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jtbc 뉴스룸>은 신년 특집으로 <100분 토론>을 준비했다. 손석희의 100분 토론이라니! 아마도 mbc 시절 손석희가 벼려냈던 100분간의 공정한 토론의 광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 이상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논객이 <썰전>의 유시민, 전원책에, 냉철한 입담으로 이미 그 명성을 쌓은 개혁 보수 신당의 유승민, 이재명 성남 시장이라니, 더더욱 그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일 <신년 특집 100분 토론>은 <100분 토론>이라는 mbc의 허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토론의 질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를 말하기 조차 무색하게 만든 11.89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13년전 손석희의 풍성한 <100분 토론>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1월 2일의 100분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내 검색어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전원책이라는 이름처럼, 그 길지 않은 100분의 시간을 자신의 고집스런 입장으로 농단해버린 전원책 변호사의 장황한 언설때문에 손석희의 벼려진 날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안타깝게도 '전원책 변호사님~'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예능같은 화제성에 흥분할 일만은 아니다. 비록 많은 시간을 전원책 변호사가 잡아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의 <썰전>에서 처럼 사이다 성 발언도 몇 마디 했고, 무엇보다 전원책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정국에서 '개혁'은 대세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시간이었으니까. 

탄핵, 법보다 중요한 것은 
탄핵 정국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 <100분 토론>, 유시민, 유승민, 이재명 세 사람의 논객이 순탄한 탄핵 과정을 예견한 것과 달리, 전원책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탄핵'이라는 과정의 법리적 적용이 쉽지 않음을 진단한다. 누적 참가자 1천만 명을 넘기며 그 차가운 12월의 겨울 거리를 매주 촛불로 메우며 겨우 탄핵을 이끌어 낸 민심, 하지만 그것이 헌법이라는 법률적 과정으로 들어서면 입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전원책의 입장에 유승민 가칭 개혁 보수 신당 의원 역시 뇌물죄의 입증의 난감함에 동조했다. 또한 세월호 7시간 역시 마찬가지의 논리로 풀어낸다. 역시나 전직 변호사였던 이재명 시장이 명쾌한 논리로 대응을 했지만, 토론의 상황은 '법리적 해석' vs. '법리적 해석'이라는 자중지난으로 빠지는 듯 했다. 이때, 유시민 작가가 일갈한다. 상식적으로 그날 시골의 밭 가는 할머니도 무엇을 했는지 다 기억하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발언 자체가, 그리고 보고도 받지 않은 것이 역력한 반응을 보이며 뒤늦게 나타난 자체가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냐의 규명과 상관없이 상식적 차원에서 탄핵감이라고 단언한다. 

'토론'은 말과 말의 전쟁이며, 입장과 입장의 부딪침이요, 논리와 논리의 싸움이다. 그러기에 토론 과정에서 설사 그가 옳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입장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 논리와 논리가 용호상박으로 부딪쳐 버리면, 그것을 보는 사람은 자중지난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탄핵 정국과 관련한 전원책 변호사나 유승민 의원의 입장이 바로 그 '법리'라는 논리를 이용하여 결국은 '탄핵'이 용의치 않거나, 빨리 이루어지기 힘들 수도 있다는, 하지만 결국은 '보수'적 바램을 피력한 것이라면, 그에 대해 이재명 변호사는 법리적 해석을 들어 방패가 되었고, 유시민 작가는 현재의 탄핵 과정의 본질을 새롭게 환기시키며 자중지난의 늪에 빠져들 탄핵을 구해냈다. 

1월 2일 <100분 토론>의 묘미와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예의 <썰전>에서 하듯, 아니 그 이상 '보수 논객'으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탄핵' 등에 발을 걸려 애를 썼지만, 결국 결론은 현재의 '탄핵' 과정을 이끌어 가는 건, '법리' 이상의 민심이라는 결론을 드러내게 했을 뿐이다. 물론 이마저도 오독한 그 누군가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탄핵으로 시작한 토론은 이날 참석자 중 다음 대선에 출마할 유승민, 이재명 두 사람에 집중된다. 아니, 그에 앞서 유승민이 소속된 가칭 개혁 보수 신당에 대한 검증이 앞선다. 



너도 나도 개혁, 호가호위와 실천을 구분할 수 있어야 
역시나 전원책 변호사의 전방위적인 불만 토로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의 입을 빌어 드러난 것은 현재 이 나라의 '보수'가 우리 사회의 '개혁'을 내세우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과정이었다. 촛불 민심을 통해 대통령 한 사람의 제거가 아니라, 그 물질적 배후가 되었던 재벌의 개혁과 그 재벌의 편중된 부로 인해 고통받는 대다수 국민의 보호받아야 할 노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세가 되었음을 스스로 입증한다. 특히나 유승민 의원이 영국 노동당이 지난 세월 동안 성장해 온 예를 들어, 보수의 생존이 곧 일부 특권층에 의존이 아니라, 광범위한 복지에 대한 대중적 공감에 있음을 단언하는 장면은 현재 보수가 선택한 자명한 길, 아니 대한미국에서 '정치'가 나아갈 자명한 길에 대한 선포이다. 

하지만 1월 2일 <100분 토론>에서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유승민 의원이 내세운 보수의 자기 탈피가 아니다. 오히려 시대가 밀어붙여 개혁을 당 앞에 걸어야 하는 보수의 처지를 두고 이재명 변호사는 그런 유승민 의원의 의견이 자신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공감한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현재 청와대에서 주인입네 하고 있는 사람이 모든 좋은 정책을 다 끌어다 모아 하겠노라고 대중의 눈을 현혹시켰던 과거를 불러온다. 그리고 무엇을 하겠다라는 입에 발린 정책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보수라 칭하는 사람들은 그래왔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노동 개혁'이라는 것을 내세워 노동 악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실이라 진단한다. 

이재명 변호사가 내세운 수치를 들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심지어 목소리를 높여 윽박지르는 전원책 변호사에 대해 이재명 변호사가 남긴 한 마디는 인상적이다. 그간 대한민국에서 온갖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나서서 경제에 좋다는 정책은 다 해봤지만 결국 나라가 이 모양 아니냐고, 문제는 어떤 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편중된 부를 사회 전체에 나누고자 하는 기본적 '윤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검증의 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돌아다니는 웃긴 영상 중에 지금 청와대에서 있는 사람이 상대였던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제가 다 할 겁니다'하며 씨익 웃는 영상이 있다. 그 당시 대선 토론에서 그 사람은 온갖 개혁적 정책은 자신이 다 할 것처럼 의기양양했었다. 야당 후보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정도로. 그로 부터 불과 몇 년이 흐르지 않아, 이제 그 사람은 자신의 임기조차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의 처지에 놓여있다. 

1월 2일의 100분 토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세 치 혀를 통해 나온 논리와 말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말의 행간 속에 숨어있는 그들의 실체다. 그간 <썰전>의 기가막힌 편집을 통해 사이다성 발언을 해왔던 전원책 변호사였지만, 결국 생방송 토론 과정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고집불통 보수 논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믿어주지 않을 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개혁을 하겠다고 나선 보수 정당의 의원은 그 시절 최순실의 농단을 몰랐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빨 센 사람들의 말싸움이 아니라 추운 날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 모은 민심이요, 그 민심이 바라는 바, 빠른 탄핵과, 그들의 비호 세력이었던 재벌 개혁이라는 사실이다. 논리의 맞고 그름을 넘어선 진실, 그걸 눈밝게 찾아낼 수 있는, 바로 그것이 <jtbc 신년 특집 100분 토론>의 관전 포인트다. 
by meditator 2017. 1. 3.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