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이내 접근 금지를 부르짖으며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렸던 홍찬미(김서형 분) 의원과 최인경(송윤아 분) 보좌관, 이 두 사람의 멋진 '합작'으로 진상필(정재영 분) 의원이 수감중이던 감옥에서 나왔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서, 두 사람의 합작이라기 보다는, 결국 한민 은행장에게서 시계를 받지 않았던, 그래서 그 시계값을 은행장 면전에 대고 뿌렸던 진상필 의


원의 승리이기도 하다. 홍찬미 의원과 최인경 보좌관이 합작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한 푼


도 받지 않았던 진상필 의원과 달리, 백도현(장현성 분)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과 검은 뒷거


래를 했던 한민은행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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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의 합종 연횡, 그리고 독야청청 진상필의 행보 
수감되었던 진상필의 석방은, 곧 그를 주요 타겟으로 삼았던 백도현 사무총장의 위기로 다가온다. 노골적으로 집행부는 백도현의 사퇴를 요구하고, 그런 사퇴 요구에 백도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무기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그런 백도현의 '공작'에 청와대와 손을 잡은 딴청계는 지도부 집단 사퇴라는 카드를 들고 결국 백도현을 사무총장의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만든다. 

하지만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고 했던가, 한때는 그의 개였던 보좌관조차 '협박'을 해대는 상황에서, 백도현은 그가 은닉하고 있던 비자금을 무기로, 반청계와 함께 '비대위'로 다시 한번 국민당의 권력을 사로 잡는다. 비대위의 딴청계 대표 자리를 놓고 여유롭게 실랑이를 벌이던 딴청계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다. 그리고 그 대응에 최보좌관이 노심초사할 때, 진상필은 그런 최보좌관을 말린다. 그리고, 이제 자신은 '진짜 정치'를 하겠노라고, 그러면서 그가 하고자 했던 것은 한때 그의 인턴 보좌관이었던 배달수의 아들 김규환이 만들다 만, '두번 째 기회를 위한 법안', '패자 부활법'에 매진한다. 

한민 은행장과 손을 잡고 진상필을 불법 정치 자금 수수로 엮어 감옥으로 보내는 것으로 부터 시작하여, 아니 그 이전부터, 최인경이 선배님의 초심이 그립다고 했던 그 시절부터, 아니 최인경이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기 그 이전 진상필을 경제시에 국회의원으로 공천을 주던 그 시점부터 백도현은 '정치인' 대신, 차기 재선을, 그리고 국민당의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꾼'이 되었다. 

그런 백도현이 늘 진상필과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것은 백도현이 걸어가고자 하는 방식과 진상필이 하고자 하는 정치가 늘 그 원칙에서부터 위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도현이 '권력'을 노릴 때, 그의 반대편에서 진상필은 그의 초심을 생각했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을 생각했고, 국민의 뜻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생각했다. 그러기에 늘 백도현의 가는 걸음걸음 진상필은 걸림돌이 되었고, 백도현은 이제 반청계의 우두머리 박춘섭(박영규 분)조차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노회한 음모가이자, 술수꾼이 되었다. 

