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은 매주 대부분 서울이 아닌 어딘가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곳에서 '고향'을 떠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휴가 때 놀러갈 만한 좋은 곳, 맛있는 것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가 우선이다. 그에 반해, 지난 7월 5일과 12일에 방영된 <1박2일>은 이전의 명소를 찾아가는 것과 달리, 우리에겐 이젠 향수로 남아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명절마다 막힌 도로를 뚫고 찾아가는 그곳은 '고향'이라기엔 너무 허겁지겁 '면피용'일 뿐이다. 제사를 지내고 차 막히기 전에 떠야 하는 그런 곳일 뿐이다. 그렇게 명절이 되어서도 '향수'에 젖을 여유조차 없는  고향을 떠나와, 도시에 깃든 우리들은 '철거'가 휩쓸고 간 도시 위에 우뚝 선 똑같은 아파트에 '거주'할 뿐인 시청자들에게 뜬금없이 <1박2일-너네 집으로>편은 '고향'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고향'을 연상케 하기 위해 <1박2일>이 선택한 곳은 여섯 멤버 중 김준호, 김종민, 정준영의 집이다. 물론, 7월 12일 방영분에서 겨우 집에 도달한 정준영의 제주도 집에서, 부모님조차 이제 오래 사시지 않은 그곳에서 어떤 고향을 떠올리게 할 지 모르겠지만, 이미 김준호와 김종민의 집에서 우리가 잊었던 '고향' 내음이 물씬 풍긴다. 

김준호의 집은 이미 그가 출연했던 <인간의 조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은 똑같은 김준호의 고향 나들이를 어떻게 다르게 소화해 내고 있을까. <인간의 조건>에서의 귀향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1박2일>이 마련한 것은, 김준호가 고향에서 살던 그 시절로의 회귀이다. 고향집에서 살던 때 김준호가 즐겨 입었던 옷을 입고, 그 시절 친구들과 용돈을 벌기 위해 팔았던 야광 팔찌를 팔아 고향으로 향하는 식이 바로 <1박2일>의 방식이다. 그래서 이미 고향에 도착하기 이전, 김준호가 고등학교 때 즐겨 입었다던,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영웅본색>의 의상을 입는 순간부터, 여섯 멤버들은 그 시절로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 시간을 거슬러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곳.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입던 옷을 입고, 그 시절 용돈벌이 방식으로, 거기에 그 시절 함께 '개구진' 짓을 하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당시 친구들의 아지트였던 고향을 찾아가는 방식은, 말 그대로 '그 시절로의 회귀'이다. 그렇게 <1박2일>이 정의내린 첫 번째 고향의 의미는, 그저 어린 시절 보낸 곳을 넘어, 그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친구들의 아지트였다는, 그래서 20여년을 지나도, '옛날 그집'이란 말로 퉁치며 친구가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그곳에서 기다리는 건 뜻밖에도 지금의 친구들, 그 친구들이 김준호 일행보다 먼저 떠억하니 김준호의 방에 누워, '니 방 참 편하다'며 맞이해주는 그곳은 고향을 떠난 아들대신 아들의 사진을 잔뜩 벽에 붙인채 기다려주는 부모님과 함께,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그렇게 김준호의 고향집을 통해 첫 번때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 본 <1박2일>이 선택한 곳은 뜻밖에도 김종민이 어린 시절 잠깐 지냈던 이모님 댁 시골 마을이다. 동생을 본 덕택에 며칠을 울며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곳, 그리고 이제는 그곳에 모신 아버지 때문에 성묘를 다니는 그곳이 생뚱맞게도 '너네 집'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것은, 청소년기의 고향에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동심'의 고향이다. 어릴 적 마을 사람들이 따가운 햇살을 피해 찾아들던 그늘이 되어주던 아름드리 나무가 여전히 맞이해 주는 그곳,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에 갈라치면 그 어두운 길을 더 무섭게 하던 상여집이 있던 고즈넉한 시골길, 그리고 그 길에서 나는 냄새조차 여전하 그 곳, 거기서 시청자들은 굳이 김종민과 같은 시골에 살지 않았더라도 내 어릴 적 잃어버린 고향의 어느 길과 냄새를 연상케 된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아버지의 그늘까지. 훌쩍 커버려 돌아온, 하지만 냄새만으로도 고스란히 기억되는 그곳이다. 


<1박2일>이 찾아낸 고향은 한 폭의 서정시와도 같다. 그저 청소년 시절 살았던 곳, 어린 시절 잠깐 머물렀던 곳을 넘어, 청소년 시절의 정서가, 그리고 동심의 기억이 공유되도록 만든다. 이제는 우스운 복장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찢고 까불었던 그곳, 그리고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안온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그곳으로서의 '고향'을 연상케 한다. 이미 <서울> 편을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울렸던 발군의 '서정적인 정서'가 다시 한번, '너네 집으로'편을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두드린다. <1박2일>시즌3를 시즌3답게 만드는 고유의 정서다. 덕분에 김준호처럼 청소년 시절을 보내지 않았어도, 김종민처럼 시골에서 지내지 않았어도, 도시에 갇혀 주눅들어 가던 시청자들의 정서는 잠시 '아파트 숲'과 '콘크리트 정글'을 넘어 잃어버린 고향의 하늘에서 유영한다. 

by meditator 2015. 7. 13. 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