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처럼 대기업에 들어간 신참 직장인들의 민낯을 가감없이 들여다 보고자 시도했던 <오늘부터 출근>이 4회의 정규 방송과 1회의 하일라이트 판으로 마무리 되고, 23일 방영된 6회부터, 2기가 시작되었다. 8명의 1기 멤버 중 박준형, jk김동욱, 은지원, 홍진호 등이 생존한 가운데, 새 푸대에 담길 새 술과 같은 신입 멤버로, 무려 51살의 밴드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 카라의 박규리, 그 존재만으로도 신입 사원같은 앰블랙의 미르와 배우 봉태규가 합류했다.

 

이 중 박준형의 잔존은 놀랍다. <룸메이트>에서의 넉넉한 큰 오빠 같은 호감 이미지와 달리, 대기업의 신입 사원으로 출근한 박준형은, 그의 자유분방한 태도로 인해, 불성실한 신입사원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 쭈니가 달라졌어요'를 표방한 제작진의 박준형 이미지 쇄신 과정과, 4회, 팀원들 사이에서 눈물까지 보인 박준형의 진심어린 태도가, 그로 하여금 2기의 멤버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1기 멤버 중 도드라지게 제작진의 편애를 받았던 멤버보다, 오히려 무난하게 직장 생활에 어우러진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은지원, 홍진호, jk김동욱이, 다시 한번 출근의 기회를 얻었다.

 

 

 

(사진; osen)

 

또한 첫 회 박준형의 비호감 이미지를 염두에 두기라도 한 듯, 두번 째 직장에 간 박준형은, 예의 자유분방한 태도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제품 리서치 과정에서 기존 직원조차도 연예인이 과연? 이라는 선입관을 깨뜨릴 만큼 진지한 접근과 센스있는 태도 등이라던가, 혹은 광고 제작 과정에서, 예전 광고 회사 경험을 살린 현장감등을 강조하면서, 박준형이, <오늘부터 출근>에 어울리는 멤버라는 걸 강조했다.

 

한 직장의 서로 다른 부서에 배치된 8명의 사원들을 다루면서, 다른 부서로 인한 업무의 차별성을 보이려고 했지만, 결국 한 회사라는 울타리의 한계로 인해, 출연자들의 업무 차별성을 똑부러지게 드러내지 못했던 1기와 달리, 새로운 각오로 시작된 2기에서는 장난감 회사와, 국내 유명 외식업체로 근무 업체를 다각화한다. 온통 분홍빛 인형들로 둘러싸인 회의실, 다짜고짜 요리 실력부터 확인하는 신제품 개발팀 등, 삭막했던 대기업의 근무 환경과 달리, 2기의 근무 환경은, 그 자체로부터 리얼리티의 보는 맛을 살린다.

 

덕분에 8명의 출연자들은, 첫 회부터, 누구 한 사람에 대한 편애 없이, 새로운 성격의 직장 생활에 던져진 각자의 캐릭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옷차림이 자유분방해, 오히려 조끼까지 갖춰입은 jk김동욱이 민망해 지고, 팀장이 나서서 위화감을 주니, 그런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완구회사와 달리, 일반 회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외식업체에 배치된 김도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가죽 자켓과, 치렁치렁한 머리가 처치곤란이 된다.

 

1기 멤버 중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박준형이 부각되었다면, 2기 멤버 중 직장과 가장 언밸런스인 멤버는 김도균이다. 거의 퇴직을 할 나이에 가까운 그가, 찰랑이는 로커의 머리와 가죽옷을 착장하고 직장에 나타났다. 직장인이라도 아무나 주차할 수 없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해프닝에, 회의 시간을 앞두고 무념무상 로비의 전시물을 보는 여유로움에서, 직장이라는 조직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김도균을 느낄 수 있는 반면, 1기 때 박준형의 오해를 학습했던 제작진은 김도규의 부조화를 양념삼아 치고, 대신, 새초롬하게 머리를 넘기며 안내 전화에 열중하는 신입 사원 모드에 적응하려 애쓰는 51세의 늦깍이 직장인을 부각시켜 비호감을 피해 오히려 8명의 신입 멤버 중 박규리보다 더 귀여운 캐릭터로 등극시킨다.

 

그런가 하면, 봉태규의 존재는, 영화 속 그의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조직사회의 전혀 없다는 그의 실체와 달리, 그의 존재만으로도, 또 하나의 '미생'을 보는 듯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봉태규는 그런 존재론적인 이미지에서 머물지 않는다. 미리 학습을 하고 온 듯, 완구회사 정문에 진열된 캐릭터를 yg의 빅뱅과 위너를 빗대 설명하는 촌철살인의 센스에서 부터, 마주 앉은 은지원의 어부지리 영업 성과에 고무된 듯, 영업 실적을 위해 고군분투 애쓰는 모습까지, 신입사원 코스프레를 넘어선 봉태규의 매력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진지한 고군분투는 영화 속 그의 캐릭터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무시무시한 상사의 질책을 예고함으로써, <오늘 부터 출근>의 다음 회를 기약하게 만든다.

 

첫 회, 새로이 등장한 김도균, 박규리, 봉태규, 미르의 난처한 신입사원 신고식에, 꼴랑 4회차의 경험이지만, 이미 한번의 직장을 경험해 보았던 '신입사원' 선배 은지원, 홍진호, jk김동욱, 박준형이 새로운 직장 속에서 보여주는 파열음이 <오늘부터 출근>의 묘미이다. 거기에, 상황을 설몀하고, 도발하기까지 하는 자막이 옵션처럼,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린다.

 

 

by meditator 2014. 10. 24.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