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는 말한다. 자신이 그 어떤 소설가보다 잘 써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대가 자신을 선택했기에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김영하의 말처럼,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는 역사라는 수많은 페이지 속에서 길어올려진 시대적 산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대를 빛내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콘텐츠는 그 시대와 함께 운명을 한다. 


말릭 벤젤룰의 영화 <슈가맨을 찾아서>는 남아공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더 유명한 스타이지만, 정작 본고장 미국에서는 단 두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가수 로드리게스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느껴지는 것은 슈가맨인 로드리게스를 찾는 여정도 여정이지만, 그 여정을 채우는 로드리게스의 음악이다. 음유 시인과도 같은 그의 음악, 그런데 왜 이 음악이 로드리게스의 고향은 미국에서는 사랑받지 못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가슴을 울리는 음악, 여기서 결국 앞서 말한 김영하가 말한 '문화의 슬픈 운명'이 상기된다. 

남아공에서 당대 최고의 음악인 로드리게스의 음악이 정작 본고장 미국에서는 외면을 받았듯,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이제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 음악을 추적하는 '또 하나의 음악 탐정' 프로그램을, '<크라임씬>의 윤현준 피디가 들고 돌아왔다. 당대 최고의 mc라는 유재석, 그리고 유희열과 함께. 이미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절묘한 궁합을 선보인 두 사람이, 가요제에서 못다한 콤비를 신선한 투유 프로젝트와 함께 돌아왔다. 



추억 현실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다. 
<슈가맨을 찾아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회 파일럿으로 마련된 투유 프로젝트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가수들을 추적하는 양식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시절 추억의 가수를 찾는다면서, 정작 스튜디오를 채운 패널들은 그 시절의 가사를 제 아무리 풀어 줘도 알아맞추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래서야, 그들을 찾는다 해도 무슨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싶은데, 다 이유가 있었다.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찾아서>는 과거와 현실에 각각 한 발씩 담근 모양새를 갖춘다. 아직 <불유의 명곡>에 나갈 연배는 아니거나, 나갈 정도로 히트곡이 많지도 않은, 그저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응답하라> 시대를 잠시 풍미하고 사라진, 그러나, 그, 혹은 그녀가 불렀던 노랫말과 멜로디를 떠올리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웅얼거리게는 되는 '유행가'의 주인공을 추리하고, 추적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한 축이다. 

그렇게 노랫말을 알아 맞추고, 그 시절 지인들을 들쑤셔 그의 현 존재를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한 20년만에 그 시절의 가수 본인이 무대에 등장하여 그 시절 히트곡을 부르는 것이, <슈가맨을 찾아서>의 전반전이다. 

하지만, 유재석과 유희열이 마치 딱지 치기를 하듯 번갈아 과거 슈가맨의 자랑 배틀을 하며, 그 시절 추억과, 그들의 최근 동정을 엮어 가는가 싶더니,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궤도를 튼다. 장막을 거두고 등장한, 슈가맨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는 말 그대로 '영'한 일레븐의 심사위원들이 등장하고, 도대체 왜 이들이 이 자리에 있는가 싶은 후배 가수들과 작곡가들이 슈가맨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으로 들고 무대에 올라 배틀을 벌인다. 

전체적인 구성으로 보자면, <불후의 명곡>의 90년대판 같은데, '음악판' '탐정 놀이'을 끼얹고, 유재석, 유희열의 맛갈진 토크 배틀을 더하니, 신선한 예능 한 편이 등장한다. 심지어, 어설프지만 랩을 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재석과 유희열을 보고 있자니, <무한도전 가요제>의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과거의 곡을 오늘에 되살리는 배틀은 분명 익숙한 것인데, 신사동 호랭이와 신혁이라는 유명 작곡가의 자존심 대결이 더해지니 색다른 긴장감이 조성된다. 



첫 술에 배부르랴
초반에 슈가맨을 찾는 '탐정' 놀이는 아직은 어설펐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칠판에 쓰는 가사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도무지 힌트 깜냥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후반부를 위해 준비된 어린 혹은 젊은 패널들에게, 유재석, 유희열이 내는 문제들은 그저 딴 나라 말처럼 보였다. 남아공의 엘비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슈가맨에 궁금증을 유도할 좀 더 치밀한 '탐정' 놀이가 필요해 보인다. 이어진 개그맨들의 장황한 슈가맨 찾기도 뻔해 보였다. 

그에 반해, 역시 유재석, 유희열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첫 방송임에도 유재석과 유희열의 콤비는 마치 오래전부터 해왔던 사람들처럼 시너지를 냈다. 첫 방송의 어설픔마저도 토크의 부분처럼 승화시켜가는 두 mc의 노련함이, 첫 방송의 무리수를 둔화시켰다. 특히나 오랜만에 방송에 등장한 슈가맨들과 함께 하는 토크에서 두 사람은 발군의 역량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미 <무도 가요제>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바 유재석의 열정과, 음악인 유희열의 존재가, 후반부 2015년 버전으로 승화된 슈가맨의 음악에 활기를 더한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의 조합이다. 하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요소들도 잘 모아놓으면 전혀 새로운 예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는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익숙한 듯 신선한 조합은 얼마든지 제작진의 변주에 따라, 토크가 강화된, 혹은 무대가 강조된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다는 것이 <슈가맨을 찾아서>의 가능성이다. 또한  jtbc로 간 유재석, 그것은 그저 공중파의 제왕으로 군림하다 jtbc로 행차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나는 남자다>에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이른바 유재석 군단을 포기하고 홀홀단신 새롭게 시작한 유재석의 제 2라운드의 도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신선하다. 
by meditator 2015. 8. 20. 0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