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18일에 방영된 <라이어 게임>,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로 나뉘어진 두 팀은, 상대방의 돈을 '밀수'하여 더 많이 챙기쪽이 이기는 게임을 진행한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진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 게임 형태를 보고,  조달구(조재윤 분)는 흡사 동독과 서독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하우진(이상윤 분)은 뭘 그리 멀리 찾을 게 있냐고 덧붙인다. 그렇다. 말이 동쪽나라와 서쪽 나라지, 서로 멀찍이 떨어진 두 게임 영역,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오갈 수 없는 조건,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만이 나서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 이제는 통일된 동독과 서독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대, 한반도의 상황을 고스란히 빗댄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의 이름이 '밀수' 게임이다.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빗대어 게임 형상을 만들어 놓고, 게임의 방식이 '밀수'라니. 군사력이 아닌, 누가 더 상대방의 부를 몰래 빼내어 오는가가 게임의 방식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의 조력자를 얼마나 많이 구워삶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결국은, '돈'이, '부'가 승패의 갈림길을 결정한다. 

두 나라의 게임 참가자들은, 매번 주어진 순번에 따라, 가방에 돈을 넣어가지고 가서,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런데 재밌는게, 싸들고 간 가방 속이 협상의 관건이 된다. 가방 속 돈의 액수가 얼마인가 알아맞추는 것과, 그것을 알아맞추지 못하는 것, 혹은, 애초에 가방에 얼마를 쌀 것인가 등이, '거짓말 게임'의 묘미를 드러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남북 관계를 비롯한 수많은 외교적 협상 테이블의 실상이다. 적이 생각한 것보다 적게 가지고 나가서도 문제요, 내가 가지고 나간 돈의 액수를 적이 대번에 알아맞추듯이, 내가 가진 패를 상대방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도 협상에선 낭패이다. 그 어떤 경우의 수도, 나의 의도를 적에게 읽히지 말아야 하며, 적의 의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결국 '밀수'를 목적으로 진짜 속고 속이는 진흙구덩이에 함께 나뒹구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속일 것인가, 혹은 상대방보다 조금 더 나은 패를 가질 것인가로 딜레마에 빠졌던 상황을 타개한 것은, 언제나 예의 '남다정 식' 진심이다. 
즉, 서쪽 나라는 동쪽나라의 돈을 모조리 인출한다. 하지만, 서쪽 나라 사람들은 그 돈을 가지고 올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강도영의 독재에 시달리는 나머지 참가자들이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에게, 서쪽나라는 이번 라운드 게임에서 이긴 상금을 줄 것을 약속한다. 물론 그 약속은, 남다정이 하는 약속이기에 신뢰성을 얻는다. 즉, 서쪽 나라는 게임에서 이기지만, 그 상금은, 자신들에게 협조한 동쪽나라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 서쪽 나라의 '필승' 전략이다. 

이 서쪽 나라 필승 전략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그간 수차례 게임 과정에서 보여준 남다정의 신뢰이다. 정리해고 게임에서도 승자가 되었으면서도 부를 독식하지 않고, 자신의 불리함을 감수하고서도 게임 참가자들과 나누었던 남다정이기에, 독재자 강도영을 배신하는 피 말리는 상황에, 동쪽 나라 나머지 게임 참가자들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그런 그들에게 제공하는 약속된 '부'이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그들에게 강도영이 줄 수 없는 부를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부는, 서쪽 나라 참가자들의 '희생'에 기반한다. 

이렇게 상호간의 신뢰와, 원하는 경제적 부에 대한 약속으로 서쪽 나라의 필승 전략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강도영의 수는 이들을 넘어서는 듯 하다. 자기 수하의 세 사람의 배신을 감지한 강도영은 카드를 가지고 그들을 농락하고, 오히려 서쪽 나라의 제이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물론 제이미가 결국 남다정의 한 마디, 당신이 배신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바로 당신 자신뿐이라는 한 마디에, 배신을 포기했지만, 게임의 승자는 카드를 모두 손에 쥔 강도영이 된다. 

하지만, 그런 강도영에게 남다영은 주변을 보라고 한다. 카드를 모두 손에 쥔 강도영, 하지만, 그의 주변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그의 수하였던 게임 참가자들조차 이젠 서쪽 나라 게임참가자들과 나란히 서서 그들과 희비를 같이 한다. 그리고 그런 강도영에게 남다정은 '정신승리'라고 비웃는다. 카드만 가졌을 뿐,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가 의기양양하게 인출기에 넣었던 카드조차, 그와 같은 전략을 쓴 하우진으로 인해 쓸수 없는 카드였다. 결국 강도영은 돈도, 사람도 잃었다. 

도식적으로 분단된 국가를 설정해 놓고, 두 국가간의 '치킨 게임'을 다룬 '밀수 게임'의 해법은 외외로 간단했다. 일관된 신뢰와,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원하는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아량,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이장님이 '뭘 자꾸 멕이줘야지'하시던 말씀과, 바람과 해님이 나그네 옷을 벗기는 라퐁텐 우화도 떠오른다. 
그래서, 남다정 덕분에 돈을 손에 쥐고 더 이상 게임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동쪽 나라 게임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게임에서 손을 띠면 남다정이 불리해질 까봐 다음 라운드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물론, 남다정이 최종 상금을 타면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의 무지개빛 미래에 대한 기대도 함께. 

극한 심리 추적을 통해 가장 인간 본연의 감정에서 비롯된 '밀수 게임'의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나눔과 베품이었다. '라이어게임'에서 가장 무용할 것 같은 수단이 가장 효능있는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속고 속이고, 상대방의 패를 알기에 전전긍긍하다 그나마 기회도 날리는 아쉬었던 게임 전반부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상황이 더 안타깝다. 일관된 신뢰는 커녕 기왕에 쌓은 신뢰조차도 들어먹고자 애쓰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과연, 우리는 남다정처럼, 혹은 서쪽 나라 사람들처럼, 저쪽 사람들에게 우리의 몫을 나누어 주면서 까지 함게 갈 의지는 있을까? '통일'을 생각하기 전에, 우선 그 질문에 대한 답부터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이어 게임> 9,10회에 대한 소회다. 


by meditator 2014. 11. 19.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