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sbs스페셜에서는 '개저씨'를 다루더니, 이번에는 '꼰대'란다. ebs다큐 프라임은 지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그리고 4월 3일에 <우리집 꼰대> 3부작을 방영했다. '꼰대'에 '개저씨'에, 이 시대 아저씨들의 수난시대다. 그런데, sbs스페셜이 '아저씨, 어쩌다 보니 개저씨'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념마저 상실한 아저씨 세대를 '개저씨'라 명명하며 '개만도 못한 어른이라 치욕을 안긴 반면, 제목부터 어딘가 정겨운 다큐 프라임의 <우리집 꼰대>는 소통하지 못한 꼰대 세대와 젊은 세대의 소통기에 가깝다. 그리고 그 소통과 공감을 위해 다큐가 시도한 건, 웹툰과 다큐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웹툰과 다큐의 콜라보 <우리집 꼰대> 
<우리집 꼰대> 3부작의 주인공들은 웹툰 작가들이다. 1부는 웹툰 <세자전>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정이리이리(이정일)작가, 2부는 밀리언셀러 만화가 <힙합>의 김수용 작가, 그리고 3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일상을 웹툰으로 옮긴 버선버섯(정가연)작가이다. 다큐는 '꼰대'와 관련된 이들의 일상과, 그리고 '꼰대'를 주제로 이들이 그린 다큐를 번갈아 보여주며, 우리 시대 꼰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제 이 다큐 속 웹툰은 3월 한 달 동안 코믹 스퀘어를 통해 연재되었다. 

그 첫 번째 <우리집 꼰대>는 이정일 작가의 아빠 탈출기이다. 어린 시절 책 여백에다 낙서를 했다고로 무려 297대을 회초리로 때렸던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정일 작가의 아버님은 전형적인 이 시대 꼰대시다. 웹툰 작가로 이젠 제법 이름을 날린 아들이 여전히 남자답지 못하게 방구석에서 만화나 끄적거리는 걸 못마땅하시는 아버님은 소를 키우시고, 아들 이정일 작가는 만화를 그리는 틈틈이 아버님을 돕는다. 하지만 말이 돕는거지, 매양 만화나 그리던 아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아버님의 눈에 차지 않는다. 그러기에 결혼을 앞둔 이정일 작가의 소원은 얼른 빨리 아빠를 탈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집 꼰대>라는 웹툰을 계기로 꼰대 가장 아버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이정일 작가, 그가 만난 것은 말썽꾸러기였던 소년이 세파에 시달리며 꼰대가 되어가는 전사에 대한 공감의 과정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결혼을 위해 오랫동안 꿈궈왔던 축협 조합장 선거마저 포기하는 아버지를 알게 되며 이정일 작가는 '꼰대' 이전의 가장으로 살아온 한 남자의 이력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아들에 의한 아버지 꼰대 이해기가 되었던 1부와 달리, 2부는 자기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버린 김수용 작가의 '반성문'이 그 내용이다. 힙합을 좋아하며 취미가 디제잉인 신세대 아저씨 김수용 작가, 그런데 스스로 돌아보니 어느새 딸에게 치마가 짧다, 아들에게 머리가 그게 뭐니 하며 잔소리를 해대는 꼰대가 되어 있다. 이제는 알아주는 만화가가 되었지만, 한때 거리의 바닥을 휩쓸며 '머리 기르고, 염색하고, 춤추던' 반항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던 그가, 그리고 그와 함께 '힙합' 정신을 외치던 힙합 1세대들이 이제는 꼰대가 되어 헤드뱅잉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두터운 배가 드러나 버리는 민망한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가장이 되어 저마다 자기 식구들을 건사하느라 춤을, 힙합 정신을 잊고 산다. 아버지가 한때 춤으로 날렸다고 하면, 자식들이 코웃음치는 그런 꼰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반항의 아이콘조차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절감하며 작가는 그런 자신을 견뎌냈던 아버지와, 이제 꼰대가 된 자신을 견디는 아이들을 이해하려 애쓴다. 

꼰대의 반성문에 이어 바톤을 받은 것은 아직은 미성년이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아 신분을 보장받을 그 무엇도 없는 소녀 웹투니스트 정가연 작가와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술이라도 한 잔 걸치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서둘러 방문을 걸어 잠그는 정가연 작가, 작가네 집 식구들은 아버지만 등장하면 모두 '얼음'이 된다. 소통할 수 없는 아버지와 가족들, 아버지는 그런 가족들과 가까워지는 대신, 얼른 밥을 먹고 자신이 좋아하는 옥상에 올라가 골프 연습을 하거나 홀로 tv를 본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꼰대였던 아버지, 하지만 학교를 나와 스스로 웹툰을 그리며 돈을 벌기 시작한 정가연 작가는 '세상'의 맛을 조금씩 알면서 자기 가족을 건사하는 가장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 진다. 그래서 아버지 회사에 가서 인턴으로 일도 해보고,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 한때 문학 소년이었던 아버지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전기 기사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아버지의 역사를 들으며, 자신과 다르지 않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아버지를 닮았음을 깨달아 간다. 




웹툰을 통한 꼰대의 이해, 그리고 소통
3부작 다큐는 제목이 꼰대인 것처럼, 세상 사람들이 지칭하는 고집불통 소통 제로의 꼰대 아저씨들에게서 시작된다. 자신들이 살아온 세상에서 자신들이 얻은 신념만을 고집하며, 그 자신이 믿는 방식만을 자식들에게 강요하는 꼰대들, 하지만 다큐는  그런 꼰대들을 그저 '개저씨'로 짖누르지 않는다. 대신, 우리집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한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의 그 이면의 전사를 들여다 본다. 한때는 반항의 아이콘이었던 춤쟁이, 교실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말썽꾸러기, 그리고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했던 문학 소년,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역시 꼰대들에게도 젊은 그 시절이 있었음을 살핀다. 그리고 그들이 세월을 살아내며, 살아내기 위해,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어가며 그 젊은 시절의 꿈들을 잃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추적의 과정은 이제는 꼰대라 불리는 그들을 이해하는 소통의 첫 걸음이 된다. 그리고, 또한 자신을 되돌아 본 꼰대들의 물러섬이기도 하다. 그저 버거운 세상을 살아남았으면 하는 소망이, 고집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왜곡된 믿음이, 어느새 무디어져 버린다. 그리고 그 무뎌진 꼰대리즘의 자리에, 아버지의 역사를 이해한 자식들과의 소통의 싹이 튼다. 

사실 아버지가 살아온 과정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게 되었다는 결국 이 한 줄로 마무리될 수 있는 3부작 <우리집 꼰대>는 그리 새롭지 않다. 하지만, 꼰대라는 고집스럽고 막무가내의 캐릭터가 이정일, 김수용, 정가연 작가의 웹툰을 통해, 말랑말랑 유연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각형 얼굴형의 고집스런 이정일 작가의 아버지도, 김수용 작가을 꼭 빼어닮았지만 어딘가 통통 튈 듯한 아저씨도, 그리고 예민한 토끼로 표현된 정가연 작가의 아버지도 웹툰 속 인물이 되는 순간, 우선 '꼰대'의 거북함은 한 풀 꺽이며 이해의 폭이 넓혀진다. 또한 그저 세대 소통의 상투적 에피소드도, 각각의 삶 속에서 저마다의 캐릭터로 개성적으로 드러나며, 우리가 그 무시무시하게 밀쳐두는 꼰대라는 '어른'에 대해 조금은 다가서게 만든다. 
by meditator 2016. 4. 4.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