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야기쇼<두드림>이 폐지의 수순을 걷는다.

상대적으로 한가했던 토요일 밤에서 겁도 없이(?) <라디오 스타>가 버티고 있는 수요일로 격전지를 옮기고 차별화되지 않는 연예인 게스트 모시기에 신선하지않은 포맷으로 개편을 하더니, 결국 몇 회를 견뎌내지 못한 채 종영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결과는 어설픈 <두드림>의 무모한 도전의 소산이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범람하는 연예인 게스트 쇼의 당연한 결론이기도 하다.

 

공중파에서만 아침 방송을 제외하고 연예인이 토크 게스트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라디오 스타>, <힐링 캠프>, <무르팍 도사>, <해피 투게더> 등이 있다. 각 방송국 별로 집단 토크쇼 하나, 개인 토크쇼 하나인 셈이다. 홍보 등으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연예인은 한정되어 있고, 토크쇼는 넘쳐나다 보니, 이번에 복귀한 2pm처럼 방송마다 닉쿤이 나가서 심각하게 음주 운전과 관련된 해명성 방송을 남발한 것처럼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연예인 게스트 토크쇼가 10%를 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전의 <화신>이나 지금의 <무르팍 도사>처럼 3% 대의 치욕스런 시청률을 보이는 경우조차 생기는 것이다.

반면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안녕하세요>나 <짝>처럼 일반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드림>의 폐지는 현명한 판단이라 보여진다. 단지, 한국어판 'TED'(유명인사들이 멘토링의 취지하에 십여분의 짧막한 연설을 하는 프로그램)에 토크쇼를 합체한 본래 표방했던 '멘토링'이 강조된 포맷은 제대로만 했다면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을 텐데, 그저 그런 연예인 토크쇼로 전락한 <두드림> 제작진의 협소한 안목이 안타깝기는 하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쇼-두드림이 다음 달 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 KBS 제공

 

 

여기서 문제는 야심차게 공중파로 복귀한 mc김구라가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1패의 전적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호동처럼 프로그램은 망해도 강호동은 살아남아 리뉴얼할 수 있는 권력자라면(?) 모르지만, 김구라의 경우는 애초에 자숙의 사안이 다른 만큼 아직까지 그에 대한 호불호가 오고가는 상황에서 , 복귀 후 그의 성적 여하에 따라 '공중파는 무리다' 라는 섣부른 결론이 도출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모르는 일이긴 하다. 김구라도 강호동처럼 smc&c로 들어가 오뚝이처럼 쓰러져도 또 일어나는 힘을 득템할 지)

<두드림>으로 합류한 김구라는 예외였지만, 막말의 대명사가 아니라, 조영남이란 변칙 플레이어와 함께 온건한 메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이고 싶을 거라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결론은 '폐지'요, 그보다 더 지금 김구라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은, <화신> 역시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신>이 상승세이긴 하다.

3%대의 치욕을 딛고, 김구라가 합료한 이래 계속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1위를 <우리동네 예체능>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확실히 김구라가 합류한 이후, <화신>은 재미있어졌다.

어정쩡한 꽁트를 없애고, 김구라의 특기(?)에 봉태규의 열의를 살린 듯한 '풍문으로 들었소'도 회를 거듭할 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한줄의 요약'도 종종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위트있게 끌어가려고 mc들이 고군분투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풍문으로 들었든, 한 줄로 요약을 하던, <화신>을 보다보면, 자꾸 <라디오 스타>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록 지금 그의 자리는 <화신>이지만, 김구라를 김구라로 인정받게 만든 대표적 프로그램이 공중파에서는 <라디오 스타>인 만큼, 복귀 후 그가 예전 <라디오 스타>만큼 해낼 수 있을까(지금의 라스가 잘 하던 못하던 상관없이)란 암묵적 비교가 자꾸 드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인 것이다.

김구라가 예전의 <라디오 스타>처럼 출연자들을 물고 늘어지려는 의욕은 여전하다. 그의 옆에서 받쳐주는 봉태규의 '봉기자'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김희선과 아웅다웅하는 모습도 생각보다 어울리고. 문제는 신동엽이다.

 

 

심하게 말해서 <화신>은 두 개의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신동엽의 19금 판 <화신>이랑, 김구라의 <라디오 스타>, 두 사람은 프로그램 내내 몇 마디를 나누지 않는다. 같은 화면에 잡히는 적도 거의 없다. 신동엽은 자신이 잘 하는 것만 던지고, 김구라도 역시 자신만의 직설로 게스트를 끌고 가려고 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 일인자이지만, <화신>에서 두 사람은 그저 신동엽, 김구라일 뿐, 그로 인한 시너지는 없다.

물론 <화신>을 보다 보면 웃기다. 하지만, 화요일 밤, 동네 사람들의 땀 흘리는 진정성을 이겨낼 웃음은 아직 아니다. 다음날 <라디오 스타>를 보면 되지, 굳이 채널을 돌릴 충성도는 약하다.

 

<화신>이 그저 그런 <라디오 스타>의 아류가 아니기 위해서는, <화신>만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김구라 혼자서도 안되고, 신동엽 혼자서도 안된다. 두 사람이 합을 맞춰 이룬, 새로운 미지의 그 무엇이 발생될 때, 그때가 비로소 <화신>이 神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두 사람 친해지는 것부터 할 필요가 있다!

by meditator 2013. 5. 29.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