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방영된 <힐링 캠프> 말미 김제동은 말한다. 

'말을 하는 것은 쉽지만, 말을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말을 하기보다 말을 들어주는 mc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의 게스트는 바로 다름아닌 여러분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맘껏 풀어놓으셨나요?'
그리고 그런 김제동의 반문에, 그 자리를 꽉 매운 500명의 게스트들은 환한 얼굴로 입을 모아 '네!'라고 소리를 높인다. 
게시판에서 게스트가 와도 듣기만 한다고 '밥값 좀 하라'고 욕을 먹던 김제동, 봄맞이 특집을 맞이하여 그는 여전히 자신이 말을 하기보다는 500명 게스트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그의 방식대로 500명의 게스트들과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그에 앞서 3월23일 <jtbc뉴스> 지난 주말 일어난 강화도 캠핑장 실화 사건을 다룬 손석희 앵커는 사건이 나면 말뿐, 언제 그랬냐 싶게 후속조치가 없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만이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전수 조사를 합네 라고 시끌벅적하게 여론을 타다 꼬리를 내리는게 가능한 것은, 갖가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들에 대해 이슈가 될 때마다 냄비처럼 한껏 비난의 소리를 높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수록 쉽게 '망각의 늪'에 빠지게 되는 여론은, 바로 각자 자기 자신이 벼랑에 선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남의 문제'에 진지하게 오래 숙고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요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나 자신도 너무나 살기 힘든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을 게스트로 모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이 늘 누군가를 게스트로 모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힐링'하고자 했던 <힐림캠프>의 봄맞이 특집이었다. 



500명 게스트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힐링'
그리고 이런 <힐링 캠프>의 봄잡이 특집은 시청률만 놓고 보았을 때도, 그 전회 3.9%에서 5.4%로 상승치(닐슨 코리아)를 보이듯이 성공적이었다. 
23일 방영 말미 엄마를 따라온 듯한 12살 꼬마에게 김제동은 묻는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냐고. 그러자 꼬마는 '알타리 사건'을 말한다.  김제동의 말처럼 2시간 반 떠들은 김제동 대신에, 알타리 김치를 둔 부부의 신경전을 구구절절 읊은 중년의 여성의 이야기를 더 기억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날의 김제동 표 봄맞이 특집을 가장 단적으로 잘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33년을 산 남편이 아직도 슈퍼 갑질을 한다는 주부, 하지만 주부는 일어서서 가장 단적인 예 '알타리 사건'을 설명해 가면서, 피식피식 웃기 시작한다. 김제동의 말대로 막상 말을 해보니, 남편 못지 않게 자신도 '갑'이었음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제동 식의 토크 콘서트는 거의 이런 식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다는 소녀, 하지만 김제동은 그런 소녀의 생각을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누구나 다 그렇다고 끄덕여 준다. 오히려 그렇게 주변을 경계하면서 살아남은 것인 '인류'였음을, 그것이 인간만의 타고난 생존 본능이었음을 덧붙여 설명해 줄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누구나 다 그렇다는 김제동의 덧붙임에, 그리고 그런 김제동의 말에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다른 499명의 게스트들 덕분에 그 말을 한 소녀의 두려움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고 만다.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공감할 취준생, 하지만 그래도 대학을 간 그는 고3 앞에 고개를 수그리고 만다. 하지만 고3 역시 고3 엄마 앞에서는 깨갱이다. 하지만 어디 웬걸 기세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던 고3 엄마는 '나라를 구한다'는 중2 엄마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자신의 집을 찾아 '현피'를 뜨러 온 7명의 아이들을 맞딱뜨려야 했던 중2 엄마의 이야기를 웃으며 듣는 사람들, 거기서 도달한 것은 '나라를 구하는' 중2를 키우는 어려움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가장 살기 힘든 것이 아니라는, 따지고 보면 누구나 사는 것이 힘들다는 평범한 결론이다. 

23일 방영된 <힐링 캠프>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길에만 나서면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할 거 같아서 두렵다는 한 소년의 이야기였다. 소년이 자신의 속사정을 담담하게 펼쳐보이는 그 순간 벌써 옆에 앉은 엄마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병원에 가도 딱히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소년을 얼러 그곳까지 와본 엄마의 심정이 짚어진다. 하지만 김제동은 담담하게 역시나 그럴 수 있다고 두둔해 준다. 그러고 반문한다. 여기에 나, 김제동, 그리고 함께 하는 499명의 사람들은 무섭지 않냐고. 앉아있는 사람들은 무섭지 않다는 말에, 김제동은 499명의 관객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모두 목을 모아, 소년에게 말한다. 만나서 반갑다고. 소년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미소를 본 엄마의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그런 소년과 엄마를 본 499명의 게스트의 얼굴에는 더 밝은 미소가 흐른다. 작은 기적의 순간이다. 

프로그램 시작에서 밝혔듯이 전회, 전석 매진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이미 <jtbc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이요 그대>에서 보여졌던 그 방식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지 않을 지언정, 달라진 게스트들의 다른 삶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공감'은 언제 들어도 함께 하는 시청자들조차, '진짜 힐링'이 되게 하는 시간이 된다. 얼굴이 못생겼다고 얼굴을 한껏 가리는 귀염성 있는 십대 소녀의 고민을 듣는 순간 벌써 삶의 고민으로 짖눌렸던 우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자신만이 벼랑에 섰다고 좌절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함께 '봄소풍'을 나온 기분에 빠지게 되어, 옆의 사람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막상 나누고 보면 별거 아닌, 아닌 별 거라도 함께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작은 오솔길이라도 보이기 시작하는 그 시간이, 500명의 게스트가 아니더라도 '감동'이 되어 다가온다. 
by meditator 2015. 3. 24.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