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 방송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이런 짓까지 안했다. 평소 6~7% 애매하게 나오니까 이런 짓까지 하게 되는 거다"

 <화신>이 토크쇼에서 무리수라고 여겨지는 생방송을 하게 된 계기는 방송 초반 김구라의 멘트로 그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졌다. 
화제성을 띠며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우리 동네 예체능>의 시청률,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안정정 궤도에 들어선 <라디오 스타>와의 차별성을 두기 힘든 <화신>은 마치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가 자신의 방송 생명을 걸고 (물론 결국 진짜 생명을 걸게 되었던)배수진을 치듯, 생방으로 토크쇼를 진행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사진; 한경 닷컴)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생방송 진행을 하는 음악 방송과 달리, 첫 생방 토크쇼에 임하는 <화신>의 네 mc가 긴장감을 늦출수 없는 게 한 눈에 보이듯이, 토크쇼의 생방송 진행이 왜 위험할까? 
그런 바로 딱 우리 속담처럼 이미 한 번 입밖으로 나온 말을 줏어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신>과 같은 토크쇼의 성격 상 그간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처럼 게스트에게 부담이 되는 내용을 물어볼 수 밖에 없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게스트의 입장에서, 혹은 제작진의 편의에 의해 이른바 '편집'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데, 생방송은 그런 거름 장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날 것의 싱싱함은 가능하지만, 생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들의 미처 익지 않은 부작용도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모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화신>의 처지에서 '폐지'라는 벼랑에 몰린 처지에서 친 배수진, <The화신Live>는 어땠을까?
한 마디로 'Not Bad',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이다. 

우선 가장 분명하게  'Not Bad'한 지점은, <The화신Live>가 더 이상 <라디오 스타>의 아류같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방송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신청한 관객을 부르고, 게스트가 들고 온 질문을 시청자들의 투표로 마무리짓는 방식은 분명 신선한 시도였다. 클라라의 선정성에 대한 호감, 비호감을 묻는 질문에 100원의 자비를 들인 문자 투표임에도 7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보인 것으로 보아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일정 정도 유도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적어도, 네 명의 mc가 게스트를 요리하는 토크쇼에서, 토크의 방향을 열어 그것을 시청자의 선택에 맡기는 방식은, 미국 토크쇼의 관객 투표에서도 조금 더 발전된, 지금의 지지부진한 쌍방향 토크쇼의 가능성을 열어보인 신선한 시도였다. 

하지만, 첫 회인 만큼, 너무도 당연하게 '첫 술에 배부르지 않은 '지점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동등한 게스트로 초청하고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발언 기회를 10분을 할애하거나 아니면 그나마도 주어지지 않은 김준호, 김대희의 경우는 해프닝을 넘어 무례를 범한 결과를 낳았다. 
80분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mc 자신들이 거듭 반복해 언급하면서도, 화제성이 있는 클라라에게 40여분이 넘는 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은, 첫 회의 미숙한 운영이라고 핑계를 대기에도 너무 노골적인 실수였다. 
그나마 김준호, 김대희 두 사람이 개그맨이기에, 거기에 mc들의 후배이기에 앙탈을 부리며 넘어갈 수 있었지, 다른 분야의 게스트들이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이런 화제성 여부에 따라 토크 할애 시간의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출연 대상이 될 게스트들이 순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거나, 아니면 아예 출연 자체를 부담스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더구나 생방송 토크라는게 게스트에게 이미 부담을 지고 시작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무르팍 도사>가 1인 게스트 중심 토크쇼임에도 화제성을 잃자, 게스트의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 스스로 침몰했던 것처럼, 복벌복과도 같은 <The화신Live>의 게스트 배분 문제는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그램의 목줄의 죄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속 하정우처럼 배수진을 치다 본인이 고꾸라져 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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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 스타)


그런데 중요한 점은, <The화신Live>를 통해, 첫 술이 아니라, 두번 째, 세번 째가 되어가면서 운영의 묘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어쩌면 그간 <화신>에 내재되어 있던, 치명적 단점이 생방 진행을 확연히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80분의 촉박한 진행을 보면서, 네 명의 mc들이 게스트들보다 더 많이 비춰지는 화면을 보면서, 과연 저 네 명의 mc들이 <화신>에 다 필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네 명의 게스트들을 불러놓고, 마치 무슨 순위 프로그램처럼, 첫번 째 게스트는 40분, 두번 째 게스트는 30분, 세번 째 게스트는 10분, 마지막 게스트는 외마디의 시간을 할애하는 동안, 게스트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네 명의 mc 들은 빠짐없이 저마다 한 마디를 얹는다. 심지어, 김대희, 김준호가 자신들은 어떡하냐고 하소연을 할 때도, 시간이 없단 말도 네 명이 다 한번씩 돌아가면서 한다. 
처음엔, 저런 식이라면 게스트들을 줄여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불러놓고 허수아비를 만드느니,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한 게스트당 딱 잘라 정해진 시간을 할애하고 퇴장시키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라고 하다가, 문득 과연 저 네 명의 mc가 굳이 있어야 할까 란 생각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The화신Live>처럼 게스트가 자신의 질문을 가져오고, 그걸 mc 들이 풀어내 주고, 시청자들이 투표하는 방식이라면, 지금처럼 mc들이 북치고 장구치는 식의 진행이 필요하지 않다면, 네 명은 너무 과하지 않은가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연 그렇다면 지금까지, <화신>이란 프로그램에서, 네 명의 집단 mc체제가 과연 유효했었나 라는 의문까지 이어지고. 

생방송 진행은 그저 녹화로 하던 방송을 날 거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아니 그럴 수도 없다. 생방송이라면, 생방송의 포맷에 맡게, 프로그램의 운영도 보다 타이트하게 다이어트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비록 첫 술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보인 <The화신Live>가 새로운 방식으로 잘 살아남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3. 8. 28.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