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이라지만, 정작 청춘의 시절 자신이 꽃보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지했던 청춘이 얼마나 있으랴. 오히려 자신이 한창 아름답다는 사실보다도,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주체하지 못한 채 얹혀서 한 시절을 보내곤 하는 것이 청춘의 실상이기가 쉽다. 그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의 고통을 이 시대의 청춘들은 '자존감'이란 대명사로 명명한다.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되어버린 자신의 무게는 스스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정의만큼이나 묵직하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싶지만 늘상 부딪치는 건 그 반대의 현실, 그 현실로 인해 상당수의 청춘들은 '낮은 자존감'을 자신의 고민 중 하나로 꼽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청춘시대2>는 주목한다. 




시즌1의 시절을 함께 보낸 '하메'들, 12부작의 시간만큼 각자 많은 일들을 겪어 왔다. 밥 먹을 틈도 없이 알바를 전전하던 윤진명(한예리 분)은 이제 정규직 사원이 되어, 자신이 겪었던 그 '을'의 시간을 겪는 해임달의 '목격자'가 된다. 어렵게 첫사랑을 얻었던 유은재(지우 분)는 실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명 유리창처럼 모든 것이 드러나보였던 송지원(박은빈 분)은 그 투명한 유리창 너머의 숨겨진 기억 속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건 예은, 얄밉도록 똑부러지던 그녀는 시즌1에서 겪은 데이트 폭력의 트라우마와 여전히 고전 중이다. 그리고 강언니가 나가고 대신 선머슴애 같지만 그 누구보다 여린 조은(최아라 분)이 합류했다. 

자신으로부터 발화
시즌1의 발화점이 하메들 그들과 부딪치는 세상이었다면, 시즌2 역시 여전히 그녀들은 세상 속에 있지만, 그 발화점의 시작이 자신으로 부터 비롯된다. 늘 갑질의 대상이었던 윤진명이 정규직 사원이 되어 겪는 세상, 여전히 그녀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선 신입 사원이지만, 경영 지원팀으로서 그녀는 아이돌 '아스가르드'에게는 회사를 대변하는 '갑'의 존재가 된다. '갑'이지만, '을'의 잔상이 그득한 그녀가 바라보는 '해임달'을 통해, 진명의 또 다른 변화가 움트는 중이다. 시즌 1에서 '당하던' 그녀가, 그녀의 또 다른 버전같은 '해임달'에 자꾸 걸려버리는 모습은, 그러면서도 경영 지원팀으로서의 일에 충실하고자 하는 모습은, '사회'라는 곳에 첫 발을 딛은 그 누군가의 자화상이다. 

알바 한 사람으로서 '을' 개인의 고통에 침몰하고 부유하며 버텼던 윤진명이, 이제 '조직' 화 되어 가는 과정은, 존재감에 대한 또 다른 물음이다. 또 다른 질문은 가장 인간 친화적인 송지원에게서 비롯된다. 휴학을 하고 취준생이 된 그녀는 가장 스스럼없이 예전의 대학 신문사를 드나들지만 그곳이 자신이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진명과는 또 다른 존재의 고독을 맛본다. 졸업반으로 사랑하는 이와의 해피엔딩만을 꿈꾸던 여유로운 대학 생활을 하던 예은에게 대학은 하루 하루 한 시각 한 시각이 자신을 뱉어내는 듯한 세상과의 싸움이다. 은재 역시 지나간 사랑의 그늘과 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신의 키만큼 세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조은이야 말할 것도 없고. 



7회의 소제목이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이제 또 훌쩍 커버린 그녀들이 더 이상 어린 시절처럼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점을 포착한다. 무리 동물인 인간, 그들은 그 '무리'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지 않음을 절감하며 '자존감'의 바닥을 친다. 
8회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세상의 중심도 아닌데, 심지어 내가 '착한' 사람도 아니었다니! 류적 존재이면서도 인간의 아이러니한 점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나르시즘'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미모에 홀려 물에 빠져죽었다는 그 신화의 dna는 모든 이에게 유전되어 아닌 것같지만 알고보면 모두 한 '자뻑'을 해야 '자존'이 된다고 살아가기가 쉽다. 그런데 <청춘 시대2>의 박연선 작가는 그런 '자뻑의 자존감'에 발을 건다. 

바닥으로 부터 시작되는 자존감
8회 <나는 나를 부정한다>에서 순둥이 은재는 가장 편협한 시선에서 예은을 몰아붙인다. 물론 떠나는 예은의 손을 잡은 건 은재이지만, 첫사랑의 상흔은 예은의 또 다른 사랑에 한없이 옹졸해졌다. 예은이라고 다를까. 자신의 트라우마를 기꺼이 감싸주는 하메들의 친절에 감사하면서도 반발한다. 해임달의 1인 시위는 신입 사원 윤진명에게는 그저 해내지 못한 업무로 불편하다. 찾아온 아버지에게 조은은 너그럽지만도, 까칠하지만도 못하다. 그렇게 하메들은 각자 '이기적인'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고 만다. 

우리 사회에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흔히 '칭찬'을 든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한없이 칭찬하고, 잘했다고 해야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라고 <청춘 시대2>는 묻는다. 어린 시절 내가 잠들면 세상도 다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던, 즉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 생각했던 그 착각에서 깨어나오는 것이 '자존감'있는 어른으로서의 첫 발이 아닌가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나를 향한 칭찬이 '환타지'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새는 알을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그 얇은 알 껍질이지만, 알 속의 어린 새에게는 고통스러운 '투쟁'의 과정이다. 엄마의 산도를 머리를 틀어 나와야 하는 신생아의 출산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듯 '탄생'은 '고통'이다. 마찬가지로 이제 더는 '보호되어야 할' 미성년이 아닌, 진정한 성년이 되는 과정은 자신을 세상 속의 '한 존재'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각'으로 부터 비롯된다고 <청춘시대2>는 7,8회를 통해 냉정하고 제의한다. 

더는 세상의 중심도 아니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건 더더욱 아니면, 심지어 자신이 어쩌면 그리 좋은 사람이지만은 않다는, '인간'의 보편적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수용하고, 그런 '모자란' 자신을 바라보는 과정을 <청춘시대2>는 섬세하게 그려낸다. 내가 중심이고 잘나서 사랑하고 칭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라서 존중해 주고 사랑해 주어야 하는 그 과정으로서의 '청춘이다. 여전히 이 드라마가 청춘의 교과서이기에 모자람없는 이유이다. 
by meditator 2017. 9. 17. 02:57