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마지막,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고, 하지만 그 피를 보고도 자신은 멈출 수가 없다고 이동휘(손현주 분) 대통령은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한태경(박유천 분) 경호관 이런 나를 지켜줄 수 있습니까 라고. 대통령의 말이 끝마침과 동시에, 아래에 자막이 씌여진다. 사건 발생 72시간 경과. 한태경 경호관의 아버지가 죽고 대통령의 저격이 일어난 후로 3일, 이제 전쟁의 서막이 마무리되었다.


<쓰리데이즈>의 시작은 우연히 한태경 경호관에 의해 포착된 대통령 암살 음모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암살은 16년전 대통령이 팔콘의 컨썰턴트로 활동하던 시기에 가담한 양진리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그 시절 양진리에서 살아남은 함봉수(장현성 분)는 경호실장이 되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한태경의 총에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커다란 사건의 시작이었다. 

한태경의 아버지 한기준을 통해 98년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대통령 이동휘가 그날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그날 이동휘와 함께 그 사건에 가담했던 재신 그룹, 여당 대표, 그리고 합참의장은 그 날의 진실을 덮어두기 위해 이동휘 대통령을 죽이려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쓰리데이즈>의 이야기는 회를 거듭해 가면서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듯 그 존재감을 부풀려 가고 있다. 매회 양진리 사건의 이야기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듯하지만, 회마다 그 이야기는 살을 붙여 가면서 덩치를 키운다. 7회에 이르러 비로소 대통령 이동휘가 한태경의 아버지 한기준을 만나기 전까진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거나, 무지했었다는 것을 밝히고, 6회에서 김도진이 이동휘의 문책에 자신도 몰랐던 일이라며 발뺌했었던 일이 거짓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그러면서 왜 16년이 지나서야, 98년의 사건이 전면에 드러나고,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걸면서 그것을 이제야 밝히려 하는가도 명확해 졌다. 단순히 대통령 암살 사건을 밝히는 스토리는 이제 한 나라의 운명을 건, 혹은 한 시대를 가름하는 입장 차에 따른 거대한 담론이 되어간다. 

또한 양진리 사건의 진실을 알게된 비서실장 신규진이 대통령을 설득하고, 참모총장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존재를 정권과 동일시하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는 것과, 대통령이 그를 자신이 없으면 낙동강 오리알이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을 걸고 딜을 할 야심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또 한 사람의 악인을 등장시킨다. 

그렇게 대통령의 최측근 신규진 비서실장마저 정권과 자신을 버리려는 대통령에 실망한 채 대통령 죽이기에 나서면서, 재신 그룹의 김도진의 '얼마나 힘이 센지' 보여주는 과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98년 문서가 재신 그룹 산하 재신일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그에 맞춰 발빠르게 여당 대표의 독려(?) 하에 대통령 탄핵 결의안이 가결된다. 함봉수 실장의 암살 시도에서 목숨을 구한 것도 잠시 이동휘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생명의 위기를 맞는다. 본격적인 대통령 죽이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대통령을 죽이고자 하는 세력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대통령과, 아들에게 유언 한 자락 남기지 않고 죽어가면서도 기밀 문서의 안위를 걱정했던 아버지가 하고자 했던 일이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굳혀가는 한태경의 조우가 이루어진 시점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죽이고자 하는 세력들이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에 맞선 이동휘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으려 하고, 그런 이동휘 대통령의 곁에서 한태경이 함께 할 여지가 생김으로써 또 하나의 전선이 구축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통령이라도 걸리적거린다면 없애버리려는, 그리고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경 유착된 '갑'의 세력과, 자신의 수치스런 과거일 망정, 그것을 밝히고 사죄하겠다는 반성하는 기성 세대와 아버지의 오류에 치욕스러워 외면하고 주저앉기 보다는 그것을 지양하겠다고 나선 젊은 세대간의 역사적 전선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대통령은 물론 전혀 이동휘 같지 않다. 여기서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대뜸 대통령의 비리가 특검을 통해 폭로되고, 탄핵까지 이르는 과정은 너무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현실적이라 소름이 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현실 속에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이동휘의 등장은 어쩐히 드라마임에도 으쓱해진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비리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에도 주저앉지 않는 젊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달리는 청년 한태경의 어깨를 도닥여 주고 싶다. 현실 속에서 가장 현실적이지 않은 싸움을 시작한 이동휘와 한태경 두 사람의 싸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겼으면 하고 소망하는 건, 아직은 다 내리지 않은 우리 마음 속의 깃발 같은 거다. 


by meditator 2014. 3. 27.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