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은 3월 30일과 4월 6일 2주에 걸쳐 <숲으로 간 사람들>을 다루었다. 그 중 1부 '새 생명을 얻다'는 숲을 통해 암 등의 질병을 고친 사례를 들어 숲이 가진 자연 치유력을 증명한다. 그에 이은 2부 '새 인생을 얻다'는 아예 숲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례를 들어, 삶의 대안으로서의 숲을 제시하고 있다.



낮 시간의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것 중 하나는 보험 광고 방송이다. 가장 신뢰할 만한 연예인들을 내세우며, 묻고 따지지도 않고 보험을 들어주겠다며, 이 보험을 들면 치료비 걱정은 없다고 꼬신다. 전 국민 의료 보험 시대라 하지만, 막상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기면 넉넉한 집이 아니고서는 집안 거덜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되는 것이 지금의 의료 현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앞날의 병원비를 대비하여 여러 가지 보험을 들어둔다. 하지만 보험을 들어둔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제 아무리 돈이 있다 한들, 현대 의학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렇게 현대 의학도 포기한 사람들을 숲이 품어 고쳐주었단다. 

혈액암 말기, 간암 2기, 위암 2기의 환자들이 숲을 걷는다. 물론 처음부터 이들이 자신의 병을 고치고자 숲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죽겠다고 들어선 숲에서, 신승훈씨는 뜻밖에도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그리고 6년 암과의 전쟁터에서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백완섭씨의 경우는 아예 작정을 하고 숲에 들어섰다. 위암 수술을 받은 그는 암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이 살았던 도시의 삶을 버린다. 전기,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숲 속에서 4년 째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실제 검사 결과 이들에게서 암세포는 사라졌고, 면역 상태는 거의 일반인 수준이었다. 그 수많은 장비와 명의가 있는 병원에서도 고칠 수 없었던 질병이 그저 숲을 거니는 것으로, 숲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병을 안겨주었던 도시의 삶을 벗어난 그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 한다. 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일주일에 한 두번이라도, 아니 그게 안되면 한 달에 한번이라도 숲을 다녀오는 것으로 인간의 몸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치유력을 가진다. 말 그대로 생명력 넘치는 숲의 신비다. 

2부 '새 인생을 얻다'는 이렇게 생명력 있는 숲으로 삶의 공간을 옮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부에서도 보여지듯이, '암'등의 병을 가져온 것은 스트레스로 넘쳐나는 도시의 삶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뻔히 암유발적인 생활인 줄 알면서도 도시에서의 삶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전부인 줄 안다. 바로 그런 고정 관념을 벗어던진 이들을 2부, '새 인생을 얻다'는 다루고 있다. 

부부가 하루에 한 마디를 나누기도 힘든 도시의 삶을 살았던 이태인 씨 부부는 전기, 수도, 휴대폰이 없는 깊은 산속에서 살면서 애인처럼 지낸다. 한때 잘 나가던 디자이너였던 이오갑씨는 이제 전국 백수협회 대표가 되어 산속에서 할 수 있는 100가지의 즐거움을 찾아 하루를 보낸다. 

이들이 포기한 것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편리함과 넉넉함으로 유혹했던 문명의 속도, 경쟁 등이다. 숲으로 들어와 병도 치유하고 삶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게 되었던 1부의 환자들처럼, 숲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긴 이들은, 조금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행복을 얻었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숲에 사는 부부는 매양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다. 혼자 외롭게 살건만 이오갑씨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다. 


근대 이후 등장한 세계관은 인류의 역사가 끊임없이 진보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산업 혁명 등의 물질 문명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입장이었다. 즉, 물질 문명이 발전하듯이, 인류의 역사는 그 물질의 발달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이제 더 이상 인류의 진보만을 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으 입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석유라는 한정된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류 문명의 유한성을 들먹이는 사례가 석유 매장량이 적어지는 것에 반비례하여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지금껏 진보라고, 발전이라고 믿었던 인류의 문명이 가져온 것은 자원의 고갈과 병든 지구라는 반성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런 반성은 석유 문명 이후의 삶에 대한 대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2부작에 걸친 <숲으로 간 사람들>은 바로 그런 문명론적 고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계가 등장한 것은 자연에 의존하던 삶을 사람들을 자본주의 제도하에 몰아넣기 시작한 그 즈음부터라고 한다. <모던 타임즈> 속 사람들은 거대한 시계에 짖눌려 신음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굳이 시계가 없어도, 우리 안에 내장된 속도감에 짖눌려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런 속도전에 길들여진 우리 삶의 대안으로, 석유 문명이 가져다 준 이기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대안으로 <sbs스페셜>은 숲을 제시한다. 

굳이 주렁주렁 보험을 들어도 고칠까 말까하는 병원이 아니라도, 매년 올라가는 집세에 시달리는 아파트가 아니라도, 남들보다 밀릴까 조마조마한 경쟁이 아니라도, 조금만 비우고 버리면 행복해 질 수 있는 대안으로 숲이다.  


by meditator 2014. 4. 7.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