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에 밀려 금요일 밤 단골 2위의 자리를 설욕하기 위해 야심차게 수요일 밤 11시 10분으로 자리를 옮겼던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새로이 자리를 옮긴 <룸메이트>에게도 밀리며, 시청률의 품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10월 16일부터 야심차게 합류시킨, '가족포차'코너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이 프로그램의 품격은 어떻게 해야 유지될 수 있을까?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12인의 전문가가 제시하는 현명한 가족문제 해결법'이란 그럴싸한 캐치프레이드를 내걸고 시작했지만,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근원적으로는, mbc에서 매주 토요일 11시 10분에 방영중인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에 여러 게스트를 불러다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의 형식을 빚지고 있고, 가깝게는 종편에서 활발하게 방영되고 있는 <동치미> 등의 아류라는 오명을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조건>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토요 예능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던 <세바퀴>가 이제 거의 <인간의 조건>과 비슷한 시청률을 보이며 하락하고 있듯이, 같은 성격의 종편 프로그램의 범람과 함께, 이제 다수의 게스트를 모아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 자체가, 피로도를 넘어, '지겨움'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도, 어디선가 한 편은 방영되는,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와 같은 프로그램 전체를 질리게 만든 것이다.

 

더구나, 이와 비슷한 타 프로그램에서도  그렇지만, 말이 전문가가 제시하는 현명한 가족 문제 해결법이지, 이리 저리 자리만 바꿔앉은 듯한 이 방송 저 방송을 넘나드는 연예인 게스트들이 찜질방 아줌마 수다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에, 다수의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식견이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세상은, 가족 문제에 있어, '화목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고, 가족이라도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쟁투'와 '이혼'까지도 불사하는 세상에,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가 시대 착오적(?)으로, 가족 내 화목을 위해, 어설픈 충고를 해대고 있는 것도, 이 프로그램이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에는 <사랑과 전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위기'의 가족은 없다. 그저 '가족 사진' 속 환하게 웃는 코스프레한 가족이 있을 뿐이다. 막장이 인기를 끄는 세상에. 덕담만이 오가는,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가 싱거울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bnt뉴스)

 

그런 위기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가 내건 해결책은 이른바 '가족 포차'이다. 말이 가족 포차지, 이경규를 위시하여, 이윤석, 조우종, 김지민을 직장 내 서열에 따라 배치하고, 맞은 편에 게스트들을 직장 내 서열에 따라 앉힌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마치, <해피투게더>가 목욕탕 내 토크 이후, 야간 매점을 하는 식인 것이다.

하지만, <해피 투게더>의 경우, 동일한 게스트가 두 포맷을 함께 참여하는 것과 달리,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마치 전혀 다른 두 프로그램을 붙여 놓은 것처럼, 전혀 다른 게스트들이 두 코너에 등장한다. 그렇다고, 예전 <무르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가 함께 하던, 토크쇼의 일관성도 없다. 그저 말만 가족을 붙였을 뿐이다. 그 이전에 해오던 '감놔라 배놔라' 코너를 포기하자니,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라는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새로운 코너, '가족 포차'에 대한 절대적 확신도 없는 것이, 어정쩡한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현재 상태라고나 할까?

 

되는 집안은 뭘 해도 되지만, 안되는 집안은 뭘 해도 안된다는 속담은 '가족 포차'를 두고 이르는 말같다.

<해피투게더>의 야간 매점이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당시 트렌드가 되고 있던 '야식'이었다. 게스트들이 들고 나온 신선한 메뉴의 야식 '먹방'이 야간 매점을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말이 포차지, 배경만 포차인 '가족 포차'엔 포차다운 먹방은 없다. 그저 흔한 오뎅 국물 하나 없이 이루어지는 맹송맹송한 토크는,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11월 5일 방영분에서 후배들이 이경규에게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느냐고, 그 질문에 이경규가 말하기를, 모든 것을 다 이야기 하지만, 결코 진짜 결정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고. 어쩌면  <힐링 캠프> 등을 비롯한 이경규의 침체를 설명하는 명쾌한 정의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또한 이날의 후배들 질문에는, 어떻게 하면 이경규의 라인에 들 수 있는지 등과 같은 것이 있었다. 유재석, 강호동도 위기다, 이제 절정을 지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전히 이윤석이 침을 튀기면서, '시키면 다한다'는 식의 이경규 라인에 서는 법을 강의하는 '가족 포차'라니, 현실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질문이 아닌가.

 

게다가 포차에 초대되는 게스트들의 면모도 그렇다. 직장내 분위기를 살기 위해, kbs 아나운서실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수의 개그맨들이 초대되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이미 <해피투게더>를 통하여 충분히 울궈낸 캐릭터에, 이야기들이다.

제 아무리 새로운 포맷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담긴 내용이 신선하지 않다면, 시청자들의 시선을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미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출연진 면면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았떤가.

 

어쩌면 애초에, 10시대에서 8시대 가족적인 분위기로 자리를 옮겼어야 할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가 11시의 예능 정글로 자리를 옮겨 앉은 것부터가 넌센스였을 지도 모르겠다. 과연 동시간대 2위나마 쟁취할 수 있을런지, '종영이야 폐지냐' 논란의 기로에 선, <매직 아이>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런지. 식상한 출연진에, 그보다 더 식상한 토크로 점철된,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의 품격은 유지가 가능할 지 여러모로 그 행보가 아쉽다.

by meditator 2014. 11. 6.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