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 예능의 후발 주자로 서러움을 겪던 <오마이 베이비>가 드디어 수요일 밤의 강자 <라디오 스타>를 이겼다. 역시나 귀여운 아기들을 당해낼 자가 없는가 보다. 하지만 동시간대 1위의 기쁨도 잠시, 또 하나의 육아 예능으로 자신감을 얻은 <오마이 베이비>는 주말 저녁으로 자리를 옮겨 진검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오마이 베이비>까지 주말로 자리를 옮기면, mbc의 <아빠 어디가>, kbs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어 방송사마다 육아 예능으로 주말 예능의 승부를 겨루는 셈이 된다. 


<오마이 베이비>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사건사고로 말미암아 허겁지겁 종료된 수요일 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태생부터 이미 선발주자가 된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을 쓰고 시작되었다. 그런 낙인을 피하기 위해 <오마이 베이비>가 내건 차별화된 전략은 세대별, 연령별 다양한 관찰 육아 예능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임현식과 같은 할아버지의 육아, 고은아 등 이모의 육아, 유태웅네 아들 삼형제 육아처럼 다양한 출연진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이은의 귀족 육아와 같은 구설수를 불러일으키는 차별화된 육아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주말 예능으로 자리를 옮기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오마이 베이비>의 출연진은 처음 <오마이 베이비>가 내걸었던 다양한 세대, 연령의 육아라는 애초의 의도는 많이 무색해 졌다. 강레오-박선주 부부의 딸 에이미, 김정민-루미코 부부의 늦둥이 담율이, 손준호-김소현 부부의 주안이, 리키 김-류승주 부부의 태오, 태린이까지, 네 쌍의 부부의 아이들을 보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은 연령대의 아이들만 모아놓은 느낌이다. 즉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귀여운 아이들로 주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역력하다. 

더구나,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방식도 타 육아 예능이랑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격이 좀 더 강한 <아빠 어디가>에, 채시라의 나레이션이 엄마의 시선이라는 강점으로 작용하는 <슈퍼맨이 어디가>와 나레이션의 역할을 자막이 대신하는 <오마이 베이비>는 세부적인 방식에서는 차이가 날 지 몰라도, 결국 궁극적으로 귀여운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한 시간여를 때우는 방식에서는 큰 차별성을 두기가 힘든 것이다. 굳이 들자면,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평소 육아에 참여도가 적은 아빠들의 참여라는 이벤트성이 강하다면, <오마이 베이비>는 부부 모두가 출연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관찰 예능으로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의 관점에서의 육아, 그래서 서툰 그 과정에서 오는 재미를 추구한다면, <오마이 베이비>는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공감에 더 방점을 찍고, 그걸 프로그램의 주된 재미로 삼는다. 

하지만 과연 육아 과정을 보는 재미가, 신생가 출생률 최하위의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육아의 재미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아이들을 보는 건 좋지만, 과연 <오마이 베이비>를 보면 나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로 이어질까. 부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출연하고 있는 혹은, 과거에 출연했던 아이들의 가정을 보면, 귀족적 육아로 문제가 되었던 이은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이 하나, 둘인 집안이 온통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뒤덮여 있다. 자그마한 장난감이 지천에 널린 것은 물론, 미끄럼틀에, 실제 탈 수 있는 자동차, 아이가 혼자 움직이기에 충분한 영역을 둘러싼 플라스틱 장벽에 침대에, 과연 저 또래 아이들이 실제 얼마나 가지고 놀까 싶은 것들로 아이의 주변은 넘쳐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아이와 아이의 장난감을 담을 집이 무조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 육아 서적에서 보자면, 어린 시절 너무 많은 장난감은 물론 연령별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사물에 대한 쉬운 싫증과 심하게는 낭비벽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실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제 아무리 좋은 장난감이라도 아이들은 쉽게 싫증을 내고, 오히려 엄마의 주방 기구에 더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과연 저 텔레비젼 프로그램 속 지천으로 쌓인 장난감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그렇게 산더미같은 장난감, 동화 속 세상같은 아이의 환경, 그리고 언제나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부부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가정 환경은 오히려 그걸 보는 젊은 세대로 하여금 육아를 두렵게 만드는, 그래서 그저 텔레비젼 프로그램으로만 육아를 즐기는 '회피'를 조장하는 건 아닐까 노파심이 생긴다. 즉, <오마이 베이비>든 다른 육아 프로그램이든, 그 어떤 것이든 현실의 육아와는 거리감이 있는 또 하나의 '육아 환타지'를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뉴스엔)

또한 '관찰'예능으로서의 시각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아이들을 관찰한다지만,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자막으로 그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해석한다. 28일 <오마이 베이비>에서 태린이가 놀이터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자, 태오는 달려오는 누나의 남자 친구를 날카롭게 바라본다. 제목이 '누난 내 여자니까'이듯이, 프로그램은 누나를 사수하기 위한 태오와, 그런 태오를 제끼고 함께 놀려는 태린이와 태린이 남자 친구의 삼각 관계를 만들기에 골몰한다. 이제 겨우 서너 살 된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어른들 '남녀 관계'와 같은 시각을 조성하기에 골몰하는 건, 비단 <오마이 베이비>만이 아닌 모든 육아 예능의 공통점이다. 즉, 그저 자라나는 과정 중에 자연스레 등장하는 아이들의 행동, 말 하나하나에 예능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늘 침소봉대요, 왜곡이 뒤따르는 결과이다. 마치 아이들은 아무 생각없이 노는데, 엄마들끼리 니 여자친구니, 남자 친구니 하며 호들갑을 떠는 방식을 육아 예능은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도한 지난 주 강레오 네 에이미의 식사 습관이나, 매번 밥 먹이기 실랑이를 벌이는 김소현네 주안이처럼 생각해 봐야 할 육아 방식을 그저 한 가족의 개성처럼 비판없이 고스란히 전달하기도 한다. 

물론 장점도 있다. 특히 <오마이 베이비>의 경우, 미국에서 태어나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가진 리키김과 류승주의 육아 방식은 기존 우리나라 부모들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먹여 주려는 과잉 보호와 대비되어 지켜보며 배우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매주 한 시간 넘게 아이들의 일상만으로 '때우는' 육아 예능에서 그런 장점은 쉽게 희석되고,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를 떠나고 방문하는 이벤트가 그 자리를 채워가기가 십상이다. 벌써 아이를 데리고 꽃집을 찾아다니는 강레오네 가족처럼. 하지만 세상은 넓고 아기들은 여전히 많다고,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낄만 하면, 또 다른 귀여운 아기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아마도 그것이 주말로 진검 승불의 카드를 내민 <오마이 베이비>의 배짱일 것이다. 귀여운 아이가 누군가의 집에서 탄생되는 한 육아 예능의 해는 쉽게 저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날 해에 감사함을 느끼기 어렵듯이, 이제 방송사마다 주말을 채우는 육아 예능은 그만큼 쉽게 권태로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by meditator 2014. 5. 29.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