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로 <2016 kbs드라마 스페셜> 10부작의 '대장정'이 마무리되었다. 2016에 유일하게 만날 수 있었던 단막극 10편, 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2008년 3월 종영으로 사라졌던 kbs의 단막극은 2010년 5월 <kbs드라마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노희경 작가의 <빨간 사탕>을 가지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토요일 밤의 11시 황금 시간대는 다음 해 일요일 밤 11시로 밀렸고, 2014년 잠시 주중 수요일 밤 11시의 고지를 확보하는가 싶더니, 결국 일요일인지, 월요일인지 모를, 즉 단막극을 보라는 건지, 출근을 위해 일찍 자라는 건지 모를 시간대 11시 55분이 방영시간이 되었다. 고군분투 끝에 금요일까지 노오력(?)해보던 <2015드라마 스페셜>은 같은 해 10월 방영분은 토요일로, 결국 2016시즌이 되면 일요일 밤으로 복귀(?)하고 만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인정 투쟁의 시간 
인정투쟁과도 같은 시간대의 전쟁만이 아니다. 회차의 전쟁으로 보자면 지난 몇 년간의 드라마 스페셜의 역사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생존사와도 같다. 그래도 처음 <드라마 스페셜>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매주 방영이었다. 그러나 2010년 24부작, 2011년 23부작에서 2014년 27부작까지 매주라는 말이 무색하게 각종 특집 등에 밀려 스무 편 남짓을 방영하고 만다. 하지만 되돌아 보면 그것도 '감지덕지'였다. 손현주 배우 등 배우들의 단막극 회생을 위한 출연료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드라마 스페셜>에 돌아온 것은 명목상이나마 '매주' 방영 대신 '시즌제'라는 이름의 회차 감소였다. 2015년 연작제 시도까지 합쳐서 총 15부작을 방영했던 <드라마 스페셜>은 2016년 9월에 이르러서야 단 10편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2017년에도 <드라마 스페셜>이 생존할 수 있을지? 결국 일요일 밤이란 외곽 지대에서 숙명이 된 낮은 시청률, 당연한 낮은 제작비로 다음 해엔 몇 편의 단막극이 만들어 질 수 있을지? 마치 생존의 의지를 가졌지만 세상이 도와주지 않는 시한부 환자를 보는 안타까운 심정이 바로 <드라마 스페셜> 애청자의 입장이다. 

하지만 애잔한 생존사에 비해 작품의 내용으로 들어서면 입장이 달라진다. 9월 25일 드라마 극본 가작 <빨간 선생님>으로 부터 시작하여 우수작 11월 27일 <피노키오의 코>로 마무리된 10편의 단막극들은 드라마 애호가들에게는 갖가지 장르가 구비된 풍성한 밥상이었다. 또 한 편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 시절 선생님과 학생들간의 해프닝으로 시작된 <빨간 선생님>은 뜻밖에도 시국사범 아버지 때문에 불순분자로 몰리게 된 제자를 위해 희생하는 선생님을 통해 비극의 시대를 돌아본다. 그렇게 뜻밖의 수작으로 시작된 <드라마 스페셜>은 왕따 문제를 코믹하게 풀어낸 <전설의 셔틀>, 미혼부 문제를 휴머니틱하게 풀어낸 <한 여름밤의 꿈>, 사이보그란 첨단 과학적 소재를 통해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진 <즐거운 나의 집>, 사랑과 용서의 문제를 다룬 <평양까지 이만원>, 발칙하고 대담한 성장 스토리 <동정없는 세상>, 한 편의 단편 소설과도 같은 <국시집 여자>, 웃음의 해학을 통해 고된 삶을 논한 <웃음 실격>, 연극과 드라마의 콜라보라는 실험적 시도가 돋보인 <아득히 먼 춤>, 그리고 15년 동안 묻혀진 진실을 통해 살펴본 가족애 <피노키오의 코>까지 중첩되지 않은 주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을 선보였다. 



10가지 진수성찬의 희열 
극본 공모 우수작인 <피노키오의 코>가 뜻밖의 반전을 선보였지만 '가족'이라는 주제 의식에 머물러 있는 반면, 상투적일 수 있는 스승의 은혜를 시국에 얹어 신선한 작품이 된 <빨간 선생님>처럼 수상작의 우열과 작품의 우열은 또 다른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작품으로서의 단막극의 묘미를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전설의 셔틀>이나 <동정없는 세상>이 그간 <드라마 스페셜>에서 줄곧 그려왔던 성장 서사와 궤를 함께 하고, <한 여름 밤의 꿈>이 역시나 <드라마 스페셜>만의 '따로 또 같이'의 가족애적 전통을 따른다면, 동시대 청년의 삶을 다룬 <아득히 먼 춤>이 시의적이었지만 실험적 터치로 신선했다면, <평양까지 이만원>은 청년의 삶이지만 본원적 질문에 가까웠다. 빠질 수 없는 '사랑'이란 주제를 다룬 작품이 <즐거운 나의 집>과 <국시집 여자>로 두 편이었지만 두 편 모두 '사랑'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현해 내며 '사랑' 그 이상의 영역으로 드라마를 확장시킨다. 

물론 아쉬운 점도 남는다. 10편의 드라마를 통털어 보면 장르적으로 겹치는 부분도 없고, 주제 의식 면에서도 단막극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구현했다. 하지만 1년에 단 10편이라는 제한된 편수에서 오는 다룰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덕분에 <간서치 열전(2014)>, <붉은 달(2015)>와 같은 신선한 사극을 볼 수 없어 아쉬웠고, <원혼(2014)>, <라이브 쇼크(2015)> 등의 공포물의 흔적도 아쉬웠다. 무엇보다 <가만히 있으라(2015)> 와 같은 본격 사회물이 적었던 것이 아쉽다. 다양한 진수성찬을 즐긴 거 같은데 되돌아 보니 <드라마 스페셜>만의 특색있는 찬이 빠진 거 같은 서운함이랄까?



그러나 서운함은 서운함일뿐, 늘 시청률에 애달복달하여 뻔한 이야기만 돌려막는 듯한 주중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 스페셜>은 마치 상업 소설에 지친 독자가 모처럼 집어든 순수 문예 창작물의 희열을 전해준다. 아마도 2015년 11월 이후 거의 1년만에 만나는 것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과연 이 '순수한' 행복의 기쁨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고 싶다. 공영 방송 kbs가 수신료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그 시간을. 
by meditator 2016. 11. 28.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