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부터 21일까지 <EBS다큐 프라임>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을 앞둔 미, 중 등의 발빠른 움직임을 <글로벌 인재 전쟁>을 통해 다루었다. 무엇보다 이 다큐가 놀라웠던 것은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두 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아니, 그것을 선도하기 위해 자국의 교육 시스템과 환경을 거의 '혁명적'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을 비롯한 아이티 산업을 이끄는 실리콘 밸리의 대부분 기업들이 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그가 내세운 정책들에 강하게 반발했는가를 이 다큐는 보여준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의 산업 체계로는 더 이상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수용해 낼 수 없다고 생각한 아이티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산업들은 이 '변화'를 '블랙홀'처럼 해외의 인재 빨아들이며, 그 인재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 교육 환경 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업 환경을 조성해 간다. 

이렇게 해외 인재들이 마음껏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4차 혁명을 주도해 가는 미국에 중국 역시 중궈멍(중국몽)을 외치며 하루에 1만개의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 지는 창업의 열기 속에 '텐센트'와 같은 세계 4위의 기업이 만들어 지고 있는 중이다. 



스타트 업은 커녕, 대2병에 시달리는 한국 대학생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미, 중이 자국의 교육과 산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4월 2일 방영된 <대2병, 학교를 묻다>를 통해 본 우리의 교육 현실은 비관적이다 못해, 암담하다. 4차 교육 혁명을 주도하기는 커녕, 따라잡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낡은 제도와 그 아래에서 신음하며 '미래'를 저당잡히고 있는 청춘에게 새로운 세상의 '주도'란 언감생심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줄기차게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렬히 외우고, 풀며 공부해 왔던 청춘들, 그런데 그들이 막상 대학에 들어가 2학년이 되면, '심각한 자기 정체'장애의 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2병'이다. 

1학년 때는 대학에 입학했다는 흥분과 기쁨으로 한 시절을 보낼 수 있다. 공부도 대부분 교양 위주이기 때문에 전공에 자신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도 잠시 제쳐둘 수 있다. 그러던 학생들이 2학년에 올라가며 전공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잠이 안오고, 살이 빠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수업을 전폐하고 휴학을 하고, 자신을 대학에 보낸 부모님은 물론, 이런 교육 제도를 만든 세상을 원망하기에 이르는 것이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2병의 제 증상이다. 

도대체 왜 이런 '자기 정체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그건 대한민국에서 수능이란 제도를 통과해본 학생과 부모님, 관계자라면 그 누구라도 알듯이, 지난 시간 학생들이 '오로지' 대학만을 가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왔기 때문이다. 장래에 대한 고민도, 꿈에 대한 고민도, 그 모든 것을 선생님과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에선 '대학'만 가면, 그것도 좋은 대학만 가면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만 같던 대학, 하지만 막상 대학은 여전히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만을 되풀이 하고 있고, 그들이 유보해왔던 꿈과 장래, 적성에 대한 빌미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적성 따윈 무시하고 취직이 잘 된다는 과에 밀려 들어온 학생,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조차 미처 알 시간조차 없었던 학생, 꿈조차 불투명했던 학생들은 그래서 대학 2학년 즈음에 큰 '혼란'을 느낀다. 



뭔가의 '메이커'가 되거나, '스타트업'할 준비는 커녕, 자기 자신이 누군지조차, 무엇을 해야할 지 조차 모르는 학생들, 그 원망의 근원을 찾아 수능을 만들었다는 박도순 교수를 찾아가 그 원망을 풀어놓았지만, 뜻밖에도 박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능 반대'. 애초에 쉬운 자격 시험으로 만들었던 수능이 그 이전의 입시 제도와 마찬가지로 대학생들의 줄세우기로 변질된 대한민국에서 잘못된 입시 제도의 책임을 질 사람은 없다. 여전히 부모 세대는 자신이 죽도록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 '금의환양'이 되는 세상, 대학 강의실에서 토론이나 질문은 커녕 일방적 강의만이 낭랑한 세상에서 대학생들은 고시나, 취직 외의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꿀 수 없다. 

개혁의 시작은 비판적 교육으로부터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다큐는 덴마크를 찾는다.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 '휘게'가 국민 정서인 나라 덴마크, 이 나라의 학생들은 그래서 정규 교육 과정 중간에 자리잡은 쉼표와 같은 '인생 학교' 애프터스콜레, 폴케호이스콜레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마치 정규 교육 과정의 '안식년'과도 같은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나간다. 달리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을 통해 찾아내는 꿈, 굳이 인생 학교가 아니더라도 짧은 수업 시간 외의 대부분을 자신을 위해 보내는 학생들은 하루 12시간 공부하며 입시를 위해 달려가는 한국의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는 건 대학의 선택을 자신이 아닌 세상과 부모 등의 그 누군가가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학대하다시피 공부하며, 정작 자신의 미래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현재의 교육, 과연 이 교육의 문제를 풀기위해서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 희소성의 해법을 학생들이 문제 풀이를 스스로 하며 수업을 주도해 나가는 '거꾸로 교실'과 원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기존의 학제를 무너뜨린 '자유학기제' '오디세이 학교'에서 그 '희망'의 단초를 찾아내고자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자는 시간'이 되어 선생님이 스스로 모멸감에 견디지 못해 교사직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수학 시간, 그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넘기자 놀랍게도 아이들은 스스로 그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가며 활기를 되찾아 간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의 개혁이 왜 중요한 것일까? 그저 대2병을 해결하기 위해, 4차 산업 혁명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찌기 '생각하는 백성이 없이 위대한 나라는 없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하신 그 평범하고도 진솔한 진리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말한다. 당신들의 교육은 어떻게 그리 다를 수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원하는 교육 정책을 취한 정당에 투표했기 때문이라는 우문 현답을 낸다. 바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즈음에 학교를 묻는 이유다. 

'모든 사회 문제 한 가운데에는 사실상 교육이 있고, 그래서 해결책도 교육에서 찾아야 하는데 개혁의 방향 자체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교육으로 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어요'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

by meditator 2017. 4. 3.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