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영화배우입니다. 1000만이 넘긴 영화는 물론, 수치로 가늠할 수 없는 <박하사탕>등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영화들의 주인공을 했던 배우입니다. 그런 그가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힐링 캠프>에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힐링 캠프> 게시판은 설경구 출연 반대 댓글로 도배가 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를 섭외한 걸로 알려진 김제동까지 더불어 욕을 먹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이슈가 될 만큼. 그리고 예능에서 보기 힘든 설경구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링 캠프>의 시청률은 떨어졌습니다. 마치 사람들의 <힐리 캠프> 설경구 편 시청 거부 운동을 벌이는 게 먹혀들어가기라도 했다는 듯.

 

이른바 사회적 왕따에 대한 진화론의 입장에는 전염병론이 있습니다. 마치 전염병을 가진 사람이 한 집단에 스며들면 그로 인해 그 집단 전체가 절멸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소인을 혹은 가능성을 가진 집단 외의 사람을 배척하기 시작한 게 이른바 사회적 왕따의 근원이란 것이죠.

 

사람들이 설경구에 대해 반응하는 양상은 마치 전염병 보균자를 대하는 태도와 흡사합니다. 그가, 그의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제대로 퍼져서는 안되는 것처럼. 그저 언젠가 '아고라'를 통해 알려진 확인 되지도 않았던 사실에 얹혀진 네티즌들의 추측이 덧붙여 설경구와 그의 아내 송윤아의 사랑과 결혼 과정의 사연은 불륜이 되었고, 신성한 가족 제도를 더럽힌 주범이 되었습니다.

무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까지 했고, 그래서 아들을 낳아 그 아들이 돌을 훨씬 지난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람들의 그들에 대한 분노는 식을 줄 모릅니다.

 

 

 

지난 주 <썰전>에서 한 앙케이트 중 하나가 그간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반응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유승준, mc몽등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이 어떠한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결과 그 자리에 있던 패널들이 '설마'라며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적당하다거나, 미흡하다는 것이 여론의 향방이었습니다. 같은 연예인이거나, 동종 업계 종사자인 사람들이 보기엔 이제 그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분노의 온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여론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많은 시간이 흐를만큼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설경구 커플에 대해 냉랭하다 못해 분노를 터트립니다. 그건 군대를 가지 않은 연예인들에 대해 남자들이 갖은 상소리를 다해대듯이 그들은 이 사회에서 살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을 누군가가 무사통행을 한 것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싸이처럼 군대를 두 번 갔다 오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지요. 그렇듯이 설경구 부부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걸 유지해 가는 게 버거운,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정'과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가족 제도를 붕괴시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군대라는게 남자들에게 지옥이듯이,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현주소를 설경구 부부에 대한 반응을 통해 역설적으로 알아볼 수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전염병에 대한 한 집단의 피해의식은 사실 닫혀진 사회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한 사회가 폐쇄적이면 폐쇄적일 수록, 그 사회 자체의 자정 능력이 떨어지면 떨어질 수록 외부적 침입자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설경구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분노의 댓글들이 넘쳐나는 게시판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타인의 삶에 대해 여유롭지 못한, 그리고 사실은 자신이 사는 삶에 넉넉하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것에 다름아는 듯합니다. 중세의 마녀 사냥이 그 당시 사회적 불안을 피해가기 위한 희생양이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역사적 해석입니다. 들어보지도 않고 마녀 사냥식의 폄하를 떠나 까짓거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쿨하게 인정하면 편할 것을 미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구요. 그런다구 우리 사회 가족 제도가 당장 무너지진 않으니까.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만약 설경구가 tvn의 <택시>같은 프로에 나와도 그랬을까요? 아마도 그 반응은 지금과 달랐을 것입니다. 그건 <힐링 캠프>가 가지는 프로그램의 성격에도 기인합니다. '힐링'을 내걸면서 , 어찌보면 출연자들의 과거를 세탁하는 과정이 되기도 하는 <힐링 캠프>의 그간의 과정이 더더욱 설경구 출연에 대한 반대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우려에 어울리듯이 설경구 첫 편 <힐링 캠프>는 설경구란 배우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굳이 다음 회의 부부의 이야기를 듣지 않더라도 그래 저런 사람이라면 무슨 사연이 있겠지라는 공감을 피어오르게 할 만큼. 그래서 사람들이 보면 홀리니까, 애시당초 보지 말자고 시청 거부를 벌였던 거구요. 이건 <힐링 캠프> 제작진에게 남겨진 과제이겠지요. 출연자의 힐링을 넘어 시청자의 공감을 진짜로 얻어 내는 것.

by meditator 2013. 3. 26.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