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이 방영되고, 세간에 화제를 몰고 온 것 중에 하나는, 사람들의 추억 속에 가라앉기 시작했던 90년대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다시 부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국 음악의 르네상스 90년대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들 중에, 유희열, 이적, 윤상이 한 자리를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이름은 90년대를 시작으로, 2014년 지금까지 예전의 그들의 이름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유희열, 윤상, 이적은 그렇게 그들의 이름을 기억시킨다. 그리고,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할배들과, 여배우들, 그리고 이서진, 이승기 두 짐꾼을 새롭게 각인했던 시리즈는 이번에도 예외없이, 중년들의 청춘의 대명사였던 유희열, 이적, 윤상을 새로운 의미로 불러내기 시작한다.

 

 

 

또 한번의 새로운 <꽃보다> 시리즈를 과연 어떻게 시작할까? 그것도 느닷없이, 마흔을 훌쩍 넘기다 못해 낼 모레 쉰을 바라보는, 이 중년의 남자들에게 과부하가 분몀한 '청춘'이란 명제를 들이대기 시작하는 것을 어떻게 감당할까 싶었는데, 그런 기우가 무색하게, '청춘'답게 <꽃보다 청춘>은 시작되었다.

 

 

청춘에 대한 여러 화려한 명제가 있겠지만, 그 중 청춘을 청춘답게 만드는 불가피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충동성'이 아닐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고, 세상의 체계 속에 맞물려 들어가며, 사람들은 젊은 시절 무작정 그들을 몰고갔던 그 '무대뽀'의 마인드로 부터 멀어져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년의 할배들을 꽃보다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년에 불가능해보였던 '배낭 여행'을 시켰던 나영석 피디는, '청춘'이 물건너 간지 한참인, 한 때 청춘의 상징이었던 유희열, 이적, 윤상을 '청춘'으로 불러내기 위하여, 젊을 때만 가능한 '충동적' 여행을 가장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여 시작한다.

 

 

도대체 왜 유희열, 이적, 윤상을 불러놓고, '청춘'이란 이름의 여행을 시작했는가 라는 의문을 미처 던지기도 전에, 자유로의 한 음식점에 모인 이들은, 모인 그 모습 그대로 공항으로 떠나야만 했다. 나 영석 피디가 전해 준 여행 계획서를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발견한 출발 시간을 보고 기함할 여유조차 없이. 그렇게, 여행짐따위는 쌀 시간은 당연히 없이, 입은 옷차림 그대로, 맨발에 슬리퍼차림으로, 기껏해야 들고 온 배낭 하나가 짐의 전부인, 그래서 공항 직원이 페루를 가는데 부칠 짐이 없냐고 몇 번이나 확인하게 만드는 행색으로, 겨우 아내가 퀵서비스로 보내준 공진단과 홍삼등만을 부랴부랴 챙긴 채 페루행 비행기에 몸을 실른다.



 꽃보다 청춘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시리즈 이후,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 <꽃보다> 시리즈를 벤치 마킹한 많은 프로그램들은, 나영석 피디가 한 것처럼, 생각보다 예능을 통해 때가 덜 묻은 배우들 등에게 배낭 하나 달랑 메게 만들고 전세계 각지로 할배처럼, 누나들처럼 떠나게 만들었다. 늘 빠듯한 일정에, 예측하지 못한 여행지의 상황, 거기에 느닷없이 주어지는 미션까지, <꽃보다> 시리즈의 복사판들이었다. 그렇게 <꽃보다 > 시리즈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하지만, 나영석 피디는 다시 한번 <꽃보다> 시리즈가 그들과 다른 차원의 프로그램이란 걸, <꽃보다 청춘> 첫 회를 통해 증명해 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런 나영석 피디의 증명을 위해, 중년의 이적, 유희열, 윤상은 '청춘'답게 충동적인 여행에 자신들을 맡긴다.

 

 

나영석 피디의 <꽃보다> 시리즈는 여행 프로그램이지만, 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디를 어떻게 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래서, <꽃보다> 시리즈를 벤치 마킹한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모두 어디를 떠나기에 급급하지만, 사실은, '꽃보다 **'이란 프로그램 제목이 대놓고 말해주고 있듯이, 바로 **의 재발견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꽃보다 할배>들을 통해, 정말 꽃같은 할배들이 재발견되었고, 누나들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이제, 중년의 유희열, 이적, 윤상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을 준비한 자리에서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서로의 이름을 빠짐없이 호명한 세 사람은 다시 불려온 자유로의 음식점에서 설마 이 사람은 아니겠지 하는 기대도 무색하게 함께 합류하게 된다. 이적의 말 처럼, 참신함이라고는 1%도 없는, 유희열이 진행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특집 행사마다 불려지는, 최다 출연이라는 당연한 친분을 과시하는 유희열, 이적, 윤상은 그렇게 오래된 지기로, 이전의 꽃보다 시리즈에서 화제가 되었던 캐스팅의신선함을 차치하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90년대 이후 늘 때로는 그들의 음악으로, 라디오의 진행하는 사람으로,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심지어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찌질한 주인공에서, 야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코너 진행자까지 종횡무진 활약상을 보이는 이들 세 사람이 <꽃보다 청춘>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감성 변태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수식어가 된 유희열은 여전히 그만의 매의 눈을 숨기지 않고, 7000원짜리 여러 여행객이 함께 머물러 하는 여행지에서도 여성만 발견하면 행복해지는 '변태'로서의 감성을 이어가지만, <꽃보다 청춘>에서 만난 유희열은 우리가 알던 유희열이 아니다. <꽃보다 할배>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여행을 끌어가던 직진 순재가 있듯이, <꽃보다 청춘>에는 유희열이 있었다. 다짜고짜 가져갈 물건에 공진단과 홍삼부터 챙기는 그래서 하루라도 버틸까 싶은, 선병질의 외모를 가진 유희열은 반전의 리더로 거듭난다. 오랜 친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13시간의 비행 시간 동안 열 시간의 수다 후에 잠이 든 친구들 옆에서 꼼꼼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공부를 한 그는, 뚝딱 가장 싼 하룻밤의 숙식처를 찾아내고, 단 한 마디의 외국어로 재래 시장을 발견한다. 가장 예민할 거 같은 외모와 달리, 어디서자 잘 자고, 잘 먹는 가장 털털한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알던 유희열이 아닌 상남자 유희열로 재 탄생되어, <꽃보다 청춘> 첫 회의 백미를 장식한다.

 

유희열만이 아니다. 유창한 영어로 어디서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는 막내에, 꼼꼼한 회계까지, 그리고 때로는 사려깊은 배려가 상처가 될 정도로 마음이 깊은 친구까지, 유희열 못지 않은 인간다운 냄새을 뿜어내는 이적 역시 우리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그런 유희열과 이적의 배려 아래, 맏형이지만 애초에 여행을 가기도 전에, 찡찡이라 찍힌 윤상의 예민함,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매력은 아마도 <꽃보다 청춘>이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일 것이다.

 

친구를 진짜 알고 싶으면 함께 여행을 떠나라고 했다. 때로는 그 여행을 통해, 친구의 몰랐던 모습으로 인해 오래된 친구가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머쓱해 지기도 한다. 과연 <꽃보다 청춘>은 어떤 쪽일까? 우리들의 오래된 스타였던 유희열, 윤상, 이적은, 그렇게 우리가 몰랐던 유희열, 윤상, 이적이 되어, 우리 곁에 다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 친구들과의 여행이 궁금해 진다



by meditator 2014. 8. 2.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