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수성가에 대한 기사가 났었다.

우리나라에 1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부자가 28명이 있는데, 그 중 자기 스스로 사업을 일으킨 사람은 단 6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타공인 우리 나라 최고의 재벌이라는 이건희 회장이나, 그의 뒤를 추격하는 정몽구 회장은 재벌 2세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의 뒤를 이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3,4등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들 자식 세대인 이재용, 정의선이다. 엎어치나, 메치나 이씨랑 정씨가(물론 그들끼리는 <황금의 제국>처럼 피터지게 쌈박질을 하는 사이라도) 재벌 순위를 채우고 있고, 심지어 이씨는 그 중 9명이나 된다. 그리고 이른바 자수성가라 할 사람은 겨우, 6명.

(이것이 왜 이상한 것인가는 미국의 재벌 분포도를 보면 된다. 그 잘 산다는 미국의 400대 재벌 중 70%에 다다른다고 한다.)

일본으로 부터 해방이 된지, 6.25전쟁으로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된지 60여년이 조금 넘는 대한민국의 근대사에서 다른 사람들은 겨우 집 한 칸 마련할 동안 부자들은 상상도 못할 부를 축적하며 대대대로 누리며 살아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kbs2의 월화 드라마<상어>는 그에 대한 해답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경쟁하기에는 버거워 보였던 <구가의서>의 종영을 기다리길도 한 것처럼, 천천히 템포를 늦추며 이야기를 전개시켰던 <상어>는 양 방송사의 상대작 <불의 여신 정이>와 <황금의 제국>의 시작에 발맞춰 이야기의 포문을 비로소 열어제낀 느낌이다.

하나씩 던져졌던 사건의 실마리가 꼼짝없이 조해우(손예진 분)의 아버지이자, 조상득(이정길 분)의 아들인 조의선( 김규철 분)의 지난 뺑소니 사건을 만천하에 폭로했고, 한이수이자, 김준(김남길 분)의 아버지 한영만(정의수 분)의 살인 사건에 혐의가 있는 것으로 몰고간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들의 실체도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토록 조해우가 찾아 헤매는 한이수가 김준이란 사실을 아니, 추측을 조해우 만이 아니라, 조상국 회장까지 하게 되었고, 역으로 김준은 어수룩한 책방 주인이 바로 오형사의 살인범이자, 자기 아버지의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의 반, 타의 반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던 조해우는 이 모든 사건이 가리키고 있는 것, 이 모든 사건의 원죄가 바로 조상득 회장, 그의 선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역시나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조상득 회장은 책방 주인으로 짐작되는 사람과의 전화 통화에서 말한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데, 세상이 나를 조용히 살게 놔두지 않는다'고.

세상에 우국 충절의 독립 투사의 자손이라 칭송해 마지 않는 조상득 회장은, 그 누구라도 그의 선친과 관련된 사실을 들추는 사람은 가차없이 목숨을 뺏앗아야만 하는 '신분 세탁'을 거친 사람이다. 아마도, 그의 선친은, 그리고 그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라를 빼앗은 자들의 편에 들러붙어, 동포조차 팔아먹고 떡고물을 얻어, 그 것을 기반으로 오늘의 부를 일으켰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서도 알려지다시피, 이렇게 해방 전에 '친일'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해방 후 '단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6.25를 거치며 미국과 손을 잡고 또 한번 재산을 뻥튀기하며 부의 성채를 구축해 간다.

뒤늦게 민족 문제 연구소의 '친일 인명 사전' 작업을 통해 밝혀졌듯이, 역대의 대통령으로 부터, 내로라하는 정, 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바로 실존의 조상득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드라마답게, 오늘날 현실의 재벌들이 2세, 3세 충실하게 그 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상어>의 조상득 회장의 아들 조의선 사장은 안하무인 개망나니에, 손녀 조해우는 정의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범죄 증거를 검찰에 넘기는 고지식한 인물이다.

 

 

과연 <상어>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질러 가면서 자기 부친과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고 하는 조상득 회장의 명예욕(?)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해방 후에도, 그리고 4.19를 겪으면서도 늘 시도는 했었으되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일제 잔재의 청산이라는 주제가 '해묵지 않게' 신선하 주제 의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의문이다. 역대의 대통령이 혈서로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 조차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에서 조상득의 원죄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가가 <상어>가 가진 딜레마가 될 수도 있겠다.

게다가, 드라마가 깔고 가는 묵직한 주제 의식과, 표면에 드러난 김준이 되어 나타난 한이수와 조해우의 사랑 이야기 사이의 균형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도 <상어>란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는가의 관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에 걸맞건 그렇지 않건, 드라마 <상어>가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은 의미심장하다.

과거의 치욕을 덮고자 죄에 죄를 거듭하는 조상득 회장, 그의 도움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욕망 때문에, 그에게 협조하는 현직 검찰 총장 오현식, 그 커넥션은 오늘날 대한민국 부의 지형도를 적나라하게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의 말처럼, 과거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친일로 축적된 부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부를 떠받들고, 이 시대의 특권층을 형성시켰다. 그리고 거기에 떡고물로 인해 얽혀들어가 그의 마름이 된 수많은 하수인들이 여전히 진실을 왜곡시키고 부를 재생한하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끝까지 <상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흔들림없이 잘 전달해 주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3. 7. 3.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