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vs. 김구라

<화신>은 마치 k1시합 홍보처럼 지난 주 내내 이효리와 김구라의 만남을 홍보했었다. 그리고 그 화제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다른 때와 다르게 방송 15분전부터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 하거나, 서먹서먹하거나, 정적이 흐르는 스튜디오를 보여줌으로써, 아직도 얼마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껄끄러워하고 있는가를 가감없이 전달해 주려고 했다.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이효리와 김구라는 말을 섞을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결국 땀을 뻘뻘 흘리는 김구라의 사죄와 대인배 이효리라는 수식어로 이효리와 김구라의 악연은 훈훈하게 포장되었다.

<라디오 스타>에서 밝혔듯이 이효리는 예능을 순회 중이지만, 그녀와 껄끄러운 누군가가 출연하는 방송은 피하고 있다고 했다. <라디오 스타>에서 그녀가 말한 그 방송은, 한때 그녀와 연애를 했다고 풍문이 돌았던 누군가가 출연하고 있는 모 프로인 것처럼 몰아갔었다. 그런데 꼭 사적인 악연만이 아니었다. <화신>에서 밝혔듯이, 이효리가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것도, 이어서 <화신>에 출연하고자 했던 것도 모두 김구라가 그곳에 없을 때였다고 한다. 다행히, <라디오 스타>에서의 조우는 피했지만, <화신>에서 결국 원수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고야 말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문희준이 김구라의 사과에 이어 형님으로 모시며 그와 방송을 함께 하게 되기까지의,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처럼, 이효리 역시 '홍보'라는 '밥벌이의 숙명'이 그녀로 하여금 방송을 통한 화해 모드를 강요하게 만들었다.

 

관련사진

(사진; 한국일보)

 

그런데, 굳이 방송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김구라와 함께 방송을 해야 하는 '수모'를 겪어내면서 참여한 <화신>이 이효리가 원하던 바의 홍보 효과를 충분히 얻어냈을까?

언제나 그렇듯, '풍무으로 들었소?"라는 걸 통해 <화신>측은 이효리에게 이상순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제 많은 프로그래을 통해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의 관계 외에, 자칭 기자 모드라는 봉태규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이젠, 이상순의 실체, 이상순의 집안에 대한 뒷조사 까지 들어갔다.

이효리 자신도 방송을 통해 말한다. 자신이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는 홍보를 위해서인데, 막상 방송에 나가면,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안물어보고 오로지 자신의 연애사에만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자기 역시 방송이니, 때로는 과장하는 것도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함께 보고 나면 이상순이 속상해할 때도 있다고. 그에 대해 mc 봉태규도 공감했다. 자신도 공개 연애를 해봐서 아는데,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알려져 있다보니,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정말 이효리가 나온 예능만 따라가다 보면, 인간 이효리보다, 인간 이상순에 대한 학습 효과가 커지니, 본인이 그걸 즐기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이효리와 사귄다는 이유만으로, 이상순은 그의 모든 걸 본의 아니게 대중들에게 쏟아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효리의 말에 대한 공감도 잠시, 다시 열심히 그가 찾아낸 풍문에 몰두하는 봉태규의 모습에서 이상순의 인신 보호권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사진; 일간 스포츠)

 

그렇게 해서라도 출연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다면 그나마 '홍보'라는 걸 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공교롭게도, 25일 <화신>의 출연자 중 세 사람, 이효리, 씨엘, 이준은 본인이나, 그가 소속한 팀이 새로운 신곡을 최근에 선보였었다. 하지만, 25일 방송 중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봐야, 이효리를 Bad girl에 비유한 정도에, 씨엘의 뮤직 비디오 의상이 여러 벌이었다는 정도? 그 대신 이른바 풍문을 들었다는 이효리의 연애 이야기, 이준과 현아의 열애설 몰아가기가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심지어 씨엘은 몇 마디 하지도 못한 채. 2회분에 걸쳐 방영되는 이 게스트들의 조합, 다음 주는 '홍보'를 기대해 봐도 될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화신>의 성격 상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순위제로 바뀐 음악 프로에서, 후배들과 나란히 서서 저를 찍어주세요 하는데 무안하다는 이효리가 자신의 음악을 알릴 곳이 공중파에서는 거의 없다. 이효리 뿐만이 아니다. 소속사와 방송국의 불화로 sbs를 제외하고는 음악 프로에 출연하지 않는 씨엘도 마찬가지다. 순위제가 아닌 공중파 유일의 진짜 고품격 음악 방송 <유희열의 스케치 북>이 있다고? 금요일 밤 1시가 다 되어서야 방송을 하는 이 프로그램에 나가느니, 예능에 나와 신상털이라도 하는 게 그래도 더 홍보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이효리를 비롯한 가수들이 신곡이 나오면 예능 프로그램을 순회하는 것이다. <가요 무대>가 유구한 전통을 뽐내며 고정적 시청층을 확보해 가고 있는 것과 달리, 가수들은, 더구나 아이돌이 아니라면 제 아무리 좋은 곡을 가지고 나와도 자신의 음악을 알릴 기회가 없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용서하고, 그와 함께 웃으며 방송을 하고, 음악 얘기는 커녕, 자신의 연애 이야기만 속속들이 털어야 하는 '홍보'의 고달픔, 그래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했으니, 어느 정도 성과는 얻은 건가?

by meditator 2013. 6. 26.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