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잊지 않겠다며 우리 사회가 눈물 흘리며 기억하려 했던 '참척'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1년이 되었다. 하지만, 잊지 않겠다던 다짐이 언제였냐는 듯이 사람들은 '이제 지겹다'고 말하고, '언제까지 할꺼냐'고 다그치고 외면한다. 세월호를 인양하겠다던 정부는 정부의 목을 죄는 정치적 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마지 못해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를 인양하겠단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국가가 우릴 벌레보듯 한다'며 진실을 밝혀 달라며 삭발까지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렇게, 아이들을 잃은 마음으로 하나 되었던 나라가, 저 마다 이기심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채 다시 한번 부모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기고 있는 이 시점, 세월호 사건 1년을 맞이한 방송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1주기를 추모하는 저마다의 방식
세월호 1년을 맞이하여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역시나 각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이다. <jtbc>를 비롯한 뉴스들은 팽목항에서의 세월호 1주기를 비롯한 세월호 사건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꼭지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jtbc뉴스에서 세월호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1년 우리 사회가 빨리 세월호를 잊고 지워버리려 했을 때, 꿋꿋하게 세월호가 난 지 며칠이라는 것을 환기하며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뉴스들에게 세월호 1주기가 새삼스러운 1주기 특집 꼭지였다면, <jtbc뉴스>의 세월호는 늘상 해오던 일의 연장 선상이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킴이처럼 수척해져가면서 팽목항을 지키던 김관 기자를 다시 팽목항으로 내려보내어 그곳의 동정을 전하는 <jtbc뉴스>가 새삼 울컥하게 전해지는 이유는, 그 길고 지난한 노력의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1주기를 기리기 위해 각 방송사는 드라마는 방영하는 대신,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다큐나 영화로 대체했다. 공중파 중에서 유일하게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방영한 곳은 kbs1tv뿐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오랜 시간 방송을 전폐한 채 아픔을 함께 하려했던 방송의 모습에 비하면 그 세월의 간극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편성표였다. 

kbs1tv의 세월호 1주기 특집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천 개의 기억, 천 개의 바람>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에 고통받는 세월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참사 1년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닐까', 그게 가장 힘들다는 사람들, 그리고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슬픈 바람이 아직도 그곳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또한 '천벌이 다름아닌 자식의 장례를 치는 것이라며'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3보 1배 30만번의 절을 하며 그리움의 힘겨운 걸음을 걷는 이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사제가 되고 싶었던 소년이 다니던 성당에 모여 그를 기억하고 치유하는 사람들을 통해 상처의 치유에 대해 고민해 본다. 후배들을 통해 '뮤지컬'등의 방식을 통해 기억되는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멈춰버린 시간도 담는다. 

이어 2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세월호 이후 남겨진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모색을 한다. 생존했지만 지독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일상 생활이 힘겨운 또 다른 피해자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아직도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진상조사 위원회'와 세월호 인양과 관련된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또한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 문제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통해 모색을 한다. 

이렇게 kbs1이 2부작 특집을 통해 세월호 참사 1년의 고통과 과제들을 총체적으로 되돌아 보고자 한데 비해, mbc는 2014년 5월 20일 25일 2부작으로 방영되었던 재난 특별 기획 <기족의 조건>을 한 회 분으로 재방하였다. 또한 sbs 역시 2014년 11월 9일 sbs스페셜로 방영되었던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을 다시 방영하였다. <기적의 조건>은 재난을 당한 해외 각국이 그 재난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어 가는 과정을 각국의 사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재난 이후의 과제를 설파한 수작이었고, 역시나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 역시 팽목항에서 시작하여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통해 '현재 진행형'인 재난 기억 방식을 다룬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과연 세월호 참사 1주기 우리 사회의 달라진 패러다임을 적절하게 대변할 작품이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아쉽다. 



