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채널을 케이블 m.net으로 돌리면 김구라가 거기에도 앉아있다. <라디오 스타>와 비슷한 크기의 스튜디오에, 테이블을 놓고(알고보면 커다란 변기이지만) 거기에 몇 사람이 삥 둘러 앉아있는 것이 <라디오 스타>의 판박이다. 어라, 게다가 김구라 옆에서는, 자발적으로 <라디오 스타>를 떠난 전 mc 유세윤까지 터억 하니 앉아있다. 심지어, 대놓고 자신들을 고품격이라 줄곧 주창해오는 <라디오 스타>를 의식이라도 한듯, 일관되게 저품격 음악 방송이란다. 마치 b급 패러디 영화처럼, <音담패설>은 대놓고 <라디오 스타>를 연상시키며, 이제는 공중파의 평범한 토크쇼가 되어가던, <라디오 스타>의 b급 정서를 야무지게 차용하며 등장한다. 


<音담패설>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음악과 관련된 뒷담화를 지향한다. 그런 프로그램의 성격을 화장실 컨셉의 스튜디오, 변기로 설정된 테이블에,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비롯한 각종 화면의 등장이 변기 테이블 안의 배설물처럼 등장했다가 배경에 달린 변기 레버나, 위에서 내려온 줄을 당겨 사라짐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배설'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音담패설

하지만, 그렇다고 내용도 가쉽성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제일 먼저 등장한 첫 번째 주제가 kpop의 실체를 다루는 것에서 부터 이 프로그램이 가지는 음악 평론적 성격이 그다지 만만치 않음을 드러난다. 그간 음악 방송을 비롯하여 뉴스에서까지 일방적인 칭송에 머무르던, kpop의 실체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간 뉴스 및 각종 기사 등에서 다루어진 kpop기사가 모두 한 사람에 의해서 씌여진 것이었으며, 그 기사가 그저 각국의 음악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다루어지는 정도라는 것을 드러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소 평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 빌보드 지에서 그 기사를 쓴 기자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에서 유트브 등을 통해 기성 세대까지는 아니지만 젊은 층에게는 kpop에 대한 인지도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는 것을 검증받음으로써 객관적인 kpop의 실체에 접근한다.

이어서 다루어진 꼭지는 과연 마이클 잭슨과 아이돌 그룹 exo중 누가 춤을 잘 추는가 였다. 다분히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성 주제인 이 주제를 다루기 위해 제작진은 둘을 모르는 노인층과 유치원 생들에게 둘의 영상을 보여주며 앙케이트 조사를 한다. 물론 결론은 exo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音담패설>은 안이하게 시류의 흐름에 안주하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춤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시대적 변화라던가, 그리고 독무와 군무가 가지는 차이 등을 드러내 보이려 애쓰며, 결국 춤을 좋아하는 젊은이를 통한 평가로 객관적인 공정성에 다가가고자 애쓴다. 

그 다음에는 음악 방송인 <音담패설>의 첫 회다운 기획으로 소녀 시대 등 기라성 같은 기존 가수들을 제치고 몇 달간 음원 챠트 등을 석권하고 있는 정기고를 직접 스튜디오에 초대한다. 몇 명의 정기고를 등장시킴으로써 노래를 알려졌지만 정작 얼굴은 아직 낯선 정기고를 인지시키고, 그간 그의 약력 등을 소개하는 것에 존박 등의 언급을 더해, 정기고의 인기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시킴으로써, 첫 회다운 진가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몇명 신곡들에 대한 검증, 샤이니 키와 인피티트 우현, 오렌지 카랴멜, 윤종신의 상념 등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과연 이 음악이, 이 뮤직 비디오가 들고 볼만한 것인지라는 기본에서 시작하여 별점 평가까지 내린다.

전체적으로 <音담패설>은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했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음악 평론적 성격을 띠면서도 그것을 그저 음악을 매개로 한 뒷담화인양 토크쇼인양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형식을 띤다. 하지만, m.net의 일부 프로그램에서 하고 있는 신곡 평가를 도입한다던가, 음악적 화제인 kpo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리려 한다던가,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의 등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론적 성격의 프로그램을 이유식처럼 보다 접근하기 쉽게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한때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던 김구라를 비롯해서, 룰라 등의 프로듀서 이상민에,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 평가받는 이단 옆차기, 거기에 개가수인 유세윤까지, 전문가와 대중성의 경계에 선 듯한 인물들의 면면만 보아도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드러난다. 예상 외로 마이클 잭슨과 exo의 평가에서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보이고, 윤종신의 '상념'이 가진 뜻밖의 중의성을 찾아내는 센스를 지닌 유세윤과 이상민의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 tv리포트)

저품격 음악 방송임을 공공연하게 내세운 1회만을 놓고 봤을 때, 아직 이 프로그램을 단언할 수는 없다. 심지어  몇 가지 우려가 되는 지점이 보이기도 한다.

우선은 그 어떤 프로그램을 해도 김구라 식으로 만드는 메인 mc 김구라의 존재다. 
정기고를 초대해 놓고 그의 음악 보다는 그가 음악을 하도록 배경이 되어준 그의 부모님이 하는 족발집 이야기나 잔뜩 하는 식이라면 과연 이 프로그램이 <라디오 스타>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식이다. 그 어떤 대상을 가져다 놔도 사십대 아저씨의 속물적 기준으로 해체해 버리는 김구라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과연 어떻게 조절해 나갈 것인가가 이 프로그램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가의 첫번 째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구라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음악 프로그램이란 곳에 나와서도 다른 곳에서와 똑같은 이야기만 해대는 김구라라면, 한때 음악 칼럼니스트인 것이 무색하게 노력하지 않는 그의 한계가 너무도 분명해 지는 것이다. 그나마 첫 회, <썰전>에서 정기고를 다루었기 때문에 정기고 맞추는 정도로 면피하기엔 조금 더 음악 프로그램의 mc다운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kpop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다루기 위한 시도는 좋았지만, 무수히 인용되는 빌보드 기사의 정체,  그 칼럼니스트의 실체를 밝히는 것만으로 그것을 다 보여주었다기엔 어쩐지 긁다 만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이클 잭슨과 exo의 춤 대결을 주제로 내걸어 놓고, 정작 mc들이 팬을 비롯한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느낌은 어쩔 것인가, 결국 자신들이 내려야 할 냉정한 평가를 춤통령이라는 한 젊은이에게 맡긴 모습은 어쩐지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 결구 저품격이든, 고품격이든, 이제는 꽤 눈이 높은 시청자들에게 음악적 '배설'의 대린 만족을 시켜주기 위해서는 초창기 <썰전>의 이철희나, 허지웅 정도의 속시원한 직론이 있어야 정체성이 살아날 것이다. 대놓고 첫 회부터 신곡을 놓고 동업자 정신을 운운하기 시작하고, 뭐 눈치 보고, 뭐 빼는 식이라면,  굳이 밤 늦은 시간 이 프로그램에 눈을 맞출 필요성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정치, 문화, 심지어 남녀 관계까지 도마 위에 올려놓고 토론을 일삼는 이 시점에 음악이 그대상이 되는 건 음악 전문 방송인 m.net에서는 심지어 조금 늦지 않았나 싶은 당연한 시도이다. 부디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살려 오래 장수하는 프로그램으로 남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3. 22.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