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3.9%, 2.3% 이건 종편이나 케이블의 시청률이 아니다. 주중 공중파 예능의 시청률이다. <룸메이트> 11회 3.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13회 3.9%(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헬로 이방인> 9회 2.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이 그 현실이다. 이 중 주말을 책임지던 <룸메이트>가 평균 7%의 시청률을 보이다 주중으로 보면서 3%대로 폭락했고,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역시 그나마 5,4%대가 나오던 시청률이 주중으로 오면서 3%대가 되었다. <헬로 이방인>의 경우, 어느 시간대를 가던지 3%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 이른바 요즘 트렌드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예능들이다. 외국인에, 전원 생활의 세컨드 라이프에, 셰어하우스까지. 자연을 벗삼아, 혹은 아름다운 집에서 아름다운 선남선녀 혹은 외국인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생활한다. 굳이 <삼시세끼>랑 다를게 뭐 있겠는가 싶다. 그런데 케이블인 <삼시세끼>가 8%대를 넘으며 놀라운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는 것과 달리,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이들 예능들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왜 kbs를 떠나 오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나영석 피디는 끝도 없이 계속 되어야 하는 공중파 예능을 든다. 자신에게서 퍼낼 아이디어가 다 고갈되고, 체력마저 방전되어도, 담주 방영분을 찍고 또 찍어야 하는, 끝없는 순환선같은 공중파 예능이, 예능 피디로서 자신을 지치게 만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한때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것도 잠시 결국은 대중들의 외면 속에 쓸쓸히 사라지는 예능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그의 소망이, 공중파를 떠나오게 하였고, 그의 소원대로, 그는, tvn에서 짤막한 시즌제의 예능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날이 치솟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삼시 세끼> 이번 시즌은 겨우 11부작, 이제 겨우 3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런 나영석 피디의 예언을 가장 잘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나영석 피디가 런칭한 <인간의 조건>이다. 토요일 밤, 아날로스적인 삶을 예능에 도입해 화제가 되었던 <인간의 조건>이지만, 89회를 맞이한 지금, 소재 고갈로 화제성은 커녕, 존립에 위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헬로 이방인>의 경우,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되었을 때만 해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본방이 되자, 사람들의 관심을 차갑게 식어갔다. 요즘 인기를 끈다는 강남이 들어와도, 에네스 카야가 인기가 있자, 그와 같은 나라 사람인 핫산을 등장시켜도, 열일곱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젊은 시절을 닮은 꽃띠 소년을 등장시켜도 시청률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파일럿을 넘어설 기획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셈이 되고만다. 이국주 등 요즘 인기가 있는 화려한 멤버로 의욕적으로 시작된 룸메이트 시즌2의 화제성도 몇 회를 넘기지 못했다. 연예인들이 모여 스스로 집을 짓겠다는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역시 화제의 인물 장동민이 있어도 어쩌지를 못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삼시 세끼>도 11부작을 하는 마당에,  결국, 애초에, 이들 프로그램이 장기 프로그램으로 기획되기엔 무리가 아니었을까란 뒤늦은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것이다. 

