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중 문화 예술상에서는 최다 천만 배우인 오달수 씨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날 수상식에서 수상 후 오달수 씨는 자신이 수상이 오늘도 대학로 등 연극판에서 땀을 흘리는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감동적 수상 소감으로 자신의 감회를 대신했다. 그의 말처럼 여전히 많은 배우들이 '연기'라는 적절한 보상도 없이, 미래를 기약받지도 못한 채 연극을 비롯한 많은 연기의 장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오달수 씨처럼 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뒤늦게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펼치고 여유롭게 그 후일담을 늘어놓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훈훈한 장면이 있으랴, 굳이 어떤 화려한 미사려구나, 애써 감동 코드가 없이도 그들의 존재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 테니까. 11월 4일 <라디오 스타>의 매력은 바로 이 '고진감래'의 맛이요, 그것이 바로 <라디오 스타>가 스테디 셀러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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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이지만 뉴 페이가 주는 신선한 여유 
얼마전 모 이십대 배우의 '단역 배우' 발언이 sns 상에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근 모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젊은 배우는 단역부터 시작한 자신의 과거에 대해,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운운하며 회의적인 발언을 하였고, 그에 대해 '단역' 조차도 그 누군가에겐 '감지덕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과유불급'이란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 '단역'에 대해 11월 4일 최병모 배우도 비슷한 언급을 한다. 자신이 단역을 맡을 때는 '어이 거기 파란 옷 아저씨' 하던 것이, 이제 비중있는 조연을 하게 되니, '비서실장님' 하며 명칭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내용으로 보면 똑같은 '단역'의 무존재감, 혹은 헐값인 대우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인데, 왜 그 중 한 사람의 발언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또 다른 사람의 발언은 '감동 코드'로 전해졌을까? 그건 바로 그 발언을 한 사람의 존재의 차이이다. 후자의 발언을 한 사람이 연극,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18년의 내공을 쌓은, 하지만 이제 막 대중들에게 '어디선가 본 경향이 없지 않아 있네'라며 18년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배우 최병모이기 때문에, 그의 '단역 대우 운운 언급이 감동스럽게 조차 다가오는 것이다.

이렇게 11월 4일 '관록의 뉴페' 특집은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뽐내는 12년차 배우 김재화가 무색하게 뮤지컬계 20년 내공의 한류 스타, 하지만 브라운 관과 스크린에서는 이제 막 단역을 벗어난 신인 김법래, 연극무대에서 충무로까지 신스틸러를 예고하고 있는 24년차 배우 차순배, 그리고 최병모가 '신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말이 신예지, 최병모의 말대로 아직도 그의 이름보다, 그의 극중 명칭으로 불리워지는 감초 조연으로 이제 막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들은, 그 이전에 각각 연극, 뮤지컬, 영화 등에서 명칭 대신 '어이 거기'나 '파란 옷'으로 불리워 지며 '저쪽'으로 치워지는 숱한 시간을 거쳐 온 말 그대로 '관록'의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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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을 뉴페로 만드는 '<라디오 스타> 발군의 기획 
그리고 <라디오 스타>는 이제 막 신예가 되어 대중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들의 '관록'을 그 고생담조차 '고진감래'의 넉넉한 후일담으로 여유롭게 펼쳐낸다. 늘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기묘한 조합으로 신선한 웃음을 기획했던 <라디오 스타>는 때론 모 기획사 출신에 대한 대놓고 '자기 논에 물주기' 식의 기획으로 눈쌀을 찌푸리게도 만들지만, 4일의 방송처럼, 이제 막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뉴 페이스들을 개척해 내고, 그들의 삶에서 우러나는 유머와 페이소스로 한 시간을 충만하게 하여, 예능 본연의 맛을 충분히 우러낸다. <라디오 스타>로 부터 시작하여 각종 예능을 종횡무진하게 하는 예능 새내기의 개척점으로서 <라디오 스타>의 발군의 능력이 다시 한번 빛나는 회차이다.

그저 고등학교 시절 가출하여 DJ를 했던 이야기에서, 촬영장 에피소드, 그리고 MC 규현과의 저음 내기, 각종 동물 소리 흉내를 하는 구현 동화를 하는 그들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인데, 잘 기획되고 준비된 예능의 그것보다 맛깔지게 재밌다. 그 맛깔짐은 애써 우스꽝스럽게 보이려 애쓰는 예능적 기교가 아니라, 십여년의 세월이 빚어내는 훈훈한 미소이다. 단역의 말 타는 씬 한 장면을 위해 당장 달려가 말을 배운 준비성은 자연스레 자신의 앞에 수많은 스텝을 다치지 않기 위해 말에서 뛰어내린 차순배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며, 그들의 경험 속 에피소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연스레 이어진다. 판소리 한 마당이 애써 준비한 무엇이 아니라, 대학입시에서 부터 시작하여 영화까지 오디션에서 자신의 무기가 되었던 그것이었기에 정겹다. 그런 관록으 시간에도 여전히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손과 목소리를 떠는 그들의 신선함이 나이가 무색하게 그들을 신인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사십 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관록'이 무색하게, 뮤지컬 계의 한류 스타임에도 스크린과 브라운 관에서 신인임을 강조하는 낮은 자세를 보이는 김법래처럼, 아저씨, 아줌마들임에도, 그 아저씨연하고, 아줌마연 하는 '관록' 대신, '뉴페'의 신선함과 여전한 그들의 열정이 <라디오 스타>를 채웠기에 가능한 재미이다. 결국, 나이는 세월이 먹는 것이 나이라, 그의 삶이 채워가는 것임을 4일의 <라디오 스타>는 다시 한번 증명한다. 

by meditator 2015. 11. 5.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