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지난 주에 이어, <1박2일>은 쉐프들과 멤버들의 요리 대결을 펼쳤다. 쉐프들과 멤버들의 협연은 이미 지난 레이먼 킴 등을 초빙한 쉐프 특집에서 선보인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레오, 레이먼 킴, 이연복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쉐프진을 강화시킨 가운데, 연예인 중 요리 솜씨에 일가견이 있는 김민준, 조세호, 샘 해밍턴 등 아마츄어 쉐프등 까지 포진시킨 가운데, 우리 술에 어울리는 '최고의 주안상' 차림으로 박진감넘치는 요리 대전을 펼쳤다. 




김민준-김종민, 샘 해밍턴-정준영, 조세호-차태현, 그리고 강레오-김준호, 이연복-데프콘, 레이먼 킴-김주혁 등 여섯 팀으로 꾸려진 쉐프와 연예인, 멤버들은 숨겨진 우리 술을 찾기 위해, 각가 강원도, 전라도, 경기도, 경상도, 개도 등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막걸리에서 동동주까지 우리도 몰랐던 다양한 우리 술과, 그 술이 빚어지는 과정, 그리고 술 생산지에서 만난게 된 신선한 먹거리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막걸리'라고 통칭해 부르는 우리 술이, 실제로는 전국 방방 곡곡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빚어져, 각자 색다른 맛을 뽐낼 수 있는가를 그 과정에서 충실히 보여주었다. 

그렇게 각지에서 여섯 팀이 공수해온 막걸리가 드디어 대전이 펼쳐지는 날, 함께 모여 시식을 했을 때, 각자 자기 팀의 막걸리가 가장 맛있을 거라 자부했던 여섯 팀들은 다른 팀이 가져온 막걸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저 '막걸리'라고 불리웠던 술이, 요구르트같은 달콤함에서, 사이다같은 청량함,그리고 바나나 우유같은 신묘한 맛까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그들이 먹고 감탄한 기기묘묘한 전국 각지의 '막걸리' 맛만으로도 이미 <1박2일>이 원했던 우리 술의 잔치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위기의 막걸리 산업과 <1박2일>의 모색
그런데 왜 하필 막걸리 였을까?
모두들 알고 있다. 너도 나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막걸리'를 마셨으니, 한동안 '막걸리'가 유행이었다는 것을, 심지어 '막걸리'에 각종 과즙을 타서, 블루베리 막걸리 등 다양한 믹스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역시나 '냄비'와 같은 우리의 문화 소비 패턴은 '막걸리'를 잊어가기 시작했다.

4월 27일자 <한겨레 신문>은 '한창 취했던 막걸리, 3년째 맥을 못추는 까닭은?'이라며 5년전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막걸기가 2012년 이후 뒷걸음질 치고 있는 세태에 대해 짚고 있다. 2011년 45만 8198kl라는 역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던 막걸리 출고량이 그 다음 해 7% 격감하는 등 줄어들고 있고, 수출은 심지어 1/3로 폭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현실을 짚는다. 
물론 2008년 이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은 출고량을 보이고, 전체 술시장에서 매출액이 5~6%의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자유 무역 협정으로 외국산 포도주와 맥주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가운데 시장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등 성장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일 맥주 등 맥주나 소공장 맥주 등 소비자들은 다양한 술 취향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막걸리'는 그런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지 못한 채 '플라스틱 병에 담긴 천원짜리 싼 술'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고사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인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정체되어 가고 있는 우리 술의 현실에서, <1박2일>이 2주간에 걸쳐 준비한 우리 술에 맞는 주안상 특집은, 그저 또 하나의 특집이 아니라, '막걸리'로 통칭되는 우리 술의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방향성을 정확하게 짚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데서, 예능 그 이상의 '선견지명'을 보인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여섯 팀들이 찾아나선 막걸리 주조장, 그 여섯 팀이 입을 모아 말하듯이 그들이 만난 숨겨진 우리의 맛 막걸리 주조장들은 한결같이 가내 수공업 수준의 작은 곳이었다. 심지어, 주문이 있어야만 막걸리를 제조해주는 비상시적인 곳조차 있었다. 여섯 팀원 모두가 입을 모아 찬탄하고, 맛 평가단 남녀 노소를 홀린 맛이었지만, 정작 그 맛의 대중화는 요원해 보였다. 그것을 <1박2일>이라는 가장 대중적 매체를 통해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소개를 한 것이다. 