'룸메이트' 잭슨이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흥분했다. ⓒ SBS 방송화면

<삼시세끼>가 수수를 벤다면, <룸메이트>엔 여섯 포대의 콩 폭탄이 터졌다. 삼시세끼가 텃밭의 농작물만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면,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는 아예 텃밭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삼시세끼>가 강원도 산골에 떨어진 고립된 생활을 다루었다면, <헬로 이방인>은 서해안 삽시도의 섬마을에 외국인들을 떨어 뜨려 놓았다.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 막상 보면 이들 프로그램은 천지 차이다.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먹는 것이 미션의 전부인 <삼시 세끼>는 '슬로우 라이프'를 처음 도입한 예능답게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간다. 일주일에 하루 방영하는 하루분의 방영 시간 동안, 출연자들이 오고 장을 봐다 밥을 해먹다 보면, 금세 하루 해가 지나간다. 기껏해야, 고깃값으로 수수 좀 베다 말뿐이다. 게스트라 봐야, 하룻 저녁 거나하게 지내고 아침녁에 부리나케 줄도망치기 태반이다. 
그에 반해, 다른 프로그램들은 왁자지껄하다. 출연자들부터, 누가누구인지 다 익히기에 한 회차가 모자를 때가 있고, 그들이 모여 늘 무언가를 번다하게 한다. 끊임없이 미션이 주어지고, 출연자들은 그것을 해내느라 분주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초창기 버전을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이 하는 미션이 새롭지 않다. <룸메이트>는 폭탄으로 맞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두부를 만드는데 필요한 맷돌과 가마솥을 사기 위해 황학동 만물 시장을 갔다. 황학동 만물 시장, 이곳은 마치 예능의 필수코스인 것처럼, <무한도전><나혼자 산다>를 비롯하여 모든 예능이 한번씩 거쳐간 곳이다. <룸메이트>도 어김없이, 그리고 변함없이 '추억'을 되새기며 새롭지 않게 그곳을 다녀온다. 
<헬로 이방인>이 다녀온 삽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삽시도라는 섬은 새로울 지 몰라도, 거기서 이방인들이 하는 갯벌체험은 이제 예능에선 올드한 아이템이다. 
공교롭게도 10일 방영분,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와 <라디오 스타>에는 걸스데이 혜리가 동시에 출연했는데,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에 혜리가 출연한 사실은 화제가 되지 않았다. 걸스데이 전 그룹이 출동하여, 머리가 산발이 되도록 일을 했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한 주가 이제 막 시동을 거는 화요일 밤, 늦은 시간, 텔레비젼 속 연예인들이 함께 모여 멋들어진 셰어하우스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은, '휴식'이라기보다는, 어쩐지 '위화감'에 가깝다. 그들의 셰어 하우스는 너무 그림같고, 그들이 하는 '셰어'하는 삶은 여전히 작위적이다. 그저 연예인들의 함께 살기 코스프레란 감상을 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김병만을 비롯한 멤버들이 제 아무리 진정성있게 열심히 일을 해도, 세컨드 라이프의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의 정서 역시, <룸메이트>를 넘지 못한다. 수요일 역시 그런 연예인들의 왁자지껄한 놀이를 보고 즐기기엔 버거운 시간이다. 전주에, 폐광촌 모운동 마을에, 삽시도 까지 이방인들이 전국 방방 곡곡을 돌아다녀도, 어쩐지 1박2일 짝퉁같기만 하다. 무엇보다, <룸메이트>건,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건 다 거기서 거기다. 셰어 하우스의 특징도, 세컨드 라이프의 신선함도 회를 거듭할 수록 희박해 진다. 외국인들이 등장해도 별 다르지 않다. 사람만 다르고, 배경만 다를 뿐 '동어반복'의 지루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한 주가 시작되는 화요일부터, 왁자지껄 미션이 범벅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어쩐지 버겁다. 

사실 <삼시세끼>는 꽃보다 시리즈의 스핀 오프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이미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이미지가 구축된 도회적인 이서진이란 인물을 전혀 다른 환경인 강원도 정선에 풀어 놓음으로써 빚어지는 이질적 분위기와, '삼시세끼'라는 단촐한 슬로우 라이프의 정서가 프로그램을 지배한다. 거기에,그와 함께 하는 옥택연을 비롯하여,  이서진을 찾아오는 게스트들도 시청자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제 아무리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았다 하더라도, <참 좋은 시절>이라는 드라마로 그와 함께 가족을 이루었던 연예인들이, 가족처럼 그를 찾아들기 시작한다. 연예인인데, 어쩐지 그들이 가족같다. 손호준도, 고아라도 이서진과 일면식이 없지만, 이미 낯설지 않다. 심지어, <꽃보다 청춘>의 손호준보다, <삼시세끼>의 손호준이 더 '해태'같다. 그래서, 이미 친숙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삼시세끼>를 보면서, 새롭게 출연자와 게스트들에게 적응하기 위해 시청자들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 출연자도, 미션도, 편안하다. 별 거 안하는데, 그 익숙함에, 느긋함에 미소를 지으면서 보고 있다. 
'미생'과 같은 전투를 치르고 난 한 주, 머리를 식히기에 딱 알맞은 정서의 프로그램이다. 

<삼시 세끼>를 비롯하여, <룸메이트>,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 그리고 <헬로 이방인>까지를 보고 있노라면, 뭐 그다지 다를 것도 없는 것 같다. 놀고, 먹고, 즐기고, 미션이랍시고 힘 좀 쓰고,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과 정서의 차이가. 이들 프로그램의 생사를 가른다. 누군가의 명언처럼, '문제는 '디테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한 끗차이의 디테일이 공중파 예능을 무덤으로 보내고 있다. 


by meditator 2014. 12. 12.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