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스트 셀러 목록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책 중 하나는, 바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본 편 시리즈 들이다. 그리고 sbs스페셜은 3부작으로 바로 이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화면으로 옮긴다.


물론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한 시간 여의 다큐로 옮겼다고 해서, 온전히 그 책을 다 알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글로 읽어 막연했던 것은, tv 화면에서 등장한 생생한 영상을 통해, 분명해 지고, 또 화면을 통해 주마간산 격으로 스쳐지나가버려 아쉬웠던 것은, 책으로 찾아 읽으면 되니, 화면으로 들어온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본편과, 책은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하지만, 책이 아닌, sbs스페셜만의 장점은 또 있다. 책에서도 유홍준 교수와 함께 여행을 함께 해주신 많은 동료 분들이 계시지만, tv로 찾아든 일본 유산 답사기에는 유홍준 교수의 이제는 우리 나라의 각 분야에서 걸출한 인물이 되신 오랜 지기 세 분이 함께 함으로써, 다방면의 즐거움을 준 답사 여행이 되었다. 바로 역사학자이신 안병욱 교수와, 화가 임옥상씨, 그리고 건축가 승효상씨가 그분들이다. 화가 임옥상씨는 답사지의 곳곳에서, 수묵 담채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크로키를 선보인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의 일본은, 그의 스케치북에선, 그저 점점이 흩어지는 꽃잎을 지닌 나무로 새롭게 되살아 난다. 유홍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본 여행지의 버스 안이 아닌 좀 더 '출세'(?)를 했을 거라며 대학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친구  안병욱 교수의 소개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제는 '답사' 그 행위 자체가 의미가 되는 '무형 문화재'라 칭해도 무리가 없는 유홍준표 답사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길 수 있다. 건축가 승효상은 그저 화려한 일본 정원에 눈을 빼앗긴 우리에게, 건축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승효상이 평가한 3국의 정원은, 중국의 정원이 위계 질서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고, 일본의 정원이 오로지 '관람'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에 비해 초라해 보였던 우리의 정원은, 바로 그 안에서 놀이와, 제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치뤄지고 나면, 싹 비워지는, '공간', 그 자체로서의 '사유'의 의미가 담긴 '최고'의 정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각 분야의 대가들이 된 유홍준 교수의 지기들 덕분에 답사가 풍부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교토'에서, '아스카', '나라'로 이어지는 여정은 어떤 젊은 사람보다도 재바르게 움직이며, 젊은이들조차 헉헉 대며 걸음을 서두르게 만드는 볼 것 많고, 들을 것 넘치는 유홍준 표의 '오감' 답사이다. 

3부작의 첫 번째 여정인, '교토, 아스카, 나라로 이어지는 여정은 바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라'의 도래인의 신사가 남아있는 교코, 100여명의 백제 도래인들이 '아야씨'가 되어 고대 국가 일본의 토대를 만들어 준 아스카, 고대 국가 일본의 자부심을 내세운 동대사의 기술적 성취의 바탕이 된 멸망 이후 도래한 백제인 들. 보를 쌓아 습지를 농사가 가능한 땅으로 만드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화려한 불상과, 지진에도 흔들림이 없는 건축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들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다. 

유홍준 교수는 첫 회, '도래인'을 정의하면서, 과연, 일본 땅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의 흔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고자 한다. 즉, 특히나 최근 들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국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과연 그곳으로 건너간 우리나라 사람들을 어떤 자세와 시각으로 바라보는가가, 양국의 관계 정립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유홍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들은,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의 부침에 따라, 정치적 실권을 잃고 집단적으로 건너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한반도에서 실각한, 하지만 일정 정도 한반도에서 기득권 세력으로 문화를 영유했던 도래인들은, 당시 일본에 비해 문화적 우위를 점했고, 바로 그 문화적 선진 세력으로, 일본에 쉽게 자리잡고, 문물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홍준 교수는 '도래인'에 대해 오해를 해서는 안된다고 짚고 넘어가고 있다. 즉, 그들은 도래인이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문화를 가져간 것은 맞지만, 그곳에서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은 한국의 문화가 아니라, 일본의 문화로, 우리는 '도래인'들의 문화적 성취를 해외 이민 개척사의 첫 번째 성공 사례 정도로 '양보'하여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헤게모니'와 '패권주의'적 시각을 거세하고, '도래인'을 담백하게 바라보아야, 한일 양국의 문화적 교류는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양국의 관계도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 유홍준 교수의 시각이며, 그런 교수의 시각은,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한일 양국의 관계를 바라보는데, 현명한 선구안으로 시청자들에게 제시된다. 


by meditator 2014. 8. 18. 0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