로 '훈장질'이나 하겠다는, 심뽀, 이게, 최근 빈번하게 시도되고 있는, mbc의 '공익 예능'이 아닌가 싶다. 정작 mbc 내 '정의 구현'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서, 만만하니 거리의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인가? 거리에서 흡연을 안하면, 정의 사회가 구현되는 사회, 참 만만한 '정의'다.


by meditator 2014. 12. 22.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