1주기에 짚어야 할 이야기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이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세월호 자체를 인양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삭발을 하며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30만번의 절을 하며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절규하는 유족들의 외침이다. 1주기를 맞이한 방송이었다면 그런 현실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4월 11일 방영된 <추적 60분-세월호 가족의 멈춰버린 1년>은 여느 세월호 다큐처럼 여전히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으로 부터 시작된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팽목항을 떠날 수 없는 엄마, 심지어 엄마는 혹시나 딸이 돌아올까봐 큰 수술조차도 미룬 채 딸을 기다린다. 또한 여섯 살난 딸만 생존한 권재근 씨 가족,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허가윤의 엄마, 다큐는 이들의 기다림이 현재형이라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그 고통을 담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종자 아홉 명이 배 안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고심한다. 그리고, 그렇게 애달픈 가족들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임을 단호하게 직시한다. 그저 그들이 가족을 잃어서 안타깝고 슬프다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의 고통을 달래줄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4월 14일 방영된 kbs1의<시사기획 창>은 1주년을 맞이한 여러 기획 들 중 가장 날카롭게 벼려진 작품이다. 다큐는 반문한다. 1주기를 맞이하여 다시 한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정말 '추모'라고 생각하는가 라고.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되짚는다. 세월호 참사는 그저 하나의 재난 사고가 아니라, '돈'을 향해 달려왔던 한국인의 자화상이라는 재미 언론인의 말을 다시 한번 복기한다. '절제하는 브레이크 대신 엑셀레이커가 내장된 한국인의 자의식, 빨리 빨리 돈 벌어야 하고, 빨리 빨리 성공해야 하는 그 자의식이 선진국으로 부상하는데 원동력이 되었지만, 균형과 절제력을 잃으면서 한국을 부식시키고 있으며, 그 상징이 바로 세월호 참사'라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의식이 사회 전반을 사로 잡는 가운데, 남을 위해 희생하기 보다는 내 잇속을 차리는 것이 당연히 되었고, 그러니 해양 마피아나, 이익을 위해 외화를 빼돌리고 배을 개조한 선주를 방치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짚는다. 

<시사 기획 창>의 가장 예리한 지적은 바로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잊고자 하는' 의식의 프레임에 대한 비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그 사건의 본질을 조명하고, 그것을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반성과 시스템에 대한 개선으로 가져 가는 대신, 서둘러 희생양을 마련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수순으로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이어서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그래왔듯이 재난은 또 다시 되풀이 될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얼마전 일어난 인천 대교 100중 추돌 사고가 그랬듯이. 나만 아니면 돼 라고 우리가 외면한 참사들이,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의 삶을 강타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이렇게 <시사 기획 창>이 정공법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한 우리의 과제를 정확하게 짚는다면, <썰전>은 참사 1주년 기획 '여론 조사'를 준비하였다. 4월 16일의 여론 조사가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한 '잊자' 혹은 '지겹다'라는 여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는 것이다. 이 날의 여론 조사 결과, 현재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지겹다', 잊자' 라는 여론의 중심 연령층과 지역 대가 보수층의 지지층과 정확하게 겹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여론이라는 것조차, 보수의 프레임으로 씌워진 채 그것이 보편적 여론인 양 득세하고 있다는 것을 <썰전>은 정확하게 분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월호 인양 반대'라는 것이 대중의 자연스런 여론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조작된 여론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일베 어묵 사건'을 예로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세월호에 대한 악질적 '프로파간다'를 짚는다.



1주기를 맞이하여,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니 오히려 1년이 지나가면서 더 심해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세월호 참사을 과연 방송들이 공익의 자세로 접근했는가를 짚어보았다. 다큐와 토론 프로그램으로 1주기를 맞이하여 저마다 그날의 슬픔을 기억하고 그 과제를 다시 되새겨 보려고 했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꾸준한 환기와 노력이 경주되어 왔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1주년 특집도 좋지만, 지난 1년간 자식을 잃은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그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방송이 진지한 노력을 경주했는가, 반성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by meditator 2015. 4. 17. 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