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11월16일부터 5부작으로 <최후의 권력>을 방영한다. 그중 1,2부는 이병헌의 나레이션으로, 정봉주, 금태섭, 천호선, 박형준, 차명진, 손수조, 정은혜 등, 여, 야를 망라한 전, 현직 국회의원들 7명이 코카서스 산맥을 종주하는 일종의 리얼리티 다큐 프로그램이다. 


국회의원 시절, 서로 여, 야의 저격수로 만났던 박형준, 차명진, 그리고 정봉주 의원은, 공항에서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돌아서려 했다는 정봉주 의원의 말처럼, 사석에서도 대면하기가 껄끄러울 만큼 정치적인 앙금이 남아있는 사이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마치 감옥에서 출소한 사람처럼, 국회의원이라는 권력 밖으로 튕겨져 나와, 현실에 힘겹게 적응해 가는 처지이다. 
정봉주 의원은, 공항에서 떠나기 전 아내가, 만약 지금 당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면, 아내인 나도 당신을 뽑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여행으로 그 이유를 곱씹어 보라고 했던 아내의 전언으로 참여 이유를 밝힌다. 그와 정치적 적대 관계를 형성하던 차명진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현역 시절 '안하무인'이라는 말에 딱 맞에 과격하기 이를데 없는 야당 저격의 논평으로 이름을 날렸던 차명진 전 국회의원은 그간 자신이 옳다고 굳건하게 믿었던 정치의 방식을 되돌아 보고자 한다. 정치적 입장을 서로 달리하지만, 이렇게 일곱명의 정치인들은, 우리 시대 권력이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제작진의 취지에 동의하며, 7박8일간의 험준한 코카서스 산맥의 여정에 동참한다. 


(사진; 마이데일리)

비록 서로 정치적 입장이 다르지만, 7명의 정치인들은 순조로운 여행을 위해, 그리고 애초에 제작진이 제시했던 '권력 탐사' 취지에 발맞춰, 하루에 한 사람의 '빅맨'을 뽑아 여행을 지휘하도록 한다. 
그렇다면 '빅맨'이란 무엇일까? 
제작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이상적이었다는 '빅맨'을 설명하기 위해 아프리카 부르키나피소의 티벨레 부족의 마을로 카메라를 옮긴다. 한 해의 농사를 기념하는 추수감사제에 등장한 빅맨, 그의 앞에서 춤을 추는 부족민에게 한 사람, 한 사람 복을 기원해 준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둘러앉아 잔치의 음식을 먹는데도, 부족민으로부터 귀중한 선물도 받은 빅맨은 결코 한번도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그 마을의 땅은 모두 빅맨의 것이지만, 결코, 빅맨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빅맨이 불철주야 자신들을 위해 일하느라 바쁜 사람이라고 증언한다.
이런 이상적 지도자 빅맨은, <최후의 권력>의 박권홍 피디가 만든 전작<최후의 제국>에서도 상세하게 다루어 졌었다.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는 아버지와 같은 지도자, 그것이 빅맨이었다. 
하지만 빅맨이 전지전능을 과시하지는 않는다. 외적을 막기 위해 두터운 흙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건물을 세우는 일은 여자들의 몫인 이 마을의 건축 일에서, 지도자는 빅맨이 아니라, 빅맨이 인정한 '퀸마더'였다. 즉, 빅맨은 마을 사람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쓸 줄 알고, 권력을 제대로 배분할 줄 아는 리더였던 것이다. 

이런 이상적인 지도자 '빅맨'을 제작진은 일곱 명의 정치인들에게 날마다 돌아가며 해볼 것을 권했고, 그 결과 첫 번 째 날의 지도자로 금태섭 변호사가 자천타천으로 뽑혔다. 
길조차 알 수 없는 코카서스 산맥의 종주길에서, 한때 저마다 한 가닥을 했던 일행은 빅맨을 뽑아 놓았음에도 매 결정의 순간마다 목소리를 높여 빅맨의 권위를 추락시킨다. 결국 금태섭 변호사는 험준한 길의 선봉대로 차명진, 정봉주 의원을 뽑는 것으로 그의 권위를 다하고, 스스로 빅맨의 자리를 내려놓는다.

(사진; osen)

프로그램은, 그 결정의 과정, 그리고 빅맨의 결정 이후의 일행이 목표 지점까지의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겪은 빅맨의 심정, 그리고 다음날 빅맨이 아니었던 일행의 평가까지 가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마치 일곱 명의 정치인이 각자 빅맨에 도전하는 과정은, 2010년 1월에 방영되었던 <sbs스페셜 완장촌>의 또 다른 버전과도 같았다. 이상적인 권력을 찾아간다고 했지만, 결국 빅맨이 된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빅맨의 권위는 다양한 양태를 띨 수 밖에 없고, 그리고 언제든지 자신 역시 빅맨이 될 수 있는, 그래서 진지하게 빅맨의 권위를 모색하기 보다, 마치 정적을 감별하듯 혹독한 심사 과정 역시 권력에 목말라하던 완장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아직은 서로가 다른 정당, 그리고 한때 반목을 거듭했던 기억에 지배되고 있는 정치인들이지만, 첫 날의 여정에서, 고소공포증으로 길을 잃은 정봉주를 찾기 위해, 어렵게 도달한 정상을 뒤로 하고 그를 찾으러 다시 돌아간 차명진이라던가, 결국 조우한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을 저리 미뤄둔 채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얼싸안는 과정은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by meditator 2013. 11. 17.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