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성은 인간의 본능인가?'

<라디오 스타>를 보며 뿔 두개 달리고 빨간 날개가 돋은 악마같은 mc들처럼 게스트를 마구 물어뜯는 것을 하염없이 즐겼다. 그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전태관의 한 마디 정의, '이 프로 이런 프로였군요. 뭐 하나만 걸리면 마구 뜯어먹는, ........잔인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에 서늘해진다. 아무 생각없이 즐기다 보니, 하이에나처럼 누군가를 뜯어먹는 것이 너무 일상화된 즐거움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하고, 아니 하이에나는 배라도 채우지, 난, 그리고 우리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정신적(?)' 즐거움을 위해 '공인'이란 이름으로 연예인들을 씹고 뜯고 맛보는 데 너무 이골이 난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라디오 스타> 1,2년 보냐?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 라는 답이 올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첫 출연 때 <라디오 스타>를 몹시도 정겹다고 생각하며 지난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놓았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두번 째 출연에, 이 프로 이런 프로였어?라는 반문을 던지게 되는 건, 단지 그들이 <라디오 스타>를 몰라서였을까? 아니면 <라디오 스타>란 프로그램이 수많은 정의 중,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어떤 부분들이 특화 내지는 강화되면서 이제는 종종 출연자들조차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잣아지는 경향 때문일까. 이 글을 쓰는 사람 개인적 생각으론 후자에 속한다. 이상하게 그 예전 신정환이나, 김구라가 함께 하던 시절, 철없던 신정환의 막돼먹은 행동 때문에, 혹은 김구라의 돌직구 때문에 낯뜨거워지거나, 낯붉히는 일이 있던 시절엔 오히려 <라디오 스타>니까 라며 두둔하게 되던 일들이, 요즘은 종종 보면서 불편해지게 된다. 나이탓일까?

 

(사진 출처; 아주 경제)

 

<라디오 스타>의 출연자가 근황 토크를 할 때 선행을 했다거나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언제나 mc들은 이구동성으로 '에이~' 그랬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딴 데 가서 하라고 애저녁에 담을 쌓아버리곤 했다. 그런 지금이나 예나 변함이 없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졌을까?

 

 

5일 출연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라디오 스타>의 네 mc가 호흡이 아주 짝짝 맞는다고 했다. 그렇다. 지금의 네 mc는 마치 스머프 만화에 나오는 '가가멜'일당처럼, 손발을 짝짝 맞추며 게스트 뜯어먹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리고 뭐 하나가 던져지기라도 하면, 네 명이서 먹잇감에 달려들듯 달려들어 저마다 한 마디씩 얹으며 출연자를 우습게 만든다.

하지만 전에는 안그랬다. 신정환이 덤벼든 사안에, 김구라에 무슨 그런 걸 걸고 넘어지냐고 했고, 김구라가 뜯어먹으려고 덤비면 신정환은 옆에서 그걸 '초를 쳐대기도' 했었다. 그래서 딱히 mc라기도, 게스트라기도 그런 전선이 형성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치 재판장처럼 mc들이 일사불란하게 뭐 하나가 던져지면, 윤종신은 그걸 한번 틀어 웃기려고 하고, 유세윤은 그걸 우스꽝스럽게 흉내내서 웃기려고 하고, 규현은 나름 돌직구라며 번번히 선배인 상대방의 얼굴이 붉어지는 비수를 꼿는 한 마디를 던지고, 김국진까지 야유를 얹으며 호흡을 맞춘다. 그 예전에 김구라나 신정환이 물어 뜯으면 윤종신이 그걸 받아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정도라면, 이제는 거기서 두 발, 세 발을 더 나아간달까. 그 예전엔, 윤종신이 좀 나아간다 싶으면 김구라가 '이젠 그만 하지' 하며 마땅찮게 저지라도 했었는데, 이제는 가장 점잖은 김국진초자 신이 나서 함께 한다.

이러다 보니, 말이 좋아 '잔인하지만 재밌었다'라지만, 그 소감은 마치 출연자들은 마치 더 잃을 게 없어 행복해요 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내용들은 '바이브' 윤민수의 말처럼 '뭐 이런 게 다 궁금할까' 싶은 시시콜콜한 개인의 뒷사정들이다. 언제부터인가, <라디오 스타>는 작가들의 csi급 정보력에 기댄 개인의 신상털기, 그에 이은 조롱하기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지난 번에 나와, '참 좋았던' 봄여름가을겨울이 '이런 프로그램이었어?'라며 반문하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김구라와 신정환이라는 캐릭터에 기대던 방송이 작가진의 기획력, 그리고 거기에 기댄 mc들의 일사불란한 시스템으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다 보니, 좌충우돌 변칙 파이터이던 성격 대신에 일관되게 '벌처럼 날아서 쏘기만'하는 기계처럼 되어버렸달까.

더구나, 게스트의 자리에 대부분 mc인 규현보다 나이많은 선배들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욕이 과잉인 규현의 돌직구는 게스트는 물론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는 하지만, 보는 사람조차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가 많다. 굳이 선배가 어린 아이돌 후배에게 저런 질문까지 당해야 할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될 정도로.

물론 그런 과정을 겪으며 1일 방송에서 <라디오 스타>가 가망없던 '샘 해밍턴'조차 띄웠다고 자부하듯이 시청자들은 몰랐던 출연자들의 새로운 면모를 깨닫게 되면서 그를 새롭게 조몀하는 과정을 되기도 한다. 여전히 <라디오 스타>의 매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솔직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원죄를 공유한 듯한 김구라나, 신정환이 '너나 나나 뭐 달라, 사람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냐' 라는 소탈함이 아니라, '용용 주겠지' 식으로 단체로 달려들어 뜯어먹는 식의 '가학성'으로 점점 가속화되어가는 건 아닌지. <라디오 스타>를 볼 때마다 애정하는 사람의 노파심이 스멀스멀 솟는다.

by meditator 2013. 5. 2.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