술로서의 막걸리를 넘어선 먹거리 문화로서의 막걸리
또한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특집이 '막걸리' 특집이 아니라, '최고의 주안상' 특집이듯이 막걸리에 어울리는 신 메뉴 안주를 개발해 낸 것이다. 
보통 우리가 막걸리를 먹으려면, 그에 어울리는 안주로 떠올리는 건, 전이나 부침개 정도이다. '막걸리'는 좋지만, 막상 그에 어울리는 '안주'라는 것이 사람들의 뇌리에 한정적인 것이다. '최고의 주안상' 특집은 그런 '막걸리 문화'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다. 

강원도로 달려간 김민준-김종민 팀은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가장 싱싱한 해산물과, 젓갈을 막걸리의 안주로 탄생시킨다. 황우럭 튀김에, 청어알 젓에 버무린 오징어 물회는 별미다. 조세호-차태현 조는 1등급 차돌박이 부추 무침에 막걸리에 곁들인다. 샘 해밍턴과 정준영은 산지에서 직접 캔 미나리 달래로 전을 부치고 쭈꾸미 무침을 더한다. 



이런 연예인 아마추어 쉐프들의 한 상 차림만으로도 이미 입에 군침이 돈다. 하지만, 전문 쉐프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비록 경연에서 꼴찌를 하였지만, 강레오-김준호 쉐프 팀의 야심은 '막걸리'로 처음과 끝이 된 한 상 차림이다. 막걸리를 빚는 누룩에 각종 견과류와 치즈를 더해 피자를 만들고,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간재미 회무침을 선보였다. 그저 마시는 술 '막걸리'가 아니라, 그로부터 시작된 또 하나의 요리 문화를 시도하였다는데서 순위를 떠난 신선한 시도이다. 

경상도로 간 레이먼 킴-김주혁 팀은 '경상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고심한다. 양조장에서 말린채 보관하던 상어와 가오리가 경상도 특유의 방식으로 조리되어 막걸리에 어울리는 안주로 탄생한다. 레이먼 킴이 만든 한 상 차림은 화려한 양념 대신 가오리의 고유의 맛을 살린 부침과 상어의 식감을 살린 조림으로 소박한 상차림이 되었지만, 이들이 가져온 막걸리와 함쳐진 이 안주를 맛본 맛평가단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저 '전'이나 '부침개'를 넘어선 새로운 주안상의 탄생되는 순간이다. 

이날 1등의 영예를 차지한 이연복-데프콘 팀의 코드는 '대중성'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입맛으로 맛평가단을 사로 잡겠다는 이들의 시도는 그들이 개도에서 맛있게 먹은 두부를 이용한 마파두부에, 어렵사리 구한 전복 냉채로 맛평가단을 홀렸다. 중식 식당에서 맛보는 마파두부와 막걸리가 환상적인 '마리아주'로 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었다. 

이렇게 여섯 팀의 전문 쉐프, 연예인 아마추어 쉐프, 그리고 멤버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1박2일>은 15.3%(닐슨 코리아 기준)로 시청률 1위의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그런 수치상의 성과에 더하여, '위기의 막걸리'라는 우리 문화의 한계를 창의적 콘텐츠로서 돌파해 보고자 하는 문화적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재미 이상의 감동을 낳는다. 
by meditator 2015. 4. 27.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