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이 종영한 토요일 밤 11시 OCN, 새로운 장르물이 한편 찾아왔다. 뱀파이어 형사에서, 법의학자, 그리고 범죄자들로 이루어진 범죄해결집단으로 이어진 장르물은 이제 '실종'이라는 소재를 내건 또 한 편의 특화된 장르물을 가지고 등장한다. 




실종의 서막
첫 회, 외딴 허름한 폐공장 경찰차 한 대가 그 앞에 선다. 앳된 경찰 한 명이 공장에 들어서고, 그의 눈길을 끈 핏자국이 군데군데 있는 비닐 장막, 그가 장막 속으로 들어서고, 마치 풍선더미처럼 공중을 가득 채운 링거를 온 몸 곳곳에 주입받은 시신이 있다. 시신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다가선 경찰, 문득 시신인듯한 사내의 눈이 경찰과 마주친다. 당연히 비명을 지르고 혼비백산하는 경찰, 카메라는 그 장면을 비닐 장막 바깥에서 냉정한 듯 비추고. 

마치 공포물의 한 장면처럼 시작된 이 드라마의 서막은 이제부터 펼쳐질 숱한 살인의 서막에 불과하다. 존속 살해 혐의로 살인죄로 복역중인 죄수 이정수(강하늘 분)가 퍼즐처럼 풀어내는 힌트에 전 FBI 길수현(김강우 분)과, 실종 전문 베테랑 형사 오대영이 사건을 쫓는다. 하지만 추적은 간발의 차이로 4분이 늦어 범인을 죽게 만들거나, 이미 자살을 한 사람이거나, 심지어 15년 전에 죽은 사람이다. 단 1회만에 네 명이 죽어나간, 하지만 감옥 안의 살인자는 말한다. 이제부터 본 게임이 시작된 거라고. 



<특수 사건 전담반 TEN>의 아쉬움을 
<실종 느와르 M>은 <조선 과학 수사대 별순검>에서 부터, <특수 사건 전담반 TEN>까지 수사 드라마를 만들어 온 이승영 PD의 새로운 작품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지훈(주상욱 분) 팀장에 백독사(김상호 분) 형사, 그리고 프로파일러 남예리(조안 분)에, 톡톡튀는 감초 박민호(최우식 분)까지 서로 절절하면서도,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미묘한 팀웍과 엇박자의 이중주를 절묘하게 선사했던 시리즈 <TEN>의 세번 째 시리즈를 고대하는 팬들의 마음이 무색하게 이승영 PD의 새 작품은 실종을 다룬 <실종 느와르 M>이다. 
하지만 <TEN>의 애청자들이 아쉬울 것은 없다. 여지훈 팀장도, 백도식 형사도, 남예리 프로파일러도, 박민호 형사도 없지만, <TEN>을 가득 메웠던 기괴한듯, 사람을 빠려들게 만드는 사연깊은 사건들의 파노라마는 <실종 느와르 M>에서도 손색없이 펼쳐진다. 
천장을 가득 메운 링거 병으로 최소한의 수액을 공급하며 형사들이 현장을 들이 닥치기 전까지 생명을 보전하는 기괴한 연쇄 살인, 범인이 던져주는 정보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형사들의 절박한 심리, 그리고 그 근원을 추적하여 펼쳐지는 미처 경찰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벌어진 비인간적인 범죄들. 법의 행간에 숨겨진 인간사의 비극이 첫 회에도 불구하고 손색없이 펼쳐진다. 


물론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이미 <나쁜 녀석들>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핏자국이 군데군데 드리워진 비닐 장막은 이제 OCN 수사물의 클리셰처럼 느껴진다. 사형 선고를 앞둔 범인이 던져준 정보를 찾아가는 설정 역시 어디선가 본 듯하다. 심지어, 범인이 던져준 과거의 인물 강순영을 찾아다니며 오대영 형사는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지만, OCN의 수사물을 좀 본 시청자라면 벌써 눈치빠르게 기괴하게 등장한 사건으로 숨진 인물들과, 강순영 사이에 어떤 악연의 고리가 존재함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15년만에 유골로 나타난 강순영과 링버병을 줄줄이 드리운 채 죽어간,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장의 풋풋한 고등학교 시절 사진으로 등장한 피해자들의 인연으로 마무리된 서막은 역시나 흥미진진하다. 거기에 이제 시작이라는 이정수의 한 마디는, 알고서도 다시 한번 속아주고 싶은 수사물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직은 첫 술
<실종 느와르 M>의 첫 회가 새로운 신선함보다, <TEN>의 잔향으로 그득한 것은, <TEN>이 첫 회부터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분명하게 제시하며 극을 시작한 것과 달리, 아직은 전직 FBI요원인 길수현도, 7년 실종 베테랑 형사 오대영도 그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탓도 크다. 물론, 그저 김강우, 박휘순 두 사람을 한 화면에 본다는 것만으로도 만족되는 지점은 있지만, 그런 배우가 주는 기본적인 행복감과 별개로, 시리즈로서 <실종 느와르 M>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길수현과 오대영이 기존 수사물의 캐릭터와 별개로 흡인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프로파일러로서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남예리의 매력을 진서준 역의 조보아와, 강주영 역의 박소현이 차별성을 갖고 넘어서야 하는 것 역시 과제다. 
첫 회 왜 현직도 아니고, 전직 FBI요원인 자신을 택했냐는 질문에 이정수가 별다른 대답을 하지않았듯이, 그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남겨진 <실종 느와르 M>의 과제이자, 숨겨진 미션이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3. 29.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