진상필을 끌어내리기 위해 끝없이 펼쳐지는 백도현의 방해 공작, 드디어 진상필을 감옥으로 까지 보낸다. 하지만 다행히 진상필의 곁에는 백도현 못지 않는 '정치 공학'에 득도한 최인경이 있고, 이제는 제법 국회의원티가 나는 홍찬미까지 가세했다. 17회, 진상필을 감옥에서 출감시키기 까지는 이 두 사람, 최인경과 홍찬미의 멋진 팀웍이 돋보였다. 홍찬미는 백도현을 안심시키기 위해 잠시 '칩거'를 마다하지 않고, 그런 와중에 최인경은 진상필의 석방을 위해 발로 뛰고, 갖은 지혜를 짜낸다. 그리고 석방된 진상필에 만족하지 않고, 청와대를 설득하여 백도현을 사무총장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진상필의 감옥 행과 그 이후의 여야 담합, 그리고 그것을 뒤집기 위한 딴청계의 한 판. <어셈블리>를 보는 시청자들은 결국 자신의 보좌관을 감옥으로 보내버리고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백도현을 보며 잠시 승리의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백도현은 그의 적이었던 반청계와 손을 잡고 '비대위'의 1인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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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이 아니라, 진짜 '정치'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아마도 <어셈블리>를 보는 시청자들은 17회에 벌어진 신나는 홍찬미와 최인경의 더블 플레이를 보며, '정치'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보좌관 생활로 뼈가 굵은 작가 정현민은 보란 듯이,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낀, '정치'를 뒤집는다. 게임처럼, 그렇게 '장군'하며 적을 물리친 '정치'는 결국, '멍군'하며 치고 올라오는 '또 다른 정치'로 인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진짜 정치가 아니라고. 그런 정치, 비대위에 들어가지 못해 노심초사하며 작전을 짜려고 했던 그런 정치는 결국, 다수의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는 '싸움박질 하는 정치'를 낳을 뿐이라고.

17,8회 보여지듯이 진상필은 참 무능하다. 심지어 청와대와의 통화에서도 최보좌관이 적어 준 쪽지를 대놓고 읽을 정도로, 그는 '정치적 상황'을 풀어가는데 무기력하다. 그래서 언제나 최보좌관의 눈치를 보고, 그의 의향을 묻고,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른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최인경이 국회의원을 하고, 진상필은 그의 운전을 해줘도 모자를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진상필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른바 '정치'에 능한 최인경은 보좌관이다. 왜? 진상필이 진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반청계와 백도현의 합종 연횡에, 비대위의 한 자리를 빼앗긴 것에 고심하는 최인경이 아니라, 더 이상 그런 한 자리를 놓고 싸움박질을 해대고, 좀 더 유리한 정치적 고지를 획득하기 위해, 폭로'를 일삼는 정치가 아니라, 그런 정쟁 대신 진상필은 일찌기 자신이 국회에 들어왔던 본연의 임무 '법'으로 귀환한다. '법'을 만들기 위해, 동료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백도현에게 무릎을 끓었던 그 초심을 잃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상황을 역전시킬 '작전'에 골몰하는 능수능란한 최인경을 무기력하게 만들며, 진상필은 국회의원의 정의를 바로 세운다. 그렇게해서 그는 경제시의 숙원 사업을 전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반대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꺼이 감옥으로 갔고, 이제 비대위의 한 자리를 놓고 싸우는 대신 '목숨'을 걸고 법을 만든다. 비대위의 한 자리를 건 싸움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보다 더 노회하고, 협잡과 술수에 능숙한 '정치꾼'들에 의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지만, 그가 만든 법안은, '개정'이 되기 전에는 국민들을 위한 '등대'가 될 수 있으니까. 바로 이것이, 정현민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정치이다. 

극중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김규환은 '정치에 신물이 난다'고 거침없이 최보좌관을 향해 막말을 던진다. 그런 김규환에 대해 최보좌관은 그럼에도 그런 신물이 나는 정치가 바로 너의 삶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 설득하려 한다. 설득에도 불구하고 '냉소'로 떠난 김규환, 진상필이 감옥에 갔을 때도 돌아오지 않았던 김규환이 진상필이, 그가 만들려 했던 '패자 부활법'을 만들자 돌아온다. 그리고 작가는 이를 통해, 인터넷에 회자되는, '당신이 정치를 외면할 때 가장 어리석은 자의 지배를 받는다'는 식의 말뿐인 설득 대신, 이 시대 정치가 해야할 바를 말한다. 이 시대의 수많은 배달수씨를 위한 법, 그런 법을 만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그 무엇을 해내는 것이, 바로 이 시대 정치의 몫이요, 정치를 외면하는 이들을 설득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변한다. 6%의 시청자들만이 누리는 '진짜 정치'의 감동이다. 


by meditator 2015. 9. 11.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