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갓경규'로 새로이 등극한 이경규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3월 19, 26일 방송에서 애견 뿌꾸의 갓 태어난 여섯마리 강아지를 분양하는 방송에서 1위를 쟁취했던 이경규는 4월 2일과 9일의 낚시 방송을 통해 다시 한번 1위에 등극, 그의 방 채팅창에서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 '갓경규'의 위엄을 확인했다. 


3월 19일 프렌치 불독 강아지 여섯 마리와 함께 개인 방송을 시작했을 때, 이경규가 방송을 한다 하여 그의 개인 방에 들어가 본 인터넷 유저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노안으로 채팅 창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 그의 말대로 그저 갓 태어나 발바닥이 분홍빛의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보는 것 외에 이렇다할 상황을 연출하지 못한 이경규의 방은 방송 분량을 채우기 위해 야심찬 준비를 하고 등장한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심심하기 이를데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저들은 명망에도 불구하고<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무기렸했던 박명수, 정준하의 예를 들며 이경규의 몰락을 예견했다. 



눕방에 이어 낚방까지 성공
하지만 이경규는 달랐다. 채팅장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번잡한 마이 리틀 텔레비젼 방송의 리듬을 거스르며 갓 태어난 강아지를 보는 것 그 자체가 '힐링'임을 강조하며 묘하게 채팅장 유저들을 설득해 갔다. 간간히 정 지루할 만하며 강제 모유 수유를 하던가 그도 안되면 억지 '투견'을 해보이며 채팅창의 지루함을 달랬다. 하지만 긴 촬영 시간 동안 자신이 지쳐 누워 버리는 사태까지 초래하며 일찌기 <무한도전>에서 예견했던 '눕방'까지 선보인 이경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전후반 모두 1위를 달성했다. 

그렇게 신개념 '눕방'이란 단어를 만들어 내며 1위가 된 이경규는 애견 분양에 이어 이번에는 '낚시'라는 또 한번의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이미 '낚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케이블 방송들이 있는 것처럼, 낚시는 매니아들을 확보한 취미 생활이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의 사람들만이 즐기는 '편향된' 취미 생활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낚시'를 내세운 케이블 프로그램을 보면, 낚시가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라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정적인 분야라, 실제 케이블 방송도 낚시 그 자체보다 몸매가 늘씬한 여성들과 경치 좋은 곳에 놀러가 먹방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여사이기 때문이다. 즉, 낚시 tv인데 낚시가 없는 그 자체의 함정을 지닌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데 강아지 분양에 이어 이경규는 다시 한번, 지극히 정적인 아이템을 들고 다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찾았다. 하지만 이경규의 낚방은 일반적인 케이블의 낚시 방송과는 달랐다. 낚시를 표현하는 말로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종일 기다려 몇 마리를 잡을까 말까한 기존의 낚시 방식 대신, 떡밥으로 붕어들을 모아 빈번하게 낚는 신기술로 스펙타클한 낚방을 선보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신개념의 낚방이라 하더라도 아직은 추운 날씨, 밤에, 촬영을 위해 조명이 잔뜩 켜진 열악한 조건은 이경규가 내세운 20마리의 승률에 도달하기엔 무리한 목표였다. 결국 이경규는 18마리의 성적으로 한 밤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이날 이경규의 낚방은 결국 목표를 채우지 못한 '입수'로 화제가 되었지만, 이경규의 입수는 방송이 마무리된 이후의 벌칙이었다. 즉 생방송의 분량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입수'를 매개로 고군분투한 스펙타클한 낚시 전반이다. 방송 마지막 '이게 뭐라고 내가 나가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다'는 채팅창의 말처럼, 과연 이경규가 자신이 내세운 20마리의 공약을 달성할까에 함께 노심초사한 그 과정 자체가 '이경규 낚방'의 매력인 것이다. 

