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그 '사회적'이란 말이 어느덧 '인간'의 족쇄가 되는 시대다. 21세기를 상징하는 문명인 '인터넷'과 'sns'는 어느 덧 '인간'을 잠식하기에 이른다. 퇴근을 해서도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전송되는 메일, 잠시라도 다른 곳에 정신을 둘라치면 몇 개, 몇 십 개, 심지어 몇 백개가 쏟아져 오는 카톡, 범람하는 페북의 언어들, 그리고 일거수 일투족 아니 그 사람 자체가 증명 사진이 되어 나열되는 '인스타', 이 많은 매체들 사이에 그리고 이른바 '사회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맺은 관계들 속에 과연 '나'는 존재하는 것일까?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 <sbs스페셜>이 택한 방법은 역설적으로 '고독'이다. 





3박4일 절대 고독의 시간
'고독'의 문을 연 건 4명의 젊은이다. 임현욱(19), 박형순(22), 윤어진(21), 박소현(27) 네 사람은 3박4일의 일정으로 자신을 1.7평 방에 가둔다. 하지만 '가두는 게' 쉽지가 않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해 끝까지 사수하다, 그 마저 못하게 되자,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상대로 셀카 연습을 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이들은 영락없는 21세기형 인간이다. 

하지만 결국 핸드폰을 빼앗기고, '생각'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다고, 혹은 '생각'을 하면 우울해 질까봐 싫어하던 이들이 '포기' 버튼의 유혹을 이겨내며 하루의 시간을 지냈다. 그리고 마치 면벽 수도하는 수도승들에게 던져진 화두처럼 그들에게 던져진 질문, '나는 누구인가?'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에 도달하기 위해, 우선 각자 지금 자신이 빠져있는 그 '무엇'을 털어내야 하는 관문이 있다. 

이제 막 수능 시험을 마친 현욱에게 '자아 성찰'이란 쓸데없는 것이다. 공부 못하면 노답인 세상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건 쓸데없는 것이며,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4 명은 공통적이다. 현욱이 수능을 핑계로 생각을 미뤄두었다면, 소현씨는 주중에 자신이 하는 쇼핑몰 일이 끝나는 주말까지 커피 전문점 알바를 하며 홀로 생각에 빠질 시간을 피한다. 집에 와서도 늘 인터넷 동영상을 틀어놓고, 사람들의 '말소리'에 빠져있는 그녀, 그런가 하면 윤어진씨가 빠져있는 건 '셀카', 하루 종일 수백에서 천 장이 넘는 셀카를 찍고, 그것을 보정하여 인스타에 올리고 그 반응을 지켜보느라 바쁜 그녀에게 생각할 여유는 당연히 없다. 박형순씨는 잠이 부족할 정도로 '관계'와 '관계'의 사슬에 자신을 얽어매어 놓는다. 

이렇게 그 '무언가'에 빠져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는 네 사람은 본의 아니게 1.7 평의 '독방'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빠져있는 것, 그것들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니, 그곳에 자신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이 누구였는가, 누군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 네 사람, 그들이 마주한 자신의 역사에는 고등학교 시절 80kg이 넘는 몸무게로 상처받았던 소녀가 있고, 홀로 사는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또한 부모님이 정해주신 세상의 길을 따라, 반항을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것을 꿀꺽 삼켜버린 소년이, 게임만 하며 세상과 담을 쌓았던 청년이 있다. '셀카'에, 대학에, 관계에, 그리고 쉴틈없는 일상에 매몰되어 놓치고 있었던 자신을 그 누구의 권유도 아닌, '고독'을 통해 마주한 네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지금 누구인지 마주한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20박21일
네 사람의 강제 독방 3박4일이 다큐 제작진에 의한 모의 고독 실험이었다면, 20박21일의 강제 고독을 선물로 주는 회사도 있다. 건설 설계 소프트 웨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국내의 한 IT업체, 그곳에 면접을 보러 간 응시생은 뜻밖에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당혹스러워 한다. 하지만 이 질문을 받는 건 이 회사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직원 한 명당 1년치 식비가 무려 1000만원인 직원들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20일간의 '자기에로의 여행'을 선물한다. 

온전히 업무를 손에서 놓고 제주로 온 여행, 한라산을 등반하고, 바다 바람을 맞으며 매일 매일 쪽지로 전해지는 이 회사의 사관인 '나, 세상, 삶, 일'에 대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보낸다. '리본 더 라이프'라 칭해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주가 원하는 건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거, 매일매일의 화두에서 답을 얻은 사람도, 혹은 답을 얻어내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온전히 '내 안에 숨겨져왔던 나와 대화'를 하는 시간이었고, '용기를 내서 내 삶의 질문을 대면'하는 시간이 된다. 

네 사람의 3박4일 실험적 고독, 그리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리본 더 라이프' 자기 성찰 프로그램을 통해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건 분명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고독'은 박소현씨의 말처럼 혼자 생각에 빠지다 보면 우울해지는 건, 스스로 자기 안에 자신을 가두게 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들이 범람하는 시대, 그 넘치는 '관계맺음'이 '나'를 소외시켰다 주장한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고독의 시간'! 그저 3박4일 혼자 있었을 뿐인데, 자신의 문제들을 스스로 짚어보고 진단하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대면하는 사람들,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생각할 시간'을 선물하는 회사, '인간은 고독 속에서 성장한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자기 수련의 터널을 지나 다큐가 도달한 건, '오롯이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 '오롯한 나'에는 그 누구의 가르침이나 지침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자기 회복력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있다. 
by meditator 2018. 1. 29. 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