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착오적인 컨셉으로 이어가던 <진짜 사나이>가 종영한 후 그 뒤를 이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첫 방송은 그래도 앞에 방영된 <복면 가왕> 덕분일까 6.8%(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동시간대 <런닝맨>(6.2%)를 앞지른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성과이다. 하지만 과연 꼴찌가 아닌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또, 또, 또 돌아온 몰매 카메라
제목은 거창하게 '은밀하고 위대하'다 했지만, 실상 프로그램은 '돌아온 몰래 카메라'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몰래 카메라'라고 하면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바로 이경규라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전국민적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구가하게 했던 90년대의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 실상 내용은 출연한 연예인을 속여 먹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준비와 과정에서 보이는 '이경규'의 연출력이 뻔한 프로그램의 재미를 담보해 냈었다. 그러기에 이경규가 출연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나 <남자의 자격> 등 방송마다 양념처럼 '몰래 카메라'가 등장했었고, 2016년 설에는 특집 프로그램으로 다시 또 '돌아온'이란 수식어를 달고 방영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속여 넘기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것이 어디 있을까? 심지어 그 과정이 중계된다면? 그러기에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는 마치 '성악설'에 기초하듯 뻔한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시청자를 '솔깃'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된다. 그래서일까? 설 특집으로 마련된 <몰카 배틀-왕좌의 게임>은 11%의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젠 그뿐, 특집용을 넘어선 <마이 리틀 텔레비젼> 속 코너 속의 코너로 등장했던 데프콘이나 김완선의 몰래 카메라는 혹독한 반응으로 오죽하면 이경규가 자신이 준비한 몰래 카메라 대신 축구 중계를 하는 해프닝을 벌였을까.

하지만 그렇게 코너 속의 코너에서도 쉽지 않았던 몰래 카메라가 무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고정 코너로 등장했다. 그것도 그 주인공이라 할 이경규도 없이, <은밀하게 위대하게>란 이름으로. 



새로 시작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은밀하게 다가가 위대한 작전을 수행한다는 '타깃' & '의뢰인' 맞춤형 프로그램이라 내세웠지만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 프로그램이 '몰래 카메라'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 차린다. 하지만 거기에 이경규는 없었다. 굳이 이경규가 없어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한 이 몰래 카메라 프로그램은 새 mc로 윤종신-존박-김희철-이수근-이국주 등의 집단 mc 체제와 설 특집에서 등장했던 '배틀' 방식을 꾀한다. 거기에 나름 몰래 카메라와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의뢰인'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가 유행할 당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당당하게 이경규가 없는 몰래 카메라를 프로그램화 하듯 sbs의 <기쁜 우리 젊은 날>에서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 '꾸러기 카메라' 등을 진행했지만 지금도 기억되는 건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아류의 우려를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다시금 반복한다. 그리고 역시 '아류'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은밀하지도 않고, 위대하지는 더더욱 않고 
실제 방송은 비틀즈를 좋아하는 이적 앞에 분장한 링고 스타가 등장하는 것과 타로 카드를 좋아하는 설현에게 그 패를 이용하여 갖가지 해프닝을 벌이는 두 가지 내용이 방영된다. 이 내용에 대한 평가에 앞서 과연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몰래 카메라가 인기를 구가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도 회자되듯이 90년대 당대의 스타 최진실, 고현정에서 소설가 김흥신, 과학자 조경철에서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방송인 한선교, 이계진 등에 이르기까지 각계를 망라한 핫한 인물들이 몰래 카메라의 희생양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바로 이런 트랜디한 인물들의 뜻밖의 모습에 열광했고, 당한 당사자는 억울했지만 당대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인 몰래 카메라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자신의 유명도를 가늠해볼 척도가 되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프로그램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무엇보다 정규 프로그램화 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매주 그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프로그램의 트렌디함을 답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연 첫 회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그런 화제성을 몰고 왔는지에 대해서 아마도 그 답에 대한 고민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더 깊으리라 본다. 



또한 남을 속여먹는 것이 무조건 재밌다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타깝게도 첫 회 <은밀하게 위대하게>각 솔선수범해서 보여주고 말았다. 분장한 유명인이란 컨셉도, 타로 카드와 같은 운명론의 컨셉도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한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이경규가 몰래 카메라로 속여 넘기기 위해 연출했던 긴장감을 새로운 mc와 제작진은 전혀 자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더 아쉬움이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 반은 누군가를 속인다는 그 야릇한 긴장감의 조성이고, 그 부분에서 이경규의 걸출한 능력이 있는 건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mc진은 누구랄 것도 그 면에서 아쉬움을 보인다. 

무엇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첫 방을 두고 재밌다 재미없다를 떠나, 일요일 밤 온가족이 둘러 앉아 볼 주말 예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시대 착오적인 군대 문화 속에 연예인을 끼워넣고 어거지를 부리던 <진짜 사나이> 대신 등장한 '속이기' 프로그램이라니. 제작진은 안이하게 '몰래 카메라'의 흥미에만 주목하고 90년대 이 프로그램이 웃기기에 혈안이 되어 교육 현장과 애국가 등을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로 결국 종영을 하게 된 문제점은 짚어보지 않았던 것일까. 안그래도 전국민이 통치자와 그 이너 서클들이 감쪽같이 국민을 속여 넘긴 것에 분노하여 매 주말 마다 거리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 공중파 주말 황금 시간대를 저런 식의 성의도 없고, 아이디어는 더더욱 없는, 무엇보다 시대 착오적인 프로그램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by meditator 2016. 12. 5.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