'갓경규'의 내공, 유연함과 끊임없는 도전 
그간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는 먹방의 붐을 탄 백종원 등의 쉐프 그룹과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성 방송을 마련한 김구라를 제외하고는 연배가 있는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이렇다할 효과를 내지 못했었다. 나름 예능계에서 이름값을 한다는 박명수도, 정준하도, 연예인이 아니라도 나이가 제법 있었던 만화가 김충원도 무기력했다. 대부분 나이든 출연자들이 무기력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인터넷 채팅방'과 소통하며 방송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창의 내용과 자신이 준비했던 내용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관심도를 끌어 올려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대부분 융통성있게 대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경규 방송의 거듭된 승리의 가장 요인을 꼽을 수 있는 것은 절묘한 채팅창과의 호흡이다. 무언가 보여줄 것을 잔뜩 준비한 채 정해진 시간 안에 그걸 풀어놓기 위해 분주한 여타 출연자들과 달리, 이경규가 준비한 컨텐츠는 정적이다. 강아지 분양이라 하지만 그저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이 꼬물거리거나 엄마 젖을 먹는 외에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의도적으로 투견 상황까지 만들어야 한다던가, 기껏해야 낚시 찌가 흔들리거나 손바닥만하거나 피래미만한 붕어가 잡혀 들어오는, 애초에 이렇다할 박진감 넘치는 내용이 없는 방송 내용으로 이경규는 방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이경규는 채팅창의 요구에 적절하게 응답하고, 또한 채팅창의 반응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방송을 흥미롭게 끌어간다. 심지어 채팅창에 올라온 딸 예림이의 동정까지도 여유롭게 받아치고, 승률이 좋은 낚씨에 잠수부 운운하는 채팅창의 멘트를 이어받아, 상황을 설정해 가는 유연성과 순발력은 유저들이 이경규에게 '갓경규'란 찬사를 그저 붙인 것이 아님을 증명해 낸다. 방송을 보면 이경규는 분명 여느 아저씨와 다를바가 없는 묘하게 그의 아저씨스러움에는 공감하며 거부감을 들지 않도록 만드는 유연함이 있다. 

또한 대부분 출연자들이 채팅창의 유저들을 '갑'으로 여겨 그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송 분위기를 흔들렸던 것과 달리, 이경규는 오히려 그들을 설득해 낸다. 방송 내용이 없다는 유저들의 불만에, 그저 갓 태어난 강아지를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며 반문하거나, 불평을 제기하는 유저에게 강아지 좋아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대차게 대응하며 방송의 중심을 놓지 않는다. 낚방도 마찬가지다. 물고기가 잘 낚이면 낚이는 대로, 못낚이면 못낚는대로 이렇게 저렇게 잔소리를 해대는 유저들의 불만을 유연하게 받아쳐서 오히려 실제 물풀을 제거해 주는 잠수부가 있다던가, 나이든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취미 생활이라며 낚시를 선전하며 특별한 취미 생활 애견과 낚시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설득해 낸다. 달콤한 디저트와 변신에 가까운 미용, 그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한 야구 시즌의 여러 정보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치고 그저 낚시를 던지고 붕어를 낚는 그 평이한 과정에 주목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내공, 거기에 '갓경규'의 마력이 있다. 

<예림이네 만물 트럭>을 시작하며 개그맨 생활 내내 처음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이경규, 하지만 일찌기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등 한국 예능사의 신기원을 이끌어 갔던 그 전설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치 않고 여전한 도전의 발길은 멈추지 않는 듯하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이경규의 도전이 그가 해보지 않았던 리얼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을 시작으로 당시 트렌드가 되었던 '힐링'과 토크쇼의 콜라보레이션 <힐링 캠프>로 이어지며 제 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힐링'이 지겨워지듯, 이경규의 새로운 도전은 또 다른 예능 트렌드와 함께 <힐링 캠프>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이경규의 예능은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올해 초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메인이 아니라면 객원으로라도 남은 불꽃을 태우겠다는 이경규는 그의 말처럼 이제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처럼 첨단의 예능 콘텐츠에서 '갓경규'로 등극하며 여전한 이경규 월드의 건재를 확인시켜 주는가 하면, <나를 돌아봐>나, 새로이 시작한 <능력자들>에서 처럼 박명수나 조영남의 매니저나, 김성주와 함께 하는 감초로서 그 자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거기엔 <예림이네 만물 트럭>에서 이제 자신만으로 어려우면 딸과 함께 라도, 그게 부족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자신의 애견까지 동원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 의식과, 그를 뒷받침하는 열정이 있다. 

by meditator 2016. 4. 10.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