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의 수목 드라마 <어셈블리>는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수목 드라마의 꼴찌다. 시청률이 상승했다지만 6%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셈블리>의 반응은 시청률로 잡혀지지 않는 곳에서 뜨겁다. '한겨레'는 한 지면을 할애하여, 진상필을 비롯한 <어셈블리>의 등장인물들과 현실 정치인과의 '싱크로율'을 앙케이트화하였고, 이 앙케이트는 곧 sns를 비롯한 인터넷 상의 여러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그 앙케이트에서 박춘섭의 현실적 인물로 다수의 표를 받았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과 진상필이 닮았다 하여 '공분'을 사기도 하였다. 현실에서 박춘섭에 버금간다고 평가받는 여당의 노회한 정치인이 시청률 꼴찌 드라마에 등장하는 '진상' 정치인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자신의 '진심'을 어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다가오는 진상필의 정치적 위기
<어셈블리>는 이른바 '발암' 드라마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 정치 초년생 진상필(정재영 분)은, 정치인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난의 역정을 겪는다. 15회에서는 '공천 나눠먹기'를 폭로함 혐의로 출당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었고, 16회에는 드디어 국회의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것도 뇌물 수수 혐의로. 

하지만, 극중 진상필에게 닥치는 '고난' 그리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발암'을 일으키는 <어셈블리>를 통해 작가 정현민이 '정치'의 본질을 설파하는 과정이 된다. 즉, 진상필에게 고난이 닥치면 닥칠 수록, 진상필은 무너지고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도 꼿꼿하게 자신의 진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정치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서 역설적으로 현실의 정치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15회, 진상필이 출당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게 된 사연의 시작은 홍찬미(김서형 분) 의원으로 부터 비롯된다.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홍찬미, 그녀는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통해 재선을 하려고 했지만,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의 외면으로 지역구 당협위원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홍찬미, 그런 그녀에게 백도현은 그녀와 자신의 관계가 '동업자'임을 분명히 한다. 그런 백도현에게 분노하지만 홍찬미도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 백도현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녀 먼저 백도현을 멀리한 '전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백도현이란 끈을 놓친 홍찬미는 부랴부랴 박춘섭(박영규 분)에게 달려가지만 거기서도 홍찬미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냉대였다. 결국 여당의 두 계파에게 '팽'당한 처지의 홍찬미는 진상필을 이용하여, 회심의 복수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녀가 준비한 복수에 돌아온 댓가는 여당 두 계파의 나눠먹기식 공천을 폭로한 진상필의 출당 징계위원회 회부이다. 심지어 거기에 홍찬미는 징계위원으로 선정된다. 

그 누구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징계위원으로 참석한 홍찬미, 심지어 두 계파의 백도현과 박춘섭이 관전한 가운데, 징계 위원회는 진상필을 다그친다. 당신에게 그 문건을 넘겨준 사람이 누구냐고. 하지만, 진상필은 최보좌관(송윤아 분)의 설득에도, 그리고 '출당'을 들먹이며 위협을 하는 위원들의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니가 바로 '좌파'가 아니냐는 위원들의 공격에, 오히려 반격한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청와대파도, 반청파도 아닌, 그저 국민들의 대표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일 뿐이라고. '출당'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이용하려 했던 홍찬미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진상필, 그런 진상필에게 결국 홍찬미가 두 손을 들어버린다. 

15회의 진상필은 그렇게 홍찬미라는 한 사람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그저 한 사람의 신뢰가 아니다. 비례 대표로 국회에 들어와, 늘상 누군가의 손을 잡고, 누군가에 매달려 편을 먹고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무언가를 획책하는 '정치'라는 걸 해왔던 사람을 돌려세운 것이다. 그것은 곧, 홍찬미가 해왔던 방식의 정치를 돌려세우는 진상필의 정치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단 한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는 있는 정치, 그것이 바로 정치의 시작이라고 <어셈블리>의 진상필은 설득한다. 

진상필의 정치의 시작은 '배달수'이다. 자신이 여당 국회의원이 되겠다 마음 먹은 그 시각, 부당 해고를 알기기 위해 철탑을 올라가다 목숨을 잃은 오랜 동지이자, 형 배달수, 국회에 들어온 진상필은 배달수가 만족할 만한 정치를 하기 위해 매진한다. 동지이자 형을 만족시키겠다는 정치, 매우 소박하고 감상적이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소박함과 감상적인 진상필의 정치의 본질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진상필은 그가 위기에 빠진 순간마다, 자신이 웃음을 되찾아 주어야 하는 형, 그리고 자신을 뽑아준 경제시민들, 그리고 자신이 대표해야 하는 국민들이라는 '사람'의 실체를 확장해 가고,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런 진상필의 '신뢰'를 놓치지 않는 진심의 정치 맞은 편에는 홍찬미에 대한 최보좌관의 물음, 그간 국회에 들어와 누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느냐는 질문이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홍찬미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실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질문이다. 국민을 대표한다고 국회에 들어와 당신들이 한 일이 무엇이냐고!



진상필의 진상, 아니 진심 정치 
하지만, 진상필이 그 말하기 좋은 '초심'을 놓치지 않고, '신뢰'를 잃지 않는 '진심'의 정치를 하려 하면 할수록 그의 행로는 험란해 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진상'이었던 진상필의 정치는 이제 '국민 진상'이 되어, 국민당의 계파를 막론한 모든 이들의 정치 행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빠르게 조웅규(최진호 분)를 영입한 백도현은 진상필을 제거하려 하고, 출당이라는 처분이 여의치 않자, '뇌물 수수'라는 졸렬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 카드는 그간 '국민 진상'의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진상필에게 독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진상필의 진실을 알려하기 전에, 뇌물 수수 혐의란 그 혐의만으로도 손가락질을 한다. 더구나 '법'은 언제나 강한 자의 편이다. 게다가 이제 막 시작한 정기 국회에서 활약은 봉쇄되고. 

그 상황에서 정치 공학에 능란한 최보좌관이 꺼낸 카드는 구속을 미뤄달라는 국회의원들의 표결이었다. 반청계와 야당의 자율 투표까지 호응을 얻어내며.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며, 국회라는 장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그 전략을 진상필은 마다한다. 어떻게든 국회를 놓치지 않으려던 현실 정치의 그것을 진상필은 그저 '시간 벌기'이며, 그래봐야 국민들의 의심을 풀수 없다며 거부한다. 그리고 당당히 법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셈블리>의 감동은 바로 그 순간에 찾아온다. 진상필이 규정했던 바, 재선을 노리고, 국회 안에서 살아남는 정치 공학 대신에, 홍찬미가 '바보'라고 정의내릴 정도로 고지식하고 우직하게, 정치의 본질를 묵묵히 감내하려 하는, 진상필의 어리석은 진심의 그 순간, 우리가 현실에서 잃어버렸던 정치가 '필사즉생(必死卽生반드시 죽고자 하면 오히려 살아난다)'한다. 그렇게 현실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치는 수목 꼴찌 드라마 한 주인공을 통해 부활해 가는 중이다. 
by meditator 2015. 9. 4.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