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sbs스페셜>에서는 '슬픈 천륜, 감옥 밖의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살인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1000 여건, 그 살인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는 분명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모를 범죄자로 둔 자식들의 운명은 가혹하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남기고 떠나야 할 자식들 때문에 범죄자 아버지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아버지의 눈물로는 자식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또 다른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인 범죄자의 자식들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사형'이 실제로 집행되는 중국의 사례를 빌어 부모를 범죄자로 둔 자식들의 이야기를 다룬 <sbs 스페셜>, 바로 다음 날 방영되는 kbs2의 <너를 기억해>는 바로 그 슬픈 천륜으로 인해 죽음에 이른 한 소년의 이야기가 극중 에피소드로 다루어 졌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불행한 우정
이현(서인국 분)의 강의실을 찾아와 살인자의 자식인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토로했던 소년 이정하, 이현의 다독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찾은 현장에서 이정하는 아버지를 감옥으로 보낸 목격자를 죽인 현장에서 그 자신도 상해를 입은 채 잡히고야 만다. 하지만 이현은 이정하의 범행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정선호(박보검 분) 변호사를 붙여, 그를 보호하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그의 친구인 이진우를 쫓고, 결국 이진우가 이정하의 아버지를 자신의 아버지라 오해하여 벌인 범행임을 밝힌다. 

두 소년의 불행한 우정, 거기엔 이정하를 아버지로 오인했지만, 사실은 이정하에 의해 죽임을 당한 피해자의 아들 이진우와, 그런 이진우를 알고도 묵과해버린 이정하의 혼돈이 있다. 그리고 이진우의 오해를 알고서도 이용한 파렴치범 이정하의 아버지, 이한철이 있다. 

sbs스페셜은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범죄자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범죄자의 자식을 '인권'의 차원에서 다루었다면, <너를 기억해>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범죄자의 DNA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범죄자 자식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깊게 다룬다. 이현의 말대로 성범죄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사춘기가 되어서 자신에게 찾아온 성적인 혼돈조차 죄의식으로 느꼈던 소년, 누군가를 죽인 아버지 때문에 살면서 누구나 때론 떠올릴 수 있는 나쁜 생각조차 죄책감으로 시달려야 했던 소년은 결국 친부를 오해해 살인을 저지른 피해자의 자식인 친구의 칼을 맞아 세상을 떠나고야 만다. 길지도 않은 18년의 세월의 상당 부분을 자신도 아버지처럼 살인자가 될까 두려움에 떨며 보내다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자식이라는 어긋난 운명이 불러온 불행한 우정도 슬프지만, 자신의 천륜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사는 범죄자 자식의 가혹한 운명이 이정하라는 소년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소년의 죽음을 통해 자신들의 상처에 한 발씩 다가서는 이현과 차지안 
그리고 이 이정하에 대해 변호사까지 붙여주며 마음을 써주던 이현, 그리고 그런 이현의 마음을 헤아리는 차지안(장나라 분)는 이 사건을 통해, 서로에게 조금 더 한 발 다가가게 된다. 이정하에게 마음을 쏟는 이현에게 정 변호사는 이유을 물었지만 이현은 그저 꽃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다고 대답을 피했지만, 차지안은 안다. 그 소년에게서 어린 시절 아버지에 의해 '사이코패스'라 규정되어 갇혔던 경험이 있는 이현이 자기 자신을 투영했음을. 그리고 차지안에게 조차 자기 자신을 의심했기 때문에 솔직하지 못한 거 아니냐며 반문하는 이현의 여전한 고뇌를. 

그래서 소년의 죽음 이후, 마음이 아플 이현을 찾아가 차지안은 말한다. 너는 괴물은 아닌 거 같다고. 그것은 일찌기 어린 시절 아버지조차 '내 아들이 괴물'이란 규정을 당한 이현에게는 뒤늦게 찾아 온 면죄부와도 같다. 그렇게 이현은 내내 자신을 옭죄어 왔던 '괴물'이란 올가미가 차지안으로 인해 조금 느슨해 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현 역시 차지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역시나 소년처럼, 차지안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준영과 함께 사라져버린 교도관의 딸로, 공범의 자식으로 취급받으며 살아왔던 차지안의 삶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그러면서 이만큼 자라느라 수고했다며 쓰다듬어 준다. 

그렇게 이준영이라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으로 인해 어린 시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소년 이현과 소녀 차지안은 이제 어른이 되어 만나, 함께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그 사건 속에서 두 사람의 '치유'의 실마리를 얻어 간다. 이미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보여졌듯이 상처를 입은 두 주인공은 서로의 상처를 그 누구보다 진솔하게 이해하고 보다듬으며, 그 사건에 개입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냄새를 보는 소녀>와 <너를 기억해>가 공통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권하는 치유의 해법이다. 

이현과 소년 이정하는 한 권의 동화책을 공유한다.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을 담은 '늑대 이야기'가 그것이다. 여기서 늑대는 실존하는 늑대가 아니라 마음 속 늑대다. 마음 속에 있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두 늑대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대한 인디언 추장의 대답은, 바로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이다. 즉, 이 '늑대 이야기'를 통해 <너를 기억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그간 우리 드라마가 관행적으로, 혹은 편의적으로 다루어 온 결정적 범죄자 사이코패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석이다. 타고난 사이코패스라 하더라도, 결국 그의 범죄를 결정짓는 것은 '그의 의지'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피해자였던 소년이 자기 자신을 살인으로 내몰수도 있게 되는 것, 혹은 그 반대로 살인자 아버지를 둔 채 평생을 자기 반성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 그리고 아버지에 의해 괴물로 낙인 찍혔지만 오히려 범죄를 쫓는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처럼, 결국 어떤 '늑대의 삶을 사는가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주제 의식'을 7회 <너를 기억해>는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의 주제 의식은, 앞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이준영과 이현의 동생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5. 7. 14. 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