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다. 운전하시는 분이 틀어놓은 방송에서 최근 청년들의 동향에 대한 리포터가 나온다. 말인즉, 직장에 들어간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젊은이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현실이 녹록하지 않지, 라고 생각을 잇는데, 웬걸, 리포터의 해석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그 리포터의 해석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들이 직장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때려치는 게 너도 나도 창업을 하려는 트렌드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러 창업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배려로(?) 직장 생활에 안주하는 대신, 젊음을 무기로 '도전'하려는 의지가, 바로 젊은이들의 잦은 퇴직 이유라는 이 얼토당토않은 분노까지 느껴졌다. 왜 분노하냐고? 6월 19일, <sbs스페셜-2016 사장님의 눈물>에 그 답이 있다. 




6월 19일 <sbs스페셜>의 소 제목이 2016 사장님의 눈물인 이유는 이미 2012년 동일한 제목의 다큐가 방영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7월 1일 방영된 298회 <sbs스페셜>은 <사장님의 눈물>의 부제는 '벼랑 끝에서 나를 찾다'였다. 2012년 당시 한 해 폐업자 수 85만 명 한때는 사장님이었다가, 대기업의 횡포로, 지인의 배신으로, 금융 위기로, 이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여 자신의 핸드폰조차 가질 수 없고,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가족들에게 조차 외면당한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경남 통영의 죽도라는 외로운 섬 '재기 중소 기업인 수련원'에 모여 한 달간 합숙을 하며, 세상 밖으로 다시 한번 나아갈 '의지'를 다졌다. '눈물'로 삶의 의지를 되찾은 사장님들, 그들이 나아간 세상은 달라졌을까? 

2016, 더 열악해진 사장님들의 현실
2016년 다시 돌아온 <사장님의 눈물>이 다루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 사장님들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 556만 명, 경제활동 인구 2695만명 중 실업자를 제외하면, 4~5명 중 한 명이 '자영업자'라는 것이요, 이들의 부양인구까지 따지면 우리나라 인구 중 2천만 명 가까이가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인구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 하지만 그들의 속사정은 열악하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imf 때보다 현재가 더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고 한다. 그 'imf'보다 더 어렵다는 자영업자들, 그들의 현실을 '요식업계의 자업업자'들의 실상을 통해 알아본다. 

'더럽고 치사한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그런 꿈을 꾸어본다. 차라리 이럴 노력으로 나가서 내 장사를 하는가 낫지 않을까?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직장에 내 인생을 바치느니 차라리 일찌감치 내 사업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요식업 종사자들은 말한다. 남보기엔 접근성이 쉬워보이는 요식업,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면 '헬'이라고.



그 '헬'의요식업계를 증명하기 위해 sbs스페셜이 시선을 돌린 곳은 주방 철거업체, 시쳇말로 요즘 가장 잘 되는 곳이 '철거업체'라더니, 그 말이 빈 말이 아니듯, 주방 철거업체 사장님은 서울로, 지방으로 하루에 서너 곳, '이 사업을 시작한 뒤'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잘 될 수록, 사장님은 '착잡하다'. 그 사업의 호황 뒤에는 자신과 같은 '사장님'들의 좌절과 절망이 있기 때문이다. 

2016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이 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우선 무엇보다 장사가 안된다. 556만의 자영업자의 상당 수가 종사하는 요식업의 범람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위해 주머니를 열어 줄 대한민국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졌다. 직장 생활을 하다 정년 퇴직한 아버지와 갓 태어날 아이를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을 연 사장님, 대출까지 받아 무리해서 개업한 가게를 지키기 위해 '이석증'이 생겨가면서도 단 한 순간도 '불성실'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그의 가게는 600만원을 들인 후드 설비가 단 몇 백만 원으로 퉁쳐지는 폐업 상가일 뿐이다. 대신 하루 종일 주차장을 보며 손님을 기다리는 지옥같은 기다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손님을 기다리는게 어디 그의 일일뿐일까? 장사를 한 지 22년, 한때는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무공해 대통밥집으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방송에서도 소개되었던 '착한 식당'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출근할 때마다 사장님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직원을 내보내며 허리띠를 졸라보아도 하루 채 두 테이블도 채워지지 않는 손님을 억지로 끌고 올 수는 없다. 

이 사례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그저 '장사가 안되는' 것이 몇몇 특수한 식당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분석한다. imf 때보다도 더 살기 어려워진 대한민국, 그래서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현실의 존재가 불안한 2,30대는 물론이고, 그 중에서도 4~50대의 그나마 경제적 여력을 가진 계층조차 앞날의 불투명함으로 지갑을 닫고,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 바로 '외식비', 곧 요식업계라는 것이다. 



장사가 잘 되도 망하고, 안되도 망하고 
경기 탓만도 아니다. 이미 여러 다큐를 통해 빈번하게 '고발'되었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심에 가까운 낙후 지역에 고급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로 형성되면서 원래의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게 된다.) 또한 피해갈 수 없는 자영업자의 늪이다. 가로수길에서 인기있는 곱창집 사장님은 같은 건물에서 두번 째로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다. 가게가 위치한 골목에서 제일 장사가 잘되는 집으로 소문난 가게, 바뀐 건물주는 자신이 장사를 하겠다면 곱창집을 내쫓으려 했다. 겨우겨우 설득하여 지하로 가게를 옮겼지만, 3년만에 건물주는 계속 장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 집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니,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오히려 '사장님'에게는 독이다. 홍대 앞 젠트리피켘이션으로 인해 활성화가 된 상수동 골목, 여기도 이젠 골목의 활성화가 가게 사장님들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상수동 활성화의 기폭제가 된 '양고기 집', 양고기집 팬 후드 전깃줄까지 자르며 압박하는 건물주의 압박에 사장님은 불가항력이다. 

장사가 안되면 안되서 내몰리고, 잘되면 잘되서 내몰리는 2016 대한민국의 요식업 사장님들, 하지만, 그들의 '죽겠는' 속사정과 달리, 밖에서 보는 그럴 듯한 '요식업' 자영업에는 여전히 또 다른 '사장님 후보자'들이 몰린다. 서울시의 경우 개업을 한 식당의 10곳 중 6곳이 일년 안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빛을 내서라도 장사를 하겠다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많고. 그런 사람들에게 요식업 사장님들의 유일한 충고, '장사를 하지 마세요'다.  

sbs스페셜은 2012년에 이어, 2016년 사장님의 눈물을 통해 우리 사회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분석한다. 그래도 2012년에는 '재활'의 가능성이 열렸던 사장님들은 이제, 그의 부양가족과 함께,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할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 바로 2016의 결론이다. 중소기업도 안되고, 자영업도 안되고,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가장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by meditator 2016. 6. 20.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