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수요일 밤 11시는 '추리' 데이로 안착하는 듯하다. <선암여고 탐정단>을 통해 매회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의 추리를 거듭하더니, 종영한 이 드라마의 뒤를 잇는 것은 이미 시즌1에서 호평을 받은 <크라임씬> 시즌2이다. ㅖ능과 드라마라는 이분법적인 장르 홍수 속에서, '추리'라는 성격을 가지고 특정 요일을 드라마와 예능으로 변주해가는 jtbc의 선택은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시청자층을 tv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흥미있는 요소이다. 물론, '추리'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생경하겠지만, 이미 <지니어스> 등을 통해 '순수한(?)' 두뇌 자극의 맛을 들인 시청자들에게는 수요일 밤 11시는  어느 듯 <라디오 스타>와 <크라임씬>을 고민하는 시간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미 4월 1일 '추리 전쟁의 서막'을 통해  새로운 등장인물들의 등장과 그들의 추리 능력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였던 크라임씬의 첫 번째 사건 해결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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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의 등장
<크라임씬> 시즌2에 들어서서 시즌1과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바로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이란 존재를 선정하는 것이다. 1회에 제작진이 맡았던 역할을 출연자 중 한 명을 골라, 사건마다 탐정이 되어 사건 수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도록 하며, 1;1 면담 등의 기능을 통해 보다 유리한 사건 접근을 할 수 있게 하고, 그에 따른 마지막 선정 과정에서 2표를 행사하여, 범인 색출에 용이한 존재로 탐정을 설정한다. 

첫 번째 사건에서 탐정으로 활약한 사람은 장진이다. 그는 탐정이란 지위를 이용하여, 그 누구보다 먼저 범죄 수단이었던 칼을 발견하고서도 그것을 알리지 않은 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1;1 면담에서, '당신은 범인이 아니야'를 반복하며, 심리적 접근을 하는 등, 탐정으로서의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장진의 탐정으로서의 활약이 돋보였는가 하면 대답은 '첫 술에 배부르겠는가'이다. 숨겨진 칼과 관련된 상황을 적절하게 범인 추적으로 집중해 이끌어 낸 듯 하지도 않고, '당신이 범인이 아니야'라는 잠언론적 대화 역시 그 이후를 이끌어 가는 이렇다 할 추리가 돋보이지도 않고 보니, 장진이 탐정이란 특혜가 마지막에 2표 이상의 의미를 전달해 주지 못했다. 심지어, 추리 과정 내내 의심하던 장딜러, 장동민을 마지막에 되바꾸는 비이성적 결론에 이르면, 더더구나 아쉽다. 이렇게 '탐정'이라는 시즌1과 달라진 설정은 결국 그것을 활용하는 출연자의 갠인적 능력에 따라 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할 듯 싶다. 

첫 술에 배부르랴 
무엇보다 <크라임씬>시즌1에서 산만했던 과정들을, 탐정과의 1;1 면담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장치없이, 각자 사건 추적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집중한 것은 나아진 점이다. 하지만, <크라임 씬> 특유의, 마치 닭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모이를 쪼듯, 어수선하게 몰려다니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어수선한 상황의 개선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한 장소에 의심가는 인물들의 방을 한데 모아놓고 이리저리 옮겨다닐 수 있게 만드는 세트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극중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용의자들의 방을 옮겨 다니며 열심히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그저 '찾는다'는 이상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더 성의를 들여, 차별성있는 세트를 마련한다면, 조금 더 집중해서 각 용의자들의 추적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크라임씬>의 묘미는 출연자들이 용의자인 동시에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의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는데 있다. 그 과정에서 용의자는 애써 자신의 혐의를 돌릴 수도 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숨기고 싶은 혐의가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늘 이것은 <크라임 씬>의 부담이기도 하다. 사건 수사에 집중하다 보니, 극중 자신에게 맡겨진 캐릭터는 저기다 내팽겨쳐 두고 사건 수사에만 집중하는 묘한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건이 등장해도, 늘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상황이 사건의 차별성을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늘 홍진호는 홍진호고, 박지윤은 박지윤인 것이다.  '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중 자신에게 부여된 캐릭터에 대한 일관성이나 특성에 조금 더 출연자들이 열중해 준다면, 그들의 추리가, 보는 시청자들의 추리로 전이될 수 있는 공감의 확장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 매번 <크라임 씬>을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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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씬>의 경우 마지막 범인을 결정된 후 범인을 맞춘 출연자에게는 상금이 주어지고, 역시나 맞힌 시청자들에게도 상품이 주어진다. 하지만, 물론 추리 프로그램이기에 범인을 맞추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추리'의 과정에 있다. 시즌2에 들어서서 탐정이란 캐릭터가 생기는 대신, 단계별 주어지던 힌트 등이 사라지면서, 전체적으로 출연자들의 추리가 두서 없어진 점이 있는 듯하다. 그들이 마구 헤매면서도, 보다 집중적으로 추리에 가닥을 가지고 찾아갈 수 있는 단계 설정과 그에 맞는 힌트의 제공 등이, 사건 해결의 집중도를 높이고, 시청자들이 산만한 추리 과정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시즌2의 첫번째 사건 범인은 장동민, 장딜러 였다. 추리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미 <지니어스> 등을 통해 남다른 활약을 선보였던 장동민이 첫 번째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버럭버럭 몇 번 소리를 지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사건 수사에 동참하지 않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비록 그걸 놓치긴 했지만 뜻밖의 히든 카드 김지훈은, 장진이 써먹은 '당신은 범인이 아니야"를 '청출어람'하여 장동민에 혐의를 두었다. 숱한 힌트들이 등장했고, 등장인물 모두가 의심가는 상황에서, 출연자들은 정작 중요한 정보를 놓친 채 이리저리 휨쓸려 다닌다. 심지어 하니는 심증에 얽매이고, 탐정은 자신의 논리를 스스로 뒤엎는다. 그런 비논리적인 상황조차도 어찌 보면 <크라임 씬>의 볼거리일 수 있다고 두둔하며 다음 회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4. 9.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