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정리 해고 게임에 이어, 대통령 게임을 선보인 <라이어 게임>,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게임 속으로 끌어들인 이 드라마는, 드라마 속 게임을 통해, 갑론을박 속에 가리워진 현실 속 진실을 오히려 명료하게 드러낸다. 


3라운드에 돌입한 참가자들, 이번 게임은 외부에서 대통령이 될 만한 후보들을 게임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다정의 도움을 얻은 참가자들은 남다정이 선택한 후보를 믿고 따르기로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조달구(조재윤 분)를 대통령 후보로 선택한 남다정 앞에 흔들린다. 그런 남다정의 후보에 맞서, 진짜 국회의원 보좌관(장승조 분)은 자신이 모시는 국회의원을, 그리고 국장과 커낵션이 있는 제이미는 강도영을 대통령 후보로 끌어들인다. mc 신분으로 게임 참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지만, 차라리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상대편이 낫다는 하우진(이상윤 분)의 결정에 강도영은 대통령 후보로 합세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질 것 같아'라는 호언장담과 출연자들 모두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결국 3라운드 대통령 게임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은 심리학 교수 하우진조차 속아넘긴 강도영이었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은, 우리 사회 대통령의 선출 방식의 숨겨진 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통령 게임의 운영 방식은 총 3번의 투표로 이어진다. 각각의 투표 과정에서 후보자는 유세를 하며, 유세 후 각가 개별적으로 참가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유세의 내용은, 세번 중 한번을 거짓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참가자들이 제대로 판별하는가에 따라, 상금과 탈락 여부가 결정된다. 

당연히 참가자들은 후보자 유세 내용의 참, 거짓을 판가름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조달구를 후보로 내세운 하우진과 남다정은 상대장의 진실 여부에 따라, 조달구의 처지가 달라지기에, 더더욱 예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후보 조달구는 1차전에서 승리를 확보할 수 없었다. 나름 머리를 써다던 2차전 역시 패는 갈리었다. 승기가 강도영에게 넘어간 3차전은 더더욱이나 패배를 예감할 수 밖에 없다. 

<뉴스웨이>

하지만, 조달구의 승패를 떠나, 후보자의 유세의 참, 거짓과, 그것을 믿고 뽑는 참가자들의 유세 방식은 적나라하다. 유세가 참이었을 경우, 그것을 믿고 뽑은 참가자들은 유세의 내용에 따라, 국고에 있는 선거 자금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참가자들이 선택하는 기준은, 결국 유세자들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느냐 라는 것이다. 참, 거짓의 판가름은 그 다음이다. 가장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후보가 선택의 관건이다. 현대 사회 선거가 가지는, 배금주의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도시 정비 계획 하나로, 노인 연금 하나로  들먹이는 선거판의 복기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참가자들의 얕은 속내는, 결국 복벌복이 된다. 가장 확실한 이익을 보장할 것 같았던 2차 투표의 승리자 강도영을 뽑은 참가자들이, 그가 보장한 이익을 확인하고자 자신들의 금고를 열었을 때, 텅비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참가자들은 후보자가 말하는 유세 내용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숨겨진 비자금처럼, 후보자의 생각은 '거짓'이 아니라도, 전혀 다른 속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3차의 승리 이후, 대통령이 된 이후, 강도영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말바꾸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금고를 까보이며 비자금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하우진과 남다정 등에게 강도영은 냉소적으로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한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며 비웃는다. 게임의 룰에 골몰하는 하우진등에게, 중요한 것은 게임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강도영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드러난 진실에도 불구하고, 실세를 운운하며 훗날을 기약하는 강도영 앞에서 '비자금의 진실' 조차도 헷갈려하는 사람들, 그리고 결국은 '비자금' 조성 자체 따위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 하우진과 강도영의 동전 게임을 통해, 강자를 확인한 사람들은, 강도영에게 몰표를 던진다. 진실보다는 현실의 강자를 택한, 3차의 투표 과정은, 실체적 진실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승자 독식 주의에 가세하고자 한 표를 던졌던 우리가 경험한 선거를 적나라하게 복기한다.

그렇게, 강도영은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따랐던 참가자들을 외면하고서도,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그를 뽑은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서 떨어질 떡고물을 기대한다. 하지만, 강도영의 떡고물은 그를 뽑은 참가자들 몫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변호사는 탈락했지만 유명 로펌에 고용되었고, 대통령 후보로 나선 국회의원을 배신한 보좌관은 차기 국회의원 입후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한다. 정작 강도영을 뽑은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그저 다음 라운드까지 연명할 수 있는 기회뿐이다. 승자의 편에 서기만 하면, 자기에게도 무언가 이득이 생길거라며 표를 던졌던, 보통 사람들의 적나라한 현실이요, 우리 사회 투표권자들에 대한 은유이다. 

일본 원작 드라마에서, 능력자 하우진의 캐릭터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 건너 온 <라이어 게임>에서 하우진은 그 누구의 심리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자이지만, 현실의 막강한 권한을 내보이는 실력자 강도영에게 역부족이다. 일본 원작의 절묘함을 넘어, 한국 현실의 먹먹함을 고스란히 가미해낸 <라이어 게임>, 리메이크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리메이크가 복기해낸 선거의 추억은 씁쓸하다. 


by meditator 2014. 11. 12.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