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이란 엄청난 제작비로 홍보를 했던 <아이리스2>는 제작비가 무색하게 드라마가 시작된 이후로 내리 시청률 하강 곡선을 탔다. 심지어 한 자리수에, 꼴찌까지 찍었다. 그러던 <아이리스2>가 남과 북의 갈등이 본격화 되면서, 또 사라졌던 남주인공 정유건(장혁 분)이 돌아오면서 조금씩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

 

핵- 현실적 긴장감

씁쓸한 개그지만 세계에서 가장 액션 영화를 찍기 좋은 곳은? 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 이유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의 대치, 이 보다 더한 현실적 긴장감을 주는 스토리가 없으니까이다. 헐리웃 액션 영화들이 한 김 빠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동서 냉전의 해체였고, 그래서 요즘 헐리웃 액션 영화들은 하다못해 뉴욕 거리의 시위 군중까지 끌어다 악의 세력을 구축하고자 애를 쓰고, 그 중 단골로 등장하는 세력이 바로 '북한'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게 우리나라 제작자들일진대, 막상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북의 대치란 소재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그럴까,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다.

영화 <베를린>은 정권 교체기의 북한 지배층의 이권 장악 과정에서 희생된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소해진 남북의 문화처럼,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생경한 북한 말을 외국어처럼 알아듣기 힘들어 했고, 북한 권력층의 음모를 헐리웃 영화 속 음모보다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제작진 측에서는 이 정도만 던지면 당연히 '응' 하고 맞장구를 쳐올 것에서 '??' 하는 반응이 오니, 난감할 수 밖에.

<아이리스2>의 경우는 드라마 속 상황과 현실이 엇갈려 현실감을 살려주지 못한 케이스이다. 사실 어느 액션 영화든, 드라마든, 퍼즐 맞히듯 딱딱 들어맞는 스토리는 충분 조건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호강을 시원하게 해줄 액션 요건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허술한 스토리는 욕하면서도 눈감고 넘어가주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데 <아이리스2>는 방영하자마자 허술한 스토리가 우선 도마에 올랐다. 그렇다고 액션 장면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건 상당부분 <아이리스2> 속 남과 북의 상태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현실감있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리스2> 속 남과 북은 늘 대화를 하려고 하고 평화를 추구한다. 그런데 '아이리스'란 테러 집단으로 이해 남과 북의 평화협상은 늘 엇물리고 방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요즘 날마다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보는 남과 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저쪽에서 '불바다' 그러면, 이쪽에서 '맞대응'하면서 장군멍군 위기감을 고조하고 있는데, 드라마는 한가롭게 평화 협정 어쩌고 하고 있으니, 그런데 거기에 음모 세력이라니, 남의 다리 긁는 거 같은 것이다. <아이리스2>의 북한 정부는 그렇다 치고, 남한 정부는 '햇볕 정책' 중이다. 그 정권 물러간 지가 언젠데. 그러니, 드라마에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던 <아이리스2>가 14일 방영분에서, 핵이 등장하니, 드라마가 달라졌다. 기본적 관계는 다르지 않지만, 북한쪽에서 자기쪽 참가자들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핵 미사일까지 발사 강행을 하려고 하고, 거기에 대해 남쪽 역시 숨겨진 핵을 들먹이며 '딜'을 하니, 날마다, '핵무기 개발'을 코에 걸고 남한을 협박하는 북한다웠달까? 버튼 하나에 대한민국의 상당수가 초토화될 수도 있는 현실적 긴장감이 되돌아 왔달까? 물론 씁쓸한 현실감이다.

 

 

 

 

돌아온 주인공

남자 주인공 정유건이 총에 맞아 기억을 잃고 아이리스의 '켄'이라는 암살자로 활동하는 동안, <아이리스2>는 여주인공 이다해의 시점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이다해를 옆에서 흠모하는 또 다른 아이리스 요원 서현우(윤두준 분)의 시점에서 전개되었다.

안그래도 초반에 남여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충분히 무르익지도 그로 인한 정서상 공감대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남자 주인공은 사라지고 뜬금없이 또 다른 사랑이 등장한 것이다. 장혁도 고전했는데, 윤두준이라니!

아이돌의 문제는 비단 그들의 준비되지 않은 어설픈 연기력만이 아니다. 아이돌이 왜 아이돌인가? 특정 팬덤을 기반으로 한 특정 연령층의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저 텔레비젼을 시청하는 사람들 눈엔 아이돌 스타가 아니라, 처음 보는 신인 배우이기가 십상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배우가 남자 주인공을 대신해 어설프게 여주인공과 사랑 이야기를, nss내에서의 활약을 하는 걸 꾹 참고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바로 리모컨만 돌리면 조인성과, 주원이 대기하고 있는데.

그런 시청자의 반응이 수렴이 된 것인지, 아니면 스토리 상 그럴 때가 된 것인지, 이번 주 <아이리스2>는 드디어 장혁이 남자 주인공으로서 자기 역할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추노>에서도 그랬지만, 장혁이란 배우는 고난 속에 피어날 때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안타깝게도 <아이리스2>가 초반에 반응을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배우로서 장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심지어, 그가 기억을 잃자, 주인공임에도 5분 정도의 존재감으로 빛을 잃기 까지 했다.

14일, 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 리에(유민 분)라면, 지난 주 지루한 수연과 현우의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리에와 유건의 이야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좋은 드라마는 주인공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드라마이다. 이제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장혁의 연기를 보면서,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by meditator 2013. 3. 15.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