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tvn의 뉴스 시사쇼 <열광>에 등장할 때만 해도 허지웅은 자신의 tv 출연에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월세 방값을 밀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던 그가, 고정 패널에서 부터, 광고, 나레이션, 게스트까지 tv속을 종횡무진으로 휘젓는다. 격세지감이다.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개그 콘서트>에서 동네 이장님으로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다, 사라진 그가, 오랜만에 tvn의 <코미디 빅리그>에 이상한 동물 분장을 하고 여전히 욕까지 하며 소리를 지르고 등장할 때만 해도 최근의 종횡무진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욕하고 소리지르는 것말고는 할 줄 모를 것같던 그가, 이제 남남북녀 버전 <우리 결혼했어요>같은 걸 찍질 않나, 버젓이 <지니어스3>에 등장하여 최고 학벌의 수재들을 쥐락펴락한다. 조만간 jtbc의 심리토크쇼 <속사정 쌀통>의 mc자리를 꿰어찰 예정이란다. 이게 더 격세지감일까?


허지웅이 처음 뉴스 시사쇼 <열광>에 잠깐 얼굴을 비췄을 때 말하는 시간보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그저 얼굴만 스쳐지나가기가 일쑤였었다. <마녀사냥>이나, <썰전>에 패널로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종종 그는 말을 하되, 시청자들은 그가 그저 19금의 방송에 부적합한 말을 한다고 여길 뿐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의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지만, 19금의 울타리안에서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표현을 조절한다. 그가 <마녀사냥>과 <썰전>에서 쏟아낸 생각들은 바로 기사화되어 대중들의 호불호의 척도에 걸려든다. 심지어 고등학교에 간 그에게 19금 방송을 볼 수 없는 고등학생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자신들의 연예 멘토가 되어줄 것을 고소원한다. 그의 웃음, 특유의 표현만으로 구성된 광고가 등장한다. 연예인도 이런 연예인이 없다. 

장동민에게 장착된 무기라고는 그저 누구보다 크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것이나, 욕을 하는 것밖에 없는 줄 알았다.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돌아온 <코미디 빅리그>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여전히 히한한 복장을 뒤집어 쓰고, 욕을 퍼부으며 등장하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던 그가 케이블과 공중파 동시간대 예능에 동시에 등장할 정도로 대세가 되었다. 예능의 황제 유재석이 새롭게 선보이는 <나는 남자다>에서 그간 자신과 함께 해왔덩 가신같은 동료들대신 장동민을 선택했다. 파일럿으로 만들어진 <연애 고시>에서 당당하게 여성들의 선택을 요구하는 미혼남 대표로 등장하는가 하면, 추석특집 남북한 화합 프로젝트 <한솥밥>에서는 듬직한 북한 여성의 남편 역이었다. <에코 빌리지-즐거운 가>에서 그 누구보다 정통한 시골통이요, <지니어스3>에서 예상을 깨고, 전체 판을 들여다 볼 줄 아는 폭넓은 시야로 느그하게 생존하고 있는 중이다. 각종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다. 첫 선을 보인 <비정상 회담>에서 분위기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mc들 사이에서 영민하게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던 것은 첫 게스트 장동민이었다.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랄까? '일반적인 영웅상에는 맞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이'(엔하위키 미러)에 어울린다. 
애초에 두 사람의 존재는 히어로라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았다. 토크쇼나 예능에 등장해서, 남들이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솔직한 의견, 솔직한 감정들을 마구 발산하는 게스트에 불과한 존배였었다. 그런데, 이들이 내뱉는 표현들, 혹은 감정들이 그것들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뜨금하게 할 만큼, 직언직설들이다 보니, 자꾸 그들의 표현, 표출에 방점이 찍혀가게 되었고, 어느 틈에, 그들은 이제, 고등학생조차 열광할 '히어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솔직한 의견을 표출하는 게스트들은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이들의 강점은 우선 '초연함'에 있다. 뭇 여성들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무성욕자'라며 세상 연애사에 한 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세상 살이에 의견을 피력하면서, 정작 삶에 대해 긍정적 의지는 20%도 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연애 상담을 바라는 고등학샏을에게, 이렇게 말해 부끄럽지만,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단다.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연애 고시>에서 밀땅을 하는 상대방 여성에게 당당하게 '시끄러'라며 사랑 놀음을 거부한다. 초조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지니어스3> 멤버들 사이에서, 그들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판에 연연해 하지 않는 듯한 장동민이다. 

(사진; 마이데일리)

초연할 뿐만 아니라, '촌철살인'의 자세를 놓치지 않는다. <마녀 사냥>이란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중심에는 그저 야한 이야기를 드러낸 프로그램의 취향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진솔하게 현실을 논할 줄 아는 허지웅의 의견 피력이 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찜질방 방담같은 <썰전>예능 심판자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심판자 같은 언급으로 기사화되는 건 허지웅의 의견이다. 심지어, 그가 한 말 실수 하나가 회자되어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그가 가진 언어의 파급력이 커졌다. 
어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서도 주눅들지 않으면서 자기 할 말을 다하고야 마는 장동민의 당당함은 정평이 나있다. 13일 공개된 <속풀이 살롱> 티저 영상에서,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속옷 차림을 요구하는 제작진에게 다짜고짜 야동을 찍으려고 그러느냐 욕부터 지르고 보는 게 장동민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그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마치 돈내고 욕을 쳐들으러 욕쟁이 할머니 음식점을 찾아가듯이, 장동민이 내지르는 한 마디에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이런, 세상의 무리에 섞여 있으면서도 거기에서 독야청청하는 '초연함'과, 그 와주에 자기의 할말은 하고야 마는 '촌철살인'이야 말로, 무리 속에 섞여 눈치 보느라 등골 빠지는 현대인에게 가장 부러운 캐릭터다. 바로 그렇게마치 가려운 내 대신 내 등을 긁어주는 듯한 존재로, 허지웅, 장동민은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그것은 곧, 매력있는 남자의 상징인, '시크함'이 되어, 뭇 여성들의 환호와 찬사의 대상이 되어간다. 늘 자신은 여자에게 인기 있다고 말해도 그 말을 듣던 좌중이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던, 그저 아저씨 역할이나, 이상한 동물 분장이나 하던 장동민이, 어느 틈에 유상무보다, 더 멋진 남자의 대세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대세가 된 이들의 뒤를, 한국인으로는 할 수 없는 '쿨함'으로 무장한 외국인들이 쫓아가고 있다. 




by meditator 2014. 10. 16.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