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수목 드라마 <용팔이>가 4회만에 14.9%의 시청률을 보이며 놀라운 시청률 상승을 보이고 있다. 그런 반면, 이제 10회를 맞이할 <어셈블리>는 여전히 5%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하지만 <어셈블리>의 시청률을 들여다 보면, 용접공 신분으로(정확하게 신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용접공은 드라마 상에서 진상필을 대우하는 동료 국회의원들의 태도만 봐도 '신분' 맞다) 감히 여당 국회의원이 된 지 몇 달 만에 정치 생명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진상필(정재영 분)처럼, 한 회 4%대였다가, 한 회 5%대였다가 역시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이다. 또한 재미있는 게, 그저 백도현(장현성 분)의 선거용 이용물로 여당에 들어왔다가 조금씩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진상필처럼 들쑥날쑥하면서 야곰야곰 시청률도 성장하여, 이제는 6%를 바라보고 있는 것 역시 <어셈블리>와 같다. 



리얼 인듯, 환타지스런 정치인 진상필
<어셈블리>란 드라마는 현실적이다. 백도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치 이야기, 자신의 지역구에 등장한 대통령 후보군의 인물 때문에, 은밀하게 새로이 물색한 후보 지역구에, 총알 받이로 노조위원장 출신의 진상필을 공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국회에 들어온 신참 국회의원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여당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저격수를 마다하지 않는 과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셈법에 따라 다시 한번 내처지는 과정은 '실록'처럼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의 맨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반면 애초에 용접공 출신 노조 위원장이 여당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에서 부터 '환타지'스러웠던 설정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역정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초심을 놓치지 않는 인간 진상필이 벌이는 정치 행보, 그 자체가 <어셈블리> 자체를 더욱 환타지 스럽게 만든다. 

여당이라면 무조건 당선은 따논 당상인 경제시에서, 백도현 사무총장의 추천으로 진상필은 국회의원이 된다. 비록 그 과정에서 그와 함께 노조를 이끌어 오던 배달수(손병호 분)의 희생은 있었지만, 그래서 더 진상필은 국회로 가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그와 함께 하게 된 애초에 경제시의 국회의원 내정자였지만, 진상필의 출현으로 졸지에 그의 보좌관이 된 최인경(송윤아 분)가 있다. 

이 두 사람은 최인경은 진상필더러 모가 아니면 도라고 다그치며 좀 더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라 힐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닮았다. 무기력한 노조 대신 정치를 선택했던 행보, 그리고 다음 공천을 위해 여당 저격수를 마다하지 않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형과 같은 배달수와 함께 했던 그 초심을 놓치지 않고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진상필이 있다. 그리고  가장 믿었던 선배 백도현의 부탁으로 진상필을 돕게 되었지만, 이제 그 백도현의 정치적 술수에 휘말려 희생양이 되어가는 진상필을 위해, 자신의 계보와도 같은 백도현을 등지기로 결심한 최인경의 행보 역시 '낭만적일 만큼' 인간적이다. 최인경의 '동지'라는 무색하지 않게, 진상필과 최인경은 인간이기를 쉽게 마다하는 '정치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얼굴을 포기하지 않는 정치'의 동지들이다. 

드라마 중 김규환(옥택연 분)의 존재는 사족이다. 배달수의 아들로 등장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오해하고,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진상필에게 접근하여 칼을 간다. 드라마 속 진상필의 진심을 의심하는 그의 존재는 정치인 진상필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그 존재를 통해 매회 진상필이란 정치인의 진심을 의심하고, 따져보고, 건드려 보며 그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어셈블리>의 행보는 더디다. 



정치 혐오주의 세태 속에서 인간적 정치란?
왜 굳이 속시원한 진상필의 활약 대신 그때문에 죽었다는 오명을 쉽사리 벗기 힘든 형과 같은 동지의 아들을 등장시켜 진상필을 의심하게 만들까. 
그것은 진상필로 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에 팽배하여 있는 '정치 혐오주의'때문이다. 

그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그 시기조차 알 수 없게, 우리 사회엔 정치는 더럽고 나쁜 것이란 '정치 혐오주의'가 팽배하여 있다. 물론 국회의사당에 모인 사람들은 맨날 말만 많고, 심지어 서로 싸움박질만 하고 제대로 해내는 것은 없다. 아니, 제대로 해내는 것이 있기는 하다. 자기 논에 물대기처럼 국민들이 뽑아주었다는 처지를 망각한 채, 자기들 개인의 이익, 그리고 차기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자기 지역구 이익에는 앞장을 선다. 그리고 이런 국회의원들의 변할 줄 모르는 행태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혐오'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뿌리깊으면 뿌리깊을 수록, 사실 '노가 나는' 것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은 정치인들이다. 국민들이 더럽다고 손가락질 하면 할수록, 그 손가락질 받은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협잡을 하고, 자신들끼리 해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현실 정치 혐오주의에서, '인간적 정치'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불가피하게 '인간적'인 그 면을 설득해 내기 위해 <어셈블리>는 지지부진 갈짓자를 달려왔다. 끊임없이 사족같은 동지의 아들을 통해 진상필을 의심하고, 심지어 동지였던 최인경조차 서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9회 어떻게 하면 진상필을 끌어내릴까 노리던 김규환이 진상필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판국에도 최인경을 보호하고 싶은 그의 진심이 적이었던 김규환을 돌려 세웠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인경도 돌아왔다. 

그리하여 여전히 낭만주의적일 정도로 순수한 정치적 이상주의자 최인경과, 노조 출신의 초심을 놓치지 않은 진상필은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자 한다. 그 길을 구불구불하고 에돌아 왔지만, 대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셈블리>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에 대한 희망을 건져보게 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8. 13.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