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가 2주년 중이다.

2주년이다 라고 단정 어미를 쓰지 않고, 중이다 라고 진행형을 쓴 것은, 말 그대로, 지난 번 '한혜진 특집' 이래로, 다음 주 '힐링 동창회'까지 쭈~욱 힐링 캠프가 2주년 특집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기성용과의 결혼으로 <힐링 캠프>를 떠나는 한혜진을 게스트로 모신 '힐링녀' 특집과 그간 <힐링 캠프>에 출연한 게스트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은다는 '힐링 동창회' 특집 사이, 8일자 <힐링 캠프>는 힐링 캠프판 먹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취지는, 2주년을 달려오는 동안 애쓴 mc들과 스탭들을 위한 먹거리 잔치였는데, '방랑 식객' 임지호를 초빙하여 벌인 무진장 잔칫상은, 역시나 <힐링 캠프>다운 먹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사진; 헤럴드 경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요'

방랑 식객 임지호의 요리 과정을 보며 한혜진이 말한다. 맞다. 요리를 그저 요리가 아니라, 우리의 인문학이라 말하는 임지호의 요리는 요리의 시작 부터 다르다.

일찌기 sbs스페셜을 통해 우리 산천을 누비며 그곳에서 나고 자란 온갖 풀과 자연 재료들을 이용하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위한 생명이 있는 요리를 선보였던 임지호는 <힐링 캠프>에서도 예의 그 특기를 선보인다. 힐링 캠프 게스트들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다짜고짜 경기도의 모처에 위치한 녹화장 주변의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임지호의 손은 두텁다. 그리고 손톱 끝에는 검은 물이 들어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요리사의 날렵한 그 손매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검고 투박한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는 그 어느 요리사의 요리보다 섬세하다. 스스로 레시피가 없다고 장담하는 임지호의 요리는, 그 요리를 먹는 사람들을 위해 즉석에서 마련된 요리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아토피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요리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경규에 어울리는 삼색 나물 주먹밥과, 결혼을 앞둔 한혜진을 위한 꽃을 감싼 감자 범벅 요리가 만들어진다.

 

 

인문학이 달래 인문학이 아니다.

장 하나도, 장을 담그는 항아리를 자궁으로, 그 안에 담긴 물을 양수로,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 장을 만드는 메주를 수정난으로 상징하는 그의 요리 철학처럼, 그가 우리 곁의 자연을 통해 만들어낸 요리에는 사람을 살리는 기가 잔뜩 들어있다.

달큰하고 편안한 입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는 생초를 쑴벅쑴벅 썰어서 밥과 버무린 그의 요리가 투박해 보이고 입속에는 겉돌아 거칠지만, 마치 산사에 가면 그 기운에 절로 몸이 정화되듯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리 과정을 보고 낯설어 하던 사람들이 그의 음식을 씹으며 생전 처음 맛보는 맛이라며, 점점 밝아지는 얼굴에 마치 내가 먹은 것처럼 나조차 얼굴이 펴지게 된다. 그 요리 과정을 그저 보기만 했는데도, 이경규의 53년을 헛살았다는 앙탈이 괜히 공감이 되어 미소가 지어지는 시간인 것이다.

 

(사진; 파이낸셜 뉴스)

 

 

먹방이 유행이다.

주말 예능에서 아이들이 한 입 미어지도록 쑤셔 넣어 먹는 것을 보며 입을 헤벌리고, <인간의 조건>멤버들이 날마다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는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킨다. 잘 나가는 예능의 필수 조건 중 하나가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공중파 예능 만이 아니다. 한 개인의 사적 송출인 '아프리카 방송' 중에는 그저 먹는 것만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vj들이 있기도 하다.

이런 먹방의 유행에 대해, 홀로 사는 가구들이 많아지면서, 혹은 개개인의 생활들이 바빠지면서 홀로 밥 먹는 시간들이 늘어나다보니, 철학자 강신주의 말 그대로, 밥을 먹는게 아니라, 사료를 흡입하다 보니, 먹는 즐거움을 잊다 보니, 먹방이 유행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대세이다.

 

 

그런데, 인간의 쾌락 본능 중 먹는 건, 이른바, 먹고 싼다라는 속어가 있듯이, 가장 원초적인 수준의 본응에 속한다. 먹거리가 지천에 널려, '과식'과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다이어트'가 생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새삼스레, '먹방의 유행'이라니.

어쩌면 아이들이 사회 생활에서 트라우마가 생기면 아기 시절로 퇴행을 하여, 손을 빠는 등 어린 양을 부리듯이, 사회적 본는의 충족을 얻지 못한 현대인들이 퇴행하여 원초적 먹방으로, 정신적 허기를 달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정작 삶의 고달픔으로 밥맛을 잃은 자신을 누군가 정신없이, 정답게 음식에 빠져있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이라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먹거리를 통해 인간을 살리고자 하는 야심찬 의도를 가진 임지호를 통한 <힐링 캠프>의 먹방은, 말 그대로 힐링, 지친 사람들에게 치료제가 되는 먹방이 될 수 있겠다. 2주년 기념 잔칫상도 벌이고, 프로그램의 취지도 살리고, <힐링 캠프>다운 먹방이다.

 

by meditator 2013. 7. 9. 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